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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되었다-79화 (79/171)

〈 79화 〉 정해진 전황

* * *

“어떻게 아셨습니까?”

순간적으로 일영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되물음에 시바타 가쓰이에는 꽤나 덤덤한 목소리로 답했다.

“피냄새가 납니다.”

추측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건 많았다.

갑작스럽게 야밤에 말을 타고 나간 것은 그렇다고 쳐도, 해가 뜬 아침 피를 흘리며 돌아왔다. 식사를 할 시간도 없이. 뻔한 일이 아닌가.

그녀는 어느새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일영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혹, 아가씨를 죽이셨습니까.”

충성이 흔들렸다고는 하나, 그것이 완전한 배신을 뜻하진 않는다. 시바타 가쓰이에는 가면 아래로 입술을 질끈 깨무며 일영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때.

스윽.

막사가 펄럭거리고, 이츠키가 전장에서는 꽤나 호화로운 가정식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어딘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멈칫할 법도 하건만 그저 무심히 탁자 위에 식사를 놓고 곧바로 뒤로 물러선다.

시바타 가쓰이에는 식사를 하지 않았다. 자연히 밥상으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고, 곧바로 일영은 덧붙였다.

“일단, 식사부터 다 하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딘가 장난기가 담긴 목소리다. 때문에, 본능적으로 시바타 가쓰이에의 뇌리에 확신이 스쳤다.

‘죽이진, 않았구나.’

고개를 들어 일영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얼굴은 참으로 묘하다. 때때로 정색할 때면 실로 두려우나 웃어줄 때면 괜스레 시선을 피하게 만드니.

…이상하다.

이 남자와 함께 있으면, 어딘가 이상하게 변하는 것이다. 시바타 가쓰이에는 그렇게 생각하며 무심결 손을 가면의 끈에 가져댔다.

그러나 그 순간. 막 끈을 쥔 그녀의 손이 멈칫거렸다. 그리고 뒤늦게 눈동자를 굴리며 일영의 눈치를 살핀 그녀는 점점 빠르게 뛰는 심장과 끈을 쥔 손을 느끼며 그대로 생각을 멈췄다.

“하핫.”

그 모습을 본 일영은 뒤늦게 그녀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깨닫곤,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미 사람을 모두 물렸습니다.”

“…예.”

“벗으셔도 됩니다.”

“…예.”

“식사를 하시려면, 벗으셔야지요.”

일영은 그렇게 말하며 젓가락을 쥐어 살짝 밥을 펐다. 그러자 시바타 가쓰이에도 머뭇거리는 손길로 가면을 유지하는 끈을 풀었다.

스윽.

입과 흉터를 가린 햔야 멘구(가면)이 손에 지탱되어 떨어진다. 그리고 시바타 가쓰이에가 무심결 손으로 흉터를 가리려던 그때.

“그거 있어도 예쁘다니까요.”

일영은 밥을 입에 한 젓가락 넣으며 중얼거렸고, 시바타 가쓰이에는 다시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퍽 귀엽다.

때문에, 그는 젓가락으로 구운 생선을 살짝 뜯어 그녀의 밥그릇 위에 올려주곤 말했다.

“식습니다.”

“…예.”

시바타 가쓰이에는 잠시 밥 위에 놓인 생선살을 지그시 내려보다가, 조심스럽게 들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이어진 건 오직 밥을 씹고 삼키는 소리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식사는 끝났다. 일영의 말에 시바타 가쓰이에는 결국 가면을 벗은 채로 식사를 마칠 수 있었고 말이다.

일영은 아케치 미쓰히데를 불러 차를 가져오라고 말한 후, 그녀가 가져온 차를 마시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자신을 뚫어지라 바라보는 시바타 가쓰이에에게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스에모리 성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아가씨를 만나 항쟁을 그만둘 것을 부탁드렸죠.”

덤덤하게 어제 있었던 일을 풀어낸다. 일영의 말에 시바타 가쓰이에는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질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럴 수 없다고 답하시더군요.”

“그렇습니까.”

이미 그녀도 예상한 답이었다. 오다 노부나가가 아닌 오다 노부유키를 주군으로 섬긴 그녀였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때문에, 시바타 가쓰이에는 일전에 내뱉었던 말을 다시금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일영이 저번에 말린 이유가 있다. 명예가 중요한 이 시대에서 시바타 가쓰이에가 하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자살이었다.

때문에, 일영은 고개를 저었다.

“할복으로 죽으면 다행이겠지요.”

진실이 그러했다. 패장이 돌아가 항복을 권하는 모양새 아닌가. 그러나 이번엔 시바타 가쓰이에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이마가와, 사이토 가문의 세력이 수습되기 전에 담판을 지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히카게 님께 패한 직후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겠지요. 굳이 싸울 필요조차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시바타 가쓰이에의 말도 옳았다. 오다 노부유키 측에 붙은 이들 중, 야차라는 칭호를 얻은 일영에게 대항할 장수는 전무했다. 더욱이, 일영의 군세는 시바타의 군세를 흡수하여 더욱 늘어난 상황이 아닌가.

둘의 시선이 맞닿는다.

정답은 같았다. 다만, 그것으로 가는 방법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제가 목숨을 걸어 도타 고젠님을 설득하겠습니다. 보내주시지요.”

다시금 시바타 가쓰이에가 간곡하게 부탁했고, 일영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저으며 답했다.

“휴, 어쩔 수 없군요.”

계속하여 거절하던 말과 달리 여지가 담긴 말이다. 당연히 시바타 가쓰이에의 표정이 밝아진 그때.

일영은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제가 함께 가지요.”

“예?”

그리고 당연히, 시바타 가쓰이에의 눈은 동그랗게 떠지고 말았다.

*

일영의 명령으로 곧 하관이 아닌 얼굴 전부를 가리는 새로운 가면이 기요스에서 보급되었다. 일영은 반으로 부서진 가면을 깃발에 높이 걸고, 겉치레용으로 포박한 시바타 가쓰이에를 말에 태운 뒤 그 자신은 그녀의 뒤에 앉았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저도 알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지 않습니까.”

스에모리 성까지 걸어가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그렇다고 시바타 가쓰이에만 태우자니 겉치레용으로 묶인 밧줄 때문에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일영도 조금은 자세가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출진한다!”

일영의 명령에 곧 대군이 오다 노부나가와 히라테 가문, 니와 가문 등의 가몬을 드높게 들며 평원을 진군했다. 그에 맞춰 일영도 말의 고삐를 쥐고 앞으로 말을 몰았다.

히잉!

말들이 평원을 빠른 걸음으로 달리고, 그에 맞춰 말 위에 탄 일영과 시바타 가쓰이에의 몸도 흔들렸다.

다행히 갑주를 입었기에, 흔히 음란마귀들이 상상하는 것 만큼의 신체접촉은 없었다. 다만 고삐를 쥐느라 어쩔 수 없이 일영이 껴안 듯이 달릴 수밖에 없다는 거?

그래도 일영에겐 사심이 없었다.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남자라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는 수준을 제외하면 진짜로 없었다.

그때, 얼마나 말을 몰았을까.

가면 아래로 얼굴을 감춘 시바타 가쓰이에가 다른 사무라이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일영에게 속삭였다.

“너, 너무 가까운거 같습니다만.”

“아.”

그 말에 일영은 살짝 몸을 뒤로 뺐고, 시바타 가쓰이에는 거의 가슴 옆을 스치는 일영의 팔에서 조금은 벗어나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제야 일영은 벌겋게 달아오른 시바타 가쓰이에의 목덜미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으시죠. 거의 다 왔습니다.”

때문에, 일영은 나지막이 그녀의 귀에 속삭이곤 외쳤다.

“속도를 높인다!”

그리고 다시금 얼마나 달렸을까.

벌써 새 풀잎이 자라기 시작한 언덕을 두어개쯤 지난다. 민초들은 군대의 진군에 집안으로 숨었고, 짐승들도 펄럭거리는 가문의 깃발에 수군거리며 산으로 도망치니.

이윽고, 저 멀리 보이는 꽤나 규모가 큰 성을 발견한 일영은 외쳤다.

“스에모리 성이다! 전군 정지!”

그들이 멈춘 곳은 스에모리 성이서 그리 멀지 않은 자그마한 언덕이었다. 일영은 시바타 가쓰이에를 말에 놓은 채 그대로 말에서 내리고 손짓으로 이츠키를 불렀다.

그러자, 이츠키 역시 말에서 내려 곧바로 일영에게 다가왔다.

“예. 주군.”

이젠 충직한 가신이 된 그가 능글맞음과 장난기를 숨기고 진지하게 답했고, 일영은 믿을 수 있는 수족이 된 그에게 명령했다.

“정예들로 20명 정도 추리고 백기를 만들어. 스에모리 성으로 들어간다.”

“…예?”

그러나, 아무리 그라도 이번 명령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에모리 성으로 들어간다니.

“괜찮겠습니까?”

“맞아요. 위험할 거 같은데요.”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있던 니와 나가히데조차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일영은 되려 니와 나가히데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들은 절 죽이지 못할 겁니다.”

그건 확신에 가까운 말이었다. 때문에, 둘은 어떻게 그리 확신하냐고 물으려 했으나 그 순간 일영은 답했다.

“저들도 알테니까요.”

나를 죽이면.

“오다 노부나가의 진노를, 시바타 가쓰이에 없이 받아야 한다는 걸 말입니다.”

시바타 가쓰이에의 말이 옳다.

그녀가 패한 순간, 저들의 농성은 하등 의미없는 그저 고집일 뿐이다.

때문에, 일영은 몸에 걸친 갑옷을 그 자리에서 풀렀다. 갑주를 연결하던 두꺼운 가죽끈들이 그의 손길에 풀려 바닥으로 추락하고, 일영은 어느새 품이 넣은 장포 만을 두른 채 허리에 맨 오니마루의 손잡이를 가볍게 쓸며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츠키에게 명령했다.

“뭐해? 움직여.”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케치 미쓰히데는 생각했다.

…미친놈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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