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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되었다-73화 (73/171)

〈 73화 〉 얼굴을 가린 이유

* * *

파슷!

진검과 목검에서 목검은 예상외로 쉽게 베이지 않는다. 애초에 검과 검의 대결은 서로의 날로 베는 것도 많았으나, 손등끼리 맞붙는 경우도 많았다.

정확히는.

“흡!”

손등이 서로 합했을 때, 흔히 코등이라 불리는 손잡이 부분의 격자로 서로의 손을 제압한다. 그리고 검에서 끝나지 않고 서로의 팔과 몸을 부딪치며 치열하게 접전하는 것이다.

파악!

시바타 가스이에의 검이 일영의 목도를 파고들었다. 자잘한 나뭇조각들이 튀어 일영의 뺨을 스친다. 그 모습에 시바타 가쓰이에는 드러난 하관으로 찢어질 듯 외쳤다.

“저도 검을 넣겠습니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단지, 그것이 그녀가 할 말의 전부였다, 그러나 일영은 그걸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미친 듯이 그녀를 몰아붙이며 화답한다.

“싫습니다!”

“어째서!”

수없이 둘의 격돌이 이어진다.

때리고, 베고, 올려치며, 찌른다.

생과 사가 수없이 갈리고, 둘의 숨소리는 더욱 더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파앙!

서걱!

일순간 서로의 손등을 스치며, 둘의 손등을 감싸고 있는 갑주가 동시에 흔들렸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일영은 가죽과 함께 손등을 베였고, 그녀는 단순히 타격을 입었다는 것 정도일까.

때문에, 시바타 가쓰이에의 표정은 더욱 굳어갔다.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는 것도 있었으나 정말로 일영을 베기가 싫었기에 그런 이유가 더 큰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 틈을 타서 검을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일영이 아니었으니.

“흐읍!”

짧은 심호흡과 함께, 막 검집에 검을 넣으려는 그녀에게 도약한다. 검을 높게 쥐고 그대로 내리그으는 그의 공격은 진심으로 머리를 노리겠다는 의도가 보여 그녀는 입술을 짓씹으며 검을 막아낼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째서…!”

어째서 이러는 것인가.

도저히 답을 알 수 없었기에, 그녀는 답답할 뿐이었다. 오죽하면 속으로 일영이 자신을 패고 싶어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순간.

일영은 계속해서 이유를 묻는 시바타 가쓰이에의 허벅지를 때리곤 화답했다.

“예전에 꽤나 즐겁게 때리지 않으셨습니까!”

손등이 베인 상태에서도 일영은 웃음을 입에 머금었다. 그러자 시바타 가쓰이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외쳤다.

“지금 그런 이유로…!”

이 남자는 대책이 있는 것인가. 다름이 아닌 목숨이 걸린 문제다. 헌데 과거 대련 때의 일을 들고 와서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그녀의 입장으로선 일영의 말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 일영의 목검이 아래에서 위로 올려 쳐지며 그녀의 손목을 강타했다.

“크흑!”

저릿한 감각에 순간 검을 놓을 뻔했다. 동시에, 일영은 망설임 없이 틈새로 어깨를 밀어 넣어 그녀의 몸을 뒤로 밀리도록 만들었다.

기우뚱!

그녀의 몸이 기운다. 하지만, 단련된 허벅지가 일순간 몸을 지탱하고 일영을 향해 본능적으로 검을 휘두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다가오는 일영의 눈동자와 마주친 시바타 가쓰이에는 순간 멈칫했으니, 자신이 뻗고자 하는 방향이 바로 일영의 목이었기 때문이다.

‘베기엔…!’

너무나 아깝다. 너무나 아까운 장수란 말이다. 고작 가문의 항쟁에서 죽기에는….

‘아뿔사!’

생각이 길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으나 검과 검이 마주할 때 이런 사소한 간극이 큰 차이를 내는 법이다. 그리고 일영은 망설이지 않았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일영의 검이 시바타 가쓰이에의 가면에 직격했고, 그녀는 눈앞에 섬광이 번뜩이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주군…!”

그리고 그 순간, 지켜보던 그녀의 사무라이가 검을 뽑아들고 일영에게 향하려 했으나.

“멈춰.”

“…….”

거의 동시에 그녀의 목에 검을 겨눈 이츠키와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제압당하고 만 것이다.

때문에, 그녀는 입술을 짓씹으며 분한 듯 일영을 노려보았으나 정작 일영은 반으로 갈라진 시바타 가쓰이에의 가면을 내려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어, 조금 강했나?”

아무리 그래도 가면까지 반으로 부숴버릴 생각은 없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내린 일영은 곧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끄응.”

부서진 가면의 파편이 서서히 일으켜지는 몸을 따라 바닥으로 추락하고, 터억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리자 시바타 가쓰이에의 사무라이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얼굴을 본 이는 모두 죽었다그런 소문은 뒤로 하더라도 주군이 원하지 않는 일이기에 그럴 뿐이다.

하지만, 정면에서 그녀를 내려보던 일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얼굴을 볼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

뒤늦게 자신의 얼굴이 드러남을 깨달은 시바타가 황급히 얼굴을 가리려 했으나, 이미 늦어도 한참은 늦은 후였다. 일영은 조금은 멍한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하관이 예쁘면 미녀다.

반쯤은 농담으로 건넨 말이었다. 그러나, 일영은 자신도 모르게 진실을 내뱉음을 깨닫고 웃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이 얼어붙은 땅에 스친다. 일영의 타격 때문인지 살짝 붉어진 이마가 도드라지고, 곧 금색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며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눈 아래와 콧등에 길게 그어진 흉터. 일부러 그린 듯 일직선으로 새겨진 그것은 꽤나 어중간한 위치에 새겨져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그녀의 미모를 가리진 못했으나 말이다.

“보, 보지 마십시오!”

다급히 얼굴을 가린다. 그러나 이미 일영의 눈에는 그녀의 얼굴이 단단히 각인되어 있었기에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허.”

일영은 웃음을 지으며 검을 내려놓았다. 그리곤 바닥에 주저앉아 어떻게든 얼굴을 가리려는 그녀의 하관에 자신이 썼던 가면을 벗어 얹어주었다.

“…아.”

코까지 덮는 가면이었기에, 일영은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흉터는 충분히 가려질 것입니다.”

“…그, 그래도!”

조금 전까지 보였던 맹장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그녀는 혹시라도 흉터가 드러날까 두려운 듯 몸을 떨었다. 그 모습에 일영은 왜인지 죄책감을 느껴 쓰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추, 추하잖아요. 이런 모습!”

오다 노부나가와 다른 빛으로 번뜩이는 황금색 눈을 질끈 감으며 외친다. 그제야 일영은 저 흉터가 시바타 가쓰이에에게 비할 바 없는 트라우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그녀가 가면을 쓰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아주 많았다. 누군가는 추녀이기 때문이라 했고, 누군가는 상대가 두려워 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조리 개소리였다.

단지, 스스로의 흉터를 미워하는 여린 여자가 있을 뿐이다. 때문에 일영은 눈물을 흘리며 하관에 낀 가면을 끌어올려 흉터를 가리려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이윽고 말했다.

“흉터라면 저도 꽤 많습니다만.”

물론 얼굴에 자리한 흉터는 없다. 하지만, 이런 난세에선 언제 생길지 모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일영은 위에 걸친 갑주의 끈을 풀었다. 그러자 곧 철커억하는 소리와 함께 그를 보호하던 갑주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일영은 망설임 없이 웃옷을 끌어 배에 그어진 흉터를 드러냈다.

“…마, 맙소사.”

비단 배뿐만 아니라, 그의 복부와 가슴에는 온갖 흉터들이 즐비했다. 수많은 전장을 누빈 시바타 가쓰이에마저도 잠깐이지만 놀랄 정도로 말이다.

그런 그녀의 놀란 눈동자가 흔들린 순간, 일영은 하관에 낀 가면을 살짝 끌어 올려주곤 말했다.

“무사에게 흉터는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워할 일이지요. 오히려 저는 흉터가 없는 무사를 부끄러워할 것입니다.”

“…그런.”

“그리고, 솔직히 이리 가리고 다니시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습니다.”

손을 놓자 스윽하고 내려진 옷이 복부 언저리에 걸친다. 그는 얼굴이 드러나자 한없이 약해진 그녀와 시선을 맞추고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흉터가 있으셔도, 한없이 아름다운데 말입니다. 오히려 매력적인걸요.”

두근.

심장이 뛰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미친 듯한 두근거림에 시바타 가쓰이에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그녀의 시야가 흐릿해지니.

얼굴이 드러난 데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

일영이 느끼게 만든, 정체 불명의 감정.

나아가 전투의 피로까지.

단번에 몰린 악조건은 그녀의 정신을 흐리게 만들었고, 정신을 차리려 눈을 강하게 깜빡거린 순간 의식은 끊겼다.

털썩.

“가, 가쓰이에?!”

그녀의 몸이 일영을 향해 기울어지고, 혹시 죽었을까 걱정한 일영이 다급히 맥을 짚었으나 다행히 숨은 붙어있다.

동시에, 잠시 상황을 살핀 그는 이윽고 뒤에 서 있던 니와 나가히데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바타 가쓰이에를 제압했으니, 휘하의 병력을 무력화한 후에 스에모리로 진군할 준비를 하십시오.”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 일영의 승리였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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