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되었다-70화 (70/171)

〈 70화 〉 이노 전투(1)

* * *

콰앙!

오다 노부나가가 책상을 내려치고, 동시에 회의장 안에 자리한 이들의 표정이 어둡게 물들었다.

그리고, 최근 유한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싸늘한 얼굴을 한 채 좌중을 훑고 있던 히라테 마사히데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본인의 양자가 암살을 당할 뻔했소.”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있는 일영에게 닿았다. 그러나 완전히 오다 노부나가에게 충성하는 일부 가신들을 제외한, 이른바 노신들은 그야말로 두려움과 괴이를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어찌….’

‘…정녕, 저것이 사람이란 말인가.’

암살을 기도했던, 하지 않았던지를 둘째로 치더라도 일영을 좋게 보지 않았던 이들이 대다수인 그들이었다. 그렇기에 내심 이번 일로 일영의 기가 조금은 죽었으리라 생각했다.

때문에, 일부는 어부지리라 생각한 이들도 있던 게 사실이다.

암살.

어지간한 위정자도 한번 겪으면 그 일에 대해 평생을 역린으로 삼는 이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특정할 수 없는 누군가가 보내는 밤손님만큼 두려운 것은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회의장 안에 들어온 그들이 목도한 것은 너무나 태연한 얼굴을 한 일영이었다.

호록.

아니, 태연할 걸 넘어서 차를 마신다. 그리고, 때때로 노신들을 훑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양부인 히라테 마사히데에게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흠.”

일영의 말에 히라테 마사히데는 불편하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그러나 그 대상은 일영이 아닌, 이 자리에 온 늙은 가신들이었다.

그들은 바보도 호구도 아니다.

일영이 오다 가문 내에 몸을 담고, 히라테 가문의 양자가 되었으며, 나아가 무라키토리데에서 전공을 세운 직후 급격히 권력을 가지게 된 것을 불쾌히 여기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다만, 그것을 견제하기엔 오다 노부나가와 히라테 마사히데, 모리 요시나리를 비롯한 벽들이 너무 높았고, 또한 일영이 권력을 가지게 되는 과정 자체가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빨랐기 때문도 있었다.

정말로, 어어하는 순간 일영은 오다 가문 내에서 실력자로 도약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을 모를 오다 노부나가가 아니었다.

터억.

실로 오랜만에, 그녀의 손에 들린 조총이 바닥을 디뎠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피치 못하여 암살자들이 모두 죽었기에 배후는 밝히지 못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빌어서 말하마.”

황금색 눈동자가 번뜩인다. 그리고, 그녀는 이 자리에서 일영에게 좋지 못한 감정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경고하듯 읊조렸다.

“내게 해가 된다면 내 손으로 끊어낼 것이다. 그것이 히카게든, 아니면 다른 이든.”

이미 모두가 일영과 그녀의 관계를 알고 있기에 내뱉을 수 있는 말이자, 일영보다 무능하면 아가리를 닥치고 있으라는 말이었다.

당연히, 모멸감이 든 노신들은 고개를 숙였으나 정작 일영은 태연했다.

오히려 그녀의 말이 기껍다는 듯 잠시 노부나가를 응시하다가 이내 말했다.

“당주님.”

일영의 입이 열리자, 당연하게도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동시에 그는 말했다.

“이노로 출정할 준비는 모두 되었습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바로 출격하도록 하지요.”

이어진 말은 여러 의미를 품는다.

첫째로는 자신을 향한 암살 기도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것이었으며 동시에 여전한 충성심을 또 다시 증명하리라는 선언이었다.

“앞으로 할 일이 아주 많으니, 지체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일영이 살짝 고개를 돌리며 노신들을 응시하며 내뱉은 말은 그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일영은 정확히 노신들, 그 중에서도 권력을 잃고 살날도 얼마 남지 않은 이들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즉, 그들에게 말한 것이다.

구 시대의 노쇠한 노인들과 달리 자신이야말로 당주와 가문에게 봉사할 실력자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또 다시 차오르는 분노와 일영에 대한 적개심을 삼킨 채, 애써 무표정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저들이 내 암살을 주도했다면 말이지.’

일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오다 노부나가를 바라보았고, 실로 당당하며 여유로운 일영의 시선에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마주보았다.

…다름이 아닌 자신이 암살을 당할 뻔한 일이었다. 헌데도, 대체 저 남자는 왜 저리도 여유롭단 말인가.

그녀도 이미 수차례의 암살 위험을 넘겼기에, 그것에서 오는 정신적인 압박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

때문에,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일영을 바라보면서도 문득 생각했다.

이대로, 저렇게 늘 당당했으면 좋겠다고.

사랑하는 남자이자, 가신이 유능한 것이 절대 해가 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불편함이 남아있기는 했으나 일영의 태도는 일관적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른 아침에 그녀를 찾아와 말하기도 했다.

이번 일을 그리 크게 만들지 말고, 단순히 가신들의 분위기를 조이는 용도로만 사용하자고 말이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출전하라.”

동시에, 일영은 마시던 찻잔을 탁하고 내려놓은 채 그녀를 향해 몸을 돌리고 고개를 조아렸으니.

“예. 당주님.”

일영은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그녀에게 답했다. 그리고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그때. 일영의 손은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래.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으나 말이다.

*

마침내 겨울이 끝나갔다. 슬슬 외투를 벗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농부들은 새롭게 다가온 1년을 준비하며 겨울 사이에 녹슨 농기구를 다듬었다.

그리고 그런 농부들과 달리, 오와리의 무사들은 다가올 전투에 매일 매일 스스로를 단련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전장에서 믿을 것은 오직 자신뿐이었기에.

그렇게 히라테 히카게 암살이라는 소동이 지난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머지않아 오와리오다 노부나가 휘하 세력권에서 병력이 끌어 모아졌다.

본디 일영이 원했던 1,500의 병력을 더불어 추가적으로 200의 아시가루가 증원되었다. 이번 일과 관련이 없으며 엎드리기로 결정한 일부 노신이 자진해서 병력을 낸 결과였다.

덕분에, 일영은 1,700의 병력과 더불어 니와 나가히데를 참모로 두고, 아케치 미쓰히데와 이츠키, 그리고 몇몇 이름 모를 사무라이들을 거닐고 기요스의 대로를 나섰다.

와아아아아아!

히카게!

대로에는 미리 오다 가문에게 언질을 받은 수많은 백성들이 그들을 반겼다. 그것이 본심이든, 아니면 억지로 하게 된 일이든 사기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기에 일영은 앞서 말에 타 걸으며 그들을 향해 일일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런 여유로운 모습은, 일전에 암살 시도와 맞물려 여러모로 그의 평판을 높이는 일이 되었다.

그때, 일영의 시선에 기요스의 정문 위에 서 있는 모리 요시나리와 오다 노부나가, 히라테 마사히데와 우에몬 등이 들어왔다.

그들은 모르겠으나, 일영은 이번 전투를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때문에, 그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가볍게 조아리며 속으로 다짐했다.

‘최대한 빠르게 스에모리까지 몰아붙인다.’

그렇기에 모리 요시나리를 놔두고 가는 것도 있었다. 혹시라도 이노에서의 전투가 길어지면 곧바로 별동대로 후방 지역을 타격하기 위해서.

물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전략이었지만 말이다. 일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몰아 기요스를 나섰다.

평원을 달린다.

아직 채 녹지 않은 땅을 디딘 말발굽에 얼어붙은 흙이 눌러 붙었다가 떨어지고, 말들을 뒤따르는 병력의 등에 달린 오다 가문의 가몬이 바람에 따라 흔들린다.

검은 진가사로 얼굴을 가린 병력들에겐 긴장감이, 일영의 검은 갑주 뒤를 따르는 사무라이들은 다가올 전운과 가문의 권력 구도를 계산한다.

제각기의 신념과 미래를 꿈꾸며, 그들은 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일영은 투구 너머로 서서히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암살이라.’

여태까지 의연하게 행동한 그였으나, 두렵지 않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일영은 태연한 척을 하는 것을 택한 것이다.

언젠가 스치듯 본 말이 떠올랐다.

강자에게 강한 이는 적지만, 약자에게 강한 이는 많다고.

만약 그가 암살에 격분하고 고슴도치처럼 사방에 날을 세웠다면 당장은 두려워할 것이다. 그러나 뒤에선 어떻게든 그 상태를 유지하고 나아가 정신적으로 무너트리고자 온갖 공격들이 성횡하리라.

그리고 그것에서 필연적으로 주위 사람들이 다칠테고 말이다.

문득, 손이 질척거렸다.

손을 내리자 땀이 흘렀고, 갑주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손은 심각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일영은 티나지 않게, 주변을 살피는 척을 하며 주위에 선 이들의 얼굴을 살폈다.

…다행히 들키진 않았나.

일영은 떨리는 오른손으로 복부를 짚어 떨림을 감춘 채, 묵묵히 말을 몰고 앞으로 향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다.

밤에는 니와 나가히데와 이츠키 등의 사무라이들과 막사 안에서 회의했고, 낮에는 이노로 진군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저 멀리 보이는 오다이 강 너머 이노. 아니 이노우하라??를 본 일영은 시선을 돌려 니와 나가히데에게 말했다.

“성을 구축하십시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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