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무라키토리데(???) 전투(5)
* * *
“히랴!”
일영이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말 위에 오르자, 그녀들은 곧바로 돌파를 시작했다.
물론 일영이 거의 탈진 직전인 만큼 요시나리도 최대한 조심히, 그가 다치지 않게 말을 몰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 리가 없었다.
“흐으압! 비켜!”
푸른 창이 길게 반원을 그리자 또 다른 목숨이 대지로 추락했지만, 정작 그러한 무용을 보인 요시나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하악…습.”
그녀의 배를 끌어안은 일영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평소라면 야릇하게 느껴졌을 그의 숨결은 고통을 애써 삼키는 게 뻔히 느껴질 정도로 가쁘게 내뱉어지고, 일영은 어떤 말도 없이 그저 몸을 기대고 있었다.
“시바타 공! 더 빨리!”
“아, 알겠습니다!”
바보라도 그가 상태가 좋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
때문에 요시나리가 외쳤고, 뒤늦게 일영의 상태를 파악한 시바타 가쓰이에 역시 말 고삐와 창대를 꽉쥔 채 이를 악물고 길을 열었다.
붉은 오니 가면을 쓴 시바타 가쓰이에.
푸른 창을 쥐고 무수한 궤적을 그리는 모리 요시나리.
일영은 점점 붕뜨는 정신을 애써 부여잡으며 두 여무장의 분투에 쓴웃음을 지었다.
‘둘 다 나보다 피로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텐데.’
당장 요시나리는 느끼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몸을 떨며 고통을 신음하는 일영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육신 역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시바타 가쓰이에도 마찬가지이리라.
‘내가 미쳤지.’
시바타 가쓰이에를 구하고, 이후 미친 듯이 싸울 때까진 불가항력이라도 치자.
그런데 요시나리가 그를 구원하러 왔을 때, 곧바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뭘까.
찰나의 순간 공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라도 들었나.
아니면, 이왕 하는 내기에서 이기고 싶었나.
어느 쪽이든 무모했다.
‘왜인지, 점점 감성적으로 되어가는 느낌이야.’
언젠가, 역사에 대해 읽고 여러 가지를 찾아보다가 전쟁의 흥분은 현대인에게 엄청난 쾌락으로 다가온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 열기가 식고,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만들었던 아드레날린이 가라앉자 그제야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다는 사실이 와닿기 시작했다.
“비켜! 비키란 말이다!”
미세하게 경련하는 요시나리의 몸.
히잉!
지친 몸을 이끌고, 주인의 운전에 따라 전장을 내달리는 말의 움직임.
툭, 투둑.
손으로 쥐고 있는 머리가 흔들려 허벅지에 부딪히는 감촉.
그 모든 것이 그가 서 있는 전장이라는 공간을 긍정한다.
“크읏.”
그때, 문득 아련한 고통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아까 대충 묶어놨던 천은 온데간데없고, 달리는 진동에 따라 핏물이 맺히는 팔이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슬슬 멍해진다 했더니, 빈혈이었나.’
싸우면서 상처가 터진 건가.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슬슬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일영은 쓰게 웃었다.
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를 대신해서 전장을 돌파하는 그녀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때문에 일영은 그저 요시나리의 등에 최대한 몸을 밀착하고, 혹여 정신을 잃더라도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강하게 그녀의 배를 끌어안았다.
“으아아!”
그런 일영의 상태를 눈치라도 챈 것일까.
요시나리는 괴성을 내지르며 더욱 속도를 높였고, 일영은 눈을 감았다.
*
“…영!”
귓가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울린다.
“일영!”
“히라테 공!”
머리가 텅빈 느낌이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애써 무시하며 눈을 뜨자, 곧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끄응….”
아드레날린은 최고의 진통제라고 했던가.
이왕 진통제 역할을 해줄 거라면 조금 더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슬슬 효과가 떨어진 모양이다.
“괘, 괜찮으십니까? 도련님?”
이츠키의 목소리에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전장은 벗어나 막사의 초입에 다다라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 내가 내려서….”
요시나리는 척 보기에도 상태가 좋지 않은 일영을 말에서 내려주기 위해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풀고 내렸다.
그러나 일영은 그녀를 기다리지 않고, 비틀거리는 몸을 애써 부여잡으며 뒤따라 말에서 뛰어내렸다.
“아…죽겠네.”
“기다리라니까!”
요시나리는 그런 일영이 답답하다는 듯 다가와 상태를 살피려 했다.
그러나 그때, 시바타 가쓰이에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일영의 팔을 응시하며 말했다.
“상처가 깊습니다.”
그녀의 말에 요시나리가 다급히 일영의 팔을 붙잡고 갑옷을 들추자, 곧 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깊게 파인 자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
“의원을 데려오겠습니다!”
당연히 요시나리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이츠키는 다급히 외치며 등을 돌렸다. 하지만 곧 이츠키는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됐어. 뭐 이거 가지고.”
너무나 태연한 일영의 목소리가 울렸다.
일영은 창백한 얼굴과 대비되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근처 막사를 조금 찢어 팔을 묶었다.
그리곤 벌써 눈물까지 맺힌 요시나리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괜찮아. 안 죽어.”
“그, 그래도.”
“일단 당주님만 뵈고, 바로 치료받으러 갈게.”
그렇게 말하며 일영은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런 그의 뒤로, 시바타 가쓰이에가 답지 않은 고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상처가 심해지면 팔을 잘라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치료를 먼저.”
“그래도.”
일영은 시바타 가쓰이에를 안심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때.
“너답지 않구나. 히카게.”
묘한 울림을 가진 한 여자의 목소리가 일영의 귀에 꽂혔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닌 노부나가였다.
“당주님을 뵙습니다.”
“당주님을 뵙습니다!”
자연히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녀에게 예를 표했다.
그러나 일영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금 전 자신이 부린 고집을 떠올리곤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안 하던 짓 하면 죽는다던데.’
피가 모자라서 잠깐 미쳤었나.
당연히 치료받는 게 옳은데 말이다.
일영이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게 서 있자, 노부나가는 그런 일영에게 성큼 다가와 손에 들린 수급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도리이 다다요시의 중신이구나. 꽤 만족스러운 목을 가져왔어,”
“도리이라면….”
도리이 다다요시. 미래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불리는 마츠다이라 가(家)의 어린 당주를 보살핀 가신이다.
나아가 현재 미카와에서 그나마 세력을 유지하는 가문 중 하나라는 말이고, 그 말은 일영의 손에 들린 수급이 가벼운 수급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노부나가의 등장으로 조금 정신을 차린 일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소 어딘가 모르게 그를 깔보거나, 배척하는 의도가 가득했던 주변의 시선은 조금이나마 바뀌어 있었다.
선봉이란 어떤 맹장도 쉽게 생환을 기약할 수 없는 자리다.
그런 곳에서 당당히, 적장의 수급까지 들고 온 일영을 그 누가 무시할 수 있을까.
펄럭.
오다 가문의 가몬이 그려진 깃발이 펄럭이고, 귓가에 전장의 함성이 울린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뒤이어, 전장에서 뛰어온 한 병사가 막사가 떠나가라 외쳤다.
“적이 퇴각합니다!”
“후속 부대를 남겼습니다!”
전투에서 이겼다.
그 한마디로 대변이 되는 말을 듣자, 일영은 그제야 모든 긴장을 풀고 씨익 웃었다.
그리곤 천천히 노부나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는 말했다.
“어찌, 이 정도면 만족하셨는지요.”
“흐음. 글쎄….”
일영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노부나가는 손에 든 조총을 잠시 쓸며 그를 내려보다가, 이내 천천히 몸을 숙인 채 그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솔직히, 완전히 만족했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이 정도면…일단은 합격이다. 히카게.”
“…그렇습니까.”
참, 바라는 것도 많은 여자다.
그래도 이게 노부나가 아니겠는가.
“상처가 가볍지 않으니, 일단 치료를….”
일영은 묘한 색기와 걱정이 공존하는 목소리로 속삭이는 그녀를 잠시 응시하다가, 이내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털썩.
“히, 히카게?”
일영의 몸이 서서히 기울었다.
*
일영이 다시금 눈을 떴을 땐, 무려 2주라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당연히 전투는 끝났고 오와리에도 시린 겨울이 찾아왔다.
하지만 겨울보다 더욱 시린 것은 막 자리에서 일어난 일영이 처한 현실이었다.
“괴사가 너무 심해서, 팔을 자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예?”
늙은 의원의 말에 일영은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의원은 그저 일영이 딱하다는 듯한 시선을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
“…허.”
그리고 그제야.
일영은 텅 빈 왼팔과 주변을 바라보곤 허탈하게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 아무도.
그래도 여전히 일영은 히라테 가(家)의 양자였다.
그렇기에 일영은 시녀들을 시켜 손 쉽게 술을 구할 수 있었고, 계속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을 술로 잊어갔다.
그리고 대충 한 달쯤 지났을까.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히라테 마사히데가 야심한 밤, 일영을 찾아왔다.
“야, 양부님.”
그날도 술에 취해있던 일영은 고통에 떨린 몸을 남은 오른팔로 끌어안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예의를 갖추려 했으나, 히라테 마사히데는 오래 끌 것도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내려보며 말했다.
“…당주님을 뵈었다.”
“다, 당주님?”
싸늘하다.
일영은 떨리는 눈으로 되물었고, 곧 돌아온 답은 그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너는 오늘부로, 내 양자가 아니다.”
“어, 어째서?”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 갑자기? 어째서?
그러나 그 순간.
“정녕 모르진 않을 텐데.”
히라테 마사히데는 너무나 무미건조한 눈으로 일영을, 정확히는 그의 잘린 왼팔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제야 일영은 허탈함에 웃음 지었고, 드르륵열린 문으로 일련의 사무라이들이 들어와 일영을 끌고 나갔다.
질질. 마치 쓰레기처럼 끌려나가는 기분은 비참했다.
총명했던 시야는 검게 죽었고, 이젠 없는 왼팔의 감촉이 느껴지며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 일영의 눈에 우에몬이 들어왔다.
“우, 우에몬!”
어린 나이에 맞지 않는 무표정.
늘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갈한 복장.
그 모습이 오늘따라 반가웠다.
하지만, 일영의 외침에 우에몬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아무런 것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아….”
일영이 손을 뻗었을 땐, 이미 그녀는 저 너머로 사라진 후였다.
철푸덕.
끼익탁.
그리고 일영이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땐, 사무라이들이 이미 그를 가문 밖으로 던지고 문을 닫은 후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야심한 밤.
일영은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노부나가에게 향했다.
‘내, 내겐 미래의 지식이 있어.’
히라테 마사히데는 어떨지 몰라도, 인재를 중요시하고 아끼는 그녀라면 몸을 의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것도 질 나쁜 장난일 지도 모른다.
노부나가는 장난기가 많지 않은가.
이대로 찾아가면 아마 그녀는 ‘성가신 사루같으니, 그래도 잘했다. 역시 내 가신이구나.’라고 말해주지 않을까.
그래도 생각보다 장난이 심했다.
그런 기대를 품고 나고야 성에서 그녀가 머무는 전각으로 향했다.
하지만, 일영의 기대는 채 10분을 가지 못하고 산산히 깨지고 말았으니.
“뭐야?”
“아, 당주님께서 말씀하신 외팔 원숭이구만.”
외팔 원숭이.
그 치욕스러운 별명을 들어버렸다.
그것도 노부나가가 아닌, 문을 지키는 문지기들에게 말이다.
“으아아아!”
“에이, 씨!”
참지 못하고 놈들에게 달려들었지만, 지독히도 몸을 갉아 먹는 환상통, 팔을 잃어 균형이 무너진 환자의 몸은 당주를 호위하는 사무라이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문지기라고 하나 이들은 엄연히 노부나가의 사무라이들. 어중이 떠중이들이 아니니까.
“쿨럭….”
덕분에 일영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몸 상태에 더불어 갈비뼈에 금까지 간 상태로 어스름한 밤 골목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쿨럭…크크. 씨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빌어먹을.
이 세계로 빙의한 거?
아니면, 노부나가를 선택한 거?
그것조차 아니라면, 전장에 나선 거?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망가졌는지 생각할 힘도 없었다.
오와리의 겨울은 추웠다.
살을 에는 추워는 잘린 팔을 스치며 고통을 증가시켰고, 금이 간 갈비뼈가 욱신거려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 지나가던 민가 너머로 젊은 남자 2명의 대화가 들려왔다.
“이츠키 알지?”
“이츠키? 아, 그 조선인이랑 친했던?”
“저번 전투에서 빠져나오질 못해서 이마가와 측에 붙잡혀 온갖 조리돌림을 겪다가 효수당했다던데.”
“허, 정말로?”
“그래. 어찌나 심한지 표현하기를 뼈에 살점이 붙어있는 수준이라더구만.”
그런가.
이츠키도 죽었나.
문득 창백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크으…끅끅.”
짐승처럼 울었다.
“크르륵…흐어륵….”
그리고 무작정 걸었다.
아무렇게나 발을 옮겼고, 살을 에는 추위를 애써 뚫으며 어떤 집 앞에 다다랐다.
‘더 움직일 힘이 없어.’
일영은 대문의 옆 담벼락에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이대로 죽는 건가.’
그러나 그때.
끼이익.
녹슨 경첩음과 함께 문이 열렸고, 일영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뭐야. 너였어?”
늘 다정하게, 때로는 귀엽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던 그녀의 목소리에 일영은 떨리는 시선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이 아닌, 싸늘한 표정을 한 요시나리였다.
“아…요, 요시나리.”
어째서 여기로 왔는진 모르겠지만, 일영은 여태까지 겪었던 설움을 모두 느끼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때.
요시나리는 일영이 뻗는 손을 뿌리치며 미간을 좁혔고, 곧 경멸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내려보며 말했다.
“불쾌한데, 죽을 거면 다른 곳에서 죽어줘. 당주님께서 괜한 오해를 할 수 있으니까.”
“…씨발?”
그리고 그제야 일영은 느꼈다.
요시나리가 저런 말을 할 리가 있나?
없다.
단연코 없다고 확신한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여태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곱씹었다.
하나하나 말이 되질 않는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아, 씨발. 꿈이네.’
그리고 그가 꿈임을 자각한 그 순간.
“끄응….”
일영은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일영의 왼팔에 약초를 짓이겨 바르던 늙은 의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막 자리에서 일어난 일영을 바라보다가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외쳤다.
드르륵!
“깨어나셨습니다!”
“뭐? 정말로?”
“일영!”
“도련님!”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익숙하고 다급한 외침을 들이며 일영은 상처를 입은 왼팔으로 시선을 내려 몇 번 쥐락펴락했다.
그리곤 곧 꽤나 크게 딱지가 진 상처를 제외하곤 전부 정상이라는 걸 깨닫고 피식 웃었다.
“하. 어이가 없네.”
정말 오랜만에 개꿈을 꿨다.
일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점점 모두의 목소리가 가까워지는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와 동시에
드드득!
“무, 문이?!”
“비켜라!”
“다, 다들 조금만 진정을…!”
일영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던 모두가 한 번에 방 안으로 들이닥치며, 문 하나가 그대로 박살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직관할 수 있었다.
“하핫…하하하.”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일영은.
안도와 미약한 행복함이 섞인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웃고 말았다.
일영이 쓰러진 지 대략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