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야외나 다름없는(1)
* * *
“안…아줘.”
막사 안으로 들어왔을 때까진 예상하진 못한, 그러나 진심이 느껴지는 요시나리의 부탁에 일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다가가 그녀를 부드럽게 안았다.
“…나 우는 거 아니야. 그냥 짜증나서 그래.”
그러자 요시나리는 기다렸다는 듯 일영의 가슴에 머리를 박으며 중얼거렸고, 일영은 그런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 알지.”
둘 다 약속이라도 한 듯 반말을 하고 있었지만,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좋았다.
요시나리는 약간 맺힌 눈물을 닦아내곤, 일영의 가슴에 여전히 얼굴을 박은 채 말했다.
“…짜증나. 짜증난다고.”
“그래. 미안해.”
“…너가 왜?”
“그냥.”
시답지 않은 대화가 오간다. 그러나 대화가 오갈수록 요시나리는 점점 기분이 풀어지는 걸 느끼며 눈을 감고 일영의 체취를 맡았다.
스읍, 후.
뭐랄까. 수컷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한편, 일영은 칭얼거리는 요시나리의 등을 가볍게 쓸으며 그녀를 내려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칭얼거리는 모습에 당황할 법도 하지만 당황보단 걱정이 먼저 되는 게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도 요시나리는 특별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노부나가가 곁에서 지켜보고 싶은 여자라면, 요시나리는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랄까. 그렇기에 일영은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사정을 몰랐으면 모를까. 이전 술자리에서 대충 들었던 그는 현재 요시나리가 느낄 무력감을 대략적으로나마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의미 없는 대화 소재조차 다 사라져가고, 어느새 그녀의 목소리도 누그러듦을 느낀 일영이 나지막이 물었다.
“이젠 좀 괜찮아졌어?”
곧바로 답이 들려오진 않았다. 그러나 곧 요시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그 모습에 일영은 문득 웃음짓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부터 느끼는데, 여러모로 서툰 여자다.
전장에선 시바타 가쓰이에 못지않게 날뛰고, 술은 항아리 채로 마실 것 같이 행동하면서도 주량은 쓰레기. 거기에 은근히 마음이 여리기까지.
때문에, 그녀에게 유독 편안함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일영은 진정이 끝난 요시나리의 어깨를 잡아 부드럽게 밀어내곤 눈을 맞추고 물었다.
“그럼, 쉬고 있어. 난 나가볼게.”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게 부끄러울 텐데, 눈치있게 나가줘야지. 일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자, 잠깐.”
“응?”
뒤에서 들려오는 요시나리의 목소리가 발목을 잡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일영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따로 할 말이 있나?
아니면 고민상담 비스무리한 거라도 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되물었으나, 요시나리는 곧바로 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몇 번 입술을 뻐끔거렸다. 그리곤 일영이 뭐라 되묻기 전에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지마.”
“응? 뭐라고?”
“가, 가지마….”
가지마. 그 말의 뜻을 이해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에 대한 이유를 묻기도 전에 요시나리는 횡설수설을 시작했다.
“그, 그게. 혼자 있으면 무섭기도 하고…어차피 전투는 내일쯤에서나 할거고…그러니까….”
일영이 모솔아다도 아니고, 붉게 물든 얼굴로 횡설수설하는 여자가 혼자 두지 말라는 게 무슨 뜻인지 눈치를 못 챌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일영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막사의 형태.
‘…여기서?’
보통 생각하는 막사와는 달리, 일본 전국시대의 막사는 일종의 가림막 정도 수준이다. 대충 모습을 가려주긴 해도 소리까지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거다.
즉, 야외 섹스나 다름이 없다.
때문에 일영은 당황하며 그녀를 바라보았으나, 요시라니 역시 당황스럽긴 매한가지였다.
‘미, 미쳤나 봐!’
아무래도 미친 게 분명했다. 아니. 사이토 도산의 명령을 받은 안도 모리나리가 자신에게 음란한 귀신이라도 붙인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말을 맨정신에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나 곧 요시나리는 깔끔하게 현실 도피를 포기했다. 그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사실 원인을 알고 있긴 했다.
일영과 미친듯한 성교로 첫 경험을 뗀 그녀는, 요새 목욕할 때마다 자위할 정도로 욕구 불만에 시달리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벽 역할을 하는 게 빈약한 천이고 나발이고 일영과 단둘이 있을 수 있게 되자, 저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일영은 그녀에게 성큼 다가와 그녀의 앞에 섰다.
“그, 그러니까. 내 말은….”
자연히 실수했다고 생각한 요시나리가 어떻게든 수습을 하고자 변명을 입에 담으려던 그때. 일영은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아….”
순간, 일영과 눈이 마주친 요시나리는 가뜩이나 붉고 뜨거워진 얼굴이 더 심해진 것을 느끼며 어버버거렸다. 그러자 일영은 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쪽.
가벼운 버드 키스의 짜릿함이 요시나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허나 일영은 되려 짓궂은 웃음을 흘리며 가볍게 속삭였다.
“괜찮아. 우리 둘 밖에 없잖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요시나리 역시, 이성을 잡던 마지막 끈이 끊어지는 걸 느끼며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게…자, 자꾸만…하고 싶어서…자위도…몇 번이나…해봤는데…만족이….”
“만족이 안되서?”
“그러니까…만족이 안 돼서….”
요시나리는 더는 말을 내뱉지 못하고, 애가 타는 눈으로 일영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일영은 장난기가 꽤 넘친다는 사실이었다.
일영은 어느새 그녀의 앞에 가볍게 쭈그려 앉아 시선을 맞추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거칠어진 숨을 내뱉는 그녀의 입술을 번갈아 응시하며 피식 웃었다.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 내가 해결을 해주지. 요시나리.”
“우…으읏?”
손을 뻗어 얼굴에 붙은 회색 머리카락을 떼어내고, 가볍게 그녀의 귓가를 쓸었다. 그러자 요시나리는 마치 전기충격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부르르 몸을 떨고 고개를 푸욱 숙였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일영은 그녀를 재촉하지 않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을 잡았고, 요시나리는 겨우 입을 떼어내 마침내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었다.
“너랑…그때처럼…하고 싶어….”
그리고 그 순간.
일영은 곧바로 그녀의 회색 머리에 손을 올려 마치 강아지를 다정하게 쓰다듬듯 손을 흔들고 말했다.
“잘했어. 요시나리.”
츄릅.
“웁!”
일영의 입술이 비스듬이 그녀의 입술을 덮는다. 처음은 부드럽게 버드 키스로 입술을 적신다. 그리고 혀로 가볍게 이빨을 훑고, 곧 서서히 열리는 그녀의 입술 안으로 부드럽게 말려들어간다.
붉은, 옅은 핑크빛이 도는 살덩이 두 개가 검은 공간 안에서 서로의 타액을 포식하듯 얽힌다. 가드란 한 이빨에 스치고, 도톰한 입술이 서로를 느끼는 열락이 지속된다.
“하아….”
“습.”
곧, 두 남녀의 입술이 떨어지자 거미줄같이 얕은 실선이 갈라져 허공에서 둘을 잇다 떨어진다. 일영은 입가에 묻은 그녀의 타액을 혀로 가볍게 훑고는 씨익 웃었다.
“늘었네. 요시나리.”
“뭐, 뭐래….”
그녀는 이런 대화 자체가 부끄러운 듯 다시 시선을 피하려고 했으나, 이번엔 일영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갑옷을 연결하는 끈들을 가볍게 풀어버리곤, 옷을 벗었다.
이미 달아오른 순간, 야외에 가까운 장소라는 건 일영에게 꼴리는 상황.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으으.”
그러자 되려 당황한 것은 요시나리였다. 그녀는 밤이 아닌 낮에 보게 된 일영의 나신에 당황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곧 실눈을 떠서 확인한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저렇게 큰게 내 안에…!’
과연, 고작 손가락 따위로는 감흥이 없을만도 했다. 일영의 자지는 현대의 평균에 비해서도 훨씬 위를 웃도는 것이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입으로 해볼래?”
“이, 입으로?”
덕분에 요시나리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런 걸 입에 물면 턱이 빠지는 거 아닐까? 아니. 분명히 빠질거야.
그러나 고민하는 이성과 달리, 입은 천천히 일영의 자지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곧 자지의 끝에 가볍게 입을 맞춘 요시나리는 묘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하핫….”
일영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거유의 미녀가 자지에 키스하고 경계하듯 물러서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귀엽다고 느낄 것이다.
“……후우.”
그런 웃음이 그녀를 자극한 것일까. 요시나리는 눈을 고양이처럼 치켜 세우고 일영을 노려보다가, 곧 눈꼬리를 올리며 작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곧.
“우으엡….”
야릇한 소리가 막사 안에 울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