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되었다-24화 (24/171)

〈 24화 〉 그를 생각하는 밤

* * *

“이쪽입니다. 오라버니.”

히라테 마사히데는 우에몬에게 일영의 거처로 안내할 것을 맡기고 사라졌다. 물론 그가 직접 안내를 자처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란 것을 잘 아는 일영은 별다른 생각 없이 우에몬의 뒤를 따르며 두 번째 보는 저택을 살폈다.

‘히라테 마사히데와 닮았네.’

저택에 대한 일영의 감상이었다. 저택은 꽤나 컸으나 허영심이 보이지 않았고, 그저 묵직한 느낌을 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젠 양부가 된 히라테 마사히데와 닮아있었다.

‘뭐, 기분 탓이려나.’

그런 생각을 하는 일영의 귀로 우에몬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곳이 앞으로 오라버니께서 머무실 거처입니다. 그럼.”

우에몬은 그렇게 말하고 가볍게 묵례 후 몸을 돌렸다. 자로 대고 자른 듯 정갈한 검은 단발이 부드럽게 흩날리는 모습은 고고한 그녀의 이미지에 퍽 어울렸다.

“우에몬.”

“…예?”

일영은 그런 우에몬을 불러 세웠다. 그러자 곧바로 거처로 돌아가려던 우에몬은 무표정을 고수한 상태로 고개를 돌려 일영을 바라보며 되물었고, 일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안내해줘서.”

“…당연한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럼.”

잠시 입을 오물거리던 우에몬은 어딘가 어색하게 답하곤 떠났고, 일영은 그런 우에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태연한 웃음을 흘렸다.

“…여동생.”

객관적으로 우에몬은 귀엽다. 때문에 평소에도 여동생을 원했던 일영에게 우에몬의 존재는 당황스러울 뿐, 꺼려지는 존재는 절대 아니었다.

물론, 애교를 부리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중얼거린 일영은 고개를 숙이며 문을 열고 있는 시종을 지나 거처로 들어섰다.

“흐암.”

아무래도, 내일은 늦잠을 잘 것 같았다.

**

그 시각.

일영이 듣지 못하는 드높은 성 위에서 그의 이름이 나지막이 울렸다.

“백일영.”

아니.

“히라테 히카게.”

조선에서 온 낭인. 쓸데없이 반반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원숭이라는 별명을 붙이니 은근히 미간을 좁히는 건방진 놈.

그리고.

“흥미로운 녀석.”

나고야 성의 가장 드높은 방의 중앙. 진열된 수많은 도검을 등진 채로 노부나가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분홍빛 입술이 위아래로 열리고, 닫힐 때마다 미약한. 그러나 달콤한 술내음이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달이 밝군.”

문득, 그녀의 시선은 거대한 창문. 그 너머에서 고고히 지상을 비추는 잿빛 달에 닿았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저 크고 잔잔한 달은 어찌 저리도 높이 날아 밤의 어둠을 조금이나마 걷어주는 것일까.

노부나가는 손끝에 걸려 쓰러질 듯 휘청거리는 호리병을 집어 입가로 가져댔고, 곧 작은 균열처럼 열린 그녀의 입안으로 미지근한 술이 부드럽게 흘러 들어갔다.

미지근한 술은 식도를 지나며 점점 뜨거워졌고, 곧 그녀의 육신을 조금 더 데웠다. 그녀는 팔꿈치 즈음에 걸친 옷을 조금 더 내리며 다시금 당돌한 조선 놈에 대해 생각을 이어갔다.

‘조선의 첩자일지도 모릅니다. 혹 아니라고 하여도 수상한 점이 많습니다.’

대부이자, 유일하게 온전히 믿고 존중하는 히라테 마사히데가 그녀에게 한 말이었다. 그리고 머잖아 일영이라는 놈이 은근히 흘린 말이 현실이 되었을 때 실로 오랜만에 흥미를 느꼈다.

실제로 시바 가문의 버러지는 투서를 보냈고, 그것은 꽤나 신선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일영을 불렀다.

그를 기다릴 때 무슨 감정이었을까. 그래. 그것은 단순한 흥미. 그 이상을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의외로 바뀌었다.

어떻게 시바 가문이 투서를 전할 것을 알았냐는 말에 일영은 답했다.

‘현재의 시바 가문은 과거의 위세를 모두 잃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모반을 돕는다고 해도 큰 공을 세우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 비록 전대의 당주께서 몰락의 시초를 가져왔다 하더라도 그들이 다시 권력에 가까워지기 위해선 보다 확실한 공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예. 굳이 예시를 들자면….’

‘반란을 미리 현재의 권력자에게 알리는 것 정도겠죠.’

일영의 말은 심증이나 추측이 많았으나 내심 대부님과 자신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고, 실제로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지 않은가.

때문에, 그녀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하지?’

그녀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일영은 답했다.

‘간단합니다. 노부토모를 정리하면 노부유키는 몸을 굽힐 겁니다. 그 사이 ‘미노’와의 관계를 재정립한 후, 노부유키를 굴복시키면 됩니다.’

그리고 그의 말에 마사히데와 노부나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노와의 관계 정립.’

현재 미노의 사이토 가(家)와 오와리의 오다 가(家)는 꽤나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물론 일영은 사정을 다 알지 못한 채 단순히 조총의 수입에 대해서 말한 것이었지만.

“살무사는 곧 죽는다. 그 전에 어떻게든 키쵸. 그 계집을 오와리로 데려와야 한다. 그것이 지난 세이토쿠지에서의 약속.”

기름 장수로 시작해 나라를 훔친 늙고 노쇠한 살무사는 장성한 딸에게 밀려 천천히 권력을 잃고 있었다.

그는 두려운 것이다. 직접 쫓아낸 도키 요리아키의 자식이라는 풍문이 도는 요시타쓰가 가독을 물려받으면 그가 제일 아꼈던 딸을 어찌할지는 바보도 알 수 있으리라.

“미노(みの)에서 온 아가씨(ひめ). 노히메(のひめ)인가.”

참으로 얄궂은 일이다. 히메(ひめ : 아가씨)라는 말이 의미가 없어진 난세가 아닌가. 당장 히메 출신 다이묘들이 이 열도에 얼마나 많을까.

노부나가는 스스로도 자조적인 농담을 중얼거리며 술을 비운다. 사이토 요시타쓰. 그 광기어린 미친년을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벌써 그 미친년이 날뛰는 모습이 기대되는데. 후후….”

노부토모의 목을 베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휘하의 인자(?者, にんじゃ : 닌자)를 보내놓았다. 그들은 오다 가문과 관계가 깊은 이코마 가문 상단과 함께 키쵸라는 계집을 안전히 오와리로 데려오겠지.

그 때문에 수족과도 같은 타키가와가 잠시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딱히. 상관은 없겠지.”

모든 인자를 데려간 것도 아니고, 그녀를 호위할 최소한의 수는 남겨 놓았다. 거기에 당분간 노부유키는 침묵할 수밖에 없을 터.

지금 미노의 일보다 신경 쓰이는 일은 많았다.

스루가 국의 이마가와 가문이 심상치 않은 건 늘 있는 일이었지만, 특히 기요스 성 전투에 파견되어 모든 전투를 기록한 정보가 전해졌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3단 철포 사격. 그것을 실제로 사용하다니.”

그녀 역시 개념을 구상하고 실제로 시도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헌데 조총에 익숙하지 않을 조선의 낭인은 조총을 보자 당연하다는 듯 그것을 시도했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원래 그녀는 조총수 1명당 1명의 방패수와 2명의 활잡이를 붙여 보완할 생각이었고, 전장에서 3열이 조총을 쏘지 못하고 방패수가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녀의 방식이 조금 더 나았다.

다만, 놀란 것은 일영은 다른 이들과 달리 낮은 장전 속도를 체계화된 사격 순서로 보완하고자 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과 완전히 같지 않은가.

“흥미…아니. 이건 흥미가 아닌가.”

노부나가는 이제 거의 다 비워져 바닥 즈음에서 찰랑거리는 호리병 안의 술을 완전히 비우며 중얼거렸다.

이건 흥미 따위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무언가가 그녀를 끌리도록 만들었다.

때문에 노부나가는 일영. 이제는 히카게가 된 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고 보면 알 일이지.”

급할 이유가 없다. 일영은 히라테 가(家)의 양자가 되었고, 그것은 곧 자신의 가신이 되었다는 뜻이다. 만약 그가 무언가 있다면 저절로 눈에 들어올 것이다. 왜냐하면.

“두각을 드러내기에 너무도 좋은 세상이니까.”

난세(世)란 그런 것이다.

능력 있는 이가 숨어지내는 것이 더 어려운 게 난세다.

그녀는 더 깊은 생각으로 이어가지 않고, 그저 나지막이 시구를 읊었다.

“인간 세상 오십 년….”

그것은 언젠가.

“천상(?上)의 하천(下?)에 비하면 덧없는 꿈과 같을진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던 시구였다.

*

“소가주님. 같이 밥이나 드시러 나가시렵니까.”

“그래.”

시간은 때때로 빠르게 흐른다. 어느 순간은 길고 단편적으로 느껴지지만, 그것이 이어진 것을 눈치챌 때면 순간은 과거가 되어버린다.

‘벌써 일주일인가.’

일영은 공손하지만, 묘한 장난기를 섞으며 말하는 사무라이와 함께 나서며 하품했다. 그러자 사무라이는 스스럼없이 일영의 옆구리를 찌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밥 먹고, 소화 시킬겸 같이 유곽이라도 가지요. 조선 도련님. 또 제가 기가 막힌 곳으로….”

“깝친다.”

일영은 가볍게 사무라이, 아니 이츠키의 말을 씹어버리고 볼을 긁적였다. 그러자 이츠키는 게슴츠레 눈을 뜨고 말했다.

“쳇. 고자 녀석.”

이츠키는 일영. 이제는 히카게가 된 그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정체를 모르겠다고 해야하려나?

출신은 조선인.

그런데 왜(일본)어는 왜인이라고 볼 정도로 능숙하며, 검술 실력 또한 전장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을 정도는 된다.

‘거기에 외모는?’

솔직히, 같은 남자끼리 외모로 품평하는 것도 역겨운 일이지만 짜증날 정도로 반반하게 생겼다. 그렇다고 기생오라비 느낌도 아닌 것이 체구가 크지 않은가.

거기에 능력까지 인정 받아서 히라테 공의 양자로….

“…퉤. 죽어버려.”

갑자기 짜증이 났다. 이츠키는 늘 헤실거리던 얼굴을 찡그리며 건방지게 침을 뱉었다.

“흐암. 너나 죽어. 이츠키.”

하지만 일영은 또 다시 가벼운 하품을 내뱉으며 가볍게 이츠키의 말을 무시했다. 그러나 이츠키 역시 진심이 아니었기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풀고 그의 곁에 앉았다.

“그보다, 소식은 들었냐?”

“무슨 소식? 기요스 성으로 이주하는 거?”

그건 소식을 듣고 말고가 없었다. 기요스 성을 점령한 노부나가는 곧 그곳으로 거처를 옮기니까 말이다. 그러나 일영의 예상과는 달리 이츠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거 말고. 이마가와 말이야.”

“아.”

그제야 일영은 머잖아 벌어질 무라키토리데(???) 전투를 떠올리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벌써 그렇게 됐나.”

“응?”

“아니야. 그래서?”

이츠키를 휘하로 들인 이유는 이 세계에서 ‘친구’로 부를까 고민 정도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 그밖에 없다는 점 때문도 있었지만, 이츠키가 발이 넓다는 점도 있었다.

그는 하급 사무라이치고 아는 사람이 많아서 소문이나 여러 가지 소식을 들을 때 유용했다. 물론 가져오는 소식 중 태반은 어느 유녀가 그렇게 잘한다더라, 혹은 어느 집 여식이 예쁘다는 게 많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아예 개소리만 늘어놓는 것도 아니었다. 이츠키는 잠시 주변을 살피고 일영에게 작게 속삭였다.

“원래 겨울에는 전쟁을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잖아? 사실 못하는 거에 가깝긴 하지만…그래서 그런지 큰 전투까지는 아닐 거라 예측 하더라고.”

“…간을 본다는 건가.”

“바로 그거지.”

이마가와 가문은 늘 오다 가문을 노려왔다. 그것은 일종의 강박에 가까웠다.

‘교토로 가기 위해선, 오와리를 삼켜야 한다는 강박이지.’

실제로 이마가와 가문이 교토로 진군하기 위해서 오와리를 삼키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 거기에 현재 오다 가문의 불화를 모를 리가 없으니 적기라고 생각이 들겠지.

‘뭐, 벌써 걱정할 필요는 없나.’

적어도 오케하자마(おけはざま)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진 이마가와 가문보다 노부유키를 신경 쓰는 편이 낫다.

“야.”

그때, 일영의 눈에 한 사내가 들어오자 곧바로 멈춰선 일영은 그를 불러 세웠다.

그러자 곧바로 뒤돌아 자리를 피하려던 남자는 똥을 넘어 설사를 씹어 삼킨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고, 일영은 피식 웃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잘 지냈냐. 히데요시.”

“…이름으로…부르지 마십시오.”

까드득.

히데요시는 이전처럼 일영을 조센징이라고 부르지 못했고, 하대나 평대가 아닌 존대를 붙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적잖이 수치스러워 히데요시는 이빨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럼 뭘로 불러줄까. 하시바 히데요시? 기노시타 토키치로?”

“…….”

모두 히데요시가 거쳐온 이름이다. 일영의 입에서 나올 정도로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히데요시는 마땅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어째서…어째서 저런 버러지가…히라테 그 늙은이에게!’

같은 하급 무사 때 저런 모욕을 들었다면, 해고되는 걸 감수하더라도 일영을 베었을 것이다. 그러나 놈은 지금 ‘조선 출신 낭인 백일영’이 아닌 ‘히라테 가(家)의 양자이자 소가주인 히라테 히카게’가 되었다.

“이만…가보겠습니다….”

때문에, 히데요시는 몰려오는 짙은 모멸감과 패배감, 살의를 억지로 누르고 누른 후 일영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사라졌다.

그런 히데요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일영은 내심 의외라는 시선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원숭이, 대머리 쥐라고 불리면서 평생을 엎드린 끝에 일본을 통일한 놈이라 이건가.’

친하지 않은 데 이름을 부르는 것은 큰 결례다. 거기에 가뜩이나 일영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히데요시는 더 큰 모멸감을 느낄 터. 일영은 그것을 노리고 일부러 그를 자극한 것이지만 히데요시는 걸려들지 않았다.

‘물론, 거기서 멈추라고 하고 더 건드릴 수는 있었지만….’

일영은 은연중에 몰리는 시선을 느끼며 이츠키와 함께 태연하게 앞으로 걸었다. 그에게 쏠리는 시선은 완전한 적의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호의도 아니었다.

히라테 가의 장자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

그러나 조선 출신에 대한 미묘한 멸시.

여러 가지가 복합된 시선이 은연중에 꽂혔다가 사라진다. 한마디로 보는 눈이 많다는 거다.

‘괜히 추문에 휩싸일 필요는 없지.’

인간이라는 족속은 기본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을 보면 동정하게 된다. 약자가 반드시 선한 것이 아닐진 대도 말이다. 때문에 일영은 가벼운 도발만을 던지고 그를 순순히 보내준 것이다.

어차피.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자. 괜한 감정낭비 말고 밥이나 먹죠. 도련님.”

그때, 이츠키가 너스레를 떨며 일영을 이끌고 식당 안으로 향했다. 잠시 이츠키를 바라보던 일영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래. 가자.”

**

이츠키가 일영을 데려간 식당의 식사는 꽤 훌륭했다. 아무래도 항구를 끼고 있는 오와리의 지리적 특성상 생선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영은 꽤 오랜만에 고기를 입에 넣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채식을 좋아하니….’

육식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쌀 문화권이라 그런지 왜의 사람들은 채소를 주 반찬으로 한 식사를 자주했다. 오죽하면 이후 근대화 이후에도 육식을 도입하는 데에 애를 먹었다고 할까.

“흐암.”

밥을 먹고 돌아가는 길은 식당으로 갈 때보다 몇 번이나 더 하품을 했다. 기본적으로 잠이 많은 성격인데, 밥까지 먹으니 노곤한 기운이 올라온 탓이다.

‘돌아가서 낮잠 좀 잔 후에, 이츠키랑 대련이나….’

이츠키는 가벼운 성격에 비해 꽤나 검을 잘 썼다. 그러니 소화도 할 겸….

그때.

“소가주 님!”

일영의 귀에 묘하게 익숙한 외침이 울렸다. 고개를 들자 저 멀리서 히라테 가(家)의 노복이 뛰어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잡힌다.

“음.”

순간 일영과 이츠키의 눈이 마주쳤으나, 곧 노복이 도착하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렇게 급하게 부르는 거지?”

식사하러 나간 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굳이 거의 다 도착한 시점에서 달려 나올 이유가 있나?

그러나 그런 의문은, 곧 노복의 입에서 나온 말이 해소해주었다.

“가주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소가주님.”

다름 아닌.

히라테 마사히데의 호출이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