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되었다-23화 (23/171)

〈 23화 〉 그가 보고싶은 밤

* * *

“오셨습니까. 가주님.”

“으응.”

시종들은 막 저택 안으로 들어온 요시나리에게 고개를 조아렸고, 그녀는 가볍게 시종들의 인사를 받아넘기며 방으로 향했다.

“흐아. 피곤하다….”

마침내 온전한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온 그녀는 갑옷을 채 벗지도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온갖 중신들이 넘쳐나는 연회장으로 끌려가 여태까지 있었으니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치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씻어야지.”

하지만 곧 요시나리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갑옷을 입고 잘 수도 없을뿐더러 전장에서 돌아와서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연회에 참여한 만큼 온몸이 찝찝했던 것이다.

“끙차.”

철커럭철커럭.

그녀는 곧바로 어깨와 옆구리 등에 고정한 끈을 풀고 갑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교적 풀기 쉬운 어깨나 옆구리와는 달리 가슴 부분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끄응…으응…차.”

이유는 다름이 아닌 압도적인 폭유.

거의 수박 2개를 달고 다니는 듯한 크기 때문에 갑옷은 쉬이 벗겨지지 않았다. 그렇게 5분여를 씨름하고 나서야 겨우 갑옷을 벗은 그녀는 땀에 전 앞머리를 쓸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더워.”

그래도 오늘은 꽤나 빠른 편이었다. 요시나리는 그것에 만족하며 말의 꼬리처럼 묶은 머리를 풀고는 간단한 옷을 걸치고 문을 열었고, 시종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욕탕을 준비했습니다. 가주님.”

“고마워.”

비록 시간은 늦었으나 하루의 모든 일과를 끝내고 하는 목욕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적당히 데워진 물에 몸을 담그고 여유를 즐기면 얼마나 행복한데.

“읏.”

그때, 복도 끝에서 미약하게 불어온 한기가 요시나리를 스쳤다.

“날이 추워 물을 조금 더 뜨겁게 데웠습니다. 혹 너무 뜨거우시면 말씀하세요. 가주님.”

“응. 알겠어.”

요시나리는 그렇게 답하곤 종종걸음으로 욕탕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 여 시종은 마치 귀여운 동생을 바라보듯 싱긋 웃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참, 귀여우시다니까.”

**

“하아….”

요시나리는 욕탕의 문을 열자 느껴지는 미약한 한기에 나지막이 숨을 내뱉었다. 얇은 옷을 하나 걸친 수준이었기에 입김이 나왔으나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흠흠.”

되려 그녀는 걸치고 있던 옷을 대충 벗어 벽에 건 후, 욕탕의 중앙에 놓인 꽤 커다란 나무 욕조로 향했다.

가주인 그녀가 목욕을 즐기기 때문에, 모리 가(家)의 욕탕은 어지간한 교토의 그것과 비견될 정도로 깔끔하고 정갈한 편이었다.

가운데 놓인 나무 욕탕에 적절히 받아진 물과 잔잔하게 올라오는 수증기. 거기에 꽃잎을 띄워 올라오는 잔향은 그녀의 하루 피로를 날려주기에 아주 충분했다.

“흐으.”

그녀는 옅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천천히 탕에 발을 담갔다. 곧 차가운 발가락을 뜨거운 물이 감싸자 저릿한 감각과 함께 몸이 부르르 떨리며 몸의 긴장이 서서히 풀어졌다.

“흐….”

그녀는 남들이 보았다면 꼴릴 정도로 야릇한 비음을 흘리며 천천히 욕탕 안으로 몸을 완전히 집어넣었고, 갸름한 턱선을 경계로 물이 찰랑거리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흐아…좋다아.”

뜨거운 물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녀의 몸 곳곳을 스치고, 감싼다. 마치 투명한 이불을 덮은 듯한 감각을 요시나리는 볼에 홍조까지 띄우며 즐겼다.

그렇게 얼마나 욕탕의 온기를 즐겼을까.

고요한 밤의 정적 사이로 간간이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물의 찰랑거림은 상념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이번 일로 오와리에 확실히 자리를 잡았어.’

물론 이전에도 당주인 노부나가에게 인정을 못 받은 것은 아니었으나, 사이토 가문이 먹은 미노에서 도망쳐 왔기에 입지가 조금은 모자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노부토모를 베고 기요스 성을 차지함으로써 노부나가에 대한 충성심은 물론이거니와 가문의 봉토 역시 2배나 가깝게 늘어나지 않았는가.

‘다 잘 풀리고 있어. 이렇게만 하면 언젠가….’

오다 가문의 중신이 되어 훗날 복수를 마칠 수 있으리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녀는 문득 한 남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백일영. 이제는 히라테 히카게.’

그 남자는 대체 뭘까.

불과 2달 전에 오와리에 도착했다고 들었는데, 그 사이에 그는 히라테 가의 양자가 되었다.

‘그것도 첩자로 의심하던 히라테 공께서.’

그것은 아마도 그를 진심으로 인정했다는 뜻이겠지. 그렇지 않다면 히라테 공이 그를 양자로 들일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솔직히. 대단하긴 해.’

만약 자신이 그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그토록 추진력과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을까. 요시나리는 고개를 저었다.

수없이 많은 참상과 사람을 보았으나, 그 남자와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거기에 그는 자신이 온전히 받을 수 있던 봉토를 거절하고, 그녀에게 양보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과연 다른 이들에게 가능한 행동일까.

머리도 좋고, 검술도 꽤 하며, 자상하고, 잘생겼고, 또 절륜….

“으, 으아!”

요시나리는 감당할 수 없는 곳까지 뻗어가는 생각의 전개를 억지로 끊어내려 다급히 뜨거운 물에 얼굴을 담갔다. 그러자 숨이 막혀오며 회색 머리카락이 수면 위로 나풀거리긴 했으나 잠깐이지만 생각을 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푸하아!”

곧 수면 위로 고개를 치켜든 그녀의 생각은 다시금 전개되어 결국 ‘그날 밤’을 떠올리게 하고 말았다.

서로가 술에 취해 창밖에서 비추는 달빛을 조명 삼아 마치 짐승처럼 서로의 몸을 탐했던, 그날 밤의 기억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자극적임과 동시에 설레는 순간이었다.

‘…이, 인정하긴 싫지만.’

아무리 처녀라도 직감이라는 게 있다.

일영의 밤기술은 수준급이었다. 그것이 단순히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처녀의 민감한 몸이 그렇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으….”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동시에 그날 밤의 쾌락과 열락을 재현하듯 아랫배와 그 아래의 둔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흐읏.”

자신도 모르게 손을 보지로 가져가 쓸자, 그 자극에 허리가 조금 들썩였다. 그와 동시에 가슴이 흔들리며 수면 위로 두 개의 커다란 원이 나타났다가 가장자리로 사라진다.

“…자위. 해볼까.”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으나 그만큼 요시나리가 발정상태에 가까워진 반증이기도 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수면 아래로 내려 앙다물어진 핑크빛 굴곡을 쓸었다.

뜨거운 물이 손가락을 따라 함께 쓸려 저릿한 건지, 아니면 몸이 달아올라 그런 건지 판단할 수는 없었으나 확실한 건 그녀는 지금 달아오른 상태였다.

‘언제가 마지막 자위였더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늘 가문의 무게감에 쫓겨 사느라 그런 사소한 열락 따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거기에 성욕도 없는 편이라 생각했다.

애초에 아이를 낳는 것은 그저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일영과의 밤을 보내자 모두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그가 선사한 육체의 쾌락은 몸을 녹아내리게 하기에 충분했고, 다정한 손길과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녀를 장수가 아닌 여자로 돌려놓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떄문에, 그녀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슬슬 버끔거리는 보지에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밀어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뜨거운 물과 애액이 섞이고 곧 그녀의 손가락은 보지에 게걸스럽게 삼켜지듯 질벽을 따라 빨려들어간다.

“흐…!”

좁고 뜨거운 질벽에 손가락이 들어가자 요시나리는 척추를 따라 흐르는 쾌락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찔걱. 찔꺽.

“흐읏…흐응….”

커다란 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부끄럽다는 듯 끌어모은 허벅지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보지를 쑤시는 그녀의 모습은 천박했으나, 동시에 야릇하며 아름다웠다.

발정 난 짐승처럼 한참을 보지를 쑤신다. 어느새 좁게 끌어모았던 허벅지는 좌우로 벌어지고 얼굴과 머리에는 쾌락으로 젖어버린 땀이 흥건했다. 그러나 한참을 쑤시던 요시나리는 곧 열띤 숨을 내뱉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부족해.”

부족하다. 한참은 부족하다.

처음 쾌락에 절어있을 땐 손가락으로 충분히 절정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정작 절정은커녕 그 언저리도 다다를 수 없었다.

그저 낮은 쾌락을 유지만 하듯, 어느 선 이상 넘어가지 못하는 그 감각에 요시나리는 천천히 손을 떼어내며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푹 숙였다.

“보고싶다….”

그가 보고 싶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요시나리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감정에 그저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의 곁으로.

이젠 서서히 식어가는 욕탕의 물이 부질없이 찰랑거릴 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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