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모리 요시나리(4)
* * *
“…자, 자지…넣어줘. 내…보, 보지에….”
요시나리의 말과 함께, 일순간 구름에 가렸던 달빛이 다시금 부드럽게 둘을 감쌌다. 그러나 일영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요시나리의 귀를 살짝 깨물고 속삭였다.
“다시.”
“…너.”
당연히 요시나리는 치사량에 가까운 부끄러움에 그를 원망스럽다는 듯 바라보았고, 그제야 일영은 장난을 멈추고 요시나리의 탐스러운 입술에 입을 맞췄다.
츄읍.
다시금 농밀한, 한층 더 야릇해진 키스가 오간다. 이미 둘은 서로의 타액과 자신의 타액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입을 맞춘 후였다. 바싹 마른 입술을 다시금 상대의 타액으로 적신다.
“…하아. 하아.”
핥짝.
이윽고 둘의 입술이 다시금 떼어지고, 일영은 뜨거운 숨을 헐떡이며 애타게 바라보는 요시나리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쓸었다.
“흐응…하아….”
귓가에 칭얼거림처럼 들려오는 그녀의 미약한 신음을 즐기며, 서서히 복부에 손을 얹고 가볍게 터치한다.
소중한 그녀의 계곡으로 향하는 길처럼 늘어진 치골의 윤곽이 손에 잡힌다. 일영은 여전히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주무르며 뱀처럼 그녀의 치골을 따라 서서히 손을 내렸고, 이윽고 일영의 손에 부드러운 털이 잡혔다.
“흐읏…?!”
아무래도 주기적으로 제모를 하는지, 보기 좋게 정리된 것이 손길만으로도 느껴진다. 하지만 일영은 굳이 고개를 내려 직접 확인까지 한 후에 키득 웃으며 속삭였다.
“설마 했는데, 아래도 회색이네.”
“…최악…흐에으앗….”
짓궂은 일영의 말에 요시나리는 눈을 흘기며 무어라 반박하려 했으나, 마치 강아지의 등을 쓰다듬는 듯 다정하면서도 부드러운 손길에 몸을 부르를 떨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자위는 하는 편이야?”
“가, 가끔 하긴 하지마안…자, 자주는 안…해앳….”
그제야 일영은 민감도가 최고로 찍혀있는 듯한 요시나리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애초에 나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무술에만 관심이 있던 그녀였기에 별다른 성적인 관심이 없었으리라. 그 결과로 자신도 모르게 욕구가 쌓이고 쌓여 이렇게 민감한 몸이 된 거겠지.
‘거기에 술도 못 마시면서 마셨으니.’
뭐, 어찌 되었든 일영의 입장에선 전혀 나쁘지 않을 일이었다. 이렇게 잘 느껴준다면 오히려 환영이지.
한편, 일영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요시나리는 요시나리대로 미칠 지경이었다.
“후으에…하아앙….”
몸이 마치 열이라도 난 것처럼 뜨거운데 아프진 않고 쾌락이 미친 듯이 몰려왔다.
거기에 자꾸만 옷 너머로 보이는 일영의 탄탄한 가슴이 눈에 걸려 시선을 내리니, 보지 털을 마치 강아지처럼 다정하게 쓰다듬는 일영의 손길이 눈에 들어오니 그야말로 패닉 상태가 되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진정으로 만져줬으면 하는 부분은 만져주지도, 또 박아주지도 않으니 요시나리는 그야말로 반쯤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었다.
그때, 그런 요시나리의 애탄 마음을 눈치챈 듯 일영은 가볍게 미소를 흘리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하아…후으….”
그러자 당연히 삽입이 시작되리라 생각한 요시나리는 눈을 감았으나 곧 아래에서 느껴진 감촉은 단단하고 육중한 자지가 아닌, 불과 조금 전까지 입안을 유린하던 일영의 혀였다.
“자, 잠까안…!”
이번이 처음인 요시나리는 식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도 아래쪽이 성관계를 위한 기관임은 알고 있었지만, 흔히 말하는 커닝릴구스. 즉 보빨은 상상치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가 위와같은 단어를 알 리가 없었고, 그저 단순히 더러우리라 생각되는 곳을 일영이 혀로 애무하는 것에 당황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급히 일영의 머리를 잡아 밀려던 것과 달리, 몸은 솔직하게 반응했다.
“흐에에…히으앙…!!”
난생 처음 느껴보는 야릇하고도 축축한 감촉에 요시나리는 일영을 밀어내기는커녕, 그가 더욱 깊이까지 혀를 집어넣을 수 있도록 허리를 미세하게 들고 허벅지로 그의 목을 감쌌다.
육체적인 쾌락이 생리적인 거부감을 이긴 것이다. 일영은 요시나리의 서포트에 힘입어 보다 부드럽고 유려하게 혀를 움직였다.
“하으아으에…기, 기분이 이상해앳…흐에!”
이미 그녀는 긴 흥분상태로 애액이 허벅지와 엉덩이골을 따라 흐를 정도로 넘쳐나는 상태였기에 애무는 필요 없을 수도 있겠으나 이미 시작한 이상 끝을 보는 게 일영의 태도였기에 멈출 생각 따위는 없었다.
찹츄르읍.
물이 많은 복숭아를 한입에 베어 무는 듯한 소리와 달리, 맛은 플레인 요거트를 물에 조금 희석한 느낌이었다. 평소 청결하게 관리를 했는지 냄새나 맛은 여태까지 만난 여자 중 최상이었다.
덕분에 일영은 여유롭게 그녀의 앙다물어져 있는 보지에 혀를 넣고 한참을 음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일영이 천천히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요시나리는 엄청난 쾌락에 침을 질질 흘리며 일영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아줘.”
“그래.”
입가에 맺힌 침과 쾌락으로 반쯤 날아간 이성 때문에 조금 발음이 새긴 했으나, 일영은 그것이 안아달라는 말임을 곧바로 알아듣고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다.
“후에…응.”
그러자 풍만한 가슴이 눌린 호떡처럼 일영의 넓은 가슴을 가득 채웠고, 두 남녀의 유두가 중간에 맞닿아 또 다시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넣…어 달라니까….”
“처음이라며.”
일영은 땀에 절어 뺨에 붙은 회색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떼주고 가볍게 그녀의 뺨에 키스했다. 그러자 요시나리는 아무런 말 없이 그의 넓은 어깨에 턱을 기대어 안기곤 나지막이 속삭였다.
“…아플까?”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흥분감에 급했던 자신과 달리, 일영은 순전히 그녀를 배려해 천천히 이끌어가고 있던 것임을 말이다.
“최대한, 안 아프게 해볼게.”
쿵.쿵.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너무나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에서 시작한 관계였으나, 조금 전 일영의 배려를 깨닫자 이전보다 수십 배는 빠르게 심장이 뛰었다.
동시에, 배꼽 부근이 큥, 큥 거리면서 진동하는 느낌이 들며 저릿해졌다.
내일 후회할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애초에 술이 약한 걸 알면서 술을 마신 것, 거기에 낯선, 그것도 조선에서 온 남자와 이런 관계를 가진 것 모두 후회할 것이다.
“싫으면 말해. 지금이라도 멈추면 되니까.”
그러나, 그 순간 고막을 핥듯이 스치는 일영의 듣기좋은 중저음에 요시나리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잔잔히 비춰지는 달빛과 술기운이 가득해 몽롱한 이 기분에 모든 것을 맡긴다.
결심한 요시나리는 천천히 일영의 등을 양팔로 껴안고, 홍조 띤 얼굴로 눈을 감으며 답했다.
“…이제…넣어줘. 정말로.”
이전처럼 쾌락에 젖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이 아닌, 순수하게 자지를 갈구하는 암컷의 목소리에 일영은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회색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고.
스윽.
가볍게 그녀의 탄력 넘치는 엉덩이를 받쳐 든 후.
찔꺽.
그대로 조준하고, 천천히 삽입을 시작했다.
그 순간.
“하으으으엣…!!”
요시나리의 허리가 활처럼 휘며 이전과는 다른 음탕하고 관능적인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 안이 가득차버렷…!’
이쯤에서 되짚어볼 부분은 일영은 동양인 치고 꽤 큰 18cm의 자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흐에아아응!”
그녀는 덕분에 장대에 꽂힌 기분을 제대로 느끼며 일영의 등을 있는 힘껏 꽉 쥐었다.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순간 눈이 반쯤 뒤집힐 뻔했으나, 그와는 반대로 넘쳐나는 애액은 윤활유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큰 반발없이 일영의 자지를 품도록 도왔다.
질꺽, 질꺽.
“흐에으…으하응…♡”
배 안을 가득 채우는 뜨겁고 단단한 자지가 천천히 위 아래로 왕복하는 쾌락에 요시나리는 침을 질질 흘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이번엔 일영 역시 밀려오는 쾌락에 장난기 따위는 집어던지고 온 힘을 다해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일영이 천천히 허리를 흔들 때 마다 요시나리의 폭유가 허공에서 위아래로 흔들리고, 그 박자에 맞춰 두 남녀의 유두가 맞닿아 스친다.
이미 요시나리는 물론 일영의 허벅지 역시 애액과 쿠퍼액으로 점철된 지 오래였고, 둘은 언제 입을 맞췄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농밀한 키스를 이어나갔다.
처음엔 잔잔한 박자로 시작된 교접은, 곧 차마 입으로 표현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난잡하게 울려 퍼진다.
처음엔 서로를 마주보며 앉아서 박는 체위였으나, 어느새 탁자 위에 요시나리를 기대게 하고 후배위를 시작한다.
찌걱. 찌걱.
“흐아응…헤으으응깃♡”
갈색빛에서 붉은 빛이 도는 일영의 자지가 핑크빛이 도는 요시나리의 보지를 왕복한다. 둘은 어느새 아무런 대화도 없이 오직 성교를 하는 행위에 온 신경을 쏟았다.
그리고 서서히 달빛이 사그라들고 다시금 여명이 밝아올 때쯤이 되자, 둘은 방의 구석에서 서로를 껴안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후으. 흐으으에…우아.”
일영은 품에 끌어안겨 아직도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요시나리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그녀를 감싸 안아 머리를 쓰다듬고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수고했어. 요시나리.”
그렇게,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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