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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되었다-1화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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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여긴 어딜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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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참 많은 일이 일어난다.

이해할 수 있는 일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들까지 말이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남자, 일영은 눈을 떴다.

눈을 뜨기 전과는 전혀 다른 주변을 바라보며 꿀꺽침을 삼켰다.

그마저도 몽롱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비명을 지를 뻔했을 정도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엄숙한 분위기가 만연한 숲속의 사찰이다.

뿐인가. 그 안에 자리한 수많은 이들의 얼굴을 본 그는 무심결 인상을 찡그렸다.

‘…여긴 대체?’

한복과 사뭇 닮은 동양풍의 양식이다.

하지만, 훨씬 품이 넓고 각종 매듭이 지어진 이질적인 모습은 일본 정통 복식을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나아가 모두 검정이나 어두운 계열로 염색된 것은 덤이고 말이다.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그는 영락없이 장례식 분위기가 만연한 사찰에 서 있었으나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방 침대에 몸을 누인 상태였으니까.

진정하자.

진정하자 백일영.

‘분명 침대에 누웠고, 잠이 들었어.’

처음에는 꿈인가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꿈일 거라고 행복회로를 돌려 봐도 미칠 듯 두근거리는 심장은 네가 보고 있는 모든 게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담장.

그 위를 불어오는 잔잔한 바람.

수많은 이들의 말소리와 숨소리, 나아가 체온과 코를 스치는 옅은 향냄새와.

조금은 딱딱한 나막신의 감촉까지….

모든 감각이 외쳤다.

네가 보고 있는 모든 게 진실이라고.

때문에, 일영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것이 있으니, 어떤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어느 누가 갑자기 눈을 떴더니 낯선 곳에 도착했는데, 태연하게 머리나 긁적거리면서 아, 여기는 이세계구나라고 납득 하겠는가.

만약 납득한다면 둘 중 하나다.

지독한 싸이코거나, 아니면 현실 감각이 마비된 모지리거나.

불행하게도 일영은 둘 다 아니었다.

때문에, 주변에서 이상하게 볼 정도로 표정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혼란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의 귓가로 주변의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후, 아가씨는 대체 언제 오시는 거야? 곧 끝나는데….”

“그러니까, 애초에 돌아가신 전 당주께선 어째서 첫째 아가씨를….”

“입 조심해.”

“뭐, 내가 틀린 말 했나? 둘째 히메(ひめ:아가씨)께서 더 자질이 빼어나신 게 사실이거늘….”

한창 귀를 기울이니, 대충 상황이 보였다.

모자란 첫째와 총명한 둘째, 그리고 첫째를 택한 전대 가주와 예정된 집안 분쟁….

‘익숙한 레파토리지.’

비단 역사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사골에 골수까지 빨아먹은 소재다. 역사와 소설을 좋아하던 그는 고리타분한 소재에 무심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순간.

콰아앙!

갑작스럽게 들려온 거친 소리에 일영뿐 아니라 모두의 시선이 뒤로 돌아갔다. 그러자 곧 사찰의 정문을 부술 듯 열고 들어온 한 여자가 일영의 검은 눈동자에 가득 찼다.

“…노부, 아니. 당주.”

한 중년의 미부인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녀는 심히 불편하다는 기색을 감추지 않고 문을 박차고 들어온 여인에게 말했다.

“늦었습니다. 그것도 매우 많이.”

미간이 일그러진다.

나아가, 말을 고르고 골라 덧붙였다.

“…옷차림도 정갈하지 못하고요.”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이 담긴다.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녀의 목소리에서 일영은 무언가 쉬이 가늠하기 힘든 길고 긴 갈등을 읽었다.

그때, 사르륵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곧 그녀의 얼굴이 눈에 가득찼고, 일영은 순간 멍한 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 무슨 얼굴이….’

검고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단발로 잘랐다. 새하얀 목덜미에선 미약한 벚꽃 내음이 흘렀고, 나아가 비릿하게 말아 올린 입꼬리는 붉었다.

그러나, 일영의 마음에 걸린 것은 불안하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그녀의 금빛 눈동자였다.

문득 사르륵소리를 냈던 옷차림에 시선이 닿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대인인 일영이 생각하기에도 사뭇 남사스럽다 싶을 정도였으니까.

붉은 용이 그려진 검은 도포가 어깨가 아닌 팔꿈치 위 즈음에 걸쳐있다.

새하얀 어깨가 도드라지고, 풍만한 가슴을 붕대로 대충 감아서인지 살짝 삐져나온 가슴살은 뭇 사내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뿐인가. 허리띠 역할을 하는 밧줄에 매인 두 자루의 일본도와 어깨에 걸친 화승총은 엄숙한 장례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습게도.

일영이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다름이 아닌 아름답다라는 감정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여자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한 것도 아니건만, 어째서인지 끌렸다.

그때였다.

어느새 일영을 지나 미부인의 앞에 다다른 그녀는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인간 세상 오십 년.

人?五??

그러나, 내뱉어지는 말은 답이 아니었으니.

터벅그녀의 발걸음이 한 발자국 내딛어진다. 순간 일영의 눈동자가 떨렸다.

‘잠깐, 이 시구는…?’

미성이 탁하게 갈라진다.

그녀의 입가에서 퍼진 도원향의 술 내음이 사찰을 잔잔히 감싼다.

천상의 하천에 비하면 덧없는 꿈과 같은 진대.

下?のうちをくらぶれば 夢?の?くなり.

익숙했다.

비록 알고 있던 것과는 사뭇 다르지만, 분명히 알고 있는 시구였다. 문제는 그게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것. 그러나 그 순간.

한 번 태어나 죽지 않을 자가 누구인가, 누구인가….

ひとたび?を?け ?せぬもののあるべきか.

‘잠깐.’

스치듯 한 사내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는 눈앞의 여자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서, 설마. 아니겠지. 말도 안 돼.’

엄숙하게 진행되는 일본풍의 장례식.

어딘가 익숙한 가신들의 대화.

나아가 머릿속 어떤 인물과 너무나도 닮아있는 저 여자.

그래, 닮았다.

성별이 남자였다면 단번에 눈치를 챘을 정도로 말이다. 일본 전국시대, 센고쿠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난세의 한 인물과 너무나도 닮은 것이다.

“어머니.”

이윽고 그녀는 사찰의 중심에 도착했다.

그곳엔 염이 되어 정갈한 자세로 누워있는 한 구의 시신이 있었다. 그 앞에서 그녀는 곁에 선 중년의 미부인을 바라보며 새하얀 이빨이 도드라지도록 씨익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인간은 모두 죽지요. 저도, 어머니도, 언젠가. 그러니.”

향이 담긴 그릇을 집었다.

투둑하고 향 끝이 떨어져 쌀알 위로 떨어진다.

“지금 무슨…!”

벌어질 일을 예견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성격을 알기 때문일까.

미부인의 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런다고 해도, 아무런 상관 없잖아?”

그녀는 향이 담긴 그릇을 망설임 없이 집어 자신의 아버지 시체 위로 흩뿌렸다. 차마 곁에 서 있던 승려나 가신들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아….”

무심결 탄성을 내질렀다.

일영은 그제야, 자신이 어떤 인물이 살았던 시대에 떨어졌는지를 깨닫고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챙그랑!

흙으로 빚어진 도자기가 바닥과 마주하자 산산이 부서진다. 나아가 분노한 미부인의 목소리가 사찰 내부에 찢어질 듯 울렸다.

“노부나가!!”

마침내 그, 아니 그녀의 이름을 들었다.

일영은 주변의 시선도 잊은 채, 실로 전율함과 동시에 경악했다.

머릿속에 과거 읽었던 책의 단락이 떠오른 탓이다.

「전국시대, 즉 센고쿠 시대의 다이묘인 오다 가문의 차기 당주 오다 노부나가는 식이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다가 마침내 당도하여 아버지인 오다 노부히데의 시체 위로 향을 던졌다. 덴분 20년(1551년)이었다.」

오다 노부나가.

평가하는 이에 따라 그저 시대를 잘 만난 광인에서 자유분방한 호걸까지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인물.

허나, 그럼에도 일본의 삼영걸(三??)이라 불리는 사내.

내심 일영도 좋아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과거 처음 그의 일생을 훑은 책을 읽었을 당시, 혼노지에서 죽어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할 정도로.

그래,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대체 왜 여자인 건데?’

그제야 일영은 직감했다.

말도 안 되는 세상에 떨어진 모양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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