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3 소녀들의 만찬 =========================
그리고 이 무례하고 성의없는 질문에 대한 헨디아의 반응 또한 극적이었다.
“네, 네! 제시 경의 훈련을 열심히...!”
백작의 물음에 바닥을 무릎을 쳐다보던 고개가 누가 머리채를 잡고 올린 것처럼 번쩍 올라온다. 하늘거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작고 말랑거리는 입술 사이에서 기이한 공포와 경외심이 담긴 고음의 목서리가 갈라질 것처럼 한껏 들떠있다. 알아달라는 절박함과 애절함이 적절하게 양념되어 백작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그리고 가슴께에 올라온 두 손은 그런 백작의 의중조차 개의치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바라는 것처럼 서로를 꽉 맞잡고 나약한 초식동물의 처지를 강조하고 있는 듯했다.
여리고 겁이 많았지만 고귀한 한 명의 귀족이 가축으로 떨어질 준비를 마쳐가는 것을 음미한 백작이 손짓으로 가차없이 말을 끊고 의뭉스러운 척 턱을 쓰다듬는다.
“흐음, 듣기로는 가신들이나 병사들과 어울리느라 정신이 없었다던데 이상하군. 우리의 ‘약속’은 그런게 아니였는데 말이야.”
“그, 그건 백작님이 시키셔서 어쩔 수 없이...!”
“내가? 내가 포로지만 귀족인 영애에게 그런 명령을 내렸단 말인가?”
“네? 분명히 백작님이.....”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꺼냈던 말이 백작의 한마디에 쥐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하얗고 가는 목을 움츠린 채 필사적으로 기억을 파헤쳐본다.
‘성 안의 모두가 헨디아님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하라는 백작님의 명이 있으셔서 말이죠.’
분명히 하녀는 백작의 명이라 했다. 하지만 백작은 그것을 부인하고 있다.
남작가의 영애로 살아오며 터득한 최소한의 지혜가 두 가지 모순된 발언을 정리해주었다. 거짓말과 진실의 문제가 아니었다. 백작과 자신은 귀족과 귀족의 대등한 관계가 아닌 지배자와 피지배자인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흑! 흐흑... 그런...!”
그제야 헨디아는 자신이 해야할 말을 떠올렸고 마음이 꺾일 것만 같은 절망감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의자에 앉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깨가 축 늘어졌다.
가지런히 준비된 식기가 놓인 식탁에 꼴사납게 기대지 않은 것만이 귀족으로서의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제, 제가 제시 경을 훈련하는데 힘들어서 그만, 흑! 백작님의 병사들과...어울렸습니다. 흑흑흑!”
축늘어진 고개가 더 떨어질 곳을 찾지 못하고 가슴 앞에 모아진 두 손 안에 파묻힌다. 힘이 없는 자로 살아보지 못한 소녀의 절망감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흔들어 흐느낌을 절절히 짜낸다.
설마설마 하던 백작과의 약속이 깨져나가는 현실에 발 밑이 무너져 내린다.
“이런...크크크큭. 이렇게되면 제시 경을 암캐로 조교하는 훈련은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럽군.”
“흐극! 그, 그건 정말 힉, 제대로...! 흐흐흑...”
헨디아가 흐느끼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대답했다. 마지막 희망인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는 생각하고 싶지조차 않았다. 어머니를 박제로 만들고 아버지의 목숨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제시.”
“네엣!”
갑작스런 부름에 육중한 두 가슴이 풍선처럼 출렁인다.
“요즘 훈련받는 암캐는 두 발로 서서 사람말을 하나보군.”
찰그랑, 차르릉.
어떻게든 변명하고 싶은 헨디아를 보란 듯이 차갑게 빛나는 사슬을 한손에 건네받아 목 뒤로 가져다 댄다. 사슬의 반짝임이 등 뒤에 시립한 여기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군, 또 목줄이 아닌 제 젖에...”
제시는 곧바로 주인님의 뜻을 이해하곤 상체를 내밀었다.
부드러운 살덩어리가 푹신하게 어깨와 목 위로 뭉개지며 둥그스름한 모양이 일그러진다.
“진짜 암캐라면, 그것도 내가 아끼는 젖통 암캐라면 당연한 일인데 이제와서 부끄럽나?”
“아흣, 아닙니다. 주군의 암캐라면 당연, 햐윽...!”
젖가슴 첨단에 닿는 얼음장같은 온도에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온다. 충분히 참을 수도 있었지만, 보지기사로 받은 훈련과 암컷들과 함께하는 생활은 최소한의 눈치를 갖게 해주었다.
잘그락, 찰칵.
스스로 내민 젖가슴이 사슬 끝에 닿자 거대한 두 개의 폭유를 가지런히 모아 하나의 사슬고리에 연결된다. 터질 것 같은 폭유가 두 개나, 작은 사슬고리 하나에 모아 걸려진 추잡한 모습이었다.
짐승의 목줄조차 아닌 젖꼭지가 줄에 걸려 끌려다니기 위한 모습은 매우 불편하고 억지스러웠지만 동시에 너무나 음란하고 주인에게 충실한 암캐의 꼴이었다.
“아...”
“하으응!”
헨디아는 자신이 다룰 때와는 다른 순종적인 제시의 태도에 감탄과 아쉬움을, 제시는 거칠게 잡아끄는 젖고리 줄의 거친 힘에 비음과도 같은 탄성을 흘렸다. 아직 백작이 자신을 감싸준 감동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부끄럽고 자랑스런 부분이 억지로 가축처럼 끌려가는 느낌에 휘둘리는대로 몸을 허락한다.
“자, 암캐가 되기 위해 헨디아 남작 영애와 무엇을 했지?”
“신발...신발을 핥게 했습니다.”
“호오, 뭐 엎드려 기어다니는 암캐가 주인의 신발을 혀로 핥는 건 당연하기도 하지. 그리고?”
제시는 보지같은 야한 단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군의 앞에서 다른 이의 명령을 들었던 일을 말하려 하자 부끄러움으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백작이 아끼는 젖을 밟고 차고 때리기 까지 한 건 옛 주군의 예의로 치장해 꺼내진 않았지만 직접 한 행동까지 숨길 수 는 없었다.
“신발만을 핥게 했습니다. 암캐로써 신발을 청소하는건 당연하다고도 했습니다. 보지 기사가 되기 위한 훈련보다 암캐 따위가 더 어울린다고, 오줌과 정액으로 더러운 주인님의 신발이 보이지 않냐고 했습니다.”
제시가 긴 말을 마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줌이 마려운 것처럼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벅지를 꽉 다문 것이 당장이라도 터져나올 것 같은 오줌보를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만찬회장의 누구도 번들거리는 끈적한 액체가 다리사이의 금빛 보지털과 보지고리를 새롭게 적시는 걸 보지 않았지만 그것이 오줌이 아닌 발정난 여기사의 보짓물 이라는 것을 알았다.
“흠.. 암캐가 걸레도 아니고 신발‘만’을 핥게하다니. 영애가 즐기고난 후에 치워야할 오물따위는 걸레로 닦으면 됬을텐데 실망스럽군.”
“그, 그것은 신발만은 하녀가 세...”
헨디아가 또 다시 변명을 하려다 입을 황급히 입을 닫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구차한 변명이었고, 어차피 지금 백작은 사실이 중요한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시보다 자신을 괴롭히고 싶어하는 악의가 느껴졌다. 지금은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잔혹한 악마가 말하는 대로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걸레 따위보다 이왕이면 암캐가 좋아하는 정액 청소...”
황급히 말을 바꿔봤지만 어리고 무지한 귀족소녀의 대답은 백작의 심기를 더 돋우는 악수 였다.
차라락!
“아아악!”
짧은 고통의 비명소리와 함께 누군가 그대로 철퍼덕 바닥에 쓰러졌다.
============================ 작품 후기 ============================
리리플은 조금뒤에 해드리겠습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