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1 귀족영애의 절망 =========================
쾌락으로 흐릿한 머릿속을 겨우 가다듬어 지금 자신이 따라야할 명령을 이행한다.
“멍... 멍... 하아으.. 머엉...”
느릿한 속도로 한 음절, 단어 하나가 일일이 소리로 빚어내듯이 끈적하게 흘라나왔다.
어젯 밤 메리와 함께 백작의 자지에 몇 시간 동안이나 입과 혓바닥만으로 봉사를 하느라 뻐근한 턱근육이 피로를 호소해왔다. 결국, 쾌락에 의해 노곤해진 턱근육이 늘어지며 살짝 발음이 뭉개졌지만 겨우 개의 소리를 본딴 천한 울음소리를 지어내 짖는 것에 성공했다.
뒤이어 자기소개가 어기적거리며 마지 못하는 듯 이어졌다.
암캐의 흉내를 끝낸 제시가 이제 더욱 몸을 낮춰 납죽 엎드렸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처박은 채로 엉덩이만을 높게 들어 올리는 암캐 특유의 ‘대기자세’ 였다.
“저는, 음란한 암캐 제시입니다.”
좌우로 움직이는 엉덩이는 자동이었다. 자연스럽게 아양 떠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살랑거린다기 보다는 좌우로 움직이는 것에 가까웠지만 땀인지 무엇인지 알수 없는 수상한 액체가 맺힌 육덕진 엉덩이가 움직이는 것만으로 뇌쇄적인 향기를 뿜어내었다.
“흐으... 으으윽...”
스스로 암캐라 밝히며 자기소개를 마친 제시가 고개를 내려 땅바닥을 향했다. 예정된 시각에서 한시라도 늦지 않게 빨리 백작의 집무실로 가기 위해선 빨리 신발을 핥고 일어날 필요가 있었다.
꾸욱-
작은 불안감에 바닥을 짚고 있는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밀려오는 쾌락 섞인 치욕감과 주군을 뵈러 가는 것에 늦지 말아야 한다는 사명감 사이에서 잠깐의 갈등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내 당연한 듯 기사의 강력한 정신은 혼미한 쾌락 사이에서도 충성을 바친 주인을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우선순위에 올렸다.
초조감이 슬금슬금 고개를 치켜들었다.
불쾌하지만 마음껏 즐기고 있었던 시간을 더 이상 마냥 즐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흐응, 그래서?”
하지만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하고 가축신분으로 자기를 소개한 것만으로는 헨디아의 만족감을 채우기에 턱없이 모자랐던 것 같았다. 헨디아의 작고 갸름한 얼굴은 경멸감과 조소를 머금고 있었다. 엉성하게 매어진 가슴 어림의 매듭위로 흥미로운 듯 어서 더 해보라는 시선이 내리깔렸다.
암캐처럼 엎드려 절하고 있는 제시는 여기서 끝내길 원하며 애써 고개를 조아린 채 침묵해 보았지만, 짜증과 분노를 풀 대상을 만난 헨디아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이른 아침의 내성 복도가 초조감과 가학심으로 뒤섞여 조용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바닥에 박힌 제시와 그런 제시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는 헨디아의 시선이 침묵 속에서 서로를 재촉하길 계속했다.
하지만 결국 움직인 것은 제시. 바쁜 것도 제시였고 명령에 의해서 상대방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것도 제시였다. 현재 백작 성에서의 신분이 ‘어떻건 간에’ 말이다.
“하아아......”
혐오감과 모욕감으로 얼룩진 뜨거운 한숨이 새어나온다.
분명히 자신의 주군 이외에는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앞으로 이어질 쾌락적 상황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한껏 달아오른다. 주인님 이외에게 조교되는 혐오감과 기사로써의 책임감, 그리고 이제 눈뜨기 시작한 암컷의 본능이 추잡하게 뒤섞인다.
‘빨리... 어디까지나 빨리 영애를 만족시켜주고 주군께 가는 것이다.’
철저하게 조교된 육체와 정신은 제시라는 성격과 자아만이 남아있을 뿐, 육체와 정신 모두가 더럽혀졌다.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비참하면 비참해질수록 아랫배가 저릿해지며 자신도 몰랐던 또하나의 모습이 스멀스멀 가랑이의 틈사이로 새어나온다.
지금도 음란한 모습으로 발가벗고 다니는 상태에서 고조된 성감이 헨디아의 비아냥거리는 명령만으로 터질 같이 끓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개처럼 비참하게 엎드려 있지도 않은 사실을 날조해서 말하려는 상황자체가 너무나 비참하고 억울했기 때문이다.
“안할 거야?”
마음을 먹고 행동하려 하는 제시의 등을 떠밀 듯, 승리에 취한 소녀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하루 이틀 다루어 본 것이아닌 헨디아는 제시의 행동과 성벽, 은밀한 습관까지도 몇 개 알고 있을 만큼 이 음란한 여기사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백작과 백작의 애완암캐 메리 이외에는 제시를 가장 오래 다루어 보았기 때문이다.
“아까 백...아니 주인님께 가야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암.캐.”
제시라고 불렀던 이름조차도 사라져 이제는 암캐만이 남았다. 그리고 헨디아도 어째서인지 알 수 없지만 같은 귀족인 백작을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제시는 듣지 못한 건지 당연한 것이었는지 헨디아가 부르는 백작의 호칭에 관해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흐읏, 흐윽...! 나는 이제 백작님의 기사...란 말입니다...!’
다만, 그 와중에 제시가 들을 수 있고 가장 심장에 깊숙이 박혀왔던 것은 암캐라는 단어였다. 백작님의 전용 암컷기사단인 ‘보지기사단’이지만 기사로 돌아간 자존감과 의식은 예전의 고고했던 여기사에 가깝도록 제시를 되돌려 주고 있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헨디아를 만날 때마다 사정없이 짓밟혀지길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지기사단의 암컷기사들 중에는 귀족의 여식이나 다른 왕국의 핏줄을 가진 여자들도 있었기 때문에 보지기사단이 순전히 장식용 기사단은 아니라는 것에 제시는 힘을 얻고 있었다. 물론 왕족이나 귀족여자라고 해서 모두가 당대의 귀족이나 왕족은 아니고, 왕족과 귀족의 핏줄을 가진 여자와 남자들을 교미시켜 ‘왕족, 귀족형 암컷가축’으로 특별히 사육한 여자들이었다.
“하으, 흐으응! 네, 네에! 맞습니다아...”
기껏 기사로써의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제시에겐 치명적이었다. 수치심과 굴욕감을 부채질당하며 조금씩 떠오르던 존재감이 바닥에 짓이겨 지는 추잡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매번 절로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몸이 비비꼬이며 보지의 균열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미약과 철저한 조교로 자신을 이렇게 만든 주군...백작이 이때만큼은 원망스러웠다
“흐으으... 흐읏.... 하아아....”
누가 봐도 발정한 것이 분명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제시는 주군이 아닌 타인의 앞에서 그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써 허벅지를 그러모아 맑게 끈적이는 애액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다.
하기 싫었다. 심지어 정확한 사실도 아니었다. 그러나 주인님이자 주군인 백작님께 늦지 않기 위해 제시는 헨디아의 앞에서 항상 해야만 했던 굴욕적인 대사를 입안에서 굴리다 끝내 토해내기 시작했다.
“저는 자지에 미쳐 주군을 배신한 암캐입니다.... 수컷의 자지가 그리워, 흐읏...! 엉덩이를 흔드는 음란한... 암컷입니다.”
“좋아. 언제나 스스로 어떤 잘못을 했는지, 음란한 가랑이를 주체하지 못해 주인을 배신한 암캐인지 기억하도록 해.”
“네, 헨디아님...”
헨디아는 그제야 만족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 꼬리를 추켜올렸다. 한쪽 입 꼬리만이 비틀려 올라간 헨디아의 얼굴은 일주일 전의 순수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일그러져 있었다. 초췌함과 비틀린 자존심, 그리고 현실을 부정하는 나약함이 깃든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어딘지 꺼림칙한 분위기가 짙었다.
한껏 매도가 끝난 헨디아가 선심 쓴다는 표정으로 발을 앞으로 내밀어 까딱였다. 반쯤 비스듬이 세워져 신발바닥이 드러났고 바닥의 더러운 먼지가 그대로 묻어있었다. 당연히 앞코만을 핥는 것보다 더럽고 어려웠다.
“킁킁... 흐으읍, 스으, 스으읍.... 하아, 하아.... 하아아...!”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히려 제시의 수치심과 굴욕감을 한껏 자극했다. 백작이외의 타인에게 발정하여 달려드는 행동은 절대 있을 수 없었지만 자신의 조교를 허락한 헨디아는 ‘인간 중’의 유일한 예외였다.
제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음껏 오똑한 코를 뭉개듯 가져다 대어 더러운 신발의 냄새를 한껏 들이마셨다. 몇 번이고 폐속 깊숙이 더럽고 퀴퀴한 악취를 들이마쉬며 코가 마비될 때가지 아랫배를 저릿하게 울리는 쾌락을 탐닉했다. 너무 급하게 냄새를 들이킨 탓에 몇 시간을 뛰어도 헐떡거리지 않는 호흡이 거칠어지며 떨리는 환호성을 내뱉었다.
“헤으릅... 하아, 후으응...! 내릅, 헤르릅...! 츄르릅!”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먹어버릴 것처럼 입을 벌려 여러 군데가 헤진 신발의 앞코를 침이 뚝뚝 떨어지는 입을 벌려 한가득 물었다. 마치 주인에게 애교를 떠는 개가 신발을 물고 늘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제시는 그와는 달리, 그보다 더욱 심했다. 신발에 묻은 건조한 맛도 잠시 짜면서도 기괴한 역겨움이 혓바닥에서 목구멍 전체로 퍼졌다. 앞코를 물면서 침이 잔뜩 묻은 혓바닥 전체로 신발 바닥을 핥아댄 결과였다.
하지만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자신의 비참함이 절절하게 느껴져 변태적인 피학감에 미치도록 발정한다. 분명 정신을 차리면 죽고 싶을 만큼 후회하겠지만 백작의 취향에 맞춰 개발된 정신과 육체는 언제나 자제하기 힘들도록 발정하고 만다.
지금도 제시 자신은 더욱 진하고 역겨운 맛을 찾기 위하여 더욱 돌바닥 가까이, 신발의 밑창으로 혀를 애타게 내밀었다.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귀족영애의 경멸어린 시선도 상관없었다. 더욱 거칠게 까딱거리는 신발이 이마와 코를 비롯한 얼굴을 밟아 뭉개는 것이 오히려 비참한 오욕감을 충족시켜줬다. 바닥으로, 더욱 더러운 곳으로 머리를 내리고 바닥에 얼굴을 들이대어 혀를 날름거렸다.
스스로가 짐승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런 천하고 비참한 자신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더럽고 음탕한년. 호호호홋!!”
============================ 작품 후기 ============================
이전화의 소제목을 바꾸는 것을 잊은 채 올렸습니다. 소제목은 "귀족영애의 절망" 입니다.
블러드헬 오랜만이시네용~^^ / 반갑습니다 블러드헬님! ^^ 최대한 연재주기는 지키려 하는데... 헤헤헤 계속 열심히 쓰겠습니다.
세미라미스 하드 ㄱㄱ 해여 / 하드력은 유지할 자신이 있는데, 소재를 고어쪽이나 잔인한 표현을 좀 삼가게 되네요. ㅎㅎ
aosi 하드하드해야죠 / 맞습니다. 하드하게 가는 것이 제 목적입니다. 다만 요즘은 고어쪽은 왠지모르게 좀 땡기지가 않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qgegegqe 하드하드 내성은 키우면 됩니다 / 보면 볼수록 자극적이고 하드한 것에 익숙해져가는 당신, 제 작품을 읽어주시는 독자님 답군요!!
파들 고어물에서 고어싫다고하면 어찌... / 그러게 말이죠... 근데 애초에 조아라는 고어까지 받아주지 않는것 같기도하고... 애매합니다. 제작품이 마이너한지라 유명하지 않아서 다행인것 같아요 ㅋㅋ
qqwu28jdi0 고어보려고 이거보는거 아니였나요 / 으... 고어 씬은 이제 슬슬 등장시켜볼까 구상중에 있습니다. 요즘 많이 뜸했죠? ㅠㅠ
M.F 고어 거부하던분이 있던가? / 초창기에 댓글로 꽤 있었습니다. 욕설이나 심하게 안좋은 말씀을 하신분도 많아 감정적인 댓글들은 제 멘탈을 위해 삭제했었죠. ㅠ
팬텍 작가님 오랜만인듯 / 넵. 여러 일이 있었지만 연재하지 못한건 사실인지라 다시금 계속 연재하겠습니다 ㅎㅎ
바리사다 Balisarda 하드가 좋은데.. 상자로 / 여기 상자 독자분이 계셨군요. ㅎㅎ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