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9 암캐와 암컷들 =========================
다음날 아침. 제시가 있는 침실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주인이 있어야할 침대는 사용한 기색도 없이 가지런히 정리된 채 차갑게 식어있었다. 하녀도 그 사실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 자연스럽게 침대를 지나쳐 방구석으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하녀가 향한 곳은 방의 구석. 아늑한 침실과 어울리지 않는 살풍경한 감옥이 있었다. 아니,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낮은 높이의 쇠창살로 이루어진 것은 감옥이라기보다는 짐승을 가두는 우리였다. 허리춤에서 열쇠뭉치를 꺼내든 하녀가 우리를 열고 들어가 구석에서 웅크리고 잠에 빠져있는 금발의 몸뚱아리를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암캐년이 뭐하는 거야?”
들릴 듯 말 듯 나직한 짜증이 흘러나왔다.
“으, 으으응... 핫!”
그리고 뛰어난 여기사의 감각은 수면 와중에도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문소리가 들릴 때부터 반쯤 깨어있었던 것이다. 암캐가 된지 몇 일 지나지도 않았건만 암캐라는 신분이 백장성 먹이사슬의 하위라는 것을 모르진 않았다.
“하으, 으윽”
잠에 취해 반쯤 혼미한 정신이 차갑고 딱딱한 짐승우리 안에서 뭉친 육체의 비명을 절로 토하게 만들었다. 욱신거리는 근육통과 하루종일 발정하여 소모된 체력은 뛰어난 기사로서도 회복하기 쉽지 않았다.
“변기보다 못한년 같으니”
방안에 들어오자마자 거무튀튀한 쇠창살 안에 널브러진 제시를 본 하녀가 기어코 한마디를 덧붙였다. 암캐 따위가 네발로 엎드리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모습은 멀쩡한 자세로 주인의 사용을 기다리고 있는 육변기의 모습과 더욱 대조적이었다.
“......”
인간이하의 암캐를 주인으로 삼게된 육변기는 전날 밤의 치태가 거짓말인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무미건조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크읏....”
제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숙여진 얼굴을 향해 원망스런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애초에 눈을 마주치지 않게 고개를 푹 수그린 육변기에게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일부러 나를 깨우지 않았나...’
잠을 거의 자지 않아도 되는 암컷 가구의 특성상 육변기는 진즉에 잠에서 깨어 모든 것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제시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하녀가 짜증과 함께 괴롭힘을 가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주인의 도구를 자처하는 육변기가 제시를 깨우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것이리라.
‘제길, 육변기 주제에’
신경이 날카로운 아침시간인 탓이었을까, 정체모를 어두운 감정이 가슴속에 질척거렸다. 어기적거리며 네발로 엎드리는 제시의 단정한 눈썹이 따라서 찌푸려졌다.
“제시, 용캐도 발정하지 않고 더러운 육변기를 사용하지 않은 건 칭찬해 줄게.”
육변기를 본래 용도로 이용했던 기억이 제시의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곧바로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자신이 주인님인 백작의 암컷이자 기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자연스럽게도 하녀에게 공손한 어조를 할 수 없었다.
“네.”
전혀 암캐답지 않은 제시의 짧은 대답에 하녀의 눈초리가 길게 찢어졌다. 지금하고 있는 말을 정말 칭찬이라고 믿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암캐 훈련’만 끝나면 주인님인 백작의 기사가 된다고 생각하니 하급자인 하녀에게 저절로 불만스런 억양으로 대답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하녀의 입장에선 암캐 따위가 퉁명스럽게 대답한 것이 매우 거슬렸다. 더구나 기사라고 우쭐거리다 암캐가 되고서도 백작의 총애를 받는 제시를 미워하고 있는 하녀였다.
“뭐?”
짜-악.
하녀의 손바닥이 옅게 그을린 제시의 뺨에 내리꽂혔다. 아침 몸단장을 위해 자국이 남지 않게 손대중을 한 모양이지만 여기사였던 제시의 고개가 90도로 돌아갈 만큼 강한 손찌검이었다.
“.......”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강하게 뺨을 맞은 제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의 구석으로 시선을 돌려 멀쩡히 깨어있는 육변기를 힐긋 바라보았으나 육변기는 무표정하게 시선을 내리깔고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깨워달라는 말을 하지 않고 하녀의 기척도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긴 했다. 거기다 암캐답지 않게 건방진 대답을해서 직접적으로 하녀의 화를 부추겼다. 하지만 주인이 곤경에 처하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은 것은 조금 괘씸하게 느껴졌다.
제시가 그렇게 생각하건 말건, 제시를 깨우러 온 하녀는 자신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 제시의 모습에 더욱 짜증이 난 것 같았다. 개목걸이와 체인으로 연결된 피어싱 고리를 잡고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건방지게 암캐주제에 인간님이 깨워줄때까지 느긋하게 잠이나 자다니”
“으흡! 흐읏...”
“거기에 건방지기 까지!”
‘하녀 한명 정도가 주는 고통에 입을 벌릴 순 없어’
날카롭게 가해지는 강렬한 고통에 유두가 고리에 의해 길게 늘어났다. 두 개의 거대한 젖가슴이 하녀의 손이 잡아당기는 방향으로 길게 늘어났다. 잠에서 미처 깨어나지도 못한 신체 예민한 부위에 가해지는 고통은 엄청났으나 백작의 기사라는 자각은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게 만들었다.
“흥.... 시간만 있었으면 우리집 암캐만도 못한 이런 잡종년 교육을 시켜줄텐데!”
창틀사이로 밝기를 더하는 빛을 바라본 하녀가 분한 것처럼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곤 탄력있게 출렁거리는 젖통을 괴롭히는 목줄, 아니 젖통줄을 멈추었다.
“이렇게 멍청하고 둔해서 언제 메리만큼 귀엽고 눈치있는 암캐가 되겠니, 쓸데없이 젖통이 커서 둔하고 멍청한거야.”
젖통줄을 멈추는 것과 달리 입은 멈추지 않는 하녀가 제시를 노려보았다. 그리곤 개목걸이에 목줄을 걸고 굽혔던 허리를 폈다. 굽혀지는 허리와 동시에 제시는 하녀의 손에 잡힌 젖통줄에 이끌려 우리를 나섰다.
“으흣, 으흐응... 히윽”
“흥, 젖통을 잡아당겨주니까 아침부터 천박하기는!”
거대한 젖가슴 두덩어리가 찰떡같이 늘어지며 주인의 몸뚱아리를 짐승의 우리에서 끌고나왔다. 제시는 목이 아닌 가슴이 억지로 잡아당겨지며 짐승처럼 끌려나가는 것이 치욕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떨어져나갈 것 같은 젖꼭지의 아픔에 쿡쿡 쑤셔오는 하복부와 축축해진 보지가 더욱 부끄러웠다.
‘흐읏, 젖꼭지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데, 이렇게 하으응...!’
자신을 거칠게 다루는 하녀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약물과 피어싱으로 개발당해 극도로 민감한 젖꼭지는 마음과 달리 고통에 가까운 자극에도 단단하게 발기해 있었다. 입에서 나온 신음도 뜨거운 단내가 섞여 있었다.
“기사면 뭐해. 지금은 보지랑 젖통밖에 모르는 가축인데. 호호홋!”
하녀는 같은 여자답게 제시의 유두가 딱딱하게 흥분한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경멸감을 숨기지 않은 채 젖통줄을 더욱 거칠게 이끌었다. 훌륭한 암컷으로 조교된 육체가 거칠게 호홉하는 와중에 제시는 하녀의 언동에 의문을 가졌다.
‘하윽, 내가 백작님의 기사로 돌아가는 걸 모르나?’
아무리 자신이 백작의 명령에 의해 암캐로 지내고 있다지만 일주일일 뿐이었다. 그 이후에는 다시 기사로 돌아갈 것이 분명한데 하녀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거칠기 그지없었다. 아마 자신에 대한 것을 ‘백작이 마음에 들어 암캐로 만든 여기사’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빨리 안따라오고 뭘 그렇게 밍기적 거리는거야!”
“......으윽”
거대한 젖가슴이 찰떡처럼 길게 늘어지며 끌려가는 감각에 비틀거렸다. 두발로 걷는 것보다 안정적인 네발로 기어가고 있었지만 무게중심이 마구 헤집어지는 것에는 당할 수 없었다.
“흐흐흥~흥흥”
제시는 귓가에서 하녀의 높은 비음이 아른거리는 것을 들으며 비틀비틀 눈앞에 보이는 하녀의 뒤꿈치를 응시했다.
자신의 목줄, 이제는 젖통줄.... 유두에 걸린 피어싱에 의해 잡아당겨지는 젖가슴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고통과 뜨거운 감각이 현실같지 않았다. 축축히 젖어오는 가랑이 사이와 흥분을 먹고 붕 떠오르는 감각이 바닥을 기어다니는 낮은 시선과 섞여들어왔다.
젖통줄을 거칠게 잡아당기는 하녀는 한 점 의심없이 제시 자신을 더럽고 저능한 가축으로 여기고 있었다. 가축화 인장조차 찍히지 않아 기사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제시를 암캐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에 즐거움마저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백작의 하녀답게 탐스럽게 씰룩이는 엉덩이를 제시는 고개를 들어서 조용히 노려보았다. 눈앞의 씰룩이는 엉덩이는 기사보다도 못하고 언제라도 대체가능한 하녀였다. 그리고 자신은 백작의 총애받는 여기사다. 지금은 여성의 매력(?)을 위해 암캐로 지내고 있지만 몇 일 지나지 않아 기사로 신분이 회복된다면...
멍하게 달아오른 푸른 눈동자가 음영에 가려저 어둡게 일렁였다.
제시의 흰 엉덩이가 침실 밖으로 씰룩이며 사라지며 문이 닫혔다.
끼이익-
흠칫. 차가운 우리 안에서 혼자 남은 육변기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 작품 후기 ============================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