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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백작 조교와 사육의 영지-49화 (49/144)

00049 영지시찰 =========================

“암캐 한 마리가 백작님의 포니걸을 더럽히는 바람에 붙잡아 놓았습니다”

백작의 질문을 받은 병사가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대답했다.

평소의 영지시찰이라면 백작을 수행하는 기사나 수행원이 따라와서 백작의 자질구레한 질문을 받았을 테지만 제시가 수행원으로 따라오는 바람에 질문을 받은 것이다.

“암캐가? 왠만한 가축들은 포니걸 근처로도 오지 못할 것인데 신기하군”

백작이 자신의 포니걸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신기해 했다.

포니걸은 암컷가축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높은 가축에 속하기 때문에 그 육체능력이나 고고한 자존심에서 나오는 위압감이 적지 않았다. 평민들이 쓰는 저급포니걸이라면 다른 암컷가축들과 별 차이가 없겠지만 기사와 같은 준 귀족 이상이 보유한 포니걸들은 소모품이 아닌 제대로 된 가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지능이 있는 암컷 가축들이 포니걸에게 느끼는 위압감은 평민이 귀족에게 느끼는 그것과 다르지 않을 만큼 접근하기 힘들었다. 특히 가장 지능이 높은 가축 중 하나로 알려진 애완가축은 귀족들 소유의 최고급 포니걸 주변에 접근하는 것을 무서워했다.

“어린 소녀가 주인이어서 버릇을 제대로 들이지 못한 듯 합니다”

마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암캐의 주인인 듯한 소녀가 병사들에게 가로막혀 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직도 울음을 그치지 못해 눈물범벅이 되어있는 얼굴은 절로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에 충분했으나, 백작의 눈에는 그저 시끄러운 소음의 원인으로 보였다.

“흠...”

백작은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일까지 보고받자 귀찮아졌다.

제시를 조교하기 위해 일부러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자 일일이 보고를 하고 일을 처리하게 시켰지만 정작 평소라면 신경써도 되지 않을 일들이 눈에 들어오자 짜증이 났던 것이다.

가만 놔두면 알아서 벌레처럼 늘어나는 저런 저급 암캐 따위는 몇백 마리가 있더라도 자신의 포니걸 한 마리를 빌릴 수도 없었다.

포니걸의 강력한 각력에 차날려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암캐 따위가 마차 옆에 널부러져 있는 것 조차 백작에겐 매우 불쾌한 일이었다.

‘제시가 풀어놓은 미끼를 물었다고 해서 급하게 돌아왔건만!’

비할 데 없는 무력과 여인으로서도 최고의 소재를 찾아내어 조교에 주의를 기울인 다는 것은 항상 귀찮고 수고스러운 일이 동반되는 법이었다.

슬슬 미약과 피어싱을 통한 육체개발도 완료되어가고 있었고, 영지의 암컷 가축문화에도 거부감이 줄어드는 것 같아 육변기를 선물해 상태를 가속화 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영지에 방문하여 호그장남의 위험을 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사정이 급한 난민들까지 동원했던 것이다.

‘흐흐흐 이제 제 발로 찾아와 나에게 굴복하는 일만 남았지’

제시가 자신이 매수해 두었던 난민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제시는 자신의 손아귀에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남은 것은 나날이 음란해져가는 이 탐스럽고 순진한 여기사를 어떻게 요리하는 것이냐 일뿐.

그런데 이런 좋은 소식에 흐뭇해하는 자신의 눈앞에 저런 저급 암캐따위가 방치되어 있는 모습은 좋았던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 쓰레기였다.

평민이 키우는 저급한 가축답게 구릿빛 알몸은 더러운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있었고 스스로 발정을 제어하지도 못하는 음부는 항상 흥건한 보짓물로 인해 흙먼지와 분비물로 더럽기 그지없었다.

“흥, 내 포니걸을 더럽혔으니 처분해서 포니걸들의 여물로 갈아버려라!”

백작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고통에 꿈틀거리고 있는 암캐를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마차로 걸음을 옮겼다.

그 때, 제시가 급하게 다가와 백작을 만류하고 나섰다.

“백작님, 다시 한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저 암캐는 소녀가 어릴 때부터 함께한 소중한 가족입니다. 소녀도 백작님의 영지민이니 한번만 선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부러 마차에 들어가지 않고 백작을 기다리며 비스킷의 선처를 기다렸던 제시가 잽싸게 다가와 말을 꺼냈다.

기사인 자신을 가축인 포니걸로 오해했었지만 순진무구한 어린소녀의 슬픔을 이대로 지나칠 순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기껏 응급처치를 해놓은 암캐도 이렇게 쉽게 죽게 내버려 두어 포니걸의 여물에 고기반찬으로 요리되어 올라가는 것은 너무나 비참했다.

“음? 나도 영지민을 함부로 대하진 않지. 저런 암캐따위는 몇 마리라도 새로 살 수 있을 만큼의 보상을 해줄것이네. 걱정하지 말게”

의외로 진지한 제시의 말에 놀란 백작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으며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사실 동전 몇 푼만 쥐어주고 끝났어야 하는 일이었지만 제시가 관심을 보이고 나서자 백작이 제시가 납득할 만한 말을 골라 대답했다. 제시가 스스로 굴복하며 충성을 맹세하는 순간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일은 어찌되도 좋았기 때문이다.

“백작님 그게 아니라, 저 부상당한 암캐를 살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백작의 생각보다 제시가 저 벌레같은 암캐에게 보이고 있는 관심은 매우 컸다. 제시가 한발 자국 앞으로 더 나서며 굳게 빛나는 푸른 눈에 안타까운 심정을 담고 말했기 때문이다.

백작은 제시가 무었을 했는지 모두 알 수는 없었기에, 저 소녀와 제시사이에 있었던 작은 만남까지 알 수 는 없었다.

“흠, 제시경. 정말 저 암캐를 살리고 싶은가?”

백작은 걸음을 멈추고 턱을 슬쩍 쓰다듬으며 질문했다.

의외로 귀찮았던 일에 대해 제시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백작의 관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저런 평민들이나 붙잡고 자지를 빨게 할만한 더럽고 비천한 암캐 한 마리는 어떻게 되든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제시에게 빚을 지우거나 조교할 만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암캐는 소녀와 평생을 함께해온 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시가 마지막으로 백작에게 부탁했다.

역시 관심을 두고 있는 자신이 부탁했기 때문에 백작이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는 모양이었지다. 하지만 금새 먹이를 노리는 사냥꾼 같은 소름끼치는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느끼곤 이것이 소녀를 위한 마지막 부탁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강하게 부탁했다간 어떤 불리한 요구를 해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주군을 위해 지원병력 요청을 앞두고 불리한 조건을 계속해서 추가할 순 없어... 미안...’

소녀도 귀족의 심기를 건드리면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가족같은 암캐 비스킷을 잃을지는 몰랐기 때문에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보지기사 언니가 귀족에게 나서서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을 보고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것 같았다.

“제시 경이 부탁하니, 저 괘씸한 암캐를 살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만...”

“....”

“영주로서 손상된 품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저 암캐를 돌려보낸다면 영주이자 귀족인 나의 마차를 이끄는 포니걸을 더럽히고도 무탈했다는 것인데, 이런 잘못에 마땅한 처벌이 없다면 나를 우습게 보겠지”

“백작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누가 감히 백작님을...!”

“아아, 당장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말일세. 아무리 제시 경의 부탁이라도, 가신도 아닌 손님이 귀족의 명예에 관련된 일을 함부로 할 수는 없지”

“크읏...”

제시가 나직이 침음성을 흘렸다.

백작은 순순히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백작이 비스킷을 처분하란 말을 꺼내기 전에 이야기를 꺼냈어야 했다. 귀족들이란 자신의 사소한 말 한 마디라도 번복하거나 거역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은 백작의 가신이 아니라 손님에 불과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명예와 품위에 관련되는 일이라고 못 박을 경우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호오, 평민의 저급 암캐따위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다니...’

얼마나 제시가 이일에 대해 비중을 두는 지 그 의중을 떠봤던 백작이 내심 고소를 흘렸다.

자신의 생각보다 이 쓸모없는 암캐를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더욱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아 더욱 압박한다면 포기하고 물러날 것이 분명했지만, 여기서 한발자국 양보해 준다면 제시에게 빚을 지우거나 약간의 곤란한 짓을 요구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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