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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백작 조교와 사육의 영지-26화 (26/144)

00026 영지시찰 =========================

백작과 관리인이 그들 나름대로 흥분되고 중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제시는 너무 거대해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젖가슴을 가진 암컷들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로 거의 성장한 암컷들을 보면 거대한 가슴을 이동식 발판 위에 고정시켜 끌고 다닐 수 있게 했지만, 너무나 거대한 젖가슴 움직임 자체를 방해하는 지, 암컷들은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다만 어려서 상대적으로 젖가슴을 발판위에 얹고 끌고 다닐 만 한 암컷들은 좀은 축사 내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내 가슴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건가.......”

보통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젖가슴으로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던 기억도 잊어버린 채, 제시는 그렇게 칭찬하고 인정해 줬던 자신의 가슴은 잊어버린 듯한 백작의 모습에 왠지 모를 씁쓸함과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크기의 젖가슴을 가진 암컷들이, 그것도 백작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가축들이 수십 마리나 눈앞에 알몸으로 헐떡이고 있는 모습에 제시는 열등감과 강한 질투심이 피어올랐다.

“그래도 모양의 아름다움 만큼은...!

제시는 과거에 자신보다 가슴이 작은 여자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대사를 지금 자신이 하고 있다는 생각에 허탈함을 느꼈다. 자신의 커다란 가슴만을 보고 껄떡대는 남자들을 보고 표독스럽게 내뱉었던 여자들의 대사를 당시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고 멍청하게 까지 생각했다. 가슴의 크기 따위에 휘둘리는 멍청한 여자들을 욕하며 훈련에 더욱 매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암컷의 본성을 느끼고 여성의 육체에 대해 자각한 지금에 와서 자신스스로가 그 멍청한 여자들의 대사를 내뱉을 줄이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야 겨우 내 거대한 젖가슴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됬는데.......”

백작이 인정했던 거대한 보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제시는 마음이 복잡했다. 자신의 눈앞에 흔들리는 새하얀 젖가슴이 더 이상 쓸모가 없다니... 젖가슴을 빼면 남는 여기사라는 이점도 백작의 아름답고 헌신적인 보지기사단에 비하면 자신이 빛이 바래는 것 같았다. 하다못해 젖가슴에 백작의 총애의 증거인 금빛 링이나 보석 링을 달고 있기라도 했으면 좀 더 쓸모 있어 보일 것 같았다.

‘아니야, 차라리 이 기회에 백작의 손에서 벗어나 주군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왠지 모르게 버려지고 내쳐진 듯한 느낌에 애써 자신의 주군을 떠올리며 자위했다. 이렇게 된 이상 처음 백작 령을 방문했던 목적대로 지원병도 얻고 주군에게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 나쁘진 않았다. 문득 눈앞에 멍청하게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젖가슴을 흘리고 있는 가축이 부러워졌다. 아무런 고민도 없이 쾌락에 헐떡이고 욕망대로 행동하며 사육되는 모습이 부럽고 행복해 보였다.

“여기사님도 한잔 드셔보시겠습니까?”

거대한 젖가슴을 출렁이는 사나웠던 여기사가 말없이 자신보다 더욱 거대한 젖가슴 늘어뜨리고 있는 가축을 바라보고 있자, 관리인이 거대 젖가슴 가축의 모유를 한잔 가지고 왔다. 제시에게 접근해 온 노회한 관리인은 이미 백작에게 반쯤 떨어진 듯한 여기사의 속내를 파악하고 있었다. 백작에게 점수도 딸 겸, 여기사의 곁으로 접근한 관리인은 약간의 젖비린내와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모유 한 컵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이들은 가축일 뿐입니다. 기사님”

“...?”

“지능이 제한당하고, 젖과 고기를 제공하는 것밖에 쓸모가 없는 하등한 존재라는 겁니다요”

“...그래서?”

제시는 자신에게 다가와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관리인의 의도가 의심스러웠다. 백작이 시켜서 한 일인가하고 슬쩍 백작 쪽을 살펴봤지만 백작은 1세대 거대 젖가슴 암컷을 사용해 보는  것에 드물게도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늙은 관리인이 백작과는 상관없다는 것에 살짝 마음을 놓은 제시가 계속 말해보라는 듯 턱을 살짝 치켜 올렸다.

“어차피 이것들은 쓰다 버릴 물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평생가도 백작님의 총애의 증거인 보석 링조차 받을 일이 없습죠. 가축 중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는 건 애완가축정도... 하지만 이들의 젖통은 애완용이 되기엔 너무 비정상적으로 거대합니다”

“......”

“이들의 젖통은 결국 잠시 흥미를 이끈 장난감에 불과할 뿐이라는 겁니다요. 크기만 클 뿐, 여기사님의 고귀한 정신과 아름다운 육체가 함께 빛을 발하는 극상품의 젖가슴과는 비교할 수 조자 없습니다.”

자신이 키우는 가축을 물건 이하의 존재로 깎아내리며, 달콤한 말로 제시의 귀를 붙잡는 관리인의 얼굴에는 사실만을 말한다는 진지한 표정이 깔려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두꺼운 얼굴가죽 밑에선 간악한 얼굴로 비웃음을 흘리고 있겠지만, 백작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그것을 알아차린 적은 없었다. 수많은 귀족과 가축, 동료들을 속여 온 관리인에게 있어 훈련만하고 살아온 순진한 여기사를 속이는 것 따위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에 불과했다.

“현재 유일하게 루비 링을 달고 있는 애완 암캐조차 어차피 백작님에게 있어선 귀여운 암캐일 뿐, 대등한 인간조차 아닙니다. 또 백작님의 애첩이라는 보지기사단은 어떻습니까? 백작님 취향인 여성들을 모아놓은 애첩이기 때문에 금빛 링을 달아놓은 것 뿐이지, 실제로는 제대로 된 기사조차 아니지 않습니까”

‘아아......’

제시는 자신이 서운해 하고 고민하고 있던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관리인의 달콤한 속삭임에 점점 귀를 기울이며 빠져들었다. 피곤과 미약, 그리고 혐오스럽지만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듯한 백작에게 까지 버려졌다는 충격에 제시의 머릿속은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또한 정확한 사실이라기보다 제시의 외롭고 억울한 마음을 살살 꾀어내고 달래는 유혹은 적군이나 마찬가지인 백작영지에서 홀로 외롭게 싸워온 여기사가 거부할 수 있는 유혹이 아니었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자신과 공감해주는 감언이설에  제시의 감정이입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기사님을 이곳으로 보낸 분도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진심으로 기사님을 아끼신다면 기사님이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을 절대 방관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아, 아니 그건....!”

여기사가 최후의 버팀목으로 붙잡고 있던 호그장남에 대한 믿음마저 살살 긁어내자, 제시가 그래도 부정의 말을 내뱉으려 했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관리인의 한마디에 제시는 뒷부분의 말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그분이 정말 기사님이 이런 상황에 처할 것임을 몰랐다고 생각하십니까...?”

“......! 호, 호그장남님은.......”

사실 관리인은 백작과 호그장남, 그리고 제시 간의 일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지금 눈앞에 있는 여기사의 이름도 모르고 오늘 처음 접했다. 하지만 잔혹하고 악마같은 백작을 2대에 걸쳐 모시면서 생긴 상황파악 능력과 눈치는 이 상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백작이 아끼는 듯한 모습, 특히 저 아름답고 거대한 가슴에 체인이라는 장식까지 달아놓은 것을 보면 젖가슴에 특출난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또한 딱딱하고 절도있는 자세와 단련된 육체는 꽤나 고지식하고 사회경험이 없는 여기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거대하고 부드러운 젖가슴을 은빛 링으로 얽매어 둔 것으로 보아 백작이 강제적으로 굴복시키기에는 다소 껄끄러운 자가 주인인 것으로 짐작이 가능했다.

“저 애완암캐를 보십시오. 가축임에도 불구하고 백작님의 총애를 받아 루비 링을 달면, 백작님은 한 없이 관대해지고 아껴주십니다. 하물며 진짜 기사이시며 준 귀족이신 기사님에 대해 백작님이 특별하게 관심을 쏟고 계시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소곤거림 보다 열변에 가까운 말을 토해내는 관리인의 얼굴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을 이렇게 방치해 둔 호그장남님과 다르게 백작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사육하는 거대 젖가슴 가축보다 자신의 젖가슴을 극찬해주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육사의 열띤 설득은 제시의 마음에 깊게 파고들었다.

“그 어떤 귀족여성도 이렇게 백작님의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던 만큼, 여기사님은 백작님께 특별한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백작님의 특이한 취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성은 오직 여기사님이 유일 하십니다”

“하, 하지만 나는 여성이 아니라 기사로서...!”

“강력하고 뛰어난 백작님이 아직도 반려를 맞이하시지 못한 이유는 귀족 여성들이 전부 혼비백산하여 참지 못하고 달아났기 때문입니다. 기사로서 준 귀족인 여기사님은 이미 백작님의 취향을 이해하고 계시는 유일한 ‘여성’ 이시자 동시에 ‘기사’ 이신 겁니다.”

“아... 아아......”

제시는 무엇인가 둔중한 것이 머리를 후려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여성이자 기사인 것. 자신에게 이 두 가지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여성을 버리지 않고는 기사가 될 수 없었다. 억지로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아왔다.

여성을 버리고, 부끄러운 놀림거리였던 거대한 젖가슴을 꽁꽁 동여매고, 할 수 밖에 없었던 기사생활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결국 중앙 근위기사단의 부단장과도 겨룰만한 실력과 명성을 얻게 되었지만, 남자인 동료 기사와 어울리기에는 성별의 한계는 극복하기 어려웠다. 여자에 관한 이야기도, 같이 땀 흘리고 몸을 부딪히거나 몸을 씻는 것도 함께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유 한컵을 건네준 관리인의 조언은  자신의 인생이 가져온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을 제시해 주었다.

손에 쥔 컵에서 젖비린내와 달콤한 우유의 냄새가 동시에 올라오는 것 같다. 피곤과 갈증에 들이킨 모유 한 모금에서는 슬며시 기대했던 젖의 비린내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연한 달콤함이 입안을 맴돌다 여기사의 타는 듯한 갈증을 해소하며 목을 넘어갈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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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명절 몸 건강히 잘 지내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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