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5. 자유 도시 리베라 (11/15)

외전 5. 자유 도시 리베라

원하는 곳으로 가고, 원하는 곳에서 머무른다. 자유로웠다. 알리샤와 다니엘은 결혼 후 한동안 그렇게 생활했다.

알리샤는 틈틈이 아이들을 위한 동화나 소설을 쓰기도 하며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기도 했다.

“오늘 마탑 가는 날이네요.”

그리고 다니엘의 생활도 많이 바뀌었다. 그는 알리샤와 함께 옛 마탑에 갔을 때를 잊지 못했다.

그들은 주기적으로 그 마탑에 들러서 일부러 그때 갔던 황금 방에 찾아갔다. 알리샤가 들어갈 때만 나타나는 서울 어딘가의 도서관을 찾기 위해.

“자동문은 언제 봐도 신기하네요.”

“그래요?”

“네. 전기라고 했던가요? 우리 세상에서도 전기 대신 쓸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은데.”

“정령력이랑 마법을 일단 활용해 봐야겠죠?”

“그래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둘은 익숙하게 서고로 향했다.

“그런데 점점 볼 수 있는 책이 늘어나네요.”

“자주 오기 때문일 거예요. 점점 구현이 구체화되는 거죠.”

그 말인즉, 침입자들이 자꾸 왔다가 빠져나가니까, 못 빠져나가도록 더 향수를 자극하게 진화한다는 말이었다. 알리샤가 웃으며 말했다.

“그거 참 고마운 일이네요.”

“그렇죠.”

다니엘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전히 다정하고 침착한 듯했지만, 알리샤는 그가 순수하게 들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웃음을 참으며 알리샤가 말했다.

“단, 우리 영지 어디로 할지 생각해 봤어요?”

황제가 이리저리 여행만 다니는 황녀 부부를 걱정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둘 모두에게 대공의 위가 내려진 것 말이다.

“우리 마음에 드는 곳이면 다 된다고 하셨잖아요.”

사실 영지는 별로 필요 없는데. 그때 다니엘이 답했다.

“음. 한 곳 생각했어요.”

“그래요? 어디로요?”

그가 원한다면!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옛 로바인 왕국 수도요.”

“아.”

알리샤는 멈칫했다. 그리고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에게 물었다.

“괜찮겠어요?”

로바인의 수도. 그것도 왕궁은 그에게 그다지 좋은 추억이 없는 곳이었다.

‘혼혈 정령이, 고통스러운 실험을 통해 태어나는 것이었으니까.’

혼혈 정령이 아니더라도 각종 정령력 관련 실험에 피해를 입은 이들이 많았다. 단의 사람들은 그런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단의 수하들이 이걸 알았다면 단을 말렸을 텐데.’

“괜찮아요.”

깊어지려던 상념이 단숨에 멈췄다.

“단이 괜찮다면 저도 좋아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수도면, 크기도 적당한 거 같네요.”

대공 둘의 영지로서 말이다.

“정령력과 마법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것을 연구하기에도 그곳이 가장 좋고요.”

“맞아요. 정말 그렇겠네요.”

“찬성해 줘서 고마워요.”

“뭘요.”

알리샤가 싱긋 웃었다. 괜찮겠냐고 다시 묻지도 않았다. 그를 믿으니까. 그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이 아니다.

‘거기다 저렇게 생기가 도는 눈빛이라니.’

“영지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요, 리샤?”

“음.”

알리샤는 생각 끝에 답했다.

“리베라. 자유에서 따온 말이에요. 어때요?”

“좋네요.”

그렇게 두 대공의 영지가 정해졌다.

다니엘의 수하들과 능력, 마탑의 지원, 그리고 알리샤의 어마어마한 재력이 더해졌다. 옛 로바인 왕국의 수도는 빠르게 변모했다. 또한 그곳은 서울 한 도서관을 기반으로 한 두 대공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정령과 마법은 각각의 특성을 발휘하여 온갖 신기한 물건들을 만들어 냈다. 리베라에서 개발한 것들은 상용화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라빌로프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은퇴 후 아리엘 황후와 함께 열심히 놀러 다닐 때 즈음.

‘자유 도시’ 리베라가 탄생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