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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 기적 (7/15)

외전 1. 기적

인간들은 알 수 없지만 신계에는 불완전한 신이 하나 있었다. 드물게도 인간들의 믿음에서 태어나지 않고 신들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 그래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신이 된 존재가. 아직 이름도 가지지 못한 그 어린 신은 종종 인간들의 인생을 훔쳐보고는 했다.

“심심함을 달래기엔 이만한 게 없단 말이지.”

아직 모든 것을 볼 수는 없지만.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흠.”

그는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보게 되었다. 이름은 르페르샤 람 트리엘.

사실 그녀는 여러 번의 회귀 때문에 신들 사이에 찍힌 영혼이었다.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아서 의아했는데…… 이래서였군.”

어린 신은 그 사람의 인생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회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 그러니까 그녀의 모든 것을.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린 신은 결정했던 것이다.

“……그렇잖아도 슬슬 이름을 가지고 싶던 차였지.”

온전한 신이 되려면 어린 신은 이름을 얻어야 한다. 이름을 얻으려면 사람들 사이에 기적을 행해야 했다.

“첫 기적은, 네가 좋겠구나.”

어린 신이 조막만 한 손을 꼼지락거렸다. 그 순간, 세상에 처음 보는 신의 신탁이 내려왔다. 어린 신이었기에 공표가 되지도 못했지만.

“마침 평생을 모실 신을 정하지 않은 아이가 있으니.”

콜린이라는 그 아이는 신성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신관이 되지는 않은 아이였다. 말하자면 견습생.

어린 신은 그 아이를 자신의 사도로 선택한 뒤, 아무도 듣지 못하는 곳에서 아이의 입을 빌어 입을 열었다.

<나 --의 이름으로 길을 열지니.>

겨울이었다. 어린 신의 사도의 손끝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 나와 눈부신 세상의 흰빛을 그러모았다.

흰빛은 하얀 길이 되었다. 그의 첫 기적으로 선택받은 영혼이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

<이제 한 소망이 온전해지리라.>

그것은 알리샤 륜 트리엘이 다니엘과 함께 눈을 뜨던 그 순간의 일이었다. 둘을 정령의 길을 따라 밀어낸 르페르샤는 제 앞에 난 새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건, 또 뭔가.]

그녀의 몸이 온전하게 알리샤의 몸이 되었으니, 여기서 이제는 나가야 했다. 그런 중에 나타난 길. 망설이던 그녀는 이끌리듯 길 위로 발을 내디뎠다.

[어느 쪽이든 이곳에서 나가는 것은 변치 않을 테니.]

이윽고 그녀는 알리샤의 것이 된 몸을 벗어나 자신을 축복하는 장례식에서 멈춰 섰다. 하얀 길은 여전히 그녀의 눈에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알리샤의 눈물 어린 미소를 마지막으로 르페르샤는 마침내 미련 없이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했다.

그리고 새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 모든 괴로운 기억들과 상처들을 뒤로하고서.

“응애!”

가장 바랐던 소망 그대로, 그녀는 소중한 아이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어린 신은 다시 태어난 아이에게 열심히 축복을 더해 주었다.

“나는 비틀림의 신, 바하. 너는 내 첫 기적으로 가장 어울리는 존재야.”

망가진 환경 속, 올곧은 인생이었다. 금기를 범했으나, 누구도 죄인이라 할 수 없는 인생이었다.

“이번에는 사랑받으며 살아가겠구나.”

새로운 신 바하가 나타난 날, 축복 속에 르페르샤의 새 인생은 시작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녀 자체로 사랑받으며,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그런 인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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