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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208화 (208/221)

〈 208화 〉 207. 물량공세

* * *

나는 헨리에게 나락의 구역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헨리가 말하길 나락은 크게 네 군데로 나누어져있으며,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갇힌 둥지란다.

이곳은 사방이 적대생물로 가득하고 특히나 몸에 파고들어 살을 파먹으며 증식하는 식충벌레들이 굉장히 위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구역에서 빠져나가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최악이었다.

갇힌 둥지는 그 이름답게 출입도 굉장히 힘들고 빠져나가기 위해선 뒤엉켜있는 벽을 억지로 찢어내야 했는데, 벽면이 살아 있는 경우가 많아 그대로 벽에 빨려 들어가 죽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단다.

그야말로 환경 자체가 굉장히 적대적이며 한번 빠져들면 외부로 쉽게 나갈 수도 없어서 끔찍했다.

두 번째는 기생인간들이 육벽에 피지마냥 파고들어 가 있는 진홍지대다.

이곳은 정신이 연결된 기생인간들에게 들키거나 적대상태가 되면 살아남기 버거워진단다.

또한 한시도 쉬지 않고 유기체를 녹이고 산화시키는 산성용액이 벽면에서 뿜어져 나오며 이게 피부에 닿을 경우 빨리 정화하지 않으면 흉터처럼 남아 그대로 피부병이 된다고 했다.

이 피부병은 염증으로 전염되며 종국엔 온몸이 염증으로 뒤덮여 죽을 수도 있단다.

“야! 이선재!! 이선재 불러와!!!”

나는 아까 이선재의 얼굴에 있던 흉터를 떠올렸다. 그게 아마 헨리가 말하는 피부병인 모양이었다.

쉬러갔던 이선재는 얼떨결에 붙잡혀 일본인 사제들에게로 보내졌다.

'치료를 빨리 못하면 온몸에 염증이 퍼지고.. 염증에서 나온 고름이 타인에게 닿으면 전염된다니..'

헨리의 머리가 없었다면 아마 아무것도 모른 채 거점이 털릴 뻔했다. 나는 헨리에게 감사 인사를 했고 헨리는 별거 아니란 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럼 계속 이야기하겠네.”

“예.. 부탁드립니다.”

세 번째는 조력자가 있는 곳이라 판단되는 장소로, 이곳은 황반이라 불린다.

노란 곰팡이와 진균류들이 생물의 피부나 폐에 숨어들어 서서히 몸을 잠식해 결국엔 황반의 중심으로 끌고 가 녹여 죽이는 장소로, 피부가 드러난 옷을 입거나 아무런 방비 없이 숨을 들이쉬면 위험하다고 했다.

“여기에.. 조력자가 있다고요?”

“그래. 자네가 재앙신님들의 사도라면.. 나락에서 찾을 조력자는 그분밖에 없지.”

“재앙신이요?”

“그래. 세계의 끝을 고하실 재앙신님들 말일세.”

“아하..”

아마 악신들을 부르는 다른 명칭이겠지.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헨리는 옛날 사람 같으니 옛날에는 인디크론과 카쉬낙스를 재앙신이라 불렀던 모양이지.

“그런데 그분은 대체 누굽니까? 황반에 있다는 조력자 말입니다.”

“가장 먼저 추락한자라네.”

“가장 먼저 추락한자.. 흐음.”

“그 누구보다도 천계를 위했으나, 결국은 모든 죄악을 짊어지고 추락한 자가 있네. 그자가.. 나락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을 조력자일 거야. 자네, 종언의 사도잖나. 그럼 그분말고는 없지. 이거 묵시록을 얻는 모습을 보겠구먼. 허허.”

헨리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다. 허나 머리뿐이었기 때문에 끄덕일 목이 없었고 헨리는 살짝 시무룩해했다. 종언의 사도라거나 묵시록이라거나.. 뭔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마지막 장소인데.. 여긴 별다른 적대 생물은 없네. 그리 위험하지도 않을 거야.”

“오..! 그럼 거기가 나락에서 그나마 안전한..”

“그런데 거긴 내가 제일 위험해.”

“예?”

“아마 네 번째 장소에서 내 몸뚱이가 칼춤을 벌이고 있을 거야. 그곳에 있던 원류생물들은 내 몸뚱이의 난도질에 이미 다 절멸했을 거고.. 내 몸만 어둠 속에 남아 춤을 추고 있겠지.”

네 번째 장소에 미쳐날뛰는 헨리의 몸이 있단다.

“어느 정도로.. 강하십니까?”

“흐음.. 저기 저 검을 가르치는 여인 만큼?”

“예?”

“아, 여인이 아니라 사내라고 해야 하나.”

헨리는 검을 가르치고 있는 팔어스를 보며 말했다. 그는 팔어스가 원래는 남성이었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챘다. 어찌 알아챈 거지?

‘아니, 근데.. 팔어스 급이면...’

팔어스는 유리대포인 대신 하루 3번 즉사참을 날리는 괴물이다. 그런 괴물과 동급이라니. 최소 체셔와 비슷하거나 더 뛰어나단 소리였다.

‘하긴.. 나락에서 칼춤추는 괴인이니...’

애초에 나락에 몸뚱이만 남은 시점에서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있다는 점이 그의 강함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

헨리에게 몸을 찾아주고 동료로 영입하면 엄청날 것 같다. 메르와 체셔, 팔어스와 헨리까지.. 그야말로 사천왕이다.

******

악신들의 수작으로 인해 최악의 장소로 떨어지게 된 선신 진영의 플레이어들.

그리고 구도자가 있는 지역이 하필이면 고위험 구역이라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 조준 일행들까지.

두 팀 다 곤란하긴 매한가지였으나 조준은 헨리의 머리가 있었기 때문에 나락의 지식을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상당히 유리한 상황을 가져올 것 같았다.

물론 '간파'를 사용해 공략 법을 알아낼 대현자 마이클과 봉인과 결계, 정화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성녀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면 금세 비슷해지겠지만.

“다들 준비 끝났지? 이 아래는.. 극도로 위험해. 정말 죽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절대로 독단적으로 움직이거나 팀에서 이탈하지 마. 그리고 유혜지.”

“예.”

“너는 들어가서부터 송신탑으로 운용할 거니까 여명 세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먹어둬라.”

“넵..”

효선 여고의 교사이자 길드 매니저 클래스를 가진 유혜지.

조준은 이번 원정에 그녀를 동행시키기로 했다.

그녀가 가진 길드 채팅 스킬로 채팅 기능을 사용해 나락을 좀 더 빠르게 공략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길드 채팅은 거리가 너무 멀어지지 않는 이상 원거리에서 팀원들과 대화가 가능했다.

‘나락의 크기는 말도 안 되게 크다고 했으니.. 팀을 나눠서 움직일 필요가 있어..’

헨리는 조준에게 설명했다. 어쩌면 현실과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점은 행운일지도 모른다고.

그만큼 나락은 방대했고 한 지역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일주일 이상이 걸릴지도 몰랐다.

“그리고 우리가 아래에서 찾아야 할 것은 총 3가지야. 우선...”

목 없이 움직이는 몸통과 나락에 들어왔을 외국인들, 그리고 추락한자.

조준은 이번 나락 공략전에서 헨리와 조력자를 되찾는 것은 물론이고 선신의 개종자들이라 할 수 있는 마이클과 안나, 니콜라스까지 전부 잡아 죽이고 싶었다.

특히 상대방의 정보를 멋대로 간파해 버리는 마이클은 이 참에 확실하게 조져야했다.

‘니콜라스는 반쯤 망가진 상태일 거고... 성녀라는 여자도 위험하지만 그보다 마이클을 먼저 조져야 한다...’

조준은 엘라와 벨라 자매의 정보를 토대로 그밖에 죽이거나 사로잡아야 할 이들의 명단과 간략화 된 몽타주를 만들어 나락에 들어갈 인원들에게 나눠줬다. 그 명단에는 파이몬과 계약했다는 로이도 끼여있었다.

“다들 대충 숙지해두고.. 후우..”

나락에 들어갈 사람으로는 우선 조준의 하렘 멤버인 이은지, 강화영, 한아람, 한아름, 메르헤레, 체셔, 에일라, 성하린, 이주하, 나나세 소라까지. 총 열 명이었다.

실상 거점에 남아 밭을 가꿀 강희선과 전투 능력이 전무한 커스 돌 이은하, 아직 성체가 되지 못한 용의 보모 역할을 해야 하는 김예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이 들어간다고 보면 됐다.

“일단 메르랑 체셔가 1조, 그다음 주하랑 하린이가 2조, 은지랑 화영이가 3조, 아름이 아람이가 4조. 소라랑 에일라가 5조야. 조원들끼리 잘 챙기고. 2명이서 하나인 것처럼 꼭 붙어 다녀야 해.”

“네!!”

“확인!”

1조는 화력조다. 메르헤레가 체셔를 보호하고 체셔가 레이저 게틀링으로 죄다 찢어발기는 것을 목표로 삼은 조이며, 5개의 조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

그다음인 2조는 정찰조로, 블루문 비스트인 성하린과 구미호인 이주하가 뛰어난 감각으로 적들을 파악하고 섬멸 가능한 적들은 미리 죽여 길을 뚫는 역할이었다.

3조는 지원조. 플레이어 중에서는 탑급의 전투력을 가진 섀도한냐 이은지와 카니지 뱀프인 강화영이 왔다 갔다 돌아다니며 전체를 조율한다.

4조는 자매조. 소드 마스터로 전직한 한아름과 데몬 슬레이어인 한아람이 3조와 함께 이리저리 지원하는 느낌으로 돌아다닐 계획이었다.

마지막 5조는 보급조다. 무녀인 나나세 소라와 에일라가 함께 결계와 방진을 구축하고 진지를 만들기로 했다.

사실상 클래스에 맞게 대략 정해 둔 조에 불과했으며 2인 1조로 돌아다니라는 의미로 만들어둔 명목뿐인 조 설정이었다.

“일단 너희들부터 들어가라. 들어가서 육벽에 기생한 놈들을 보이는 대로 잡아 죽여. 하은아, 얘들한테도 명령해라.”

“네, 주인님.”

조준은 미리 대기시켜뒀던 버섯 인간들과 손하은이 만들어 낸 시체 기생목에 지배된 언데드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지능이 낮은 버섯 인간들이 조준의 명령에 줄지어 나락으로 떨어져 내렸고 손하은의 지휘 아래 시체 기생목 본체를 통해 조종 중인 언데드들이 나락의 입구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기생인간들로 시체부터 만들어 보자고.”

줄지어 들어가는 버섯인간들과 기생목 숙주들을 보며 조준은 곧바로 칠흑바퀴를 불러냈다.

“키샤샤...”

오랜만에 소환되어서인지 더듬이를 꿈틀거리며 기쁨을 표하는 칠흑바퀴. 조준은 가까이 다가오려는 칠흑바퀴에게서 두 발자국 멀어지며 내부를 휘저으라고 명령했다.

“들어가서 수를 불려. 그리고 가면 쓴 팔 여섯 달린 존재는 절대 건들지 말고. 아니, 가까이 다가가지도 마. 아는 척도 하지 마란 말이야. 알겠냐?”

“키샤!!”

나락의 구도자는 절대 건들어선 안 된다.

‘나락의 구도자.. 나락 유일 상인 NPC.’

나락의 구도자는 나락에 존재하는 거의 유일한 상인 NPC였다. 그의 심기를 거슬렸다간 적대관계가 될지 모르고 그랬다간 답이 없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었다. 최대한 우호적인 관계에서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위해선 절대 그의 몸을 건드려선 안 되며 근처에서 신성관련 스킬도 써선 안 됐다.

‘일단은 저놈들이 대충 정리 해 두면 좋을 텐데...’

조준은 잠시 버섯인간과 기생목들이 나락에서 시체를 늘리고 바퀴들이 불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선신 쪽은 인원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그러니 우리도 비슷하게 나락을 공략한다...’

나락공략전, 그 시작은 물량공세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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