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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170화 (170/221)

〈 170화 〉 169. 표출하지 못한 욕망

* * *

내 입맛이 특이한 건지 버섯수는 그냥저냥 먹을 만했다. 어쩌면 워낙 이것저것 이상한걸 다 주워 먹고 다니다 보니 사실 뭘 먹으나 다 먹을 만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괜찮았다. 묘하게 중독성있는 풍미라 해야하나.

하지만 아람이는 버섯수에 좀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일반인의 입맛으로 버섯 수를 물대신 물처럼 마셔야 한다고 하면.. 상당히 어려울 것 같긴 하다. 굳이 비유를 해주자면.. 온갖 약초를 잡탕으로 끓인 좀 씁고 이상한 향이 나는 물이다. 물색도 보리차 처럼 갈색이었고.

“아람아 혹시나 버티기 힘들거 같으면 지금 말해. 아직 4시간 안 지났으니까 빠져나갈 수 있어.”

암시장은 4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언제든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지금이라도 아람이가 포기한다면 밖으로 내보낸 뒤 다른 멤버를 데려오거나 아니면 그냥 나와 체셔, 에일라 셋이서 파티를 짜고 행동해도 된다.

또한 이때까지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 4시간을 풀로 꽉꽉 채웠었지만 어차피 일주일은 여기서 죽치고 있을 각오로 왔기 때문에 아람이를 밖으로 내보내는 데 시간을 소비해도 아무 상관없었다.

“어떡할래? 아람이 네가 선택해. 정 힘들면 나가도 돼.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여긴 미친 곳이라서 못 버틸 수도 있다는 가정은 했었어. 포기한다고 뭐라하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내가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물어보자 아람이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고개를 저었다.

“나, 버텨볼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지금은 적응기라 그런 걸 거야.”

“그래? 4시간 지나면... 일주일은 여기서 생활해야 해.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 맞지? 버섯수 매일매일 마시고 입에 안맞아도 그냥 먹어야하는 괴식들이 가득한데.. 괜찮겠어?”

“응.. 오고 싶다는 애들도 있었는데 내가 욕심내서 온 거니까. 악으로 깡으로 버텨볼게.”

“흐흐.. 그래.”

아람이는 버티기로 했다. 사실 버섯수 하나로 마음이 꺾일 정도였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으리라. 그저 그녀는 지금 적응 중이었다. 아람이는 내가 생각하기에 적응력이 꽤 높은 녀석이니 금방 적응할 거다.

“그거, 다시 먹어봐도 돼요.. 언니?”

“응? 아, 그래.”

체셔는 냉장고에서 버섯수를 하나 더 꺼내 아람이에게 넘겨 줬다.

아람이는 버섯수를 따더니 그대로 원샷했다. 마치 자신이 이 정도로 무너질 리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녀는 버섯수를 다 마셨다. 역시, 상여자.. 나는 아람이의 버섯수 드링킹에 박수를 보냈다. 아람이는 암시장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윽.. 머, 먹을 만하네..”

“하하하하!! 장하다!!”

“우와.”

­짝짝짝짝.

체셔도 용기를 내준 아람이에게 찬사를 보냈다. 사실상 아람이는 체셔를 구하러 들어온 것이었기 때문에 체셔는 시종일관 아람이에게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중이었다.

“잠시 답답한 가면 좀 벗어볼까.”

아람이가 속이 더부룩한지 소파에 앉아서 넋 나간 표정으로 트림하고 있자 체셔는 당장 암시장 쇼핑을 가긴 무리라고 여긴 건지 쓰고 있던 네온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자 그녀의 귀여운 귀가 쫑긋 튀어나왔다.

“어..? 언니, 그..”

아람이는 체셔의 쫑긋 거리는 짐승 귀를 보더니 만지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건지 몇 발자국 다가 갔다. 간혹 보다 보면 하린이의 늑대 귀도 자주 만지작거리고 있던데. 아람이는 부드러운 걸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냐 만은.

“후후후. 신기해? 만져 볼래?”

“어. 예.”

아람이는 이미 짐승 귀를 가진 하린이를 봤었기 때문에 그다지 크게 놀라워하진 않았다. 허나 만지겠냐고 물어보자 굉장히 흥분하며 좋아했다.

“얘 엄청 좋아한다. 귀엽네?”

“흐흐.. 아람이가 좀 맹한구석이 있긴 해도.. 보다 보면 귀엽죠.”

체셔는 정신 없이 귀를 만지작 거리는 아람이가 귀여운 모양이었다. 다행이다. 두 사람은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나이차도 제법 나가는 사이라 거의 엄마와 딸의 나이차나 다름 없었다. 체셔는 정확한 나이를 알려준 적은 없지만 제법 많으니까. 물론 메르보단 아니겠지만...

이후 체셔의 귀를 만지며 안정을 취한 아람이는 귀를 놓아준 뒤 테이블 위에 있던 애완인간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손가락만 한 작고 뭉툭한 인간들이 테라리움 안에서 열심히 돌아다니자 굉장히 신기한지 한참을 들여다 봤다.

그렇게 아람이가 애완인간들이 정체불명의 공양의식을 벌이고 있는 테라리움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나는 가방에서 에일라를 꺼냈다.

그러자 옆에서 구경 중이던 체셔가 반응했다.

“그래! 그 에일라 맞네! 나 얘랑 알아!”

“예? 아... 맞다.”

나는 그제야 암시장에 들어오기 전에 에일라가 체셔와 아는 사이라고 말했던 게 기억났다. 심지어 에일라는 암시장을 여러 번 돌아다녀봤다고도 했었다.

“준, 너 에일라의 주인이 된 거야?”

“어.. 주인이 됐다하기 보단.. 전속 계약을 맺은 상태죠.”

“아하.. 우와... 어쨌든 진짜 오랜만인 것 같아. 신기하다.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네.”

체셔는 잠든 에일라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그러더니 나에게 넌지시 질문했다.

“혹시... 얘랑도 했어?”

“예?”

“섹스 말이야..”

“아.. 아직..”

“아직이란 말은.. 결국은 할 거란 이야기야?”

“어.. 그게..”

뭐라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에일라와 잠자리를 가진다는 건... 글쎄...

에일라만 좋다면야 나는 그녀와 잘 의향이 있다. 비록 표정이 없는 인형이긴 하지만 피부도 사람이랑 다를바 없이 부드럽고... 껴안아도 아무 문제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존재라 먹어보고 싶긴 하다.

“후후후... 에일라.. 잠들어 있을 때.. 살짝 장난 좀 쳐볼까?”

“예? 화, 화낼 텐데...”

“괜찮을 거야. 에일라가 전원 끄고 켜는 법 알려 줬지?”

“예...”

“그건 에일라가 준이 너를 전적으로 믿고 있다는 의미거든. 괜찮아.. 다짜고짜 면간하자는 게 아니야.. 그냥.. 궁금하잖아. 속이 어떤 모습일지. 밋밋한 인형일지.. 인간 같을지.. 궁금하지? 그치?”

체셔는 나를 유혹했다. 에일라의 옷을 벗겨 속살을 확인해보자며.

어차피 일주일은 떠나지 않을 것이기에 시간에 구애받지도 않는 상태다. 조금 장난을 쳐도 된단 말이지. 결국 나는 체셔의 말에 넘어가 침을 꿀꺽 삼켰다.

솔직히 첫 만남 때부터 계속 궁금하긴 했다.

과연 에일라의 속살은 어떤 상태일지.

과연 정말 젖꼭지와 보지까지 사람과 그대로 똑같이 만들어져 있을까?

만약 다 있다면 관계를 맺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들까.

여러모로 궁금하던 찰나 체셔의 유혹은 참기 힘든 것이었다.

“그럼.. 조금만 확인해볼까요.”

“응.. 사실.. 나도 궁금했어.”

“이거, 체셔가 궁금하니까, 저 꼬드긴 거죠?”

“헤헤헤..”

맞나보다. 체셔는 해맑게 웃었다.

그때 애완인간을 보고 있던 아람이도 내 옆에 다가왔다.

“거기 뭐 해..?”

“아, 아람아.. 그게..”

“응? 지금.. 에일라 옷 벗기고 있는 거야?”

왠지 들키면 안 되는 일을 들켜 버린 기분이 들었다. 묘한 배덕감이 느껴진다. 마치 남자아이가 놀이터 구석에서 바비인형의 옷을 벗기고 있다가 동네 여자아이에게 들켜 버린.. 그런 배덕감.

“흐음...”

아람이는 팔짱을 끼고서 나를 내려다 봤다. 그러곤 계속해 보라는 듯이 지켜봤다. 이건 허락한다는 의미인가...? 모르겠다. 나는 다시 반듯하게 누워 있는 에일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곤 그녀가 입고 있던 상의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옆에 앉아 있던 체셔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체셔.. 혹시 흥분했어요?”

“응? 아, 아니..”

“그래요..?”

체셔는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즐거운 것 같았다. 어쩌면 체셔는 조금 가학적인 성향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일단 에일라의 상의를 다 벗겼다. 그러자 들어간 뽀얀.. 아니, 아주 새하얀 가슴이 튀어나왔다.

그래, 가슴이 있었다. 인형인 주제에.. 상당히 정교한.. 가슴을 달고 있었다. 심지어 분홍빛 젖꼭지까지.. 이건 상당히 보기 드문 분홍 젖꼭지였다. 내 여자들은 대부분이 동양인이라 그런지 갈색 젖꼭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에일라는 분홍빛이다.

“꿀꺽..”

“준.. 아래도.. 아래도 벗겨보자. 궁금하잖아.. 생체 인형이라니.. 어디 가서 이런 거 확인해. 못해. 지금 뿐이야.”

“그, 그런가요?”

“그래.. 너도 궁금하잖아. 아람이도 그렇지?”

체셔는 아람이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아람이가 볼을 살짝 붉히며 대답했다.

“어.. 네.. 팔이랑 다리는 인형 관절인데... 몸은 완전 사람 같아서.. 좀.”

현장의 모두가 동의했다. 나는 에일라의 아랫도리를 벗겨 냈다. 뽀얀 팬티까지 다 벗기자 완전 나체의 에일라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녀는 지금 전원이 꺼진 상태라 무슨 짓을 해도 깨지 않는다.

그 말인 즉, 만지고 싶을 만큼 만져도 된다는 이야기였다. 마치 인형 다루듯. 나는 내안에 내제되어 있던 욕망을 따르고 싶어졌다.

­뭉클... 몰캉.. 말랑..

나는 손이 가는 데로 에일라의 젖가슴을 만졌다. 에일라는 그다지 가슴이 크진 않았지만 상상 이상으로 부드럽고 말랑했다. 마치 이 가슴을 만질 인간이 부디 기분이 좋아지길 바랐다는 듯이...

‘아아..’

에일라의 분홍빛 젖꼭지를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나는 행복함을 느꼈다.

사실 나는 잠든 여성과 항상 해 보고 싶었다. 허나 내 여자들은 두 눈 시뻘겋게 뜨고서 항상 역으로 나를 따먹으려 하는 인간들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면간은 그저 꿈같은 이야기였다. 정액 아깝다고 풋잡도 안 해주는데 뭘..

실상 나는 일종의 종마나 다름없었다. 그저 하염없이 박아댈 뿐인 종마... 물론 착정 당하는 게 싫지는 않다. 불알에 정액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죄다 잡아 뽑힐 때까지 박아대면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진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잘 수 있으니까.

아무튼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면 내 사전에 면간이란 장르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내 욕망을 채워줄 존재가 나타났다. 무슨 짓을 해도 깨어나지 않는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우, 우리... 쇼핑하러 간다고.. 안 했어요?”

그때 아람이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그녀의 말대로 4시간 안에 갈 곳을 다 돌아다녀야 했다. 암시장은 플레이어에게 개방된 4시간이 지나는 순간부터 정말 정신 나간 생지옥이 되어 버린다. 일명 인간 보호 시스템이 꺼져 버리는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괜히 암시장의 규칙 서에 4시간이 지날 때까지 탈출하지 못하면 그냥 자살하라고 쓰여 있었던 게 아니다. 까딱 잘못하면 어디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 무한 재생 당하며 고기를 착육 당할 수도 있었고 인간 목장에 씨받이가 될지도 몰랐다.

“아람이 말이 맞네. 할 일은 해야지.”

“아...”

“준, 빨리 에일라 옷 다시 입히고 깨우자.”

“어...”

설마 체셔가 아람이의 편을 들어 줄 줄이야. 나는 발딱선 자지를 살짝 문지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래, 나는 여기에 섹스나 하려고 온 게 아니다. 놀러온 게 아니란 말이다... 내 할 일부터 끝내야겠지.

결국, 나는 눈물을 머금으며 에일라를 깨워냈다.

이 설움은 아람이에게 꼭 받아 내야겠다고 다짐하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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