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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150화 (150/221)

〈 150화 〉 149. 전율저택 ­ 아찔한 조모임

* * *

드디어 고대하던.. 월요일이 찾아왔다.

월요일이 됐지만 별다른 업데이트는 없었다. 자잘한 패치조차 없이 조용한 한 주가 시작됐다.

“오빠아.”

“응? 왜?”

“헤헤... 아니므니다.. 오빠야의 향기가 좋아서...”

“녀석.. 실없긴. 은하는 아직 자?”

“조금만... 조용히 해주시라요... 딱 따땃하이 좋으니까는..”

“어.. 그래.”

오늘은 소라와 은하를 끼고 잤다. 두 사람 다 막내라인이라 항상 언니들에게 치이기 때문에 떠나기 전날에 좀 챙겨 주고 가기로 했다. 더구나 일본인인 소라는 대화가 매끄럽지 못해 항상 본인 스스로가 좀 답답해하고 있어서 어제 많은 대화를 나눴었지.

그래서 앞으로는 소라를 소라짱이라 불러 주기로 했다... 뭐, 오글거리긴 하지만 본인이 굉장히 만족스러워하니 다행이다.

“헤헤헤...”

항상 뒤로 밀려나 있던 소라는 오늘에서야 나를 독차지했다는 생각에 기쁜지 배시시 웃었다. 요즘 들어 한국어도 제법 잘하게 됐고 순종적으로 굴려는 모습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그리고 대화해 보니 그녀는 의붓오빠에 대한 혐오감과 남성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히 컸다. 그런데 나는 상냥해서 좋단다.

은하야 뭐, 그냥 언니인 주하가 나를 따르니 함께 따른다는 느낌이라 진득한 애정이나 사랑을 그녀에게서 느끼기는 아직 힘들었다. 그냥 북한보단 여기가 훨씬 살기 편하니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뭐랄까. 스스로 처보단 첩에 가까운 위치에서 나를 대한다고 해야 하나. 처음엔 날카로웠던 하린이나 틱틱 거리던 아름이도 결국엔 나에게 빠져들었으니 언젠가는 은하도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뭐,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노예낙인 스킬로는 이 이상을 바랄 수는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지만.

그리고 간혹 은하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이 떠오르는 모양인지 자주 혼자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럴때마다 주하와 은지가 달라붙어 철저히 정신교육을 한 덕에 이젠 북에 남은 가족들을 남아선호에 찌들었으며 가부장적인 집구석이었다고 욕하기 바쁘다.

“셋 다 슬슬 일어나! 해 떴어! 그리고 준아. 보석상 온다며. 빨리 일어나. 씻고 준비해야지.”

“아, 누나. 잠시만.”

희선 누나가 방으로 들어와 우리를 깨웠다. 나는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희선 누나와 주하, 메르는 아침잠이 없어서 비교적 빨리 깬다.

그에 반해 나와 아름이와 은지 그리고 하린이는 비교적 아침 잠이 많다. 화영이야 뱀파이어라 그런지 낮 중엔 거의 졸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고 아람이는 밤 낮 없이 거의 항상 졸고 있다. 잠이 워낙 많아서.

그런데 가만 보면 예원이는... 거의 항상 깨어 있었다. 자는 모습보다 내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 더 많이 기억나니.

‘분리불안이 살짝 있어서 그런지 내가 곁에 없으면 쉽사리 잠들지 못하긴 하지..’

그나마 요즘은 새끼 드래곤인 헬겐을 돌본다고 바빠져서 그런지 조금 예민함이 낮아진 모습이었다. 뭐랄까 부모가 되어 돌봐야 하는 아이가 생기니 강박증이나 그런 정신적인 결함이 조금 나은 느낌이었다.

“누나.. 픽시랑 대화 해봤어?”

“응. 반응이 막 달라지거나 하진 않았어. 우물쭈물 거리긴 하는데 당장은 대화하기 싫다더라? 그래서 시간을 두고 길들여 보려구.”

“그렇구나.. 하~암. 꼭 길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드루이드인 희선 누나가 말을 걸어도 픽시는 별다른 특이 반응을 보이진 않은 모양이었다. 헬러스가 말하길 지능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론 길들이기 어렵다고 하던데... 과연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뭐, 나야 그냥 요정가루나 떨어뜨려 주면 그만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짜고짜 짜증을 부렸던 나나 헬러스와는 달리 희선 누나에게는 우물쭈물 거리기라도 했으니 조만간 뭔가 진전이 있겠지.

나는 이부자리 정리를 노예들에게 대충 맡기고 보석상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기다렸어?”

“아뇨, 딱 적당할 때 오셨습니다.”

월요일마다 우리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업데이트 대신 예쁘게 꾸민 보석상이 찾아왔다. 그녀는 평소보다 좀 더 화려한 고딕풍 드레스를 입고서 여러 장신구를 착용했고 오른손엔 양산까지 하나 들고는 거점을 방문했다.

양산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는 자기 몸통만 한 빈티지 트렁크를 들고 있어서 얼른 들어줬다. 뭐가 그리 많이 들어 있는 건지 상당히 묵직했다. 그녀의 이야기에 의하면 내가 인장반지를 가지고 나올 걸 믿고 짐을 챙겨왔단다. 그녀의 가방은 교장실에 일단 모셔두기로 했다.

“일단 우리는 곧바로 저택의 입구로 가진 않을 거야.”

“그럼요?”

“우선 접견지에서 같은 조원이 될 사람들과 만나게 되겠지.”

“조원은.. 랜덤이겠죠?”

“응.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 있으면 먼저 온 조원들이 너를 맞이하거나 네가 찾아올 조원을 맞이하게 되겠지. 참고로 제일 먼저 방에 들어간 사람이 조장이야.”

“조장은 뭔가... 메리트가 있습니까?”

“없어. 최악이지. 조원들을 최대한 살려서 끝까지 데리고 가야 하는게 조장의 역할이야. 안 걸리길 기대해.”

“제발.. 조장이 되지 않기를...”

하지만 나는 나를 안다. 행운 666이 이 절호의 기회를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분명.. 내가 조장일 거다.

그래, 애초에 희망을 버리고 있으면 충격 받거나 마음상할 일이 없다. 항상 최악을 가정하자. 분명.. 내가 조장이 되겠지. 어차피 내가 조장이 된다고 생각하니 뭔가.. 마음이 편하다. 기왕 조장이 될거 그냥 조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조원들에게 강압적으로 명령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자, 그럼 가 볼까.”

“네. 얘들아! 나 다녀올게! 집 잘 지키고! 이상한 거 나오면 무조건 죽이고 확인사살해!! 싸우다가 안 되겠으면 도망쳐! 다들 꼭 살아 있어야 한다!”

“네! 오빠도 조심히 다녀와요!”

“무사해야 해..!”

나는 거점에 남게 될 여인들에게 두 팔 벌려 인사하곤 보석상의 손을 붙잡았다. 거점엔 메르도 있고 헬러스도 있고 더구나 팔어스도.. 있으니까. 어른이라 할만한 강자들이 있으니까 크게 걱정할 건 없겠지. 시킬 일들도 대부분 다 시켜뒀고 나머지는 하진성이 알아서 일정을 조율할 거다.

요즘은 직접 전투보단 인원관리에 더 힘쓰고 있으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그리 믿기로 했다.

“그럼 가자.”

“네..”

이제 우리는 저택을 진입하기 전의 중간 접견지로 갈 예정이다. 거기서 랜덤하게 팀이 짜여 지고 지켜야 할 규칙을 전해 들은 다음 저택으로 들어가게 되겠지... 살짝 긴장된다. 혼자 외국으로 배낭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어서.

‘후우... 빠뜨린 물건은 없고... 좋아.’

오늘을 위해 대용량 마법 가방에 이것저것 많은 물건을 챙겼다. 보부상에게 구입했던 물건들부터 초코바와 같은 비상식량이나 침낭까지.

심지어 조원들과 떨어질 까 봐 부부동침의 목걸이까지 챙겨 왔으니.. 준비는 완벽하다.

곧 나는 보석상과 함께 빛에 휩싸여 접견지로 전이 됐다.

******

“으어.. 시발... 여긴..”

내가 보석상과 함께 전이 된 곳은 어딘가의 커다란 건물 복도였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서류를 들고 바삐 돌아다니는 유사 인류들 뿐이었다. 못생긴 난쟁이들과 인간이라기엔 어딘가 이상한 생김새의 종족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지러워?”

“이건 좀... 어지럽네요...”

“이동 거리가 멀어서 그럴 거야.”

“크흠. 이제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긴...”

“환영해. 여긴 상인조합의 건물 내부야. 외부 풍경은 보여 줄 수 없어서 미안 하네.”

그녀의 말대로 밖은 안보였다. 아니, 창문 자체가 없었다. 마치 지하건물에 들어온 것 처럼 그저 벽과 복도만 길게 이어졌다.

“일단은 들어가 보자. 조원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네..”

내가 보석상을 따라 들어간 곳은 3번 회의실이었다. 대충 10평짜리의 방이었는데 소파와 탁자 하나가 전부인 볼품없는 방이었다.

“이런...”

“역시.”

내 예상대로 방안엔 아무도 없었다. 이건 무조건 내가 조장이다. 그야 방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뭔가가 날아와 내 팔에 완장처럼 휘감겼기 때문이다. 조장의 증표 같은 거겠지.

조장은 일반 조원보다 힘들다며 보석상은 안타까움에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고 나는 예상했던 상황에 그냥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들 올 거야.”

“네... 그런데 어디 가세요?”

“아, 나는 여기까지만 허용되어 있어... 따로 가 봐야 할 곳이 있어서. 아마 너를 관찰할 수 있는 시시티비 룸에 있을 것 같아.”

“어.. 저희들 관찰당하는 겁니까?”

“그런 듯해.. 열심히 응원하고 있을게. 잘 부탁해, 조준.”

“예. 성공하면 무조건 저희 거점으로 오셔야 합니다.”

“응.. 물론이지. 아까 가방 챙겨온거 봤잖아. 무조건 갈테니 걱정마.”

보석상은 나만 남겨둔 채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잠시 다른 조원들을 기다렸다. 약 5분쯤 뒤에 새로운 조원이 들어왔다.

“오.. 헬로?”

전형적인 미국씩 발음으로 헬로라 말하며 방 안에 들어온 것은 대머리의 백인 남자였다.

그는 나만큼이나 덩치가 우락부락했고 주로 검을 쓰는지 허리춤에 장검과 숏소드, 일본도를 세 자루나 차고 있었다. 또한 양손에 손가락이 빠져나오는 반장갑을 끼고 있었으며 군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왠지 굉장히 선한 인상이었다. 어떻게 저런 몸뚱이로... 대머리 주제에 선한 인상일 수가 있지?

‘설마... 이 새끼가 용사인가...?’

문득 나는 이놈이 행운 777의 주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별다른 이유는 아니고 내 느낌이 그랬다. 그래서 속으로 인디크론이나 카쉬낙스에게 내 생각이 맞는지 물어보려고 그녀들에게 말을 걸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마치 그녀들의 대답이 중간에서 가로막힌 듯 웅얼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장소의 특성인지 아니면 저놈이 나에게 뭔가 수작질을 부리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긴장감을 느끼며 스킬을 써야 할지 말지 살짝 고민했다.

‘아냐... 괜히 너무 흥분하면 안 되지.. 아닐 수도 있는데.. 내 느낌만으로 일을 그르칠 수는 없어..’

어쩌면 대적자가 들어와 있다는 말에 너무 집착해 예민하게 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 나는 지금 긴장했다. 그래서 긴장감을 조금 풀기로 했다. 너무 바짝 긴장해 있으니 오히려 행동이 어색해지고 틈이 많아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내가 순간 어찌 반응할지 고민하는 사이 아무렇지 않게 내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가방에서 고칼로리 초코바를 꺼내 씹어 먹기 시작하더니 악수를 청하는 듯 나에게 손을 뻗으며 말을 걸었다.

뭐랄까 굉장히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분위기의 남자였다. 점점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

“I'm Nick. I think we're a team. (난 닉이야. 내 생각에 우린 한 팀인 것 같아.)”

“어.. 아임.. 준. 예스. 아이 어그리. 위어 팀.”

상대가 당연히 영어를 알아들을 거라 여기고 원어민 발음으로 아무렇지 않게 씨부리는 점에서 마이너스 100점이다. 자기네 언어가 세계 최고라고 여기니까 저런 행동을 보이는 거겠지.

조금 짜증나지만 그래도 그다지 어려운 표현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손은 마주 잡지 않았다. 손을 잡는 것으로 조건을 채워 발동하는 스킬일 수도 있으니까.

내가 손을 마주잡지 않자 그는 멋쩍게 손을 다시 뺐다. 아마 우리가 같은 팀이니 잘 지내보자는 뉘앙스 같은데... 일단 죽일 수도 없고 노예로 만들거나 공양할 수도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쩔 수 없으니 잘 지네 보는 수밖에.

참고로 나는 준이라고 이름을 소개했다. 풀 네임을 알려줄 이유가 없으니까. 저놈도 그냥 자신을 닉이라고만 소개했다. 닉도 자기 풀 네임을 나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단 거겠지.

그런데 닉과 마주 앉은지 3분여만에 벌써 식은땀과 함께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노예가 아닌 인간과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는 거지?

솔직히 노예가 아닌 인간과 별로 잘 지낼 수 없을 것 같다. 그때 닉이 가방에서 초코바를 하나 더 꺼내 나에게 건넸다.

“Do you want one? (너도 하나 줄까?)”

“노우. 땡큐.”

남이 주는 음식물을 함부로 받아먹었다간 어떻게 되는지는 다들 말 안 해도 알고 있겠지. 당장 팔어스만 해도 멋모르고 내가 따라준 술 한 잔 잘못 얻어먹었다가 그대로 여자가 됐지 않나.

고로 저놈이 주는 초코바도 뭔가 이상한 가공이 되어 있는 아이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TS 초코바라서 처먹었다간 그대로 여자가 되어 버릴 지도 모르지. 참고로 나는 기억제거용 술과 TS 위스키를 병에 조금 따라왔다. 혹여나 쓸 일이 생길까 싶어서.

“Yeah. If you don't like it. (그래. 싫다면야.)”

내가 초코바를 거절하자 닉은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가 까서 먹었다. 마치 아무런 문제도 없는 물건이며 그저 자신은 호의를 보여주고 싶었단 듯이.

내가 꼭 예민한 인간이라는 듯이 초코바를 씹어 먹는 닉. 나는 예민한 인간이 맞으니까 아무렇지 않게 그의 눈빛을 받아 넘겼다. 그렇게 우린 약간 어색한 침묵 속에서 마지막 조원을 기다렸다.

­끼이익..

곧 문이 열리며 마지막 조원이 들어왔다.

꾀죄죄한 몰꼴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쓴 걸인이었다. 뭔가.. 거지 왕초 같은 느낌의 굉장히 살기 가득한 남자였다.

‘미친놈인가? 분위기 존나 잡는군... 뒤지려고 아주 환장했어...’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히 촉수발출로 사지결박하면 그냥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 똥폼 잡던 거지가 방안에 앉아 있던 우리를 마치 품평이라도 하듯 쓱 둘러보더니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 ??. ??白?. (흠.. 반갑소. 나는 바이유요.)”

시발.. 중국인이라니!

하나는 왠지 기분 나쁜 알파메일 인싸 미국인이고. 다른 하나는 고집강해 보이는 비렁뱅이 중국인이다.

빌어먹을... 시작부터 대차게 꼬였다. 언어권도 너무 다르고... 나는 중국어는 진짜 니하오 말고는 하나도 모른다. 더 짜증 나는 점은 중국놈과 미국놈이 서로를 노려보며 기 싸움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어째서!!!

‘이 새끼들 왜 이래!!’

멸망이전에 양국의 사이가 어땠지? 모르겠다. 나는 국제 정세에 관심이 전혀 없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미국인 닉과 중국인 바이유가 서로를 진득하게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나보고 조장을 맡으라고..?’

젠장.. 대륙사이에 끼어 버리다니... 둘 다 죽일 수도 없고... 나는 정신이 아찔해져 기절할 것만 같았다. 이대로 말도 안통하는 상태로 저택에 들어갔다간 하루도 못 버티고 저 둘을 죽이고 있을 내 모습이 상상됐다.

'아, 안 돼... 그럴 수는...!'

머리가 어질어질 해질 때 마침 타이밍 좋게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아. 이제 모든 출입인원들이 모인 것 같으니 대략적인 전율저택 탐방 규칙에 대한 설명이 있겠습니다. 일단 조워들끼리의 의사소통을 위해 저희가 준비한 물건을 착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절그럭.

천장이 살짝 열리며 팔찌 3개가 떨어졌다.

[그 팔찌를 착용할 경우 같은 조에 배속 받은 인원들과 문제없이 의사소통 할 수 있으실 겁니다.]

나는 얼른 팔찌를 착용했다. 중국어와 영어를 더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 다음으로. 일단 가장 먼저 방에 들어가 있던 사람이 조장입니다. 조장은 임의적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젠장. 내가 조장이라는 확인사살까지 받았다. 빼도박도 못하고 내가 조장이다.

나는 암울한 조별과제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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