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 147. 자매의 난
* * *
팔어스가 다시 안정을 취하는 동안 나는 헬러스에게 요정을 보여줬다.
“뭐, 뭐야.. 이 늙은 영감은!”
요정은 가방에서 나오자마자 헬러스를 향해 새침하게 소리쳤다. 무슨 사춘기 소녀 같은 반응이다. 이런 게... 메스가키?
“이 녀석은 픽시 계열의 요정 같은데... 크기로 보아하니 성체는 확실하고.. 지능이 상당히 높아 보이는군요. 지능이 너무 높아서... 무리에서 쫓겨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헬러스는 핀셋을 가져와 요정을 향해 들이밀며 중얼거렸다. 요정은 헬러스가 들이미는 핀셋을 손으로 툭툭 쳐 내며 그만하라고 히스테리를 부렸다.
“이거 먹으면 마력이 오른다던데...”
나는 뭔가 좀 아쉬워서 헬러스에게 요정의 효과에 대해 귀띔해줬다. 그러자 헬러스는 기겁하며 나를 나무랐다.
“아니, 황금알을 낳아줄 녀석인데.. 에휴.. 그전에 배를 갈라 드시고 싶으시면 드셔야지요. 암요. 저는 그저 미천하고 늙어빠진 노예니... 배고픈 주인님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무슨 사람을 걸신들린 놈 취급하고 있다.... 뭐, 내가 좀 영약에 욕심을 부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아! 됐어! 안 먹어!”
“하하하. 옳은 선택입니다. 그럼 이건 제가 잘 보살피도록 하지요.”
“나중에 희선 누나 데려와서 보여줄 생각이니까 너무 막 다루지는 마.”
“물론이죠. 연구가치가 높은 생물은... 최대한 잘 보살피려합니다.”
혹여나 드루이드인 희선 누나라면 픽시가 긴장을 풀고 협조적으로 나오지는 않을까 싶어서 그녀에게 나중에 이 녀석을 보여 줄 생각이다.
“그래.. 그다음은 이건데...”
나는 이번엔 인어왕자의 심장을 가방에서 꺼내 보여줬다. 물인지 뭔지 모를 액체가 가득 담긴 유리병에 떠 있는 심장은 좀 기괴했다.
“음.. 이건 무슨 생물의 심장입니까? 저는 생물학자가 아니라서.. 심장만으로는 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아, 이건 인어왕자의...”
“예? 인어왕자 말입니까? 아니, 그런 물건이 왜 이런 곳에.. 허어.. 이건 좀 확인해봐야겠군요.”
“그런데 이거. 먹으면 수중호흡 가능하다던데.”
“아니, 주인님은 꼭 드셔야 직성이 풀리십니까? 주인님과 대화하다 보면.. 인육 빼곤 다 드실 것 같아서 좀 무섭습니다.”
“아, 그런 거 아니라고.”
헬러스의 말에 나는 격하게 반박했다. 허나 헬러스는 대충 걸러 들으며 심장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마 그라면 그냥 먹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약으로 만들어 주겠지. 나는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그에게 심장을 건넸다.
“그보다 주인님. 다음 주쯤이면 보석상이 오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럼 보석류가 좀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석류가? 맞네. 제자도 키운다고 했으니까.”
“예. 특히나 금은 납 다음으로 연금술 재료로 이리저리 쓸 곳이 많을 테니..”
“음.. 진성이한테 말해둘게.”
근처에 있는 금은방을 싹 털어오면 되겠다. 솔직히 화폐가치가 없어진 세상이라 굳이 금은방을 털 생각은 안했었는데... 곧 보석상도 우리 쪽에 합류할 테니 그전에 귀금속을 미리 쟁여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
“자, 그럼 다음 녀석들이 클라이맥스인데...”
“예? 또 있습니까?”
“물론이지. 기다려 봐...”
나는 밀렵꾼에게 받은 호출기를 눌렀다. 신호가 갔으니 곧 있으면 희생룡과 진딧물이 이곳으로 배달 될 것이다.
우우웅...
곧 공간이 일렁이더니 케이지에 갇힌 두 마리의 짐승이 우리 눈앞에 튀어나왔다.
“허어... 이건 드레이크 아종 같은데.. 옆에 벌레는.. 대형 진딧물? 이거 늪지에 사는 녀석이라 별로 쓸모가..”
“세계수의 수액을 빨아먹은 진딧물이래.”
“예?”
“대박이지.”
“허억... 세계수의 수액을 빨아먹은 진딧물...”
헬러스는 놀라움에 비명을 꽥 지르며 나이도 잊고 어린애 마냥 케이지를 향해 달려갔다. 진딧물은 온순한 모양인지 헬러스가 다가가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저 더듬이만 휘적휘적 움직이더니 이내 관심을 끈 듯했다.
“세계수 수액을 먹고 자란 녀석이라니... 주인님은 대체... 뭐 하는 존재들과 거래를 하는 겁니까? 이건.. 일반적은 방법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후 그는 희생룡도 굉장히 특이하다며 신나했다. 학자라 그런지 신기한걸 보면 나이도 많은 주제에 굉장히 신나한다.
나는 진딧물을 케이지에서 꺼내 쓰다듬기 시작한 헬러스를 남겨두고 공방에서 나왔다.
******
토요일 아침. 나는 어느 정도 회복한 팔어스를 교장실로 불렀다.
“팔을 어찌한다 하셨소? 혹여나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붙여줄 수 있다고. 새 팔 달아줄게. 외팔무사도 좋지만... 역시 팔은 두 짝 다 달고 있는 편이 최고잖아.”
나는 노예 하나를 붙잡아 와 내 옆자리에 앉혀둔 다음 팔어스에게 물었다.
“대신... 그 사람의 팔을 잘라야 한단 말이 잖소..”
“그렇지. 최대한 너랑 체격이 비슷한 남자야. 고르고 고른 결과지. 어때?”
스포츠 센터에서 이찬성을 상대로 여러 가지 실험해본 결과 차오르는 살점이라면 타인의 신체를 부작용 없이 붙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었지.
그래서 나는 팔어스를 위해 최대한 체형이 비슷한 남자를 준비했다. 그나마 비슷한 걸로 붙여 줘야지. 남자의 몸에 여자의 팔을 붙여줄 수는 없지. 만약 여성의 팔을 팔어스에게 붙여준 다음 그를 여체화 시켰는데 한쪽 팔만 남자로 변한다면.. 상당히 끔찍할 테니까.
“어... 허어...”
팔어스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남자와 나를 번갈아 보며 굉장히 고민했다. 오랫동안 외팔로 살아왔기 때문에 팔이 새로 생기면 뭔가 이상할 것 같다면서.. 한편으로는 자신 때문에 강제로 팔을 빼앗길 남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아마 내 옆에서 오들오들 떨며 울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 게 상당히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싫어?”
“일단... 무고한 사람의 팔은 조금.. 마음이 좋지 않소. 헬러스와 대화를 나눠보니 기계의수도 언젠가 달 수 있다던데.. 그걸로 달면 안 되겠소?”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야, 너 쟤한테 고맙다고 해라. 덕분에 팔 안 잘렸잖아.”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팔이 잘릴 뻔했던 남자는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연신 팔어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눈은?”
나는 팔어스에게 감사 인사를 하던 놈을 다시 자리에 앉힌 다음 뒤통수를 잡고 물었다.
“어... 눈은...”
순간 굉장히 솔깃하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는 팔어스. 역시 눈은 못 참겠지.
“끄아아아!!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흐으윽.. 딸, 딸이 있어요!”
“방금 뭐라 하셨소. 딸이 있다고?”
“예, 예!! 딸, 어린 딸이 있습니다..!! 흐으윽..! 제발..”
“하아.. 운이 좋은 줄 아시오. 오늘 두 눈 건사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은 전부 그대의 자식 덕이니. 앞으로 그 아이에게 잘해주시오.”
“흐으윽.. 네에.. 감사합니다.. 흐윽.”
“그만 짜고 하던 일이나 마저 하러 가라. 운 좋은 놈.”
내가 나가도 된다고 말하자 남자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하아.. 그래. 뭐 네가 싫다는데 어쩌겠어.”
“이미 이런 몸으로 오래 살아왔소. 이젠 크게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고.”
“그래?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눈과 팔을 새로 붙이라고 강요하고 싶지만... 민심이 너무 떨어질까 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굳이 방금 저 남자의 팔이 아니더라도 뭔가 괜찮다 싶은 팔이 생기면 강요하듯 붙여줄 생각이다.
“그럼 팔도 눈도 필요 없다고 했으니 제자나 좀 받자.”
“좋소. 바라던 바요.”
“아름아. 이리 와봐.”
“네, 오빠.”
곧 지난날 보석상에게서 구입했던 무희의 귓불 장식을 착용하고 온 아름이가 다가왔다. 그녀는 술을 한 병 들고 있었다.
팔어스는 아름이의 전신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대뜸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검을 다룰 줄 아시오?”
“예? 어.. 조금은 다룰 줄 아는데요?”
“그렇군... 혹시 이 여인이 소인의 애제자가 될 여인이오?”
“응. 그렇지.”
“좋소. 몸의 균형도 훌륭하고...”
아름이를 한참이나 뚫어지게 쳐다보는 팔어스. 외간 남자가 내 여자를 저리 뚫어지게 보고 있으니.. 심기가 뒤틀리고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 사내놈이랑 아름이를 단둘만 둘 순 없지. 이건 역시 무조건 먹이는 수밖에 없겠다.
“팔어스. 한 잔 받아. 거창하게 환영식을 해 줄 수 있을 만큼 상황이 여유롭진 않아서. 우리들 끼리 조촐하게 술이나 한 잔씩 마시자고. 술 먹어도 괜찮지?”
“아. 물론이오. 술이라면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지. 주인에게 받는 술이라니.. 고맙소이다.”
팔어스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내가 따라준 술을 한잔 쭉 들이켰다.
“음.. 목 넘김이 아주 좋소이...다...”
털썩!
TS 위스키인 ‘혼란스런 당신’을 한잔 쭉 들이 킨 팔어스는 그대로 책상에 머리를 처박고 쓰러졌다. 그는 아마 내일 아침까지 못 깨어날 거다. 그리고 그때쯤엔 달려 있던 물건이 사라지고 가슴이 튀어나와 있으리라.
“그런데 오빠.. 진짜 여자로 만들 생각이에요?”
“어. 훈련을 명목으로 너랑 종일 둘이서 붙어 있을 텐데.. 딴 놈이랑 너랑 둘이 붙어 있는 꼴은 내가 못 봐. 절대 못 참지. 여자끼리 붙어 있는 건 봐줄 만 해도.. 다른 상황은 싫어.”
“허.. 참.. 오빠 나 못 믿어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쓰러져 잠들어 버린 팔어스 앞에서 아름이는 내 얼굴을 쓰다듬더니 나에게 올라탔다.
“어젯밤에는 언니들 때문에 저 별로 많이 못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둘만 있을 때 좀 더 사랑해주면 안 되나 싶은데... 어때요. 해 줄 거죠?”
“어.. 팔어스도 있는데..”
“자고 있잖아요. 내일 아침까지는 어차피 잠만 잘 텐데 무슨 상관이람. 오빠, 혹시 저 차별해요? 딴 언니들이랑은 잘만 하면서.”
“그런거 아니야. 그럼.. 어.. 나중에 오후에 희선 누나랑 주하 데리고 감자심은 텃밭 보러 가기로 했거든... 그때까지 2시간쯤 남았으니까.. 할까?”
“뭐 해요. 빨리 벗어요.”
“그래..!”
나는 일단 바지만 벗었다. 테니스 치마를 입고 있던 아름이는 살짝 몸을 들어 올려 팬티만 옆으로 당겼고 자지를 넣게 해줬다.
아름이는 처음엔 그다지 섹스를 즐기지 않았는데... 이젠 자기 언니만큼이나 보채게 됐다.
나는 아름이의 질 입구에 자지를 맞춘 다음 단숨에 집어넣었다. 처녀를 땄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는 별로 느끼지도 못하고 아파하다가 쓰러졌었지.
“아흐으.. 이거지... 오빠.. 뽀뽀도 해 줘.”
허나 지금은 이리 애가 야해졌다. 나야 좋지. 나는 그녀와 입을 맞대고 허리를 움직이며 혀를 핥았다.
그렇게 아름이와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조준. 보부상 왔어.... 어?”
아람이가 교장실 문을 벌컥 열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한창 아름이의 엉덩이를 붙잡고서 뒤치기로 박아대던 중에 아람이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뷰룻. 뷰루룻...
사정하기 직전인 상황이라 나는 참지 못하고 그대로 아름이의 질 내에 잔뜩 사정해 버렸다.
“허어.. 둘이서 지금 뭐 해?”
마치.. 젊은 애랑 바람피우다 본처에게 들킨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물론 둘 다 내 본처지만...
“그, 그게... 아람아. 일단 진정하고..”
“어, 언니.. 그냥.. 그.. 시간이 좀 남아서...”
나와 아름이가 빼지도 박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자지가 박힌 상태로 변명을 하자 잘 웃지 않는 아람이가 웬일로 생긋 웃었다.
“헤헤... 그래? 시간이 남아? 아름이 너는.. 여유롭고 좋겠네? 나랑 다른 사람들 정찰 다녀올 때... 넌 오빠랑 둘이서.. 음. 그럴 수 있지. 그래. 그럴 수 있고말고. 언니는 이해해. 아름아 이해한다고.”
"어, 언니. 언니도 지난 번에 나한테 일 다 맡기고 낮잠 잔거 기억 안나!?"
"그래서 내가 대신 오늘 일 다 해줬잖아. 맞아, 아니야."
"아 좀! 미안 해. 화내지마!"
“아니야. 화 안 났어. 그럴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 있고 말고. 대신... 오늘 밤에는 언니한테 네 차례 양보해도 되겠다. 그치?”
“아아아아. 언니! 왜 그래! 우리.. 그러지 말자. 응?”
“후후후...”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자매싸움에 괜히 끼여 있다간 나까지 아람이에게 처맞을 것 같아서 나는 얼른 바지를 챙겨 입었다.
“어.. 아름아. 오빠가 좀 바빠서.. 너희 언니 잘 챙겨주고.. 그럼 나중에 보자고!”
“오, 오빠!!!”
나는 얼른 교장실 문들 닫았다.
문이 닫히는 사이 살짝 내부를 살펴보자 아람이가 동생인 아름이를 들어올려 빙글빙글 돌리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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