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 118. 집으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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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에서 벗어난 우린 출구인 터널이 생겼을 숲의 변두리로 가고 있었다. 가는 길에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상당히 순조로웠다.
비록 아직 음지나방이나 칠흑바퀴가 출구인 터널을 찾아내진 못했지만, 일단 터널은 숲의 외곽에 생긴다는 걸 알고 있으니 경계선이 철조망이 나올 때까지 계속 나아가는 중이다. 외곽을 따라 계속 돌아다니다 보면 결국은 터널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간혹 신의 우상을 노리고 덤벼드는 괴이나 숲의 짐승들도 있었지만 지금의 우리를 어찌할 정도로 강하진 않았기 때문에 보이는 족족 잡아 죽였다.
“주하야! 여기 이놈도 네가 끝장내! 팔다리 다 부셔 놨으니까.”
“오라버니 잠시만!! 거 좀 기다려 보시라요! 으아니!! 이 아새끼 이거 와이레 죽지 아니하니!! 으압!! 좀 죽으라!! 이 금수새끼야!!”
보다시피 사냥한 짐승들의 막타는 거의 이주하와 이은하 자매에게 다 넘겨줬다.
나와 은지, 희선 누나와 하린이 같은 경우는 이런 조무래기들로 더는 레벨이 오르지 않았고 다른 노예들도 죄다 15레벨에서 고착된 상태라 필드 보스가 아니고서야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 결국 어차피 죽여야할 적들이라면 아직 저렙인 이주하 자매를 성장시키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하아.. 하아... 이놈아 이거, 생긴 게 꼭 돼지 같이 생겼구마. 그렇지 않습네까, 오라버니.”
“그러네. 중국 놈들 보니까 이 돼지 같은 짐승 구워서 처먹던데... 우리도 먹어볼까?”
“아이, 이걸 어느 세월에 피 뽑고 해체하고 앉았습네까. 고향 갈 시간도 없담서. 됐습네다.”
“그건 그렇지. 그냥 아까워서.”
“아이구, 이런 거 좀 아까워하지 마시라요. 그라고 이런 고기는 질겨서 먹도 못합네다.”
“하긴, 질기고 누린내 엄청 날 것 같긴 하다.”
확실히 숲의 짐승은 별로 좋은 냄새가 나지 않았다. 먹으면 배고픔은 조금 달래더라도 필히 배탈이 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라고 거 보아하니 남조선엔 먹을게 천지 사방 널린 것 같드만.”
“그건 그렇긴 하지. 유통기한만 많이 안 지났으면 다 먹을 만해.”
“츄릅.. 꿀걱.. 어, 어서 다시 출발합세다.. 으음..?”
먹을게 많다고 하니 벌써 군침을 삼키는 주하가 상당히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이젠 내 손길을 거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머리를 좀 더 내쪽으로 들이 미는 느낌이다. 이거 살짝 북한 버전 은지인가? 슬슬 들이미는 게 예사롭지 않다.
다행히 이미 진즉에 처녀임은 확인했다. 나나세 소라 때처럼 거의 반강제로 바지를 벗긴 다음 한번 쓱 핥아봤지. 그때는 진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지금은 또 나에게 다가오지 못해 안달이다.
“아니 근데. 거. 머릴 자꾸 쓰다듬으면...”
“왜? 싫어?”
“아, 아입니다. 기냥 그게 뭐시야. 그, 머리에 개기름지지 않았나 해서..”
“뽀송뽀송한데? 왜. 정수리 냄새라도 한번 맡아주련?”
“아, 아니! 그런 실없는 농 좀 던지지 마시오! 아녀자 정수리는 뭐 한다 맡는다는 건지. 나 원, 아우.. 더워...”
괜히 부끄러우니 손부채질 하는 주하.
이주하는 상당히 매력적인 성격의 여자다. 엄청 튕기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다가온다. 그렇다고 내가 확 다가가면 또 괜히 발을 쓱 빼면서 눈치를 보는... 적당한 밀당을 아는 그런 북한여자였다. 빨리 따먹고 싶다.
‘처음하곤 확실히 달라졌어. 며칠같이 다니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라는 인간을 적응하려 하고 마음의 문도 조금씩이나마 열기 시작했고...’
이주하는 어차피 나를 따라 가게 된 거 그냥 빨리 나라는 인간에게 적응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동생인 이은하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여전히 뚱하게 말 한마디 안 하고 있지만 주하는 자기 처지를 완전히 받아들이기로 한 거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돼서 그런지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이은하보다 이주하가 훨씬 상황 판단력과 적응력이 좋았다.
‘거기다 내가 따먹을 거라고 이미 엄포를 해 둔 상황이라 그런지 더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말을 거는군...’
내가 대놓고 몇 번이나 ‘너를 따먹은 다음 내 여자로 만들 거다’라고 상남자답게 공언하자 처음엔 파렴치하다면서 역겨워 하더니 점차 무뎌진 건지 어찌 된 건지 이제는 썩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마 그만큼 자기가 매력적이니까 내가 눈독 들인다고 여긴 모양이다.
물론 맞다. 이주하는 굳세고 얼굴도 반반하니 예쁜데 심지어 클래스도 좋다. 포기할 이유가 없다. 끝까지 데리고 가야 할 인재다.
‘그리고 원래 여자들은 주기적으로 예쁘다고 칭찬 해주면 기분도 좋아지고 없던 마음도 생기는 법이니까...’
내가 몇 번이나 지속해서 예쁘다 말해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초코바도 챙겨 줬더니 반쯤 넘어온 것 같다.
어쩌면 그냥 초코바 하나로 유혹에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 주하는 식탐이 강했으니까. 이리 잘 먹는 여자가 먹을게 없어서 저리 삐쩍 곯아 있었다고 생각하니 더 불쌍하다. 더 챙겨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은지나 하린이는 물론이고 희선 누나 챙기는 걸 봤을 테니까 더 내 여자가 되고 싶을 지도 모르지. 다른 일반노예보다 성노예가 되는 편이 훨씬 이롭다는 사실을 주하도 깨달았을 거야.’
나는 일반적인 노예는 좀 막 대하거나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 여자들 만큼은 철저히 챙긴다. 뭔가 먹을게 생기면 먼저 먹게 해주거나 뭘 챙겨줘도 하나를 더 챙겨 주니까.
그리고 텐트도 철저하게 내 여자들끼리만 나눠 쓰고 있다. 다른 노예들이 모포나 뒤집어쓰고 노숙할 때 우리는 텐트에 들어가서 찬 공기 피하고 벌레 기피제로 벌레 걱정 없이 자고 있으니 텐트 생활을 경험해본 그녀가 혹할 만하지.
주하는 텐트에서 몇 번 쉬더니 휴식 시간만 되면 아주 텐트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있으니까. 보기보다 아늑하다. 텐트에 들어가서 자는 것과 길바닥에서 쭈그려 앉아서 자는건 피로회복도가 달랐다.
‘이주하는 나라는 남자보단 당장 눈에 보이는 먹거리와 텐트에 반했을 확률이 커. 북한의 상태를 들어 보니까 완전히 다 좆망하고 진짜 극소수만 살아남은 것 같던데... 초코바 하나로 감동할 정도면 말 다 했지.’
더욱이 다른 여자들이 나에게 대쉬하는 모습을 보더니 더욱 자신이 내 여자가 된다는 사실에 콧대가 높아진 모양이었다.
‘당장 선신 진영의 템플러 린이나 호타루의 여친이자 씨커인 레이도 넌지시 나에게 대쉬를 했으니...’
당연하지만 못생긴 갸루인 레이는 그냥 얼굴만 봐도 존나 꼬무룩해지기 때문에 결코 내 여자가 될 수 없다. 더구나 레이가 나에게 관심을 가질수록 남자친구인 호타루가 점점 기가 죽어 가는 모습을 보니 불쌍해서 안 되겠다.
딴 놈은 몰라도 나에게 늘 친절한 초식남 호타루는 왠지 기죽은 모습이 좀 많이 불쌍하다. 괴롭히면 그대로 픽 죽어버릴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네토라레 단골손님 같은 모습이라 더 찔린다.
‘더욱이 갸루는 어찌 되든 상관없는 자원이지만 호타루는 한국어도 잘 알아듣고 제법 쓸 만한 자원이니까. 그리고 템플러인 린은 너무 사납게 생겼어... 거기다 여왕벌 기질에.. 빌어먹을 걸레 년이야..’
갸루와 달리 그럭저럭 괜찮게 생긴 린은 아쉽지만 인격적인 부분에서 아웃이었다. 듣자 하니 하쿠보와 겐이랑 이미 진즉에 떡 치고 나뒹굴며 놀아난 모양이고. 선신 진영의 남자들과도 몇 번이나 난교파티를 할 정도로 자지에 미친 썩을 걸레 년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여왕벌 스타일이라 오타쿠 무리에서 오타쿠 동정 다 따먹는 그런 여자였다. 하쿠보와 겐은 내가 자신들의 여왕벌인 린에게 손을 댈까 무서워 항상 나에게 린이 다가오면 넌지시 우릴 보거나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힐끗 거린다.
린은 그걸 은근히 무기 삼아 자신이 이 정도로 인기 있음을 어필하려던 것 같은데... 글쎄, 내 눈엔 그저 걸레와 걸레거치대들이 움찔대는 모습처럼 보였다.
‘여자가 하나도 없어서 엄청 궁했다면 창녀든 뭐든 일단 박고 봤겠지만.. 지금 나는 처녀가 넘쳐나는 상황. 굳이 오타쿠들의 걸레 여왕벌을 내가 건들일 필요는 없지...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내상 입으니까.’
그런 고로 린은 내 노예 하렘이 될 수 없다. 하쿠보나 겐을 절망시켜 인디크론에게 바칠게 아닌 이상 린은 건들기 싫다. 만약 인디크론이 둘을 절망 시키라고 명령해도 내가 따먹기 보단 마트에 있는 남자들보고 돌림빵하라고 말하겠지.
‘그리고 하쿠보와 겐은 유용한 놈들이야. 버리기 아까워. 당장 인디크론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달라고 보채지 않고 있을 거고.’
인디크론은 카쉬낙스가 떠나기 전 왜 굳이 이 다섯 명의 선신 진영 플레이어들을 살려 두고 간 건지 알고 있다. 다섯 명 전부 다 상당히 유용한 클래스에 컨셉에 맞게 잘 성장 된 상태였다.
‘인디크론은 직접적으로 내 전력에 손실이 날 법한 주문은 하지 않으니까.’
절망양념에 푹 찍어 먹고 싶어도 참는 느낌이 강하다. 인디크론 나름의 배려겠지.
‘뭐, 사무라이 히이로는 절망시켜서 먹여줄 예정이니...’
나나세 소라는 요즘 부쩍 나에게 스킨십을 시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까도 괜히 나에게 상처는 없냐는 둥, 몸 상태는 어떠냐는 둥, 상당히 어눌한 한국어를 쓰며 친근한척 다가왔었다. 그러곤 괜히 내 몸을 만지작거리다가 얼굴을 붉히거나 엉덩이나 다리에 묻은 풀을 때주겠다며 몸을 밀착시키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히이로는 이를 꽉 깨물고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그리고 보니 히토미는...’
히토미는 이단 심문관 하야토와 연인 관계라고 했다. 이미 숱하게 둘이서 떡을 쳤겠지. 더구나 좆경은 진짜 초절정 미인이 아니고서야 아무리 노력해도 꼴리지 않는다. 고로 안경 쓴 히토미는 영 별로다. 하야토랑 둘이서 계속 떡이나 치게 내버려 두는 편이 좋아 보인다.
어쨌든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서 이주하는 나에게 꽤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허나 이은하는 여전히 삐져 있는 상태다. 장난 좀 쳐서 달래줘야겠다.
“야. 이은하. 언제까지 뚱해 있을 거냐. 너도 이제 너희 언니 도와서 사냥이나 해.”
“큭.. 명령하지 마라! 난 간악한 남조선 남정네 말 따위 듣지 않아!”
“야. 자꾸 그렇게 반항적으로 굴면. 너 혼자 이 숲에 남겨 놓고 가 버린다?”
“그, 그건.. 좀. 무, 무서운데...”
“무섭지? 혼자 남으면 엉엉 울녀석이 무슨 고집이 그리 쌘건지 모르겠네. 빨리 오라버니 말 잘 듣고 시키는 말에는 '네~'라고 해야지.”
“아니!! 내가 엉엉 울다니! 사람을 뭘로 보고!!”
“뭘로 보긴 좆으로 본다. 그리고 저기 좀 봐라. 주하는 얼마나 착해. 말도 잘 듣고. 성격도 털털하고. 너는 동생이 그게 뭐냐. 언니 반이라도 닮아봐.”
난 괜히 뚱해 있는 이은하에게 먼저 다가가 머리를 헝클이며 괴롭혀줬다. 이은하는 싫다싫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내가 이렇게 먼저 다가가서 관심주고 괴롭혀주면 내가 장난치는 건 줄 알고는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려고 한다. 물론 억지로 참고 계속 인상을 쓰려곤 하지만 이미 들켰다. 이은하는 괜히 때쓰며 나의 관심을 갈구하고 있었다.
무슨 애나 다름없다. 나이는 스무 살이라는데 하는 짓은 영판 애다. 뭐, 나야 하렘 멤버들 성격이 다채로우니 질리는 맛 없어서 좋지.
“이이이... 이 망할 놈! 자꾸 비교질이나 하고! 에라이 메롱이다!”
“야! 이 녀석이!! 이리 와!! 빨리 안와! 명령이야!”
“악!! 내는 이제 도망도 못 치네!? 이 종간나야!! 아무 때나 명령 좀 쓰지 마라!! 이건 반칙 아이네!!”
“반칙은 네가 계속 삐져 있는 게 반칙이고! 넌 좀 혼나야 해! 이리 와! 꿀밤 좀 맞자!”
“히익!! 언니!! 이 남조선 간나가 자꾸 때린다!!”
“야이 기지배야! 조심해라! 그러다 넘어진다야!! 그라고 오라버니고 좀 적당히 하쇼! 자꾸 장난만 치지 마시고..!”
결국 한바탕 잡기 놀이를 한다음에서야 이은하도 언니인 이주하를 따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짐승들을 열심히 잡았다.
그리 우리는 계속 숲을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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