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 114. 여신의 착정
* * *
[경고!!! 경고!!! 경고!!!]
[‘악신의 일부’가 실종자들의 숲에 현현합니다!!!]
[첫 번째 촉수, ‘광애의 에이낙스’가 현세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소환사의 레벨이 너무 낮습니다!! 인과율에 저촉됩니다!!!]
[소환사와 ‘첫 번째 촉수’에게 페널티가 부가됩니다!]
[소환수가 페널티를 상쇄합니다!!]
[소환 가능 시간®ÀÚ ±úÁü×½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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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환해제 불가.]
[인과율이 폭주합니다.]
모든 이들이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하늘엔 문이 열려 있었다.
문 너머를 바라보던 이들의 눈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그들의 귓가에 부름이 들려왔다.
눈을 돌리지 말지어다.눈을 돌리지 말지어다.눈을 돌리지 말지어다.
[눈을 돌려라. 나의 아이들아.]
[저건 규정할 수 없는 사악이라.]
[저건 대적할 수 없는 멸망이니.]
[저건 어찌할 수 없는 재앙이다.]
[눈을 감아라. 나의 아이들아.]
[우리가 곧 너희를 구하러 갈 테니.]
[시선을 거두고, 도망쳐라.]
만신전에 경종이 울렸다.
선신들의 다급한 외침이 실종자들의 숲 전체에 울려 퍼진다. 허나 너무 늦었다.
진실 된 거악이 등장하니, 숲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악의는 몸을 웅크렸다.
감히 기운을 발산할 수도 없었다. 그저 숨죽여 재앙이 지나가길 바랄 뿐.
만마의 종주가 강림하시매.
숲의 모든 존재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려 혼돈의 등장을 경원한다.
또한 구멍 너머를 본 이들은 경악했다.
거대한 눈동자가 자신을 보고 있으니.
그건 관측하고 있었다.
“아니야.. 저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신이시여!!! 신이시여!!!! 아아아아아!!!!!”
“싫어!!! 싫어어어어!!!!”
"그만!! 나를 그만 쳐다봐!!!! 그만!!!!!"
"눈...! 눈을 뽑아야..!"
“카하악!!!! 쿠허어어!!!”
“피, 피부가.. 꿈틀거려!!!! 뜯어야 해!!! 피부가 꿈틀거려!!! 피부가!!!”
“우웨에에엑.!!!!”
선신들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린 하수인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일제히 비명을 내질렀다.
악신의 등장에 그들은 본인의 존재를 새로이 규정하기 위하여 자신의 피부를 손톱으로 긁어 뜯어냈고, 들고 있던 날붙이로 몸을 난도질 했으며, 감기지 않는 눈을 멀게 만들기 위해 억지로 파내었다.
곧 사방에서 피 냄새가 진동한다.
모습을 드러낸 혼돈의 일부는 고고히 미물들을 내려다본다.
하찮다. 너무나 미약하고. 연약하다.
본디 멋대로 자라난 생명이란 아무런 가치가 없음이라, 고고하신 분께선 그저 그들이 울부짖게끔 내버려 두셨다.
“당신은... 대체....”
오직 조준만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는 찢어진 하늘을 올려다 봤다.
무심코 쳐다보는 것만으로 정신을 빼앗길 것 같은 공간과 이어진 차원 문이었다.
조준은 그 차원 문 너머의 공간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기억하고 있었다.
어렴풋이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소였다.
어쩌면 한 번쯤 가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조준은 그곳이 굉장히 낯익은 장소임을 깨달았다.
거긴 꽃밭이었다.
다른 이들 눈에는 어찌 보일지 몰라도, 장조준의 눈에는 확실히 꽃밭처럼 보였다.
그곳에서 한 여인이 손짓하고 있었다.
그건 에이낙스와 강제로 계약을 맺을 때 보았던 장소였다.
곧, 조준은 정신을 차렸다.
컬티스트의 직업특성이 발동된다.
그의 정신은 결코 붕괴되는 법이 없음이라.
유일하게 이 공간에서 가치 있는 존재였다.
“다들 고개 숙여!!!”
조준은 피눈물을 흘리며 덜덜 떨고 있던 자기 노예들에게 곧장 명령을 내렸다.
곧, 정신이 붕괴하기 직전이던 노예들이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주인의 명령은 절대적이기에, 그들은 이성이 반쯤 날아간 상태에서도 명령에 따를 수 있었다.
오히려 자의식이 지워지던 중이라 더욱 쉽게 조준의 명령에 따를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살아남았다. 허나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혼돈은, 촉수다발을 내뻗어 울부짖는 선신의 종자들을 붙잡았다.
곧 선신의 종자들을 꽉 쥐어 터트렸다.
또한 급히 하늘로 날아올라 도주하려던 악마의 기생충을 붙잡아 사지를 뽑아내어 으깼다.
시끄러운 벌레들을 처리한 에이낙스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조준을 감쌌다.
정확히는 집어삼켰다. 마치 잡아먹듯이.
곧 조준의 정신은 아득해져, 그의 시야는 암전했고.
서서히 의식이 끊어졌다.
*****
몽롱하다. 약에 취한 듯.
나는 물에 빠진듯 자유롭게 유영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자,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감이 뒤틀려 있어 이게 들린다는 감각이 맞는지 아닌지는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그 목소리는 굉장히 어여쁜 것으로, 그녀는 나의 ‘사랑’이었다.
그야... 나는 그녀에게 청혼했고, 그녀는 내 청혼을 받아줬으니까.
우린 서로를 원한다.
그러니 나는 '우리'를 위해 그녀에게 나 자신을 바쳐야만 한다.
그리하여 그녀와 나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게 내 사랑의 증명이다.
[이리 와, 나의 품에 안기거라.]
나는 목소리를 따라가 그 품에 꼭 안겼다.
부드럽고 기분이 좋아진다.
커다란 유방들이 나의 전신을 문질렀다.
[드디어 너를 나의 품에 안는구나.]
머리를 쓰다듬는 감촉에 나는 웃었다.
마치 어머니의 품에 들어와 어리광부리듯.
나는 행복에 젓어 미소지었다.
[정말 보고 싶었단다. 아주 많이.]
'나도. 나도 아마 굉장히 보고 싶었을 거예요...'
나의 감정이 아닌 감정들이 내 안을 채워나갔다.
동조되어 간다.
점차 나의 의식은 매몰되어 갔다.
[이제 내가 너를 지켜 주마.]
좋아요. 당신이라면나를 영원토록 아끼고 사랑하겠지.
나는 그녀를 믿었다. 그녀라면 나를 버릴리 없다고 여겼다.
[그러니 영원히 나와 하나가 되어 살아가자꾸나.]
난 고개를 끄덕였다.
거부할 수 없는 행복이 내 안에 자리 잡는다.
이건 신이 보내는 대가 없는 지고지순한 사랑인지라.
이것이야말로 순애라 불러 마땅한 감각일 테지.
[나의 반려여... 사랑한단다.]
나도, 나도 당신을...
그런데 여긴 어디지?
[여긴 나와 너의 공간.]
[우리 둘만의 장소.]
[받아들이거라.]
[모든 걸 규정하려들지 말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때로는 그저 받아들이는 편이 좋은 법이니.]
목소리는 내가 무언 갈 규정하거나 명명하길 거부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복종했다.
아무런 질서도 없는 무질서한 곳에서 나는 몸의 존재도, 자의식도 반쯤 잃은 채 그저 꿈틀거렸다.
즐겁다. 꿈틀거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슬프다. 꿈틀거릴 수밖에 없다. 나를 잃어가고 있다.
모르겠다. 점차 나라는 존재의 기준이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쾌락과 고통이 반복되며 ‘나’는 점차 작아졌다.
이게..
이게 하나가 된다는 걸까?
‘우리’가 되어가는 중인가?
나쁘지 않다. 편안 하고 따뜻하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녹아내려간다.
행복하다. 그래, 영원이 이대로 그녀와 하나가 되어 살아가고 싶...
두쿵!
그때 둔중한 충격이 내 심장을 강타했다.
“크으아...!!”
쾌락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현실의 고통에 속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공허의 선물이 지금 효과를 발휘했다.
내 속에 자리 잡은 붉은 과실은 소신공양 직전, 한껏 고양되어 있던 나의 정신을 끌어내리고 다시 원상태로 되돌렸다.
곧 세상과 단절된 채 카쉬낙스와 하나가 되어가던 나의 귓가에 제 삼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 차려.]
[눈을 떠라, 컬티스트.]
[억지로라도 깨어나.]
순간 들려온 것은 공허에 똬리를 튼 뱀의 속삭임이었다.
보타밀리가 호통친다. 동시에 차가운 심연의 어둠이 나를 감싸 촉수더미 밖으로 끄집어내려 했다.
인디크론의 개입이었다.
두 명의 악신은 내가 카쉬낙스와 하나가 되는 걸 막기 위해 끼어들었다.
“끄아아아!!!!”
나의 기준이 허물어지고 있던 나는 정신을 되찾고는 비명을 내질렀다.
곧 나는 감겨 있던 눈을 억지로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분홍빛 살점들로, 촉수더미가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읍..!! 우욱!!!”
온몸을 쓰다듬고 있는 촉수들. 그중 몇 개는 내 입과 코와 귀에 파고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뇌가 어루만져지는 느낌이 들어 두개골이 꽉차 터질 것 같았고 눈알이 빠져나올 것 같았다.
허나 그런 촉감이 느껴질 뿐 통각은 마비됐는지 정작 고통은 없다. 그저 터질 것 같다는 압력만이 느껴질 뿐이다. 또한 내 전신에는 쾌락이 가득했다. 전신이 성감대가 된 느낌이었다.
이대로 있다간 죽을 것 같아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싫다는 이질적인 기쁨에 소름이 끼쳤다.
‘이 미친 새끼..!’
서서히 몸의 감각이 돌아온다. 이제야 나는 뭔가 오돌토돌한 오나홀 같은 게 내 자지에 끼워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고간을 빨아들이는 촉수 구강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나에게 극상의 자극을 줬다.
“우윽...!”
실시간으로 착정 당한다. 아니, 집어 삼켜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당하고 있었다.
정액이 멈출 새도 없이 계속해서 요도를 지나 에이낙스의 촉수 입으로 사정됐다. 이 촉수는 내 전신을 성감대로 만들고선 온몸을 희롱하고 유린하며 나를 따먹고 있었다. 움찔거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이 나갈 듯한 쾌락에 몸이 부들거렸다.
난 계속되는 사정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쾌락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쾅!!!
그때 무언가가 나와 에이낙스를 물리적으로 후려쳤고, 나는 마치 알맹이만 뽑아 먹힌 포도 껍질처럼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나마 아까부터 나를 끄집어내려던 인디크론의 손길이 나를 감싼 덕에 큰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외부요인의 개입으로 나를 잠식하던 쾌락에서 벗어나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 고개를 들어 올리자 빛으로 이루어진 거인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에이낙스가 지상으로 내려와 조준은 집어삼킨 직후 실종자들의 숲이 뒤흔들렸다.
[경고! 경고! 경고!]
[차원이 왜곡됩니다!!!!]
[과도한 혼돈의 개입으로 인과율이 소용돌이칩니다!]
[혼돈의 주인 카쉬낙스의 대적자가 인과를 얻어 이곳에 강림합니다!!!]
쿠웅.
이로 말할 수 없는 엄격한 질서가 무질서로 뒤흔들리던 실종자들의 숲에 내려앉았다.
곧 찢겨져 나간 하늘이 멋대로 수복되며 뒤틀리던 현실이 안정된다.
질서의 주인 케포누스가 폭주하는 혼돈을 멈추기 위해 난입했다. 그는 강림하자마자 컬티스트를 집어삼킨 채 꿈틀거리고 있던 에이낙스에게 정의봉을 휘둘렀다.
쾅!!!
정의봉에 얻어맞은 에이낙스가 날아가며 그 속에서 끝없이 착정 당하던 조준이 반쯤 벌거벗겨진 채로 퉁겨져 나가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감히!!!! 파멸주의자들의 종놈이!!! 도대체 뭘 불러낸 것이냐!!!]
케포누스의 호통 소리에 조준은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몸을 비틀었다. 힘이 없었다. 움직일 여력이 없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분별한 착정에 살이 쫙 빠져 버린 조준은 겨우 고개를 들어 자신을 노려보는 질서의 종주와 눈을 맞췄다.
“으... 내가.. 불러내려고.. 한 게.. 아닌데..”
그 말을 끝으로 조준은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그의 말대로 에이낙스는 억지로 소환된 상태다. 이는 일개 소환수가 저지를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이건 전적으로 에이낙스를 조종하던 카쉬낙스의 만행이었다.
[죽어라!! 죽어서 사죄해라!!! 악신의 종놈아!!!]
질서신이 정의봉을 휘둘렀다. 조준이 쓰러지는 순간 에이낙스는 쓰러진 조준을 감싸고서 질서신의 빛을 막아 냈다.
지금 여기서 질서신과 정면으로 맞붙어봐야 이득이 없다. 애당초 먼저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 인과율의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상대가 지칠 때까지 버텨야했다.
곧 컬티스트를 이 자리에서 죽이기 위해 정의봉을 미친 듯이 내려치던 질서신은 서서히 몸이 붕괴되어 사라졌다. 소환수로 위장해 현실에 모습을 드러낸 카쉬낙스와 달리 무작정 신의 의체로 강림한 케포누스는 소비하는 인과율의 양이 달랐다.
[제기랄... 같잖은 수를 쓰다니... 두고 봐라.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
이번에도 손해만 본 선신들은 당장 오류를 고치라며 소리쳤다. 혼돈신은 본인의 일부를 소환수로 내새워 교묘히 시스템의 눈을 속였고 인과율의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인 채 현실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이는 분명히 시스템상의 오류라며 소리쳤다.
[멍청한 놈들아. 백날 짖어봐라.]
에이낙스의 몸에 깃든 카쉬낙스는 소리치며 항의하는 선신들에게 우주적인 욕설을 가한 뒤 기절해 잠든 조준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촉수에서 반투명한 점액질이 분비된다.
곧 조준의 몸은 점액질에 뒤덮여 치유될 것이다. 또한 그녀에게 착정당하며 소비된 만큼 다시 영양분이 채워지리라.
할일을 마친 그녀는 차원의 균열을 열어 다시 혼돈으로 기어들어 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환수의 몸을 통한 신의 강림은 '반칙'으로 규정됐다. 또한 첫 번째 촉수는 키시리아와 같은 평범한 소환수로 되돌아가게 됐다.
확실히 이번 사태는 카쉬낙스가 먼저 선을 넘었다. 비록 소환수라는 의태를 뒤집어쓴 덕에 관리자들의 눈을 피해 막대한 인과율의 손실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실종자들의 숲에서 공양 받은 인간의 영혼은 모조리 소비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에이낙스의 몸을 빌려 조준과 반쯤 합일을 이루어낸 카쉬낙스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카쉬낙스는 바라던 목적을 달성했다.
[확실히 받아 간다... 나의 반려여...]
그녀는 조준의 정액을 얻었다. 종복의 아기씨를 얻어냈다.
이제 그녀는 그의 아이를 잉태할 수 있다.
비록 인간의 영아와 같은 모습은 아니겠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그녀가 잉태할 ‘신세계의 태아’는 반려의 여정에 큰 도움이 되리라. 그것이면 충분했다.
[빌어먹을 년...]
선수를 빼앗긴 심연의 주인은 깊고 깊은 나락의 밑바닥에서 나지막이 이를 갈았다. 항상 자신보다 반발자국 앞서 가는 혼돈의 직계에 대한 질투와 증오였다.
그렇게 한 줌 남아 있던 심연의 조각마저 완전히 사라지고 곧 신적존재들이 모두 사라진 신사 앞 공터엔 적막만이 내려앉았다.
얼마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린 선신의 종자들이 고통 어린 신음을 내뱉었다. 대부분이 몰살당했지만 카쉬낙스가 일부러 죽이지 않고 반쯤 부숴둔 녀석들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조준의 노예가 될 것이다.
그 사이 패닉에 빠져 떨고 있던 조준의 노예들도 하나둘 의식을 되찾았다.
“윽... 오빠.. 오빠... 살아 있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이은지는 망가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조준을 겨우 발견해 그에게로 기어갔다.
그녀는 초토화된 공터를 힘겹게 기어가 점액질에 뒤덮여 있던 조준을 끌어안았다.
“오빠... 일어나요...”
“어... 은지야.”
은지가 눈물을 흘리며 부르자 얼마지나지 않아 조준은 깨어났다. 그는 피눈물이 말라붙어 눈가에 피가 잔뜩 묻어 있던 은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아직 신과 하나가 되어가며 느꼈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흐윽.. 오빠.. 이제 그런 거 불러내지 마요...”
“아니. 은지야.. 그거 내가 불러내려고 한 게..”
선신도, 동료들도 모두 조준이 에이낙스를 불러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멋대로 기어 나온 촉수 덩어리 때문에 상당히 억울한 조준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