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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6화 〉 95. 다시 방문한 암시장 (2)

* * *

“자, 원하는 걸로 골라잡아.”

“오..”

마약상이 자신감 넘치게 테이블 위에 올려 둔 약통들.

새하얀 통에 든 약부터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된 유리병에 들어 있는 정체불명의 포션까지.

나는 얼른 오늘의 추천 상품 4개를 확인했다.

[쾌락1004: 복용할 경우 극상의 환각성 쾌락을 맛보게 됩니다. 다시 약을 복용하기 위해선 악마가 제시하는 퀘스트를 달성해야 합니다. 무제한.]

[가격: 4444C]

‘뭐지 이건..’

시작부터 이상한게 걸렸다. 대놓고 함정 아이템이다.

악마가 제시하는 퀘스트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 나간 일일게 분명하다. 제정신 박힌 놈이라면 절대 구입하지 않을 물건이다.

이미 데모니스트와 한번 싸워 본 결과 악마란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 수 있었다. 놈들은 인간의 몸에 기생해 인육섭취를 즐기는 변태들이다. 종국엔 복용자를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만든 다음 조롱하겠지.

난 쾌락1004에서 눈을 땠다. 저건 아예 관심조차 주지 말아야 하는 종류의 물건이니까. 궁지에 몰린 인간이라면 저거라도 좋다고 처먹겠지만 나는 굳이 약이 주는 극상의 쾌락이 필요 없다.

난 얼른 옆에 있던 다른 약을 확인했다. 생긴 게 꼭 피임약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센스푸시: 1회 복용 시 한 달간 정자가 활동을 멈추게 됩니다. 내 맘속 걱정을 가볍게! 미니멀 정관약 센스푸시! 12정 동봉.]

[가격: 8000C]

“어.. 이거.”

“응. 피임약. 내가 가진 가장 확실한 피임약이야. 복용기간 동안은 100퍼센트 불임으로 만들어 주지.”

“어... 오우..”

“역시 씨 없는 수박만큼 확실한 게 없잖아? 안 그래?”

한쪽 눈을 찡끗 거리며 윙크를 날리는 마약상.

뭔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뉘앙스가 좀 다른 종류의 피임약이지만... 어쨌든 피임약은 피임약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나는 8천 코인을 주고 1년 치의 피임약을 구매했다. 가격이 제법 나가는 만큼 오래 쓸 수 있으니 좋다. 이걸 먹으면 이제 나는... 씨 없는 수박이 된다.

'이제 굳이 노예가 아니라도 마음껏 떡칠 수 있겠네... 노예 말고 떡칠 상대가 있겠냐만은..'

당초의 목표였던 피임약을 구입했으니 마음 편하게 남은 물건 2개를 확인했다.

[애완인류 청결제: 1일 1회, 1회 1정 복용 시 몸속 노폐물이 전부 소변으로 빠져나갑니다. 애완인간이 혈뇨를 눌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30정 동봉]

[가격: 5400C]

[기화의 비약: 복용 시 연기로 변합니다. 효과 유지 시각은 1분. 바람에 의해 흩어질 경우 영영 돌아오지 못합니다. 레플리카입니다.]

[가격: 1111C]

“이것들 두 개도 구입하겠습니다.”

“좋아. 탁월한 결정이야.”

청결제는 씻을 수 없을 때 사용하면 되겠다. 30알 들어 있으니까 소분해서 은지랑 하린이에게도 반정도 주고 숲에 들어가면 딱이다. 그리고 기화의 비약은 가격도 싼데 약효가 너무 특이해서 구매했다. 뭔가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은 물건이다.

구입한 약들을 대용량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럼 이제 가 보겠습니다.”

“벌써 가려고? 차나 한잔 하고 가~”

“아뇨. 사양할게요.”

“후후후.. 똘똘해. 다음에 또 와.”

마약상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먹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손을 흔들었다.

“다음은 어디로 가고 싶어?”

“밀렵꾼의 움막이랑 노예상 순으로 가죠.”

“좋아. 시간 남으면 오늘이야말로 암시장의 자랑인 중앙광장을 관광시켜 줄게.”

“어.. 감사합니다.”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몸이 쑥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어둡고 음침한 골목으로 이동했다.

역시나 여러 음식점에서 특이한 먹거리를 판매 중이었고 검은색 옷으로 온몸을 감싼 이족들이 지하상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른쪽? 아니면 왼쪽? 어디로 가든 한쪽 방향으로 쭉 가면 밀렵꾼 아저씨가 있는 곳과 연결될 거야. 참고로 왼쪽은 디저트. 오른쪽은 경양식.”

“아니 저게.. 디저트라고요?”

바위괴물 같은 놈이 얼굴에 난 상처에서 붉은 고름을 짜내 기름에 뛰기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도무지 저게 디저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저런 걸 어떤 놈이 처먹는 건가 싶었는데.. 고름이 기름에 튀겨지기 시작하자 뜻밖에 많은 이들이 그걸 맛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더 심각한 건 좋다고 처먹는 놈들조차 비슷하게 생긴 바위괴물들이란 사실이다.

저거 동족상잔 아닌가?

“응. 저기 인기 엄청 많아.”

“우욱..”

“하하하! 평범한 인간의 시선으로 보자면 역겨울지도 모르겠네. 나야 워낙 이 동네에서 오래 굴러서 그런지 별로 모르겠거든!”

웃으며 말하는 체셔. 역시 체셔는 만만찮은 상대다. 이 여자도 제정신이 아닌 거다.

헛구역질을 하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마약상에서 15분 정도를 소비했다. 놀라고 있을 틈이 없다.

“바로 밀렵꾼 만나로 가요. 어... 오른쪽으로.”

“그래!”

자연스럽게 손을 내미는 체셔. 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뭔가 스킨십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저번에 만났을 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1만 코인 더 챙겨 준 서비스가 이런 건가? 뭐, 나쁘진 않았다.

곧 우린 정신 나간 음식점들을 지나쳐 밀렵꾼의 움막이 있는 골목의 끝에 도달했다. 가는 동안 이상한 놈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체셔의 네온 마스크에서 움직이던 얼굴 표정이 일루미나티의 눈동자 같이 변하자 모두 자지러지며 떠나갔다.

무슨 의미의 표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눈동자를 보면서도 나는 별다른 증상을 못 느꼈다. 체셔는 내가 눈동자를 보고도 아무런 이상이 없자 ‘역시 마음에 드는 인간이야.’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쩌면 나는 암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와 동행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우린 움막 안으로 들어갔다.

움막 안에는 여전히 까만 가면을 쓰고 뭔지 모를 동물의 알을 세심히 닦고 있는 밀렵꾼이 있었다.

“흠. 그때 그 인간인가? 이번엔 제대로 얼굴을 가리고 왔군. 그리고 옆에는.. 체셔.”

“안녕, 아저씨. 오랜만이네.”

“흠. 벌이도 얼마 안 되는 가이든지 브로컨지 때려치우고 얼른 내 가게나 이어받아.”

“싫거든~ 이럼 음침하고 정신 사나운 가게는 억만금을 줘도 안 가져.”

“빌어먹을 녀석. 크흠. 추태를 보였군. 오늘의 추천 상품이나 보고가라.”

밀렵꾼은 닦고 있던 알을 그대로 카운터에 올려 둔 채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겨 나왔다. 이번에 그가 닦고 있던 알은 지난번의 알과는 다른 생김새였다. 좀 더 작고 샛노랗다.

“자, ‘플레이어’가 내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는 건 이것 네 개가 전부다.”

난 테이블에 놓인 물건들을 왼쪽부터 순서대로 확인했다.

[뭔지 모를 알: 뭐가 태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가격: 10000C]

알 자체는 이전에 왔을 때와 다른 생김새지만 가격이나 설명은 지난번이랑 똑같다. 혹시 마수를 판별할 수 있는 클래스와 함께 온다면 이 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다음엔 예원이랑 같이 와봐야겠어.’

예원이는 마수조련사니까 특별한 상호작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거 언제 부화하는지 알 수 있습니까?”

“음.. 글쎄.”

밀렵꾼은 알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었다. 소리를 들으면 뭔가 알 수 있는 건지 그는 혼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에게 답했다.

“아직 나오기 싫은 모양이야. 적어도 5일에서 6일은 걸리지 않을까 싶군. 참고로 부화한 마수에게 주인으로 인정받고 싶으면 부화할 때까지 몸에서 때지 말고 계속 들고 다니게.”

“그러면 주인 취급받을 수 있습니까?”

“그래. 잘 안 알려주는 팁이지. 오랜만에 체셔를 봤으니 특별히 알려주는 거야.”

그러고 보니 체셔와 밀렵꾼은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 체셔도 그를 친근하게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고. 아까의 대화도 마치 부녀지간의 대화 같았다. 가업을 잇게 하려는 아버지와 싫다고 밖으로 나도는 딸 같은 느낌이랄까.

‘언젠가 호감도가 오르면 따로 알려주겠지.’

지금은 빨리 물건이나 사서 나가야겠다.

“이거 주세요.”

“오, 드디어 뭐라도 하나 사주는군.”

나는 알을 구입한 다음 손목시계를 한번 확인했다. 아직 시간이 그리 많이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빠르게 할 일을 끝내야겠지. 난 곧바로 다음 물건을 확인했다.

“이건 왜 수건으로 가려 둔 건가요?”

“이건 사람을 보면 극도로 흥분하는 놈이거든.”

“예?”

밀렵꾼은 실없이 웃으며 물건에 덮어씌워둔 천을 치웠다.

그러자 텀블러만한 유리병이 나왔다.

­키아아아아아!!!

­퉁! 퉁!

‘이게 뭐야...’

유리병 안에 들어 있는 검지만한 애벌레는 나를 발견한순간 유리병을 깨부술 듯이 발광했다. 칠성장어처럼 원통형 입에 이빨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연보랏빛의 굉장히 징그러운 생명체였다.

“자네가 꽤 마음에 드나 보군. 기뻐하는 감정이 느껴지네.”

“어... 그렇군요.”

아마 만마의 총애 때문일 거다.

[알시드의 애벌레: 속주에 기생하여 속주를 알시드 성체로 만든다.]

[가격: 3000C]

“그런데 알시드가 뭡니까..?”

“알시드? 초능력 쓰는 벌레 놈들이지. 강력한 사이오닉 에너지를 가진 악명 높은 늪지의 기생종족이다.”

꿀꺽.

늪지의 기생 종족이라...

“이것도..”

“기다리게. 이건 포장을 해주지.”

나중에 노예 중에 한 명에게 먹이고 알시드로 변형시켜봐야겠다. 사이오닉 에너지를 가졌다는 걸로 보아하니 초능력을 사용하는 종족인 것 같은데 비 각성자를 초능력자로 바꿀 좋은 기회다.

밀렵꾼은 알시드 애벌레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까만 천으로 곱게 감싸서 나에게 넘겨줬다. 내가 병을 건네받자마자 애벌레는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병을 퉁퉁 쳤다. 혹여나 병이 깨질까 두려워 얼른 가방에 집어넣었다.

다음 물건은 밀봉된 삼각플라스크에 담긴 녹색 포자였다.

“이건...”

[기생버섯 포자: 생물의 몸에서 성장하는 버섯. 맛이 아주 좋다. 성체까지 성장할 경우 버섯 인간이 탄생한다.]

[가격: 47000C]

“그건 고급 식재료야.”

밀렵꾼이 설명했다. 어둡고 음습한 곳에 감염된 생물을 방치해 두면 일주일 쯤 뒤에 아주 맛 좋은 버섯을 채취할 수 있을 거란다.

“3개의 버섯이 자랄 텐데. 붉은색이 자라났다면 바로 태워 버리게. 그게 기생버섯 포자를 사방으로 내뿜으니까. 버섯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감당 못해. 주변으로 퍼져나가면 행성을 기생버섯으로 뒤덮을지도 모르지. 새로운 재앙의 시작일세.”

“...”

“너무 겁먹을 건 없어. 붉은색 버섯만 죽이면 되니까. 참고로 일반 버섯 2개는 그대로 계속 시체와 함께 방치하면 버섯 인간이 될 거야.”

“버섯 인간은 또 뭡니까...”

“못 먹을 만큼 성장한 버섯이지. 자웅동체라 두 마리만 있으면 서로 알아서 교미하는 버섯일세. 내버려 두면 시체나 파먹으며 계속 늘어날 거야. 그나마 기생하는 종류가 아니라 다행이지? 참고로 지성이 있어서 의사소통만 가능하다면 동료로 삼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추천하진 않지만.”

지성체... 노예로 삼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심지어 인신 공양도 가능하리라.

‘버섯 인간으로 목장을 만든다... 키우고 공양하고. 이걸로 인신 공양할 인간이 부족해져도 공양물 감소를 해결할 수 있어... 이건 무조건 사야 한다.’

얼마나 빨리 새끼를 칠지는 모르지만 버섯 인간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좀비들을 먹으며 수가 계속 불어날 거다. 너무 수가 많이 불어나면 불임상태로 만들면 되니까 개체 수 조절도 가능하고. 최고의 노예종족 탄생이다. 이거라면 이제 굳이 인간 놈들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버섯 인간들이 새끼 치는데 얼마나 걸리는 지 알 수 있습니까?”

“허. 질문도 많은 친구군. 일단 답은 해주겠는데.. 이렇게 많이 물어보고 구입 안 하면 실망할걸세.”

“아, 일단 구입부터 하겠습니다.”

4만 7천 코인 쯤 아깝지 않다. 영구 노예종족이 생길 판에 그깟 코인쯤이야.

“한번 새끼를 치는데 걸리는 기간은 대략 일주일. 그러니까 임신기간이 일주일이고 낳는 새끼의 수는 총 세 마리일세. 문제는 두 마리 다 서로한테 고간을 찔러대는 통에 둘 다 새끼를 가질 거란 거지. 그리고 근친이라는 개념이 없는 종족이니 한번 새끼를 낳으면 그때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수가 늘어나. 잠시 한눈팔았다간 인근이 죄다 버섯인간들 뿐인 상태가 될 거야.”

“오오...!”

“보아하니 노예로 삼거나 공양할 생각에 신난 모양이군. 그렇지?”

“어.. 예.”

밀렵꾼은 내 클래스나 스킬을 한눈에 꿰뚫어 봤다. 까만 가면 너머로 그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드러났다.

‘큭...’

마치 나라는 인간을 ‘식별’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꺼림칙하지만 체셔가 별다른 반응이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괜찮아.”

“넵...”

그때 내가 불안해하는 걸 느꼈는지 체셔는 내 어깨를 툭툭 쳐줬다. 그러자 조금은 긴장이 풀렸다.

“아저씨. 그쯤 보지? 애가 부끄럽다 하잖아. 고객한테 서비스가 영 이상한데?”

“큼.. 미안하군. 장사치가 물건이나 팔면 되는데 말이지. 이것도 습관이야.”

밀렵꾼은 헛기침하더니 말을 이었다.

“자네가 버섯인간을 키우려는 이유는 알겠어. 하지만 수가 너무 늘어나면 상당히 곤란할 거야.”

“어..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개체 수가 300마리를 넘지 않게 조절 잘하게. 300마리를 넘기는 순간, 그곳에 여왕이 모습을 드러낼테니..."

"여왕이요..?"

"그래, 버섯들의 여왕이지. 그건 현재 자네의 ‘레벨’로는 감당이 안 되는 괴물이야. 아마 죽이려면 자네의 등 뒤에 있는 그 ‘거미’나 꿈틀거리는 ‘촉수’를 동시에 불러내야겠지."

키시리아와 첫 번째 촉수인 에이낙스를 둘 다 불러내야 할 정도의 괴물이 튀어나온다니...

기생포자를 내뿜는 붉은 버섯도 그렇고. 어째 까딱 잘못했다간 내 손으로 남은 인류를 싹 박멸해 버릴지도 모를 물건을 손에 넣었다.

“예... 알겠습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뭘. 당장은 고객이 자네뿐이니. 최대한 살려놔야지.”

나는 밀렵꾼의 경고를 들으며 기생버섯 포자를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었다. 한 200마리쯤까지 불린 다음 그때부터 개체 수 조절을 해야겠다. 300마리 이상 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겠지. 고로 이놈은 일단 숲에 다녀온 다음에 사용하는게 좋겠다. 아무리 성장하는데 시간이 걸린다지만 괜히 내가 없는 동안 증식하고 있으면 안 되지.

그럼 이제 마지막 물건이다.

마지막 물건은 머리를 붕대로 감아둔 인삼 같은 식물이었다.

[비명초: 눈이 가려진 덕에 아직 살아 있는 비명초입니다. 산 채로 복용할 경우 마력 스탯이 20 늘어납니다. 만귀전 소속일 경우 마력 스탯이 50 늘어납니다. 비명초가 비명을 지를 경우 마력 스탯이 100이하인 인간은 사망합니다.]

[가격: 33000C]

비명초는 만귀전 클래스가 먹으면 더 효과가 좋은 녀석이었다. 우리 쪽에 만귀전 소속은 하린이와 희선 누나가 있다. 그리고 둘 중 마력스탯이 높을수록 더 좋은 건 정령을 소환해야 하는 희선 누나다. 계약 슬롯도 늘어났다고 하니 마력이 높으면 동시에 불러낼 수 있는 정령의 수도 늘겠지. 그리고 나야 이미 충분히 마력이 높으니 희선 누나에게 먹여야겠다. 효과도 내가 먹는 것보다 누나가 먹는 편이 더 좋으니까.

“그런데...”

“비명을 안지르게 하는 방법을 물으려는 거지?”

“예.. 맞습니다.”

“간단하네. 붕대가 감겨져 있을 때 그냥 머리를 따면 되. 그럼 비명 지르기도 전에 죽을 걸세. 하지만 죽이기 전에 다른 신체 부위에 충격을 받으면 그때부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해. 이놈의 비명 소리는 나약한 인간이 들었다간 떼죽음을 면치 못할 거야. 주의하게. 그리고 머리를 따고 2분 내에 안 먹으면 효력이 없어.”

“명심하겠습니다.”

삼만 코인이 넘어가는 물건이지만 마력 스탯을 높여주는 물건이라 바로 구매했다.

비명만 안 지르게 하면 그만이니까.

“구입하겠습니다.”

“오늘은 매진이군. 좋아. 아주 좋아. 다음번에도 체셔와 함께 온다면... 저 미닫이문 뒤를 구경시켜 주지.”

“오...”

난 사육장을 구경시켜 주겠다는 밀렵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사육장엔 커다란 짐승이나 크리처가 있으리라. 어쩌면 용이나 그런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움막의 입구 앞에 선 체셔가 나에게 확인차 물었다.

“그럼 다음은 노예상이지?”

“네.”

“좋아! 빨리빨리 끝내자구!”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오자 노예상이 있을 버려진 놀이공원에 도착해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도착한 순간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양지상이 갑작스럽게 반응했다.

[흐음... 주변이.. 감당하기 버거운 영혼들로 가득합니다... 두려운 장소..]

아마 놀이기구 구석구석에 숨어 나를 보고 있는 저 검은 형체들 때문이겠지.

나는 얼른 체셔를 따라 광대 노예상이 있을 서커스 장으로 향했다.

이 기분 나쁜 장소에 오래 있어 봐야 좋을 게 없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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