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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72화 (72/221)

〈 72화 〉 71. 불행을 버릴 수만 있다면

* * *

“응? 오빠 뭐라고요?”

은지가 내 처절한 외침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되물었다.

저 꾸며낸 듯한 작위적인 귀여움... 너무 좋아..

하지만 지금은 다들 내 이야기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내가 엄청난 정보를 가져 왔...

“예원아. 이제 내 차롄데..”

“쪼옵.. 쳇... 여기요..”

“응. 고마워.”

이 여자들! 내 말을 전혀 안 듣고 있잖아!!

예원이가 물고 있던 자지를 뱉으며 뒤로 물러나자 눈이 반쯤 풀린 희선 누나가 곧장 내 위로 올라타 천박한 자세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기승 위를 시작했다.

미치겠다! 이 누나 아주 그냥 자지를 뽑아낼 기세다!

퍽퍽퍽..!

“하읏..!♡”

신음을 흘리는 희선 누나의 엉덩이를 붙잡아 전력으로 박아 넣으며 머릿속으론 계속해서 방금 전 보았던 장면들을 떠올렸다. 입으론 메르의 젖꼭지를 빨았고.

‘분명 시계와 나침반이 있는 방에.. 거지 같은 노인이 있었고.. 나는 수정구로.. 아, 그래. 죽음. 죽음을 봤지.’

쪼옥. 쭈룹, 쭈왑!

‘메르마망.. 아! 잊으면 안 돼... 해골거인, 듀라한, 클로, 정령 세 마리...’

그렇게 계속해서 내가 본 흐릿한 장면들을 억지로 떠올리며 완전히 암기할 때까지 외웠다.

그 와중에도 여자들은 누워 있는 나를 돌아가며 몇 번이나 더 따먹었다.

*****

“흐음.. 그래서 계속 다 죽는 다고 한 거구나.”

“그래..”

잠을 잔 것 같지 않은 피곤함...

이 여자들 내가 잠들었다고 아주 그냥 미친 듯이 돌려 먹었다.

이런 예쁜 여자들에게 수면 상태로 돌림빵 당하는 삶이라니...

“해골 거인에.. 목 없는 기사.. 무섭네.”

내 목덜미를 핥던 화영이가 소름 끼친다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쨌든 이야기 좀 들으라고 명령하자 이제야 다들 내 말을 믿어 준다.

“다 죽는단 건 좀 소름 끼친다. 그죠?”

“그래도 바뀔 수 있다니까 다행이야.”

난 그녀들에게 내가 보았던 꿈의 모든 내용을 말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깨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상한 것투성이고 하나하나 설명하려니 나조차도 잘 기억이 안 났기 때문이다.

그저 뭔가 큰일이 있었고 마지막에 만난 영감에게 보상을 받아 불길한 미래를 보았다는 간략한 내용만을 이야기했지.

“그러니까 하린이가 그 클로? 라는 무기를 얻고, 내가 정령 세 마리를 보유한 시점이네.”

“응. 맞아, 누나.”

“흐음.. 주인의 말대로라면 일행을 몰살 시킨 건 죽음의 기사 같은데.. 나는 거기 없었나? 지금 당장에라도 듀라한 급은 어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 그러네. 메르도 안 보였어.”

현장에는 나와 메르가 없었다.

예원이나 화영이도 봤지만 메르만큼은 못 본 것 같다.

설마 무너진 마트에 깔려 압사 당하진 않았을 거고... 그녀는 어디 있었을까?

“그 말은 나와 주인이 함께 자리를 비울 일이 곧 생긴다는 소리로군.”

“그럼 이제 오빠랑 메르 언니랑 둘이같이 붙어 있으면 안 되겠다. 그치?”

“젠장. 은지양. 그거 지금 날 도발한 건가?”

“오빠! 메르언니 자꾸 때려!!”

난 엎치락뒤치락 암컷쟁투를 벌이는 둘을 황급히 촉수로 때어놓았다.

그런 와중에도 재빨리 메르의 커다란 젖을 연달아 일곱 번이나 후려친 은지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커다란 가슴에 대한 원한이라도 있는 듯했다.

'하긴.. 은지는 작으니까..'

심지어 그녀는 처녀들에게 모종의 질투를 느끼고 있으니. 거유처녀인 메르야말로 그녀에게 있어선 가장 큰 경쟁상대겠지.

“그런데 주인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좀 이상해요.”

곰곰이 생각하던 하린이가 의견을 제시했다.

“뭐가?”

“그게.. 이번에 잡아 온 교회 사람들한테 들은 이야긴 데. 그 사람들은 저희처럼 좀비들한테 그렇게까지 집중적으로 습격당한 적이 없다던데요..”

“하린이 말이 맞네. 오빠, 우리한테만 너무 좀비들이 몰리는 것 같진 않아?”

은지도 하린이의 의견에 동의했다.

사실 나도 느끼고 있던 문제다.

“그렇지. 그래서 내가 생각해봤는데. 몇 가지 이유가 떠오르네.”

“몇 가지 이유라고?”

“응.”

난 나의 이상한 행운수치와 만마의 총애, 강은정이 차고 있는 불길한 초커에 대해 이야기했다.

“흐음... 그 행운수치나 스킬은 해결할 방법도 마땅히 없잖아?”

“그렇지.”

아람이는 좀 당황스럽다는 듯 물었다.

확실히 이 일련의 좀비 웨이브가 내 행운이나 스킬의 문제라면.. 이건 답이 없다. 아마 계속 나를 쫓아다니겠지.

“혹시... 선신들한테 찍혀서 그런 건...”

“음. 확실히. 그 작자들이라면 그러고도 남겠지.”

우리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예원이가 혹시 선신들의 농간이 아니냐고 말하자 전직 천사인 메르도 예원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일단 그럴싸한 이유가 벌써 네 개는 나왔네요. 이야. 대단해.”

황당하다는 듯 아름이는 마른세수를 했다. 나도 미치겠다.

설마 방금 나열한 네 가지 이유 전부 때문인가?

“준아. 제일 없애기 쉬운 저 초커부터 없애자.”

“초커부터?”

희선 누나가 옥상에서 망을 보고 있던 강은정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푸­엣취!”

코를 문지르며 제치기하는 강은정.. 사실 나도 당장 저 초커부터 치우고 싶은데 퀘스트 아이템 같아서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흐음. 내 생각에도 저 초커가 좀 이상해요. 묘하게 불길한 냄새가나.”

“주인님.. 저도 화영이랑 비슷한 걸 느끼고 있어요.”

화영이가 코를 벌름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린이는 옆에서 그녀의 의견에 동조했고.

“좋아. 다들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으니까.. 그럼 저것부터 없애자.”

난 멍하게 망을 보고 있던 강은정에게 다가 갔다.

“야. 은정아.”

“으응? 뭐, 뭐야.. 이번엔 또 뭘 시키려고...”

“아니, 그거 벗어봐.”

“뭐? 여기서...?”

갑자기 강은정이 나를 미친놈 보듯이 본다. 뭐지?

“딴 놈들한테 넘겨줄때는 언제고... 이제야 나를 취하려 하다니.. 이 파렴치한 개자식..”

“아니, 미친년아! 옷 벗지 말고! 초커 빼라고!”

난 갑자기 외투를 벗기 시작하는 강은정을 뜯어 말렸다.

이 미친년, 하씨 형제에게 돌림빵을 미친 듯이 당하더니 완전히 암컷이 다됐다.

‘TS 암타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소름 끼치는 일이야..’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즐기는 자 모드에 들어간 걸까?

모르겠다. 이놈의 심경을 이해하려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안 그래도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아져서 미칠 것 같은데... 신경 쓰지 말자.

“자, 여기. 후우. 이제야 몸이 좀 가볍네.”

나에게 초커를 넘긴 강은정은 홀가분하다는 듯 어깨를 빙글빙글 돌렸다.

난 곧바로 초커를 불태우기 위해 불을 붙었다.

‘안타네?’

초커는 불에 타지 않았다. 찢으려 해도 잘 찢기지도 않고.

칼로 썰었더니... 곧 다시 붙었다.

‘미치겠네. 파괴불가라니... 이걸 어디다 버리지?’

난 칠흑바퀴를 불러냈다.

“사샤삿.”

“윽.. 너무 가까이 오지 마.. 자, 이거 저기. 강 있지?”

“사샤?”

“그래 저기 강에 돌이든 뭐든 달아서 이거 버리고 와.”

아무 곳에나 버렸다가 딴놈 손에 들어가면 안 되지.

뭔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스노우 볼이 굴러 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칠흑바퀴를 시켜 아예 강에다 수장시키기로 했다.

“샤샤샤샷”

의사소통이 제대로 된 건지 아닌지 전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녀석 지난번 교회 때 써먹어 보니까 지능이 일반적인 어린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래, 알아서 잘 버리고 오겠지.’

칠흑바퀴라면 웬만한 노예들 보다 일 처리를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바퀴는 더듬이를 흔들며 나에게 인사하더니 한강이 있을 곳으로 빠르게 뛰었갔다.

저 녀석 취미가 좀비나 사람 배에 알까기니까 아마 가는 길에 마주친 좀비들도 싹 정리하겠지.

“일단 초커는 해결됐고...”

이제 남은 문제는 내 비정상적인 행운과 이상한 스킬 그리고 선신놈들이 여기다 좌표를 찍었을지도 모른단 사실인데...

행운수치와 스킬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거처를 옮기는 것도... 생각을 좀 더 해 봐야겠고..’

생필품부터 식량까지 너무 풍족해서 거의 1년은 어찌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이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기엔...

거기다 버리고 갔는데도 또 웨이브가 우릴 덮치면 많이 억울할 것 같다.

‘언젠가는 시골로 내려가서 농사를 짓긴 지어야 하는데...’

고민이 깊어진다. 이럴 땐 다른 일을 처리 하면서 머리를 잠시 비우는 게 좋겠다.

“일단 아람아 업적부터 받자.”

“응? 아, 그래.”

데몬 슬레이어인 그녀가 악마를 죽이고 얻은 ‘반인반마의 업’이라는 업적이다. 그녀의 노예낙인이 풀리게 만든 원흉과도 같은 업적이지.

난 업적보상을 수령하며 생각을 좀 정리해 보려고 했다.

[보상을 선택하십시오.]

[1. 훌륭한 대화수단]

[2. 일그러진 신앙심]

[3. 성황폐하의 축복]

[훌륭한 대화 수단: 무지막지한 크기의 전투망치입니다. 마기를 불어넣을 경우 망치에 내장된 ‘부스터’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무겁습니다. 악마는 무조건 죽여야 합니다.]

[일그러진 신앙심: 사슬 팔찌입니다. 마기를 불어넣을 경우 내장된 마법이 작동하며 잠시간 ‘진정한 마인’으로 변합니다. 간혹 이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악마는 무조건 죽여야 합니다.]

[성황폐하의 축복: 십자가 형태의 총입니다. 마기를 불어넣으면 ‘은총탄’을 만들어 냅니다. 둔기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주 많은 마력이 필요합니다. 악마는 무조건 죽여야 합니다.]

“우와...”

“이거 거의.. 데몬 슬레이어 종결 템들인데..? 잠깐만... 내가 본 미래에는 무기가 여전히 저 낡은 망치였어..”

그렇다면 내가 본 미래의 아람이는 일그러진 신앙심을 골랐을 거란 소리다.

'그럼 이번엔 팔찌를 제외하고 골라야하나...?'

난 다른 여자들도 전부 불러 모았다.

혼자서 선택하려니 답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

사사삿..

칠흑바퀴는 주인의 명령에 따라 착실하게 한강을 향해 달려갔다.

물론 중간중간 좀비들을 붙잡아 알을 까면서.

곧 벌레의 군단이 만들어진다.

사사삿

샤샤샤사삿

삿사사사사삿

수십 마리에서 순식간에 수백 마리로 늘어난 벌레 떼.

칠흑바퀴는 자기 새끼들이 늘어날수록 더욱 겁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때, 다섯명의 각성자들이 어느 건물의 옥상에서 칠흑바퀴를 관찰하고 있었다.

“좀비 말고 다른 몬스터도 있었네?”

무리의 리더로 보이는 청년이 멀어지는 바퀴들을 보며 말했다.

그는 허리춤에 매달린 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당장에라도 뽑아 저 벌레들을 모조리 죽이고 싶다는 듯이.

“그러게.. 저거 잡으면 뭔가 히든 퀘스트가 뜨지 않을까?”

리더의 말에 안경 낀 음침한 생김새의 청년이 수첩에 무언 갈 끄적이며 답했다.

그의 수첩엔 업적보상을 비롯한 각종 아이템이나 다양한 '게임'의 정보들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수첩에 방금 막 검은색 바퀴벌레 떼가 새로 기입됐다.

“후우.. 저것들 잡을 수 있겠어?”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서 담배를 태우던 하얀 머리카락의 남자가 둘에게 물었다.

그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또한 송곳니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길었고.

“못할 거 없지.”

“그럼 한번 잡아볼까?”

곧 옥상 위에 서 있던 다섯 명이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들은 거침 없이 벌레들의 무리로 달려들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그들의 손에 칠흑바퀴는 토벌됐다.

“하.. 씨발.. 뭐야. 아무것도 안주잖아. 이 새끼 게임 몬스터가 아니라 그냥 진짜 돌연변이인거 아냐?”

“음... 글쎄.. 잠깐 다들 여기 와봐! 우두머리 바퀴 놈의 입에... 뭔가가 있었어.”

“어?”

그들은 죽은 칠흑바퀴가 어둠이 되어 사라진 곳으로 다가 갔다.

거기엔 피가 묻은 초커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음.. 불길한 초커? 히든 아이템인가?”

안경 낀 남자가 그리 말하며 수첩에 초커를 기입했다.

“그래도... 이런 괴물을 잡고 나서 얻은 거니까.. 뭔가 특별하겠지?”

리더는 그리 말하며 초커를 주워들었다.

그렇게 조준이 내다 버린 불길한 초커는 20대 초반의 남성들로 이루어진 ‘진심 공략조’의 손에 넘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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