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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67화 (67/221)

〈 67화 〉 66. 용잡이의 보상

* * *

무언가 달려온다.

그건 굉장히 크고, 사나운 인상의 사내였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칼은 마치 사자의 갈기와 같고 우락부락함을 넘어 거대한 압박감마저 느껴지는 몸뚱이와 인간이라기엔 너무나 큰 덩치까지.

마치 산이 하나 달려오는 느낌이었다.

“이, 이건 또 무슨...!”

순간 머리가 새하얘진다. 저 괴물 같은 존재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적하지 않으면, 발버둥 치지 않으면 그저 뭉개져 죽을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선빵 필승...!’

당장 저 괴인을 공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스킬을 쓰기 위해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도 그럴게 엄청난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마치 용이라도 잡으려는 듯이.

“르, 르뤼에!!!!”

양손에서 촉수가 발출된다. 이건 죽기 싫다는 생존본능에 의한 자동반사 같은 거였다.

저 사내의 정체나 나에게 달려오는 이유, 혹은 웃고 있는 선한 인상 같은 그런 세부적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더 관찰하고 고민하기 전에 이미 스킬부터 써버렸다.

촤하악!!!!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촉수가 난자당했다.

그저 한 줌의 고깃덩이가 되어 흩날리는 촉수더미들.

저 정도 기백을 가진 존재니까 촉수가 제대로 먹히지 못할 거란 생각은 이미 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저 남자가 검을 뽑는 것도, 촉수를 잘라 내는 것도 내가 못 봤단 사실이다.

마치 무언가 사내를 지켜 주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검막이라도 하나 씌워진 것처럼.

촉수들이 남자에게 닿기 전에 죄다 잘려 나갔다.

촉수를 흘려 내거나 피하는 놈들은 몇 번 본 것 같은데... 그냥 죄다 막혀 썰려 버릴 줄이야.

“플루토!!”

가만히 있다간 충돌한다. 난 일그러진 비늘을 하나 전개해 둔 다음 곧장 심연아귀를 불러냈다.

곧 그의 양옆에서 심연이 뭉쳐 커다란 입이 만들어졌다. 그러자 사내는 달려오던 것을 멈추고 씨익 웃더니 심연아귀를 붙잡아 비틀어 스킬을 강제로 해제시켰다.

‘미친..! 맨손으로 잡아 뜯는다고..? 저 괴물은 대체 뭐지...’

그제야 나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저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마치 심층지주를 마주했을 때처럼. 대적할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저 사내가 다가올수록 그런 압박감이 심해진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이대로는 죽을 거란 생각에 몸이 떨려왔다.

이게 죽음을 마주한 감각일까. 신을 마주했을 때는 그저 압도당했다면.. 지금은 온몸에 털이 곤두서고 절로 이를 꽉 깨물게 된다. 죽기 싫다는 생각은 덤이다.

‘선신들의 하수인...? 아니, 저 정도의 괴물이 다가오는데 인디크론이나 카쉬낙스가 미리 경고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없는데... 아.. 대체 저건..’

나는 내 뒤로 다가오던 있던 여자들에게 도망치라고 외치려고 했다.

과연 도망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녀들이 죽는 꼴을 봤다간 맨정신으로 더 못살 것 같아서.

어차피 다 죽을 거라면 내가 제일 먼저 죽어 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적이게도.

“잠깐! 기다리게! 겁주려던데 아닌데! 하하하!!! 반가운 마음에 달려온 건데 본의 아니게 위협해 버렸군. 자주 까먹는단 말이지. 내 모습이 남들에게 어찌 보일지를 말이야.”

눈을 질끈 감고 인디크론과 카쉬낙스의 이름을 부르고 있자 사내는 양손을 들어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지크프리트! 자네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 없으니 긴장 풀게. 그보다 자네가 바로 그 장조준이 맞나? 정말 한참을 찾아 다녔어!”

지크프리트...? 그게 누구...

아! 기억났다!

“어.. 예. 아! 당신은!”

그는 죽은 보부상의 아들이다.

분명 보부상에게 죽은 보부상의 유품을 넘겨 줬을 때는 지난 주 중에 만날 수 있을 거라 했는데... 내가 암시장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사건사고에 연류 되는바람에 그와의 만남이 오늘로 미뤄졌나보다.

“그래. 드디어 만났군. 반갑네.”

커다란 손을 들이미는 지크프리트.

난 그의 손이 너무커서 손가락을 맞잡고 악수했다.

그의 큰 손에 비해서 내 손은 무슨 애기 손 같았다. 만약 그가 이대로 힘을 꽉 주면 장조준 즙이 한 그릇 완성되겠지.

‘사람이 맞나..? 거인일지도...’

거의 3미터쯤 되어 보이는데, 2미터에 가까운 메르보다도 훨씬 컸다. 덩치가 더 커서 그런지 정말 거인으로밖에 안 보이는 사내다.

그리고 허리춤엔 왜 검을 6개나 차고 있는 걸까.

심지어 등 뒤에는 무슨 신전건물의 기둥만한 대검이 달려 있고.

그 밖에 몸 곳곳에 별의별 무기가 달려 있었다.

‘저건... 폭탄? 역시 용잡이라더니... 무장이 만만찮구나.’

이런 놈이 나를 사냥하러 온다면 지구 끝까지 도망가야 한다.

용들이 불쌍해질 지경이었다.

“오, 오빠!”

“준아!”

그때 후문 쪽에서 달려오는 희선 누나와 예원이. 둘 다 상당히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녀들이 지크와 먼저 만났나보다.

“저, 저기 그 사람은..?”

“아, 이분은..”

난 그녀들에게 대강 지크프리트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자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머슥하게 말을 이었다.

“사실상 그대들 처지에선 보부상분들과 같은 존재니 다들 그리 겁먹지 마시오. 내가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으니까. 그런데 이거, 내가 너무 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모두에게 위압감을 줘버렸군. 미안하이. 하하.”

지크프리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제야 분위기가 조금 풀어지며 다들 약간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후 강당에 있던 다른 여자들도 전부 튀어나왔다. 그녀들도 지크프리트의 모습을 보더니 입을 떡 벌리고 당황스러워했다.

특히 하린이는 지크를 보는 순간 부르르 떨더니 딸꾹질까지 했다. 내가 미처 느끼지 못한 뭔가를 느꼈나보다.

“허허허. 그보다 자네. 나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나?”

몇 날 며칠 동안 나를 찾아 헤맨 지크프리트가 얼른 그때의 일을 말해 주길 바라는 눈치라서 나는 그에게 살인강도와 만나게 된 경위부터 어찌 죽였는지 까지 기억나는 대로 상세하게 알려 줬다.

옆에 있던 은지가 내용을 덧붙이기까지 해서 지크프리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아예 살인강도 놈을 카쉬낙스에게 공양해 버렸다고 하니 그는 배를 잡고 웃었다.

내가 악신의 사도 쯤 되는 인물이란 사실은 그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인 것 같았다.

“하하하하!! 이거 보기보다 화끈한 친구로군. 거기서 바로 공양을 해 버릴 줄이야. 아주 좋아! 간만에 재미난 이야기였네. 정말이지 그놈이 죽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나쁘지 않은 이야기야.”

“어.. 언제 들어도 나쁘지 않다고요?”

“응? 아, 이런. 메타발언일세. 그냥 넘어가게.”

“아, 예.. 알겠습니다.”

언제 들어도 즐거운 이야기라는 말은 이미 몇 번이나 살인강도가 죽는 이야기를 들었단 의미다. 이 말을 통해 난 두 가지 가설을 세웠다.

첫째 지크프리트는 설정상으로 아버지를 잃은 것뿐이지 실제로는 복수고 뭐고 아무 상관이 없고 그냥 이벤트 성으로 보상을 주러오는 NPC란 것.

둘째는 지크의 복수는 사실 이미 옛날에 끝났고 지금은 그저 그때의 설정을 빌려와 비슷한 일을 무한 반복 중이란 것.

어찌 되었든 그의 처지에서 살인강도에 대한 복수란 단지 나와 같이 살인강도를 잡은 플레이어와 만나기 위한 하나의 조건에 불과한 게 아닐까 싶다.

‘지난번 보부상도 그렇고.. 뜻밖에 NPC들이 메타발언을 자주 하는구나.’

이들은 스스로가 NPC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본인들이 이 뭔지 모를 ‘게임’이란 것의 한 등장인물임을 그들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메르는 아니었지.’

허나 메르는 자신이 게임 판에 등장인물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심지어 계정생성카드로 플레이어가 됐으니 그녀는 이제 정당히 게임 판에 들어온 플레어지 NPC가 아니다.

‘메르와 지크... 둘의 차이가 뭐지? 내 입장에선 둘 다 인외의 존재들인데. 왜 지크는 NPC고 메르는 아닌걸까. 그리고 보부상에게 계정생성 카드를 주면 보부상도 플레이어로 만들 수 있을까?’

암시장의 상인들도 본인들이 NPC임을 알고 있었고... 지크의 발언도 그가 자신이 NPC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메르도 똑같은 이 종족인데 그들과는 가진 권한이 서로 다른 걸까?

어쩌면 메르는 NPC가 될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노예 상인이 판매하는 노예들은 플레이어의 실질적인 동료가 될 수 있는 존재니까 NPC취급이 아닌 걸지도.

“아무튼 그대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지. 내가 몇 가지 선물을 준비했네.”

지크프리트는 허리춤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여러 가지 물건을 꺼냈다 다시 넣더니 결국 2개의 물건을 골랐다.

저 조그마한 가방에 이 물건들이 다 들어가 있다니.

저건 필히 아공간 주머니임이 분명하다. 다른 보상보다 저게 더 끌린다.

“일단 이걸 받게.”

“어.. 이건.. 총이죠?”

“그렇다네. 총이지.”

건네받은 물건은 굉장히 조잡한 모양의 장총이었다.

마치 얼기설기 억지로 이어 붙여 만든 물건으로, 피가 묻은 붕대로 겨우 형태를 고정시켜둔 모양새다.

솔직히 많이 실망스러운 외관이었다.

[토츠미르의 나팔 총: 단 두 발만 쏠 수 있습니다. 용린을 깨부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설명이 먼가... 용린을 깨부순다고? 용린이면 용 비늘이잖아...

일반적인 판타지에서 용 비늘은 흠집도 내기 힘든 거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지크가 코를 쓱 문지르며 물건을 설명했다.

“비록 겨우 두 발짜리지만 파괴력은 내가 보장하지. 극단적으로 관통력과 살상력을 높인 대신 내구성이 엉망인 물건이야. 위기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게. 자네를 두 번은 구해 줄 물건이니.”

“가, 감사합니다...!”

용잡이가 주는 총인데 내가 외관만 보고 괜한 실망을 했구나.

괴물 같은 강함을 가진 지크가 저리 말할 정도면 얼마나 대단한 성능일지 쉬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심지어 파괴력과 살상력을 극단적으로 높이기 위해 단 두 발 밖에 못 쏜다니.. 뭔가 남자의 로망이 담긴 무기였다. 그리 생각하고 다시 보니 이 망가질 듯한 위태로운 모습도 꽤 빈티지한 것 같고 멋있어 보인다.

“자, 다음은 이거.”

내가 토츠미르의 나팔 총을 이리저리 확인하고 있자 용잡이 지크프리트는 이번엔 나무 상자를 하나 건넸다.

난 총을 조심스럽게 은지에게 건네준 다음 상자를 받았다.

“열어 보게.”

“예..”

노송나무인지 뭔지 모를 나무 상자 안에는 3개의 캡슐이 들어 있었다.

각각 붉은색, 푸른색, 하얀색의 물약이었다.

[나가라자의 혈청: 마실 경우 체력이 더 높아지며 질병에 잘 걸리지 않게 됩니다.]

[나가라자의 눈물: 마실 경우 마력이 더욱 정순해지며 오감과 기감이 발달합니다.]

[나가라자의 골수: 마실 경우 근골이 단단해지고 튼튼해지며 회복이 빨라집니다.]

“우와...”

미쳤다. 완전히 정신 나간 보상이다. 하나가 아니라 이거 세개를 다 준다고..?

내가 이 정도의 물건을 받을 만큼 가치 있는 일을 한 걸까..?

‘그리고 나가라자면... 게임에서 뱀들의 왕 같은 걸로 나오던 놈인데...’

옛날에 잠시 즐겼던 게임에서 비슷한 명칭의 보스 몹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머리 일곱 달린 뱀들의 왕인지 신인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그런 놈이었다.

‘그렇다면 이거 엄청 대단한 물건 아닐까...’

무조건 먹어야겠다. 내가 다 먹어야겠다. 독식해야겠다...

“하하하. 원래는 규정상 줄 수 있는 보상이 하나뿐이지만. 조금 인심 썼네. 그야, 살인강도를 인신 공양해 버렸다는데 더 챙겨 줄 수밖에! 하하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구먼! 악신에게 공양 당했다니! 불쌍한 녀석!”

내가 살인강도 놈을 카쉬낙스에게 공양한 게 그는 굉장히 재밌었나보다.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보상. 나가라자 세트는 그의 순수한 호의인 듯했다.

알게 모르게 그와의 호감도가 오른 게 아닐까 싶다.

“아 참, 이것도 받게.”

나가라자 즙 선물 세트를 얼른 복용할 생각에 신나서 두근거리고 있으니 그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하나 뽑아 건넸다.

“이, 이미 충분히 받았습니다!”

도대체 뭐지? 왜 이리 나에게 퍼주는 거지?

이쯤 되면 슬슬 불안 해진다. 줄 거 다 준 다음에 나를 무슨 지옥 같은 곳으로 끌고갈 생각인건 아닐까?

아무리 내가 기연이나 이런 류의 보상을 좋아한다고 해도 무작정 다 주워 먹을 정도로 머리가 나쁘지는 않다.

과하게 먹으면 항상 채하는 법이다.

“아, 오해 말게. 이건 사과의 의미니까.”

“예?”

“자네, 암시장에서 죽을 뻔하지 않았나.”

“어.. 예.. 그 지하경비인지 뭔지 이상한 것들이 쫓아와서..”

“사실 그거 나 때문일세.”

“예?”

“내가 자네를 찾으러 암시장에 들렸던 게 화근이 됐어. 자극을 주고 만 거지. 체셔에게 들어 보니 상당히 고생한 것 같던데. 아닌가?”

“저기 체셔는 살아 있습니까?”

“응? 그녀야 무사하네. 체셔는 강해. 그녀는 쉽게 죽지 않거든.”

그는 체셔와 아는 사이였나 보다.

‘살아 있구나. 다행히야.. 그런데 역시.. 어쩐지 자꾸 나보고 귀엽다고 하더니.. 여자였구나.’

암시장이란 정신 나간 곳에서 체셔가 나에게 베푼 호의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내심 그녀가 살아 있기를 바랐는데 다행이다.

“그런데 자극을 줬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허허.. 암시장의 지하엔 나를 끔찍이 싫어하는 놈이 하나 살 거든. 내가 나타나니 경비대를 내보낸 거겠지. 다시 한번 미안 하네.”

“아니요, 괜찮습니다. 지금, 이렇게나 멀쩡하게 살아 있으니까요. 하하.”

난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지었다.

분명 죽을 뻔하긴 했지만 지하경비대가 움직인 건 지크만의 잘못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보타밀리의 개입도 있었겠지...’

더욱이 지크프리트는 지금 나에게 아주 좋은 보상을 세 개나 줬으니 원만하게 합의하는 게 맞다.

괜히 용 잡아드시는 분하고 척을 질 필요는 없지.

“허허! 거 호탕한 친구로구만! 자, 자. 어서 받게!”

난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가 건네주는 검을 받았다.

그건 짙은 녹색 검날의 환도였다.

[늪지의 귀곡도: 플레이어의 영혼을 하나 흡수해 그 능력의 일부를 빌릴 수 있습니다.]

[이미 플레이어 ‘양지상’의 영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양지상이 왜 이 검에...?’

그런 의문과 함께 검에 손잡이를 붙잡은 순간이었다.

[이봐!! 들리나!!!]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대답 좀 해주게!!]

[이 미친 검이 내 자아를 흔들고 있어!!!! 끼아아아!!!]

“이런 시발!!”

갑자기 늙은 노인의 비명이 들려와서 깜짝 놀라 검을 집어던질 뻔했다.

“허허허! 이 근처에 웬 영혼이 하나 돌아다니기에 붙잡아서 넣어 뒀네. 자의식이 강한 친구인지 검에게 먹히질 않는군.”

놀랍게도 늪지의 귀곡도에는 죽은 줄 알았던 양지상의 영혼이 붙들려 있었다.

“허...”

악귀술사라더니 뭔가 모종의 방법으로 영혼 상태가 되어 돌아다니던 중에 지크의 손에 붙잡힌 게 아닐까 싶다.

나중에 시간나면 양지상에게 직접 물어봐야겠다.

“감사합니다. 분에 넘치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닐세. 이 정도야 뭐. 그보다 아직 재앙 초기인데 꽤 마력이 강하군. 당장 내 도움이 필요할 일은 없겠어. 그래도 언제나 위협은 알게 모르게 다가오는 법이지. 혹여나 나의 도움이 필요하면 이걸 찢게.”

“이건..”

[용잡이의 수호부: 찢을 경우 지크프리트가 일정 확률로 소환됩니다. 약 1분 정도 불러낼 수 있습니다.]

“나의 수호부일세. 자네가 그걸 찢었을 때 내가 한가한 상태라면 바로 도우러 가지. 참고로 상대가 내 마음에 들지 않을 정도로 너무 약하면.. 자네에게 상당히 실망할걸세.”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열심히 살아남게나.”

지크프리트는 내 어깨를 팡팡 두드리더니 빛과 함께 사라졌다.

“허어...”

생각지도 못한 보상을 받았다.

그것도 무려 3개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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