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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가 다운로드 됨-58화 (58/221)

〈 58화 〉 57. 불러내기 어려운 것

* * *

“쿠아아!!!!”

마트의 1층이 뚫렸다.

1층에서 농성 중이던 하씨 형제와 김일우, 김민준, 이은혜, 강은정과 기타 등등.

그밖에 조준이 암시장으로 떠나기 전에 잡아둔 여러 각성자들과 생존자들도 출입구를 넘어오려던 좀비들을 막고 있었으나.

그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젠장!!!!”

김일우는 특수 좀비를 사냥해 얻은 바스타드 소드를 크게 휘두르며 출입구를 부수고 들어온 레버넌트를 상대했다.

쾅! 쾅! 쾅!

레버넌트는 대검을 들어 올려 순식간에 삼 연격이나 되는 공격을 휘둘렀고 김일우는 가까스로 막아 내던 도중 레버넌트가 뿜어내는 충격파에 균형을 잃고 뒤로 밀려났다.

“으아으아아!!!!”

그리 김일우가 몸의 균형을 잃은 순간.

옆에서 다른 레버넌트가 튀어나와 김일우의 몸을 양단했다.

상하체로 분리된 김일우가 허공을 날아 내장을 흩뿌리며 좀비들의 틈바구니로 떨어진다.

“일우야!!! 이런!! 시발!!!!”

전선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던 김일우가 반으로 잘려 절명하고, 그의 시체에 수십 마리의 좀비가 달라붙어 흘러넘치는 내장과 살점을 씹어 삼켰다.

14레벨의 전사가 죽는 순간 나머지 각성자들에게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됐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흐름. 떨어지는 사기.

곧 또 다른 이가 비명을 질렀다.

그건 드라우그 두 마리에게 붙잡힌 김민준이었다.

이리저리 도망다니며 활을 쏘던 그는 와이트의 정신 공격에 직격당해 잠시 스턴에 걸린 사이 드라우그 두 마리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곧 드라우그는 발버둥 치는 김민준을 비웃으며 각각 몸과 머리를 붙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뿌득. 뚜드득..!

“끄아아!!! 아파아파아파!!!! 살려 줘!!살려 줘!살려달라고오!!!!!시발시발시바!!!제바아악!!!!!”

푸자작!!!

처절한 비명 소리와 함께 그의 목이 잡아 뽑힌다. 척추가 덜렁거리며 피가 쏟아져 나왔다.

“도, 도망가!!! 뛰어!! 으아아!!!!”

순식간에 두 명의 죽음을 목격한 하진성은 지휘도 잊고 패닉에 빠졌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도망치기 시작한 각성자들과 뒤에 남은 비 각성자들이 좀비들에게 뒤섞여 고깃덩이가 되어갔다.

“끄아악!!!”

도망가던 이은혜의 머리가 드라우그의 주먹질에 반쯤 으깨지고 넘어진 그녀의 몸을 레버넌트들이 달려들어 으깨고 부순다.

비명이 가득하다. 마트는 침범 당했다.

좀비들의 처절한 공격에 생존자들이 허망하게 죽어 나간다.

물려서 좀비가 되는 상황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한번 쓰러진 자는 좀비가 되지도 못할 만큼 망가진 시체가 되어 버리니.

*****

다행히 옥상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허나 이대로 가다간 곧 전원 죽겠지.

‘마력이 부족해..’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아무리 죽여도 적들이 줄지를 않으니.

스킬 사용을 줄이고 마력을 아껴도, 교대로 쉬어가며 마력을 회복시켜도 여전히 부족하다.

좀비지네에게 한번 뚫리고 지네를 타고 올라온 진화좀비들과 전투를 치르고 나니 여유가 사라졌다.

그때부터 눈 코 뜰 새 없이 좀비 러쉬를 막아 내야 했다.

‘오늘 밤을 넘길 수 있을까..?’

모두가 지쳤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위험하다 싶으면 달려가 개입하며 전장을 조율하던 이은지는 다리 근육이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방금 전 레버넌트 5마리를 동시에 박살 낸 한아람은 완전히 방전 된 듯 스킬을 쓸 수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급히 달려간 한아름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가까스로 드라우그 수십 마리와 전투를 치르던 성하린과 강희선도 곧 옥상을 기어 올라온 와이트 무리의 정신공격에 당해 죽음 직전까지 몰렸다. 강화영이 중간에 그녀들을 돕지 않았다면 큰일이 났으리라.

위태롭기는 아래보다 옥상이 더 위태로웠다.

‘예원이의 마수 소환도.. 곧 끝나..’

언홀리 퀸으로 각성한 김예원은 다양한 버프기술을 통해 강화된 마수를 불러낼 수 있게 됐으나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강희선의 하급 정령들도 당장 전투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너무 많아.. 어째서 이렇게 모여 들 때까지 나는 눈치채지 못했을까..’

업데이트 첫째 날인 월요일은 잠잠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평화롭게 보낼 수 있었다.

둘째 날인 화요일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너무나 조용해 이대로 일주일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트의 일행들은 그저 조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냈다.

그가 내린 명령이 풀리지 않았으니 아직 죽지 않았을 것도 모두 예상하고 있었고.

다만 거리에 좀비가 좀 많이 줄어들었다는 생각은 했다.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주의를 기울이진 않았다. 그저 그만큼 많이 죽였던 거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리고 수요일... 오늘 밤..’

은지는 누군가 여기를 공격하라고 지령이라도 내린 것 마냥 군단처럼 체계적으로 다가오는 좀비들의 군세를 보았다.

놈들은 단지 지상에서 모습을 감춘 거였다. 하수도에 모여 있던 놈들이 밤이 되자 일제히 맨홀 뚜껑을 열고선 밖으로 기어 나왔다.

지난 이틀간의 고요함은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 바닷물이 쫙 빨려 나가는 것과 다름없었다.

드라우그, 레버넌트, 와이트... 그리고 그들의 우두머리.

‘구울..’

놈들이 좀비를 통솔하고 있었다.

거리에 있던 좀비를 거두어 군단을 만들었고.

하수도에 좀비 수천마리를 숨겨 마트의 인원들을 속였다.

적당히 모였다 싶으니 구울들은 오늘 마트를 쓸어 버리기 위해 모아둔 망자들을 앞으로 돌진시켰다.

다가오는 좀비들이 너무나 많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안 난다.

이대로 가면 장조준이 오기까지 버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쿠어어!!!!”

그때 마트의 출입구가 레버넌트들에 의해 완전히 뚫리는 모습이 보였다.

‘1층의 사람들이 버틸 수 있을까.. 안 되겠지.. 젠장.’

이때까지는 옥상 쪽으로 좀비들을 유도했지만, 그게 힘들어졌으니 부담이 다시 1층으로 넘어갔으리라.

곧 그녀의 안 좋은 예상대로 1층에서 전투 중이던 이들이 다급히 옥상으로 뛰어올라왔다.

“시발!!!”

옥상으로 올라온 하진성은 헛구역질을 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곧장 따라 들어온 하진우과 강은정이 출입구를 틀어막았다.

“왜 이래요!!? 나머지는?!”

강희선이 그들에게 물었다.

하진성은 거칠게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질문에 꺽꺽거리며 대답했다.

“이.. 일우가.. 죽었어.. 시발.. 민준이랑 이은혜도.. 우리 셋 말고는 다 죽었다고!!!”

하진성은 동료의 죽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옥상에서 적들을 요격 중이던 이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1층을 지키고 있던 각성자들이 셋 말고는 전멸해 버렸으니.

하진우는 넋이 나간 그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외쳤다.

“씨바!!! 다들 정신 차려!!! 형님 오시기 전까지만 버티면 돼!!”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린 일행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옥상 외벽을 타고 오르는 좀비들을 요격하거나 좀비들이 집어던지는 물건들을 막아 내며.

허나 와이트가 쏘아내는 흑마법은 어찌할 방도가 없어 실시간으로 마트가 박살 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마 황수민이 대응사격하고 있지만... 와이트의 숫자에 밀려 견제하는 게 고작이었다.

“아!! 왔다!!! 올라왔다고!!!”

덜커덩 거리며 옥상출입구가 열리려 했다.

하진우와 강은정이 온몸으로 출입구를 막았으나.

콰장!!

출입구가 터져 나가며 막고 있던 하진우와 강은정이 날려졌다.

동시에 옥상 출입구가 대검에 의해 개박살 나며 레버넌트들이 물밀듯이 기어 올라왔다.

“야!!! 한 명 희생해!!!”

그때 강화영은 옥상에 있던 비 각성자 하나를 희생양 삼아 피를 전부 뽑아냈다.

그러곤 주변으로 피를 흩뿌려 혈흔폭발을 연달아 일으켰다.

투과과광!!!!

피가 묻은 부위가 터져 나가며 옥상 출입문으로 기어 올라오던 좀비들이 죽어 시체가 쌓였다.

곧 옥상 출입구가 무너지며 뒤따라 들어오던 좀비들이 잔해에 깔려 비명을 내질렀다. 당장은 입구를 완파해 좀비의 진입을 막았지만 저것도 곧 언제 뚫릴지 알 수가 없다.

“시.. 발..”

강화영은 무릎을 살짝 꿇었다.

당장의 위협은 어찌 막았으나 마력이 방전됐다. 극심한 배고픔에 그녀는 몸을 떨었다.

음문이 새겨지고 장조준의 완전한 권속이 되며 정신도 살짝 돌아왔다. 또한 피를 많이 먹지 않아도 되게 됐다.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장조준의 피가 아니고서는 배고픔을 달랠 수 없어졌다.

곧 강화영이 기절해 버렸다. 5일간 제대로 된 식사하지 못해 더는 버틸 수 없어진 거였다.

급히 쓰러진 강화영을 안아 든 이은지는 그림자 가시로 옥상을 올라오던 좀비 지네의 상반신을 터트리며 거친 숨을 골랐다.

총체적 난국. 다 끝나가는 상황을 보며 하진성은 작게 읊조렸다.

“끝이야... 다 끝이라고..”

전의를 상실한 하진성.

그는 보았다. 몇 번의 경합만에 김일우의 몸이 양단되며 내장을 쏟아 내는 걸.

김민준의 머리가 잡아 뽑히고 드라우그의 주먹질에 이은혜의 얼굴이 박살 나는 걸.

그밖에 장조준이 잡아 온 여러 명의 노예 각성자들이 저항한번 못하고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어째서.. 이런 재앙이..’

이게 멸망이라는 듯.

이것이야말로 아포칼립스라는 듯.

답이 없는 재앙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와 마트의 모든 걸 앗아가려고 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새하얀 문이 하진성 바로 앞에 만들어지더니 벌컥 열린 건.

쾅!

열리는 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하진성의 정수리가 부딪혔다.

“악!”

“야. 너 거기서 뭐 하냐?”

고개 숙이고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던 하진성에게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어...?”

“아씨, 문 열려고 하는데 앞에서 막고 지랄이야. 비켜 임마.”

주저앉아 있던 하진성은 엉거주춤 비켰다.

그러자 문이 활짝 열리며 5일간 실종 상태였던 장조준과 이름 모를 장신의 여자가 걸어 나왔다.

“혀, 형님..!!!”

“야. 이게 다 뭐야.”

“그, 그게..!”

하진성은 오랜만에 본 장조준의 얼굴에 절로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다 죽기 직전에 그가 도착했다.

“오빠!!!!”

그리고 발 빠르게 달려온 은지가 강화영을 옆에 내려 두고 장조준에게 매달렸다.

‘오빠가.. 왔어..!’

방금 전까지 이대로라면 다 죽을 거라고 생각하던 이은지는 조준의 얼굴을 보는 순간 까맣게 타들어 가던 속이 싸악 풀렸다.

이은지의 마음속에서 장조준은 이미 구원자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암울한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아내 결국은 살아남는 절대 강자.

그의 행운수치나 비정상적인 운에 대해선 알리가 없는 이은지의 마음속에서 장조준은 나날이 신격화되어갔다.

“뭔데. 은지야. 상황설명 좀.”

“아, 응!”

이은지는 눈물을 닦으며 급히 작금의 처절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사이 무너져 내린 옥상의 출입구의 잔해를 부수고 기어 나온 좀비들을 아람이와 하린이가 죽이며 시간을 끌었다.

조준은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옥상에 있는 이들을 한번 둘러봤다.

하나같이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강희선은 옷이 반쯤 찢겨져 팔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고 아름이는 탈진 했는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하린이와 아람이도 가까스로 버티는 모습이었고 은지도 웃고는 있지만 다리 근육이 경련하며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강화영은 아예 기절해 버렸고 김예원은 없는 마력을 쥐어짜네며 마수를 불러내려고 하다 피를 토하고 있었다.

은지는 조준에게 업데이트가 진행됐으며 말도 안 되는 괴물들이 떼를 지어 마트로 기어들어오고 있고 그사이 많은 이들이 죽었으며 옥상에 남은 이들이 전부라는 사실을 알렸다.

마트 점령 초반부터 함께 했던 멤버들도 몇 명이나 죽은 상태였다.

그나마 하나 다행이라면 조준의 노예 하렘은 전원 무사하단 점이다.

조준은 급히 손가락을 칼로 베어 피를 낸 다음 쓰러진 강화영의 입에 밀어 넣었다.

“으.. 읍.. 츄릅.. 달아... 어..?”

곧 강화영이 피를 핥으며 눈을 떴다.

“주, 주인님!!!!!”

자신의 피로 약간이지만 체력과 마력이 회복된 강화영의 인사를 받으며 조준은 당장 양손을 들어 올려 심연아귀를 쏴 날리고 촉수로 옥상에 올라오려던 좀비들을 파괴했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다 막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수가 많았다.

그때 그의 눈앞에 뒤늦게 업데이트를 알리는 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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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완료!]

아직 살아남으셨군요!

축하합니다! 재앙의 일주일을 무사히 넘기신 여러분들을 위한 버그패치와 새로운 좀비, 다양한 NPC들을 준비했습니다!

그럼 건투를 빕니다!

[업데이트 관련 세부 사항]

1, 진화한 좀비.

지능이 매우 높으며 각성자들을 사냥하는 진화좀비가 등장합니다!

진화좀비는 지능이 아주 높아 다양한 전술이나 도구를 사용합니다.

또한 진화좀비들은 야간에 더욱 활발히 움직이며 생존자와 생존자의 거처를 파괴하려 합니다!

끝으로 진화좀비들은 현재 플레이어의 한계 레벨인 15레벨에 맞춰서 등장합니다!

[진화좀비 세부 사항]

[1. 드라우그: 격투사 타입의 좀비입니다. 신체재생과 신체 강화를 사용합니다.]

[2. 레버넌트: 전사 타입의 좀비입니다. 각종 무기술과 충격파를 사용합니다.]

[3. 와이트: 마법사 타입의 좀비입니다. 여러 흑마법과 정신 공격을 사용합니다.]

[4. 구울: 지휘자 타입의 좀비입니다. 좀비들을 조종하며 망자의 군대를 만듭니다.]

[5. 언다잉: 사제 타입의 좀비입니다. 좀비를 되살리며 특수 좀비를 양산합니다.]

2. 필드 보스.

네임드 개체 중 일부가 보스 몬스터로 각성합니다.

필드 보스로 각성한 네임드는 주변의 좀비를 본인의 권속으로 삼습니다.

필드 보스의 권속이 된 일반좀비는 변질되어 특수한 모습으로 바뀝니다.

필드 보스가 진화좀비를 권속으로 삼을 경우 진화좀비는 네임드 진화좀비가 됩니다.

필드 보스를 사냥할 경우 15레벨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필드 보스 사냥 이전까지는 15레벨이 한계 레벨입니다.

3. 현대화 무기의 종식.

일부 유저가 핵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핵사용의 페널티로 전 세계의 핵을 소멸시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의 책임을 인류에게 물어 총화기의 사용을 강력 제한합니다.

함부로 자국 내에 핵을 터트린 강대국의 정상들은 반성하세요!

4. 새로운 NPC의 등장.

무기상과 보석상이 등장합니다!

무기상은 각종 무기를 판매합니다.

보석상은 각종 장신구를 판매합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선 보부상과 최소 3번 이상 조우해야 합니다.

누적 보유 코인이 10만 코인을 돌파해야 합니다.

네임드 개체를 최소 10마리 이상 사냥해야 하며 구울을 최소 1회 이상 사냥해야 합니다!

위 조건을 채운 사람이 있을 경우 인근에서 무기상과 보석상이 랜덤 한 확률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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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알림창의 내용을 읽고 꺼버린 조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화좀비의 등장과 필드 보스 그리고 레벨 한계까지.

핵무기나 총화기가 제한되는 건 오히려 다행이다.

핵폭탄이나 저격수의 위협이 상당수 줄어드는 일이니까.

무기상과 보석상의 등장도 반가운 일이고.

“특수 좀비 잡고 얻은 무기 가져와봐! 메르. 무슨 무기를 주로써?”

“나는 창이나 할버드를 비롯해 장병기는 다 다룰 줄 안다.”

“큰무기!! 가져와!”

“주인님! 여기 낫이요.”

화영이가 건넨 붉은 낫을 얼른 메르에게 들려 줬다.

“이건 어때?”

“충분하군.”

메르는 곧장 낫을 휘둘러 옥상출입구에서 튀어나오던 레버넌트의 몸통을 검 채로 양단했다.

“우어.. 와...”

하진성은 그 모습을 보더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일우를 양단해 버린 괴물을 이 장신의 여자는 숨 쉬듯 가볍게 죽여 버린 거다.

“제법 잘 움직이네?”

“이래 봬도 전투엔 이골이 났다.”

메르헤레가 마트의 옥상 출입구를 담당하고 조준은 아직 마트로 기어들어오지 않은 놈들을 향해 최고의 선물을 선사하기로 했다. 지금와서 아낄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 뒤져 버려라! 빌어먹을 좀비 새끼들아.”

조준은 곧장 마력 500을 대가로 바쳤다.

“심층지주 소환.”

곧 허공이 일렁이며 거대한 괴물의 앞발이 튀어나온다.

쿵!!! 쿵!! 쿠구궁!!!!

[경고!! 경고!!]

[‘주박 궁전’의 주인이 필드에 등장합니다!!!]

[심층지주, ‘명왕 키시리아’가 현세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현재 버전에 존재해선 안 되는 몬스터입니다!!!]

[소환사의 레벨이 너무 낮습니다!! 인과율에 저촉됩니다!!!]

[소환사와 심층지주에게 페널티가 부가됩니다!]

[소환 가능 시각은 약 3분. 재소환까지 2주가 걸립니다!!]

[키시리아의 레벨이 다운 됩니다!!!]

[명왕이 약화된 상태로 소환됩니다!!!]

공기가 떨린다.

피부가 아릴 정도의 살기가 전방으로 퍼져나가며 울부짖던 좀비들마저 입을 다물었다.

본능적으로 낫을 휘두르려던 메르헤레는 곧 동작을 멈추고선 놈을 보며 낫게 중얼거렸다.

“저건... 악몽과도 같은 존재일 텐데... 어째서 여기에...”

마주한순간 모든 의지가 꺾이는 괴물.

심연의 주인 인디크론의 가장 큰 부산물이자 으뜸가는 피조물.

만약 장조준이 악신의 총애를 받지 못했다면 소환하는 순간 머리가 터졌을 만큼 강력한 존재.

[키싯.. 하아.. 여긴 썩은 내로 가득한 곳이로구나. 역겹군. 몸도 약해졌고.. 짜증 나. 빨리 돌아가고 싶다.]

키시리아의 작은 짜증. 그것 만으로 몸속의 마력이 꼬이며 장조준은 피를 토해냈다.

[이런 걸로 피를 토하다니. 나약한지고... 그래, 무엇을 죽이면 되는가. 주인의 장난감아.]

그녀의 물음에 조준은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이 앞의 모든 것. 저 좀비들을 크으윽.. 전부 죽여 줘...”

[키시시시시. 너무 쉽고 간단한 일이로다. 키시싯. 고작 이런 일을 시키려고 나를 불러냈나? 다음부턴 이런 같잖은 일로 나를 부르지 마라. 주인의 얼굴을 봐서 이번 한 번 만이다. 장난감.]

조준을 향해 날 선 경고를 날린 키시리아가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쿠궁!!!

땅이 파헤쳐지며 대기가 울린다.

동시에 조준은 무릎을 꿇었다.

그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온다.

“커헉..!”

소환만으로 이 정도의 반동이 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칠흑바퀴 따위와는 궤가 달랐다.

그저 불러냈을 뿐인데 조준은 온몸의 혈관이 파괴될 것 같은 고통을 느껴야 했다.

‘미친. 얼마나 강한 존재기에... 이 정도의 반동이..’

심지어 심층지주는 조준을 주인으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자기 주인은 오직 인디크론뿐이라는 듯 조준을 장난감이라 부르는 괴물.

피가 섞인 침을 질질 흘리는 조준을 부축하면서도 메르헤레는 건물에서 뛰어내린 심층지주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저건 아직 추락하지 않았던, 전성기 때의 그녀로서도 답이 없는 괴물이다.

지금 당장은 억지로, 정말 억지로 조준이 조종하고 있지만 언제 계약이 박살 나고 조준을 찢어버릴지 모를 존재였다.

아직 조준이 악신의 총애를 받고 있음을 제대로 모르는 그녀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키하..”

곧 좀비들을 앞발로 대충 으깨며 나아간 키시리아가 자리를 잡았다.

구울들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감지하곤 뒤돌아 도주하기 시작했다.

인근의 모든 좀비들이 도망간다. 키시리아는 그들의 도주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포착된 모든 좀비들은 죽을 거다.

“키샤사아아아!!!!!”

그녀의 비명과 동시에 사방으로 뿜어져 나가는 검은 실선.

단 하나의 좀비도 놓치지 않고 실선에 꿰뚫려 붙잡혔다.

곧 좀비 수백마리를 이어 붙인 실선이 팽­ 하고 당겨지자.

후두둑..

일순간에 좀비들이 모조리 찢겨나갔다.

“세, 세상에..”

“이. 이런.. 이런 일이..”

옥상의 모두가 목격했다.

그건 상반신은 요녀, 하반신은 거미로 이루어진 괴물이자.

그야말로 정형화된 죽음이었다.

[키시싯. 시간이 다됐군. 다음엔 좀 더 레벨을 높인 상태로. 상대할 가치가 있는 놈들이 나타났을 때 부르길 바라지. 이건 경고다. 두 번은 없다. 주인의 장난감.]

키시리아가 어둠에 휩싸여 사라졌다.

“커헉..!”

조준은 피를 한 번 더 토하고 나서야 정신을 잃을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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