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웃, 후아, 후앗, 하아아아…”
혀끝에 맴돌다 입술을 타고 흐르는 끈적한 한숨.
지끈거리는 두통과 완전히 나간 목에서 느껴지는 찢어지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는 것도 잠시, 숨만 들이켜도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음탕한 냄새에 레지나는 재빨리 닫힌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빠져나왔다.
“씨발, 찝찝해애…”
온몸을 뒤덮은데다가 말라붙기까지한 수많은 액체들, 거기다 음부에 묻은 것까지 모조리 말라붙어 걸을 때마다 찝찝함을 안겨 줬기에 레지나는 조용히 관장할 때 사용했던 욕실로 몸을 옮겼다.
“하아…”
꾸며둔 선장실이나 복도를 지나며 보이는 선실을 보면 해적선이었던 모양이지만 제법 잘 꾸며져 있는 욕실, 크래프톤에서 개발한 욕실 도구와 난방기구들을 둘러보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가동한 레지나는 온몸을 두들기는 뜨거운 물방울에 한숨을 내쉬며 목욕을 시작했다.
“다음엔, 절대로…”
처음 맛보는 쾌락, 설마 더러운 구멍으로 행하는 행위들이 그렇게 기분 좋을 줄 몰랐던 레지나는 자기 실책을 다시금 자각하며 다음엔 조금만(?) 맛보기로 결심했다.
“씨발, 옷이 없잖아.”
펄럭, 챙겨 온 수건으로 몸을 닦고 욕실을 빠져나온 레지나.
찝찝했던 몸을 깨끗이 씻기자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겨났던 그녀였지만 어제 카사노가 음흉한 손길로 제복과 속옷을 찢어댄걸 떠올려 이를 갈던 그때 퍼억- 묵직한 천덩어리가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
“프합!”
“하하.”
완벽한 사각에서 던져진 덩어리였던 탓에 피하지 못했던 레지나는 재빨리 되던지기 위해 움켜쥔 다음 곧바로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몸을 돌렸지만 만져지는 재질과 무게로 옷임을 깨달아 조용히 손을 내렸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병신.”
“아침부터 왜 이리 앙칼질까, 일부러 그러는 거면 귀여운데?”
“…”
한마디 더 쏘아붙이고 싶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입술, 뺀질거리는 얼굴로 벽에 기댄 채 자신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카사노를 보고 있으면 레지나는 뭔가 몽글몽글 피어난 감정에 입이 막히고 머리가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됐고, 옷은 어디서 났어.”
“돌아가신 선장님껄 빌렸지, 가슴 크기는 안 맞으니까 단추만 풀면 될 거야.”
“그걸 네새끼가 어떻게 아는데?”
“장난해? 몇 번이나 안은 여자 사이즈 하나를 내가 모를까 봐.”
히죽,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는 카사노, 뺀질이 같은 모습에 인중이라도 한대 후려갈기고 싶지만 스윽, 머리칼을 매만지며 장담하는 모습에 레지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이며 뭉쳐진 옷덩이를 폈다.
“그, 래…”
“얼른 입어, 바다의 왕이 된다던 선장님이 보지 덜렁 드러낸채로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씹새끼가…!”
조금 다시 보게 됐는데 그새 상스러운 말이나 뱉으며 놀리다니, 레지나는 도끼눈을 뜨고 노려봤지만 차압, 물기가 남은 볼을 어루만지는 카사노의 모습에 홱, 또다시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카사노가 챙겨 준 옷가지들을 그가 보는 앞에서 걸쳤다.
“딴 데 가라고 말하진 않네.”
“닳을 것도 없잖아.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미 귀 끝이 빨개지고 볼을 불그스름하게 물들인 레지나, 입과 다른 솔직한 반응에 미소 짓던 카사노는 군말없이 옷가지를 걸치는 레지나의 몸을 느긋하게 훑어봤다.
“뭘, 보는 거야…!”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한마디 쏘아붙이며 몸을 비트는 레지나, 하지만 이미 눈요기거리로 충분히 즐겼기에 조용히 몸을 돌린 카사노는 조금 박살 난 선장실과 선실을 둘러보며 털어갈 목록을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야.”
“응?”
“속옷이 없잖아 병신아!”
맨 처음 포개진 셔츠를 발견했을 때 맞는 브래지어가 아니면 불편하기만 했기에 군말없이 하얀 셔츠를 걸쳤던 레지나였지만 하의로 넘어갔을 때 그녀는 당황했다. 속옷이라곤 없고 있는 건 짧다 못해 천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은 길이의 스커트 한 벌.
나머지 옷이라곤 하얀색 코트뿐이었기에 불만을 갖고 덤벼든 레지나였지만 돌아온 대답은 기가 막히다 못해 코웃음이 절로 나오는 대답이었다.
“어차피 가는 길에 또 즐길 건데 뭐하러 속옷을 입어?”
“그걸 말이라고 하냐 병신 새끼가…!”
“자자, 화내지 말고 아가씨…”
와락, 역겨운 호칭을 뱉으며 자신을 품에 안는 카사노, 당황한 레지나는 어버버, 입술을 달싹이며 카사노의 가슴을 밀어내려 했지만 왜인지 두팔은 전혀 움직일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뭣, 뭐엇- 뭐야, 꺼져, 꺼지라구…!”
퍼억, 가슴을 주먹으로 내려치고 얼굴을 덮는 가슴을 턱으로 밀어내지만 도저히 밀리지 않는 탄탄한 몸, 결국 몸을 더듬는 손에 이끌려 포옥, 카사노의 품에 안기게 된 레지나는 어딘가로 걸어가는 카사노의 몸을 투닥투닥 두들기며 반항했지만 전날의 싸움에 비하면 턱없이 약한 위력이었기에 카사노의 걸음은 멈출 줄 몰랐다.
-끼이익…
녹슨 경첩 소리와 함께 선실 복도를 빠져나온 카사노, 문을 열자 화악- 얼굴을 뒤덮는 상쾌한 공기에 숨을 크게 들이쉬는 것도 잠시, 레지나는 뭔가 이상한 풍경에 눈살을 찌푸리며 카사노를 노려봤다.
“뭐야, 여기 어디야?”
“내 말이. 아침만 해도 쐐기이빨항구가 보였는데 갑자기 막 떠밀려오더니 영 종잡을 수가 없네.”
“그걸 말이라고…!”
바다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카사노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진 레지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 풍경과 아주 미약하게 보이는 섬들을 종합하며 떠올려보려 했지만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 파도로 배를 밀어서 가보는 건 어때? 익숙하잖아.”
“씨발 내가 시키면 네- 하고 할 거 같아? 여기서 널 죽이고 물고기밥으로 던져 준다음에 혼자 여유롭게 돌아갈 수도 있는데?”
“하아…”
움찔, 분위기를 단번에 사로잡는 짙은 한숨에 레지나는 어깨를 떨며 카사노가 어떻게 나올지 순간 예측할 수 없어 당황했지만 투욱, 갑판에 자신을 내려 준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너무 그러지 말고, 항구엔 무사히 도착을 해야지… 아가씨, 심술궃은 모습도 귀엽지만 너무 그러면 괴롭혀주고 싶다니까?”
“씨발, 역겹게 뭐라는 거야…!”
‘필리아는 좋아하던데 별론가?’
배신하기 전엔 무척 친한 친구였다기에 왠지 취향도 비슷할 거 같아 시도해봤지만 영 먹히지 않는 모양이었기에 포기하려던 카사노, 그때 푸욱 고개를 숙이고 욕지거리를 내뱉는 레지나의 모습은 평소보다 명백히 수상했다.
‘갑자기 왜 지랄이야, 씨발! 평소엔 노예다루듯 굴던 새끼가, 아니- 아니야. 내 여자, 내꺼, 나한테… 그래, 이 새끼가 드디어 정신 차렸구나.’
꾸욱, 땀에 젖은 손바닥을 움켜쥐고 슬쩍 옆을 돌려보자 순진한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사노, 평소엔 능글맞은 낯짝에 험악하게 눈을 뜨는 주제에 유독 오늘따라 무척 순해 보였다.
‘날 좋아하는 거였어?’
솔직하지 못한 새끼, 성격도 참 고약한 새끼, 그래도, 그래도-
꾸물, 허벅지를 조이고 가슴을 살짝 끌어안자 삐죽, 팔에 눌려 튀어나온 젖가슴이 흔들리며 서서히 부푼다. 하얀 셔츠에 비치는 분홍빛 젖꼭지가 커지는 걸 확인한 카사노는 그제야 레지나가 뭔가 대가를 바란다 생각하고 스윽, 잘록한 허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에게 엉겨 붙기 시작했다.
“히약…!”
“고생하는데 입 싹 닦고 무시하진 않을게, 자… 우리 레지나가 좋아하는 보지 만져줄 테니까 응?”
쪼옥, 볼에 맞닿았다 떨어지는 갈라진 입술.
평소 몇 번이고 받아 낸 키스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가슴속이 간질간질해진 레지나는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느껴 투욱, 카사노를 밀어내고 선장실에 놔두고 온 피레아를 챙겨 오기 위해 몸을 돌렸지만 포식자 앞에서 등을 보인다는 건 곧 그녀의 패배라는 뜻이었다.
-와락!
“아읏, 무거, 워엉…♥”
툭, 툭, 겨우 잠근 단추를 풀고 가슴을 어루만지는 투박한 손길. 하지만 부푼 유두를 쓰다듬고 유륜을 문지르는 야릇한 애무는 허억, 레지나의 입이 절로 벌어지게 만들었다.
꾸욱, 엉덩이골을 툭툭 찌르는 부푼 바지춤과 매끈한 복부를 쓰다듬으며 스커트 안으로 침입하는 커다란 손.
여기서 허락해 버리면 뭔가 만져달라고 앙탈 부린 계집같다는 생각이 든 레지나였지만 쫍, 쭈웁, 쪽- 목덜미에 입 맞추고 볼에 키스하며 연인 대하듯 엉겨 붙는 카사노를 보고 나니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이것도 좋네- 하고 반항을 멈추기 시작했다.
“흐읏, 후윽, 하읏, 응, 하아아…”
“그새 젖었네? 나도 당신 때문에 흥분했어, 느껴져?”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친근함, 다정하게 대화를 걸며 마치 연인간의 관계를 가지는 것처럼 대하는 카사노의 모습에 삐걱- 걸어 둔 자물쇠를 하나 풀어 버린 레지나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참다가 결국 순순히 허벅지를 벌리며 대답했다.
“응, 뜨거워… 흐응, 하앗- 너무 애태우지말고… 더 깊숙이이…♥”
-쯔걱, 쯔걱, 쯔붑, 쯔븝, 쯔윽…
“여기? 여기가 좋지, 느껴져- 보지가 손가락을 꾹 조이면서 씹물을 질질 흘려대거든.”
“그러케, 말하지이, 마아…!”
“싫어? 그럼 뭐라고 말할까? 응?”
쪽, 입술을 덮으며 다정하게 바라보는 카사노. 그 모습에 홀려 버린 레지나는 잘근,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다 툭- 손을 뻗어 부푼 카사노의 바지춤을 벗겨내며 쯔걱, 도톰한 음순을 단단해진 귀두에 걸치고 조용히 속삭였다.
“닥치고, 그냥 여기서…”
‘이게 맞아? 이게 맞는 걸까? 제정신에서까지 해 버리면, 그건 더 이상…’
옭아매는 족쇄도 없고 패배의 대가도 아닌- 그저 육욕에 불타 애정을 갈구하는 행위가 될 게 뻔한 섹스. 몇 번이고 외면해왔던 현실이 눈앞에 들이닥쳤음에도 노예처럼 대하는 게 아닌- 정말 사랑을 나누는 여인처럼 대하는 카사노의 모습에 레지나는 얌전히 검지와 중지로 음부를 벌리며 쪼옥, 질척하게 젖은 점막과 귀두가 입맞추는걸 지켜봤다.
일촉즉발의 상황, 수없이 기우는 저울과 자신을 달콤하게 바라보는 카사노에 취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려던 그때 툭, 애액에 젖은 검붉은 귀두가 떨어지고 끈덕지게 엉켜오던 카사노의 몸이 점점 멀어졌다.
“뭐야, 그새 돌아왔네?”
“어, 어?”
만져 줬으면 좋겠다, 박아줬으면 좋겠다, 안아 줬으면 좋겠다- 수많은 생각을 단숨에 비워 버리는 단순한 한마디. 카사노가 가리키는 손끝에 보이는 풍경은 레지나의 눈엔 너무나 익숙했던 항구, 쐐기이빨 항구였다.
“그런…”
카사노의 손에 이끌려 볼 땐 정말 난생처음 보는 바다였는데- 잠시 서로에게 열중하는 사이 항구로 돌아오다니? 레지나는 당혹스러운 마음에 카사노를 바라봤지만 그는 소란스러운 부둣가와 사람으로 이루어진 파도를 가리켜며 웃기 시작했다.
“난파선이라고 다 몰려 있네, 우리 둘이 타고 있는 걸 알면 뒤집어 지겠지?”
“…그렇겠지.”
“어떡할까, 내가 사라져줄까? 우리 왕님께서 하찮은 해적들 입에 놀아나는 건 듣기가 싫으니까 말이야.”
“그게 뭐야, 그딴 거 신경 쓰는 새끼였어?”
“내 마음에 드는 여자를 입으로 희롱하는 새끼를 신경 안쓸 남자가 어디 있어, 듣기만 해도 주둥이를 뭉개고 싶은 게 남자야.”
“그게…”
“아, 맞다- 물건. 잠시 여기 있어.”
그게… 무슨 뜻이야?
레지나가 물으려 했던 질문은 조용히 바닷바람을 타고 흩어지고 끼룩, 끼룩, 항구를 거점으로 둔 새들은 조용히 난파선의 부러진 돛대로 날아오며 먹을게 없나- 모가지를 흔들며 다가왔다.
뚝, 뚝.
도톰한 음순에 맺혀 떨어지는 애액방울, 조금 어루만졌을 뿐인데 흠뻑 젖은 보지는 이미 카사노에게 길들여졌다는 증거이면서도 그녀 또한 카사노에게 흥분했다는 방증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쏴아아아…
범선에 부딪혀 천천히 흩어지는 하얀 거품, 차라리 거품처럼 흩어질 인생이면 안긴 채 그의 여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하고 레지나는 취한 감성에 이성을 맡기고 맨정신의 자신이 들었다면 부끄러워 죽었을 헛소리까지 홀로 중얼거렸다.
“자, 아가씨!”
퍼억, 이번엔 이름을 부르면서 던져 줬지만 또다시 얻어맞고 꼴사납게 갸우뚱하는 레지나, 그 모습에 큰 웃음을 터뜨린 카사노였지만 레지나는 그를 꾸짖기보다 바닥에 떨어진 짐들을 챙기며 한순간의 쪽팔림을 무마했다.
로브와 가방, 그리고 자기 애검 피레아.
익숙한 손놀림으로 피레아를 허리에 차고 곧바로 로브를 뒤집어쓴다, 재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묵직한 가방까지 맨 레지나는 문득 궁금해져 카사노에게 물었다.
“가방엔 뭐가 든 거야?”
“아무것도 없이 돌아가면 그렇잖아? 어차피 남한테 주기도 싫은 거 우리 즐길 때 쓴물건하고 보물 몇 개를 넣어 뒀지.”
“씨발 그걸 왜넣어 병신아…!”
즐길 때 쓴 물건, 뭔지 말하지 않아도 그 구슬이 퐁퐁달린 비즈와 하트모양 보석이 달린 플러그를 말하는 게 뻔했기에 레지나는 역정을 냈지만 카사노는 어깨를 으쓱이며 되도 않는 개소리를 읊었다.
“어울렸으니까? 그거 쓸 때 존나 꼴렸어, 다음에 잡힐 때 갖고와. 그래야 또 쓰지.”
“다음은 없어 병신아!”
“있어, 다음이 마지막이거든.”
“좆까 씨발…!”
왜 끝이라고 하는 걸까, 어떻게 하려는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더 표독스럽게, 더 앙칼지게 구는 레지나였지만 이미 떠날 채비를 마친 카사노는 쿠웅, 부둣가에 배가 고정되는 순간 소란스러운 사람들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몸조심하고, 존나 꼴렸어 오늘. 진짜 맛있었어.”
홰액, 순식간에 사라지는 카사노, 갈색 로브를 쓴 그는 인파에 스며들고 곧바로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인파를 뚫으며 사라졌고 난파선의 주인이 사라졌다 판단한 뱃사람들은 공구와 도구를 짊어지고 주인없는 난파선을 뜯기 위해 전부 달려들었다.
“그게 씨발 할 소리야…?”
여자한테 맛있었다는 둥 꼴렸다는 둥, 최고라고 해주는 칭찬이긴 해도 다른 칭찬도 있을 텐데- 불만을 표하며 로브를 여민 레지나는 본인만 모르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붉힌 채 앞서 도망친 카사노처럼 조용히 인파 속으로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