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를 쓸 수 없는 만큼 단숨에!’
족쇄를 베고 카사노의 목을 베면 너무 늦다. 뭐가 됐든 단숨에 승부를 봐야 한다 판단한 레지나는 스릉, 날카로운 검날을 뽑아내고 회심의 찌르기를 카사노에게 안겨 줬다.
쐐액!
바람을 가르고 레지나에게 성기를 물리려는 카사노의 목을 향해 뻗는 은빛 검날.
최적의 검로를 그리며 뻗어나가는 은빛섬광이었지만 레지나는 크게 간과한 게 있었다.
그리 커다란 검을 줍는데 보이지 않았을 거라 착각한 것과 최적의 검로를 그려도 검에 담긴 마음은 텅 비어 있다는 것.
카사노의 목을 치기 위한 최선의 경로로 뻗어지지만 갈등과 고민을 담은 검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힘이 없었기에 이미 대비하고 있던 카사노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독기만 담겨 있지 의지라곤 없는 미약한 검격, 카사노는 곧바로 오른손에 마나를 두르고 채앵! 가볍게 쳐 내 선장실 바닥에 피레아를 박아넣고 손잡이를 쥔 레지나의 손목을 잡아끌어 옆으로 꺾었다.
-우두둑!
“크흐으읏…!”
손목이 빠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쿡쿡 그녀를 쑤셨지만 레지나는 놓지 않았다. 어떻게든 잡아낸 마지막 기회, 지금 놓치게 된다면 정말 다시는 벗어날수 없는 것만 같아 레지나는 눈물을 주륵 흘리면서도 손목을 꺾어 바닥에서 피레아를 뽑아 들려 했다.
-부우웅!
하지만 마나도 사용 못 하고 다리가 포박되어 제대로 몸도 못 가누는 레지나가 그를 이길 리는 만무, 포대자루마냥 들린 레지나는 세상이 뒤집히는 걸 깨닫고 두 눈을 질끈 감았고 이내 뻐억-! 허리를 울리는 단단한 고통에 헛기침을 내뱉으며 주르륵, 벽에서 미끄러 떨어졌다.
-쿠웅!
나무벽에 등 전체를 얻어맞고 꼴사납게 미끄러떨어진 레지나.
-쿠웅!
“하하.”
얼굴로 착지하게 된 그녀는 빨개진 코끝을 문지르며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고개를 들었지만 주륵, 흘러내리는 두줄기의 핏물과 땀에 젖어 시야를 가리는 앞머리에 다가오는 카사노에게 반항 한번 못하고 어깨를 붙잡혔다.
“아, 재밌었다. 재롱도 부리고 참 착하네.”
“씨발…!”
뻐억! 뻐억! 뻐억!
자신을 조롱하는 카사노의 어투에 열 받을대로 열 받은 레지나의 반격, 팔을 들어 손목을 옭아매는 구속구로 카사노의 발목을 도끼질하듯 두들기는 그녀의 반항에 카사노는 인상을 찌푸리며 발을 들고 퍼억, 레지나의 쇄골을 걷어찼다.
“아이, 아프게…”
얼얼한 발목을 좌우로 흔들며 풀어 주자 사그라드는 고통. 하지만 방금까지 자지에 박히며 앙앙대고 자지를 물고 맛있게 빨아 대던 레지나가 꺾이지 않고 덤벼들었단 사실에 놀란 카사노는 내심 마음을 정리했다.
‘너무 느긋하게 풀어줬나보네, 그냥 지금 기회에 확실히 꺾어야겠다.’
붙잡는 데만 신경 쓰다 보니 난파선까지 흘러왔고 배에 타고 나서도 느긋하게 풀어 준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자기 부덕으로 벌어진 상황이라 판단한 카사노는 먼저 카앙, 박힌 피레아를 걷어차 아예 선실 복도까지 날려 버렸다.
“큭…”
이렇게 되면 마나를 일으키지 못하는 레지나는 직접 주우러 갈수밖에 없다. 길목만 차단해도 무기를 완전히 봉쇄할 수 있었기에 카사노는 텁, 흘러내린 레지나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뿌득!
“카으으윽…!”
두피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눈물이 찔끔 흘러나온 레지나, 코피에 눈물에- 더럽혀진 얼굴이여도 충분히 아름다웠기에 카사노는 지금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아내며 쿠웅! 단단한 나무벽에 그녀의 머리를 처박았다.
파삭, 파삭!
완전히 박살 나 쪼개진 나무 조각이 떨어지고 땀에 젖은 머리칼에 먼지가 뒤엉킨다. 그런데도 카사노는 다시 한번 벽에 머리를 처박아주기 위해 그녀의 머리를 당겼고 부스스, 벽이 무너지며 머리통이 빠진 그 순간 레지나는 벽에 얹혀진 엉덩이를 있는 힘껏 밀었다.
-빠악!
이전에 레지나가 얻어맞으며 울렸던 소리보다 명백히 작지만 레지나는 주륵, 흘러내리는 피를 보며 의미 있는 한걸음이라 생각했다.
“하아, 씨발.”
벽에 기댄 몸을 밀어내 추진력으로 카사노의 입술을 터뜨린 레지나. 얻어맞으면서도 어떻게든 부딪혀 오는 그녀의 뚝심에 카사노는 감탄하면서도 쉽게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아 푸욱,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빛냈다.
턱을 얻어맞고 입술이 찍힌 탓에 조금 흔들리는 골. 하지만 레지나를 앞에 두고 아픈 티를 냈다간 좋다고 더 달려들게 뻔했기에 카사노는 애써 고통을 삭히곤 다시 한번 레지나의 머리를 벽에 찍었다.
-파삭! 파삭! 파삭!
물기를 머금은 나무 벽이 손쉽게 박살 나고 바닥을 더럽힌다. 목재 특유의 냄새와 먼지로 가득해진 방안, 그 한가운데 엉망진창인 몰골의 레지나가 눈물이 말라붙은 얼굴로 켈룩이고 있었지만 두 눈에 담긴 반항의 뜻은 꺾이지 않았다.
“무서워? 좋다고 안겨들땐 언제고 이제 와서 또 반항이야. 하나만 골라 하나만, 응?”
스으윽…
도자기 빚듯 엉덩이를 쓰다듬는 끈적한 손길. 막힘없이 뻗어나간 카사노의 손은 땀이 맺힌 등골을 훑고 도드라진 날개뼈에 머물더니 꽈악- 발톱으로 먹이를 붙잡는 매마냥 날개뼈 부근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벽에 박힌 레지나를 안아 들었다.
“씻겨줘야겠네, 잠시 기다려 봐.”
투웅, 또다시 지겨운 그 침대로 돌아온 레지나. 부드러운 면의 감촉과 퉁퉁 튕기는 침대에서 구른 레지나는 쿠웅!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바닥에 머리를 떨구고 저 멀리 복도에 널브러진 피레아를 향해 꿈틀꿈틀 등으로 기어나갔다.
-촤악!
“아브븝, 헤읍, 파하아!”
“한시도 가만히를 못있네, 대단하다 진짜.”
열심히 기어가는 레지나의 얼굴에 쏟아지는 투명한 물줄기.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덩이에 그대로 얻어맞은 레지나는 코, 입, 목, 어디 구분할 거 없이 제멋대로 흐르는 물에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크응, 흐르는 콧물을 먹으며 얼굴을 붉혔다.
“이런 씹새끼가…!”
“그래도 물로 씻기니까 보긴 좋네. 아까도 봐줄 만하긴 했는데 망가지긴 망가졌었으니까.”
꽈악, 바닥을 기는 레지나의 엉덩이를 움켜쥐는 큼지막한 손. 고된 전투로 늘어진 몸은 사내의 손에 이끌려 힘없이 품에 안겨들었고 레지나는 엉덩이를 조물거리는 뜨거운 손바닥과 툭, 툭, 가슴이 스칠 때마다 부딪치는 단단한 젖꼭지에 야릇한 숨결을 토해내며 카사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싶은 거지?’
전부 내려놓고 카사노에게 안기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반항을 해도 먹혀드는 건 없다.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를 드러내고 즐거워하는 카사노에게 끝없이 덤벼드는 오뚝이마냥 일어서고 또 일어서는 게 전부인 상황.
하지만 지친 몸과 녹아내린 머리로 몇 번이고 반복되는 상황을 견디긴 만무했고 결국 레지나의 오랜 다짐은 꺾이기 일보 직전이었다.
-쯔극, 쯔극, 쯔극, 쯔극
‘다시, 시작이야, 흐응…’
끼익, 침대에 눕고 다리를 벌려 고간 사이에 레지나를 앉히는 카사노. 포대기에 감싸인 아이처럼 카사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게 된 레지나는 더듬거리는 손이 비부를 어루만지고 끈적하게 달라붙는 순간 다시 고난이 시작됐음을 깨달았다.
‘무서워…’
두려움에 지배된 레지나. 온몸을 끈적하게 어루만지는 카사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몽상에 스며든 그녀는 머릿속을 헤집는 기억의 꼬리에 입술을 곱씹으며 애써 쾌락을 떨쳐 냈다.
‘어떻게든 버티면, 어떻게든…’
결여된 삶을 살며 쾌락에 유약해졌던 레지나, 물론 본인은 그런 이유 따윈 전혀 몰랐고 그저 지금의 상황에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콰악, 목덜미를 깨물고 짭짤한 피부를 질겅질겅 되새김질해도 멈추지 않는 손. 질척하게 젖은 보지를 어루만지고 투명한 실을 줄줄 늘어뜨리는 음탕한 보지를 찔걱찔걱 쑤시는 손가락에 레지나는 우우웅, 소리를 내지르며 퍼억, 카사노의 배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행복하게 해줄게, 앙칼진 여자는 꽤 좋아하거든.”
“으붑, 닥쳐어어…”
짠내나는 살을 뱉어내고 두 눈을 부라리는 레지나, 앙칼진 모습에 콧김을 후욱 내뿜은 카사노는 가녀린 허리를 꽉 끌어안고 코끝을 맞댛뒤 쯔윽, 축축하게 젖은 보지를 양쪽으로 잡아당겨 한껏 벌렸다.
-토옥, 토옥, 토옥
어느새 말라붙은 검붉은 귀두. 한껏 벌어진 분홍빛 점막에 쯔붑, 쯔법, 쯔법, 맞닿을 때마다 색깔이 짙어지는 귀두에 레지나는 꿀꺽, 침을 삼키며 카사노를 바라봤고 자신을 따먹을 생각 만반인 그에게 이죽거리며 쌓아둔 말을 쏘아붙였다.
“바람둥이 새끼, 남자가 지조도 없이 여기저기 좆을 놀리면서 뭐라는 거야…!”
듣다듣다 짜증이나 뱉어낸 본심, 하지만 그런 레지나의 조롱에도 웃어넘어간 카사노는 투웅, 안고 있던 그녀를 침대에 내던지고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마저 떠들었다.
“겁먹은 개일수록 크게 짖지, 한번 잘 생각해 봐, 너같이 꼴리는 여자를 포기할순 없지만… 나도 입장이란 게 있잖아. 슬슬 시간에 쫓기기도하고.”
시간, 포기, 꼴리는 여자- 단어 하나하나가 짜증 나지만 카사노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떤 레지나는 꾸욱, 젖은 입술을 앞니로 뭉개며 천천히 저울에 얹혀지는 추들을 지켜봤다.
카사노에게 점점 기우는 마음의 저울.
몇 번이나 붙잡히고 몇 번이고 그에게 세뇌당하듯 똑같은 말을 들었다, 마음이 변하다못해 꺾이기 직전이었던 레지나는 고통과 쾌락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마음이 기우는걸 막아 내지 못했고 그녀의 심장은 결정할 때가 다가오고 있단 걸 알려 줬다.
침대에 떨어졌을 때 오므렸던 허벅지가 벌어지고 촉촉한 음부가 모습을 드러내자 눈빛이 변하는 카사노.
배에 딱붙은 흉악한 자지가 껄떡거리는 모습에 알 수 없는 흥분을 느낀 레지나는 어느새 다리를 쩍 벌리고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그 모습에 완전히 부러뜨리기 좋은 찬스임을 알아챈 카사노는 곧바로 준비해 둔 물건들을 그녀의 앞에 툭, 던졌다.
“오늘만 즐겨, 오늘이 끝나고 널 풀어 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나는 너를 꺾고 너는 나를 끝내고… 안 그래? 일단 이야기는 끝난 거 같으니까 준비해 둔것부터 시작해야겠지.”
“…?”
길죽한 펌프와 분홍색 용기. 그 옆에 놓인 작은 주사기와 찰랑이는 액체가 담긴 병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레지나는 설마설마 하는 심정으로 도구를 눈으로 가리켰고 카사노는 곧바로 용도를 설명해주기 위해 벌린 다리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쯔븝…
“자, 이건…”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레지나와 다투며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흉악한 비명, 패닉에 빠진 레지나가 휘두르는 발에 얻어걸린 카사노는 쿠당탕, 힘없이 넘어졌다 겨우 일어섰고 이후 침대 위에 펼쳐진 광경은 말로 설명하기 무척 숭했다.
“씨발, 만지지 마, 만지지 마아아아아!!!”
날뛰다 못해 발광 수준으로 돌입한 레지나. 방금까지 마음이 꺾여 얌전히 다리를 벌리던 여인은 어디 가고 듬직한 여전사 한 명이 침대를 구르며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보를 발로 밀어내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도구들의 정체는 관장도구.
설마설마했지만, 그런 도구까지 사용하려는 카사노의 음탕함과 더러움에 레지나는 기겁하며 마지막 불씨를 불태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