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367화 (367/395)

-뻐억!

“하으, 씹!”

코피를 줄줄 흘리는 주제에 박치기를 해 오며 발버둥 치는 레지나. 아름다운 외모가 더럽혀지고 우아한 멋을 뽐내던 갑옷과 제복이 너덜너덜해졌음에도 그녀는 두 눈을 빛내며 마지막까지 카사노에게 달려들었다.

-쿠웅!

뒤로 넘어진 카사노, 당황한 그는 갑판을 짚고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그틈에 위로 올라탄 레지나는 주륵, 침줄기를 흘리며 꺾인 손으로 카사노의 목울대를 짓눌렀고 숨이 막히는 그상황에도 카사노는 턱, 발을 뻗어 레지나의 배에 얹고 그대로 그녀를 밀어냈다.

터엉, 그대로 밀려나 엉덩방아를 찧는 레지나, 밀어낸 틈에 다시 제압하기로 한 카사노가 그런 레지나의 위에 올라타고 이후 레지나는 또다시 카사노의 목젖을 움켜쥐어 처절한 반항을 하며 몸을 뒤집었다.

덮치고 뒤집고 덮치고 뒤집고- 수없이 반복되는 공방에 둘은 끈적한 땀을 줄줄 흘리며 갑판을 손톱으로 긁었고 결국 먼저 백기를 든 건 한계에 내몰린 레지나였다.

“히에에엑…”

헛바람 소리와 함께 쿠웅, 갑판에 머리를 찧고 졸도하는 레지나. 그 모습을 지켜본 카사노는 피가 줄줄흐르는 팔다리를 흐느적거리며 턱, 레지나의 배에 부츠 앞굽을 거치고 그녀를 뒤집었다.

“헤에, 흐으, 흐으, 후우우우…!”

새하얀 거품이 입술에 맺히고 피와 땀으로 더럽혀진 얼굴은 새하얗게 질리기까지. 완전히 뻗었음을 확인한 카사노는 바닥에 널브러진 밧줄을 챙겨 레지나의 발목을 묶고 팔을 배에 얹은 뒤 팔과 허리를 한 번에 모아 묶기까지 했다.

“후우…”

포박은 끝났지만 혹시 모르니까-

-철컥!

품 안 아공간 주머니에서 예의 구속구를 꺼낸 카사노는 후들후들 떨리는 손으로 양 손목에 구속구를 채우고 손수건으로 그녀의 더럽혀진 얼굴을 닦고 나서야 잠시 숨고를 시간을 만들어냈다.

“이대로 두는 것보단…”

웅장한 멋을 내뿜던 범선은 돛대가 아작나고 여기저기가 파도에 꺾여 반파 직전까지 돼 버렸다. 바닷물에 젖은 갑판에 두는 것보단 선실 쪽이라도 둘러보는 게 낫다 판단한 카사노는 쓰러진 레지나를 질질 끌며 무너진 돛대를 피해 선실로 이어진 문을 향해 다가 갔다.

-쿵, 쿵, 쿵

갑판 위를 등으로 닦으며 이곳저곳 부딪치는 레지나, 하지만 끝까지 죽일 기세로 달려든 벌이다- 라 생각한 카사노는 퉁, 퉁, 흔들리는 레지나를 웃는 낯으로 질질 끌고 다녔고 선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도 쿵쿵쿵, 레지나의 머리가 계단을 찍는걸 보며 아예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으붑, 읍, 응, 아윽!”

기절한 와중에도 착실히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레지나.

그래 봤자 팔다리가 꿰뚫리고 이마가 찢어진 자신에 비하면 호황이라고 판단한 카사노는 쿵! 갑판에 머리를 찍는 레지나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길게 늘어진 복도와 선실을 둘러보며 쉴곳을 찾았다.

하나 같이 전부 열려 있는 문과 굳게 닫혀 있는 복도 끝 선장실, 파도가 오는 줄도 모르고 갑판에 있다 전부 떠내려갔는지 선실과 선장실에선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고 카사노는 기왕 쉴거 가장 좋은 방에서 쉬기로 마음먹고 선장실로 향했다.

-끼이익…

녹슨 경첩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퀴퀴한 사내냄새가 날 줄 알았던 선장실은 향긋한 여인 향기가 났고 이불이 뒤집히고 책장이 엎어진 걸 제외하면 꽤 깔끔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씹, 새끼야아… 끌고 다니지 마… 머리 아프다고오…”

“일어났어요?”

꿈틀, 꿈틀, 손에 쥔 밧줄이 보내는 진동에 고개를 돌린 카사노는 인상을 찌푸린 채 욕지거리를 내뱉는 레지나와 눈이 마주쳤다.

“흐으으…”

붙잡힌 레지나에게 나름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지만 깨어나자마자 능글맞은 낯짝을 보게 된 레지나는 그릉, 이를 들어내며 가래 끓는 소리를 냈고 카사노 또한 괜히 자극했다가 악에 받힌 저주를 들으리라 판단해 몸을 돌려 선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더, 더 강했다면 이길 수 있었을 텐데…’

쿵, 쿵, 쿵, 문지방과 문 모서리에 머리를 찧는 레지나. 알싸한 고통에 피잉, 눈물이 돈 레지나는 자기 부족함과 오만함 탓에 패배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욱신거리는 머리를 쿵, 쿵, 갑판에 찍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다음엔, 다음에야말로 죽일 거야, 오늘을 경험으로 성장하면 돼, 그리고 이 새끼를 죽이면-!’

“그냥 포기해요.”

“뭐, 뭘!”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었었나? 갑작스러운 카사노의 권유에 당황한 레지나는 빼액 소리치며 카사노를 노려봤지만 이미 레지나의 생각을 훤히 읽은 카사노는 쿠웅, 문을 닫고 묶인 레지나를 침대에 올린 후 그녀를 위한 조언을 건네줬다.

“좋잖아요? 나한테 안기는 거.”

“씨입…!”

‘뻔뻔스럽긴! 누가 좋아했다고 그래, 그냥 피할 수 없으니까 즐겼던 거지!’

뻔뻔한 낯짝에 당장에라도 쏘아붙이고 싶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입술,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삼킨 레지나는 아으, 아우, 귀여운 소리를 내며 입술을 달싹이다 싱글거리는 카사노의 낯짝을 보고 울분이 솟구쳐 떠오르는 말을 되는 대로 마구 내뱉었다.

“닥쳐, 나중엔 꼭 죽일 거야! 오늘은, 오늘은 내 부족함 탓에 이렇게 된 것뿐이니까- 지금을 즐기라고. 씹새야, 알았어?”

“그걸로 끝?”

빠직, 카사노의 저급한 도발에 레지나는 투웅, 침대 위를 튀어 오르며 낚인 물고기처럼 펄떡거렸지만 끼익, 빈 의자에 앉은 카사노는 시선 하나 주지 않고 바닥에 붙어 있는 상자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끝이긴 씨발 이제 시작인데.”

여유 부리는 카사노의 낯짝에 열불이 난 레지나, 그녀는 상자를 뒤적거리는 그의 뒤통수를 향해 악에 받친 욕설을 내뱉으며 선장실 안을 쩌렁쩌렁 울려댔다.

“잘난 주둥이를 뭉개고…! 남창이고 자시고 씨발 이빨을 깨부수고 목을 잘라 항구에 걸거야. 동료? 가족? 황자? 그딴 건 좆도 상관없어, 씨발 죽일 거야, 죽여 버릴 거라고오오오…!”

카사노에 대한 증오는 아니었다, 레지나는 패자란 승자에게 어떤 취급을 당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달고 살았으니까.

카사노에 대한 공포도 아니었다, 오늘 치른 생사를 가르는 결투는 그녀에게 부족했던 자신감을 채워주는 좋은 경험이었으니까.

카사노에 대한 망설임도 아니었다, 그가 주는 쾌락은 살면서 맛본 모든 쾌락을 아우르는 지고의 쾌락이었지만 머리가 녹아내린 멍청한 계집이 되기엔 아직 모자란 양이었으니까.

변명, 변명, 변명-!

자신에 대한 변명을 줄줄이 늘어뜨린 레지나는 겁먹은 개처럼 크게 짖으며 카사노를 바라봤다. 사실 이미 레지나 본인은 알고 있지만 외면한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두려웠으니까!’

어머니의 손에 길러져 바다의 왕이 되겠단 원대한 꿈을 안고 자랐다. 그동안 친구, 동료, 적- 뭣 하나 가리지 않고 방해되는 모든 걸 스스로 꺾으며 살아왔는데.

‘이대로, 전부 내려놓고 사는 게…!’

카사노의 손에 길들여진 몸은 이성을 외면하고 발정나기 일쑤였고 가랑비에 젖듯 쾌락에 노출된 이성은 점점 이대로 카사노에게 길들여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라는 합리화를 매일 밤 떠올렸다.

삶의 목적이 뒤집혀지기 직전의 상황, 모든 걸 내던지고 어머니의 소망이란 목표를 향해 달려온 자기 일생이 한낱 남자의 손에 뒤집히기 직전인 상황이 레지나는 너무나 두려워서 꼬리를 말고 카사노를 향해 짖었다.

이제 와서 카사노에게 길들여지기엔 저버린 과거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웠기에, 어머니의 소망이 저 남자가 주는 행복보다 가벼울리 없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레지나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카사노를 저주했다.

“네 이름과 명성을 들먹이며 대가를 받아 낼 거야, 네 부하들의 목숨, 황자의 목숨- 다른 해적과 왕국들의 항로를 들먹이며 황자를 고립 시키고 반기를 보이는 떨거지들을 끌어모아 바다를 지배할 거라고.”

“…”

“난 사명이 있어, 그깟 쾌락, 사내, 복종- 뭐든 나를 무릎 꿇릴수 있는 건 없다고! 난 굴복하지 않을 거야, 알아들었냐 씹새야?”

“다 끝났나?”

드륵, 의자를 돌리고 웃는 낯으로 레지나를 바라보는 카사노, 하지만 그의 얼어붙은 미소를 경험한적 있던 레지나는 꿀꺽, 입에 고인 침을 삼키며 땀에 젖은 손바닥을 꾹 움켜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니까~ 쉽게 생각해. 왕이니 사명이니… 그런 게 근본적인 행복이랑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해?”

끼익, 터벅, 터벅, 터벅.

천천히 다가오는 카사노, 능글맞은 낯짝 너머 절제된 감정을 읽은 레지나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멍하니 카사노를 바라봤고 천천히 뻗어온 손은 꾸욱, 말캉한 볼을 짓누르더니 강제로 입술을 벌리게 만들었다.

-터업!

“쮸웁, 츄웁, 츄웃, 츄우, 우붑!”

터억, 머리를 흔들며 진득한 키스를 뿌리치자 늘어나는 은빛 실선. 입술은 손등으로 닦으며 고개를 든 카사노는 끼익, 침대에 걸터안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레지나의 갑옷을 벗기며 하던 말을 이어 나갔다.

“지배자니 왕이니, 솔직히 기를 쓰고 이룰만한 것도 아니라 생각하고- 왕은 섹스 안 해? 해. 하라고. 근데- 그딴것보다 내 밑에 깔려서 내여자로 사는 게 더 행복할 거란 이야기잖아. 요점을 파악 못 하는 건가?”

“개좆만한 좆으로 박아봤자 행복하겠어? 응? 자신감이 대단하다못해 흘러넘치겠어 씨발아.”

“그런 도발 안 좋아한다니까…”

꽈악, 말캉한 젖가슴을 움켜쥐고 쥐어짜는 카사노. 쾌락보다 괴롭히기 위한 손놀림임에도 레지나는 찌르르 울리는 유두에서 느껴지는 쾌락에 앙큼한 교성을 억누르며 카사노를 노려봤다.

“꿈에 취해서 좋다고 울어댄 게 엊그제같은데 이제 와서 그래 봤자… 그냥 발악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이는데.”

투웅, 쏘아지듯 침대에서 일어난 카사노,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쫓은 레지나는 커다란 상자앞에 서는 카사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내 끼익, 완전히 열린 상자 속 내용물을 마주한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그게, 그게 뭐야!”

“나도 발견하고 웃음이 절로 나오더라고. 많이 심심했나 봐.”

검붉은 목재로 만들어진 보물상자에 가득 차 있는 건 바로 성인용품, 크래프톤산들로만 가득 찬 보물상자는 핑크색 보라색 빨간색- 종잡을 수 없는 휘항찬란한 성인용품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어쩐지 방냄새가 좋더라니!’

여자 선장의 배였을 줄이야, 아니- 얼마나 굶주렸길래 저렇게 잔뜩 쌓아둔 거야! 발정 난 여선장의 전리품을 노려보며 경악한 레지나는 툭, 툭, 툭, 물건을 꺼내 바닥에 내던지는 카사노를 향해 빼액- 소리까지 내질렀다.

“씨발 나한테 쓰지 마! 남이 쓰던 건 싫어! 싫다고!”

적어도 새 걸로- 라며 비명을 내지르는 레지나를 향해 잘포장된 상자를 흔들어 준 카사노는 쓸 만한 물건들을 건지는 도적처럼 툭, 툭, 발치에 상자를 쌓아나갔고 흥미로운 물건들의 감별을 끝낸 카사노는 피잉- 준비해 둔 단검을 꺼냈다.

“읏…”

잘벼러진 작은 칼날, 저걸로 뭘 하려는걸까- 겁먹은 레지나는 성큼성큼 다가오는 카사노를 보고 두 눈을 부릅떴지만 예상과 달리 카사노는 서걱, 서걱, 온몸을 꽁꽁 싸맨 밧줄을 끊어내곤 툭, 힘없이 바닥에 단검을 내던졌다.

“좋은 걸 보여 줄게.”

구속구에 묶인 양 손목과 달리 자유로워진 두다리, 침대에 올라탄 카사노를 걷어차기 위해 다리를 접은 레지나는 발목이 붙잡히는 순간 퍼억, 달려드는 카사노의 턱을 걷어찼지만 턱을 들어 피해낸 그는 스윽, 맨들맨들한 가죽을 레지나의 허벅지에 감싸기 시작했다.

“읏, 씨발, 뭐야아아!”

철컥, 익숙한 장치소리와 함께 발목을 감싸는 가죽, 완전히 묶인 왼다리를 포기하고 오른 다리를 휘둘러 반항해 보았지만 부드럽게 피한 카사노는 예의 물건을 또다시 허벅지에 찼고 레지나는 얌전히 다리를 접고 발목까지 내주고 말았다.

“씨발, 씨발, 씨발…!”

허벅지와 발목을 딱붙여 붙잡아두는 가죽 구속구, 순식간에 다리가 절로 벌려진 레지나는 가슴이 매만져지며 축축하게 젖었던 비부가 훤히 드러났단 사실에 주륵, 침방울을 흘리며 두 눈을 감았고 카사노는 쯔륵, 제복 바지에 배인 음란한 즙을 쓰다듬으며 레지나를 조롱했다.

“주절주절 짖어대는 입이랑 다르게 씹보지는 충분히 젖어 있네?”

찰박, 찰박, 찰박-

건반 두들기듯 음부를 두들기는 카사노의 검지. 젖다 못해 줄줄 흘러 딱붙은 음부는 선명한 도끼자국을 드러냈고 바지에 딱붙은 균열을 쓰다듬으며 레지나를 희롱한 카사노는 던져둔 단검을 챙겨 들고 레지나에게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한 가지를 알려주었다.

“오늘 좋은 경험시켜 줄게, 자꾸 갈팡질팡하니까 마음 잡는데 도움될 거야. 기대해도 좋아.”

기대해도 좋아.

“흐읏, 좆, 까아…”

악마와도 같은 속삭임, 새겨들을 것 하나 없는 헛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붙잡힌 순간 체념을 끝낸 레지나는 점점 부푸는 기대감을 외면하며 히죽, 옅은 미소를 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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