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307화 (307/395)

-쿵쿵쿵

“흠…”

몇분째 이러고 있는 걸까? 아무런 대답도 안 돌아오는 나무 문을 두들기며 시간을 보낸 나는 슬슬 조급해져 쟁반을 내팽개치고 안에 쳐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가라앉히기 바빴다.

‘안에 분명히 있는데…’

마나를 일으켜 기감을 강화하면 카트라의 인기척은 느껴진다. 문 앞을 서성이고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났다 반복하는 정서불안이 엿보이는 모습. 어느새 벽이 투시되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로 정확해진 기감에 감탄하는 와중 저벅저벅, 카트라의 인기척이 문에 가까워졌다.

-쿵쿵쿵

“카트라, 안에 있어요?”

혹시 모를 웃음기 한 톨마저 지운 나는 진중한 목소리로 카트라를 불렀다. 삼 일째 저녁도 안 먹는 그녀가 걱정돼 저녁 식사를 챙겨왔지만 요 이틀간 그녀는 침대에 누워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늘에서야 저렇게 내게 반응했다.

-덜컥

문고리가 돌아가고 문이 열렸다. 문틈으로 발을 넣고 어깨로 문을 살짝 열며 카트라의 방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농후한 여성의 향기와 무언가 습한, 알 수 없는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저녁 챙겨왔어요. 아무리 그래도-“

-쨍가앙!

전형적인 안부 인사를 내뱉으며 쟁반을 내밀던 그때 와락, 무언가가 내 품에 안겼다.

몸이 기울어져 쟁반이 뒤집어지고 그릇이 떨어져 한마디 하려 했지만, 그녀가 안긴 순간 물에 젖은 듯한 촉촉한 얼굴이 가슴팍에 짓눌리고 꽈악, 손톱을 세운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등을 파고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음식을 엎으면 어떡합니까.”

“…”

꿈뻑, 내 가슴팍에서 얼굴을 드러낸 카트라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퉁툽 부어오른 눈가, 하도 비벼대 빨개진 눈 끝과 코끝, 얼마나 주물러댔는지 파도처럼 주름진 옷과 정돈 안 된 부스스한 머리칼, 그런데도 미약하게 느껴지는 기분 좋은 향기에 나는 텅- 쥐고 있던 쟁반마저 바닥에 내던지고 조용히 카트라를 끌어안았다.

흠칫, 흠칫! 내 팔이 그녀의 상체를 휘감고 꾸욱, 가볍게 힘주는 순간 안겨있던 카트라의 몸이 바르르 떨려왔다. 감격한 걸까, 아니면 배신감에 치를 떠는 걸까? 창가에서 페리샤와 나를 훔쳐보던 카트라의 눈길을 떠올린 나는 조용히 카트라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

하지만 카트라는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꾸욱, 꾸욱,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움찔거리다가 한 번씩 고개를 들고 내 눈을 응시한다. 글썽거리는 눈동자가 잘게 떨릴 때마다 꾸욱, 손톱이 내 등을 파고들었다.

“말 안 할 거예요?”

“……”

“제가 그냥 나갈까요?”

좀 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카트라를 두들겼다. 가녀린 새처럼 부들부들 떨어대던 카트라는 나가겠다는 엄포를 듣는 순간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고 덜덜덜, 턱을 떨며 나를 바라봤다.

“미안, 미안해요…”

쭈글쭈글한 턱, 떨리는 입술, 차갑고 냉혹하던 얼굴이 처량하게 일그러지고 한없이 연약한 여인의 얼굴이 됐을 때- 그녀의 입에서 애절한 사과가 흘러나왔다.

“미안해요, 미안해요오… 버리지 마세요. 버리지 말아 주세요…”

꾸욱, 등을 파고든 손톱이 옷을 찢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따끔했지만, 고통을 억누른 나는 스윽, 그녀의 뺨에 손을 얹었다.

“제가 왜 카트라를 버려요.”

한없이 따스한 목소리를 연기하며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공포와 슬픔에 젖은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더니 환희에 물들었다. 구름이 개고 해가 떠오른 것처럼, 밝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카트라의 모습에 나는 툭, 그녀의 입술에 검지를 얹고 다시 다정하게 속삭였다.

“울지 말고, 천천히 이야기해요.”

“오실, 때마다, 흣, 제가, 이야기해도…”

꾸욱, 헐떡이는 아이처럼 말 중간마다 히끅이는 탓에 카트라의 이야기 절반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야기를 못 들어도 그녀가 느낀 감정은 이해할 수 있었다. 차갑게 구는 내게 서운하고, 또 두려워하는 아이 같은 모습.

차갑기만 한 카트라의 모습을 보다 이런 모습을 보니 쉽게 적응되진 않았지만 너무나 색다른 반응에 오히려 그녀의 매력이 깊게 느껴졌다.

“미안해요, 요 며칠 너무 생각할 게 많아서 그런가, 너무 차갑게 대했던 거 같아요. 울지 말아요. 미안하니까, 응?”

스윽, 스윽, 손등으로 카트라의 뺨을 쓰다듬으며 톡, 그녀의 이마에 내 이마를 얹었다. 이마를 타고 느껴지는 후끈한 온기와 코끝을 쫑긋이는 토끼 같은 카트라의 얼굴, 온기를 계속 나누니 카트라는 기분이 좀 풀렸는지 찡그린 눈썹을 풀고 톡, 코끝을 내게 맞춰왔다.

***

포근한 온기, 따스한 심장 소리- 맞닿은 카사노에게서 느껴지는 사랑에 카트라는 꾸욱, 비비던 코끝으로 그의 코를 누르다 천천히 입술을 내밀었다.

-쪼옥

메마른 입술이 살짝 벌어지고 축축한 혀가 넘어왔다. 작은 입술을 벌려 맞이한 카트라는 쪼옵, 혀를 입에 머금고 가볍게 조여 그의 기분이 좋아지도록- 카트라는 어설픈 봉사를 이어 나갔다.

-스윽, 스윽

‘아…’

등을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 스윽, 스윽- 등을 쓰다듬고 허리를 톡톡 가볍게 두드릴 때마다 안심이 되는 손길에 카트라는 후욱, 그의 인중에 콧김을 내뱉고 천천히 입맞춤을 이어 나갔다.

“흐응, 으응, 쭈웁, 츄웁, 츄웃…”

하움, 하움- 며칠 굶주린 걸인처럼 카트라는 입맞춤에 속도를 내며 카사노의 입술을 탐했다. 꿀꺽, 꿀꺽- 목을 타고 넘어가는 끈적한 타액과 톡, 톡, 입안을 두들기는 커다란 혀, 카사노의 흔적이 가득한 키스에 행복해하던 카트라는 꾸욱, 밀착한 순간 배를 짓누르는 무언가에 데인 것처럼 놀라 툭, 허리를 뒤로 뺐다.

‘아아…’

힐끔, 입맞춤을 이어 나가며 눈길을 아래로 내리자 빳빳하게 부푼 바지춤이 보였다. 양손으로 자신을 쓰다듬으며 암말도 않하던 카사노의 고충을 어렴풋이 눈치챈 카트라는 그제야 실마리가 잡혔다.

‘그러고 보니 남자들은 항상 성욕을 해소해줘야 했지…’

쪼옵, 쪼옵, 끈적하게 뒤엉키는 음란한 키스, 혀가 얽히고 쭙쭙, 서로의 혀를 빨아먹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바지춤 끝을 본 카트라는 자신의 무식함과 카사노의 불만을 알아채고 기분 좋은 콧소리를 내며 꾸욱, 배를 밀착해 카사노의 성기를 살짝 눌렀다.

‘나는 항상 키스로 만족했어, 카사노님은 많이 힘드셨겠지…’

그러니까 아가씨를 찾아간 거야, 아니- 어쩌면 다른 마님들과 사랑을 나눴을 수도 있다. 멍청한 자신을 꾸짖으며 자책한 카트라는 번뜩이는 해결법을 떠올리고 히죽,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래, 만족시켜주면… 카사노님도 계속 날 찾아오겠지, 아니 찾아오는 게 아니라 아예…’

둥실둥실, 상상만 했는데도 행복한 미래에 카트라는 파한, 거칠게 숨을 내쉬며 입맞춤을 끝냈다.

누군가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카트라를 제지하고 그녀에게 조언해줬을 거다. 사랑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잘못 생각하고 있다. 대가를 주고 무언가를 받는 방식이 사랑에 적용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카트라는 늦었다.

자기밖에 없는 방안에 돌아와 구해줄 생각도 없어 보이는 조직과 카사노의 갈등에 피폐해진 카트라는 이미 제대로 된 사고도 못 했지만, 이곳엔 그녀의 탈선을 막을만한 조언자는 아무도 없었다.

-사락

“음…”

“저어…”

꾸욱, 검지와 엄지로 가볍게 쥐어본 카트라가 흐읍- 숨을 들이켜며 바지 지퍼를 붙잡고 지익- 아래로 내렸다.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무리가 아닙니다, 이 말을 하려 했지만 쉽게 뱉어지지 않는 문장에 카트라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카사노의 눈을 바라봤다. 다정함이 깃든 촉촉한 눈동자, 그 눈동자로 바라보며 천천히 손을 내민 그는 꾸욱, 자기보다 작은 몸을 끌어안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카트라한테 그런 걸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 다정하다, 며칠 전 그가 자신에게 쏘아붙이듯 내뱉은 말이 떠오른다, 뒷조사, 버림 말. 그의 입장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인데도 그런 감정을 뒤로하고 자기를 배려하다니, 카사노의 성품에 카트라는 뭐가 잘못된 줄도 모르고 안겨든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문지르다가 울먹이는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니, 아닙니다. 제가 해드리고 싶어서 그러니 부디…”

“그래요?”

“네, 정말입니다. 이번엔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입니다…”

꾸욱, 거짓이라는 단어를 내뱉으면서도 스스로 혐오감을 느낀 카트라는 절박한 얼굴로 카사노를 바라봤다.

‘이번엔 정말,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거니까…’

또다시 실수하면 요 며칠간 느꼈던 외로움이 반복된다. 마지못해 이야기 나누고, 방해물처럼 취급하고 할당량을 채우면 돌아가는- 그런 카사노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카트라는 더욱 절박했다.

“알았어요, 저는 카트라를 믿으니까요.”

꾸욱, 가녀린 몸을 끌어안으며 토닥이는 카사노, 그의 품에 안겨 기뻐하는 카트라는 음흉한 미소를 짓고있는 카사노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 채 그저 순진하게 기뻐하기 바빴다.

오물오물, 침에 젖인 입술을 오물거리며 고민한 카트라는 톡, 건드렸을 뿐인데 움찔거리는 바지춤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카사노에게 말했다.

“많이 힘드시지 않습니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