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300화 (300/395)

“아, 피곤해…”

찌뿌둥한 몸을 풀며 숙소를 나왔다. 온몸에 힘을 너무 많이 줬는지 사지가 욱신거리고 굳은 느낌이었다. 한참을 몸을 풀고 이리저리 꺾어도 해소되지 않는 피로에 투덜거리자 묘하게 번들번들한 스텔지아가 내게 톡 쏘듯 말했다.

“그러게 누가 미친 듯이 해대래요? 옆방에서 쿵, 벽치기까지 하고. 부끄럽게…!”

“아, 진짜 놀랬지.”

안 들릴 줄 알았는데, 오베론인지 릴리아인지는 모르지만, 벽을 울리는 아찔한 폭력에 사랑을 나누던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냥 잤어야 했는데 거기서 이어 나간 탓에 지금 이 모양 이 꼴이었다.

“황자님도 일찍 일어나셨네.”

숙소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나올 때 옆방을 슬쩍 바라봤지만, 방문이 활짝 열려있을 뿐, 아무도 없었기에 먼저 떠났나 싶었지만, 아닌 모양이었다. 숙소 앞 커다란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은 오베론을 발견한 우리는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고 퀭한 눈으로 무언가를 끄적이던 오베론이 고개를 들었다.

-후웅!

그러자 공간을 찢어발기고 튀어나온 누군가가 한 아름 품에 안고 있던 두루마리와 잡동사니를 우르르 쏟아내고 곧바로 사라졌다. 공간이동을 저렇게 자유자재로 사용하다니, 황자의 측근답다고 생각하며 다가가는 그때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오베론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카사노경! 좋은 아침일세!”

목소리는 저리도 해맑은데 어찌 저리 퀭한지, 절로 안쓰러운 얼굴을 만든 우리는 곧장 오베론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입니다 황자님. 밤새 잠이라도 설치신 모양입니다.”

그래도 새벽엔 아예 스텔지아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해댔기에 푹 잤겠다고 생각하고 물은 안부였는데 오베론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진짜 설쳤나? 생각이 든 순간 멋쩍은 얼굴의 오베론이 뺨을 긁으며 말했다.

“음, 그렇게 됐네. 하하, 타지라 그런가. 다른 이유도 있지만…”

묘하게 싸늘한 반응에 등골이 절로 오싹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상관의 옆방에서 섹스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부하라니, 다시금 내가 한짓의 심각성을 깨닫는 그때 오베론이 풀어진 얼굴로 내 팔을 두드렸다.

“괜찮네. 남녀 사이는 당연히 그런 법 아닌가. 농담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았으면 하는군.”

남녀 사이를 논하며 얼굴을 살짝 붉힌 오베론이 수줍게 나를 다독였다.

“황자님.”

그럴 수 있다며 다독여준 오베론과 나, 스텔지아 셋이서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 짓고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려던 그때 황급한 목소리의 릴리아가 이쪽으로 뛰어왔다. 나와 스텔지아를 발견한 그녀는 순식간에 흉악한 도살자 같은 얼굴로 노려보다가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작은 원통을 오베론에게 건네줬다.

“황제 폐하의 칙명입니다.”

뽈칵, 말없이 열어든 오베론이 진중한 얼굴로 원통 안에 말린 서면을 읽기 시작했다. 서면 위를 구르는 눈동자가 세차게 구르다가 덜걱, 멈추는 순간 짙은 한숨이 오베론의 분홍빛 입술에서 새어 나왔다.

“하아, 곧바로 이런 막중한 임무가 생기다니…”

“일단 장소부터 말씀하시죠. 픽시도 이미 대기 중입니다.”

“그래, 음, 카사노? 미안하네만 황제 폐하의 칙명이 내려져 먼저 가봐야 할 거 같네. 이번 일의 착수금과 다음 임무는 경이 머무는 마을로 보내줄 테니 한동안 휴식이라도 취하게나. 먼저 일어나보겠네.”

힘차게 벤치에서 일어난 오베론이 마법사가 건네줬던 두루마리와 잡동사니를 바라보곤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모조리 담아냈다. 황자쯤 되면 아공간 주머니가 저리도 작구나, 감탄과 함께 지켜보는 그때 오베론이 먼저 물러나고 릴리아가 그 뒤를 따랐다.

‘지켜본다.’

별말 없이 떠나기에 뒷모습을 지켜보는 그때 흉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 릴리아가 입술을 달싹이며 경고를 남기고 떠났다. 지켜보다니, 내가 뭘 했다고. 울컥 무언가가 솟아올랐지만 아직은 이길 수 없는 강자라는 느낌이 강했기에 한 수 접은 나는 멍하니 서 있는 스텔지아를 바라봤다.

“뭔가 폭풍이라도 지나간 것 같네요.”

“그렇네요, 이렇게 되면 마을로 돌아가야겠네.”

“…처음인데 괜찮으려나.”

살랑, 살랑, 흑단 같은 머리칼을 손가락에 꼬며 스텔지아가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페리샤와 소니아, 다른 여인들을 보기가 좀 그런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조용히 귓가에 속삭였다.

“내 옆에 있으려면 잘 수습해야죠, 아니면… 혼자 따로 지내려고?”

“…장난쳐요? 멋대로 안아대놓고 이제와서 따로 지내라니,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흥, 콧방귀를 뀐 스텔지아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과라도 해야죠. 뭐, 별일 있겠어요?”

수줍어하면서도 당당한 스텔지아의 모습에 나는 연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 별일 있겠어?”

***

“왜 이제 온건가요오, 정말 큰일도 아니었다구요!!!”

파도치는 젖가슴과 부푼 배, 물결치듯 흘러내린 기다란 흑색 머리칼과 나를 노려보는 흉악한 붉은 눈동자와 마주친 나는 두 손을 들고 공손히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돼서 부인들을 뒷전에 두다니, 아니 그것까진 봐줄 수 있어. 근데 마을에 미친년이 미친 듯이 찾아오는데 한 번도 안 온 게 너무 화가 나.”

연락해주지, 속으로 홀로 중얼거린 나는 항상 늘어지는 말투까지 포기한 미네르바를 바라보며 항복했다. 부푼 배를 안고 스트레스받아하는 그녀의 모습에 츠루카가 작은 어깨를 토닥이며 미네르바를 물러나게 하고 내게 성큼 다가왔습니다.”

“진정하시옵소서, 서방님도 많은 일을 해내시느라 소홀했던 것뿐, 그만큼 보충하실 게 분명하옵니다. 안 그렇사옵니까 서방님?”

츠루카의 핏빛 같은 붉은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많이 화났구나, 양손을 번쩍든 나는 곧바로 방 안에 있는 미네르바와 츠루카, 하루나를 바라보며 사과했다.

“연락도 안 하고 너무 소홀했네. 이번에 오래 머물면서 메꿀 테니까 화 풀어. 미네르바도 미안하고, 모두한테 미안해. 근데 그 미친년이 누군지는 도저히 모르겠는데…”

내가 아는 여자 중에 미친년이 있었나? 한 명 떠오르긴 했지만, 저번에 에릴다에게 들은 소식으로 결혼한다, 그것뿐이었다. 여기까지 찾아올리는 없을 테고, 하나하나 후보를 떠올리는 그때 양팔에 붕대를 감은 하루나가 덤덤히 말했다.

“카트라는 어디 있냐며 내 팔을 썰어댄 미친년이다. 마스터 급의 강자는 아니었지만 까딱하면 팔이 잘릴뻔했지.”

무덤덤하게 끔찍한 사실을 말하는 하루나의 모습에 덜컥, 심장이 뛰었다. 카트라란 이름과 미친년, 지하수로에서의 일이 떠오른 나는 곧바로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그녀들에게 말했다.

“노예해방단의 단장일 거야. 확신은 안 서지 만 그때 마을에 숨어든 카트라의 상관이거든. 그녀를 찾으러 온 모양인데…”

“카트라라면 그때 그 검은 머리의 여자 말하는 거 맞나요?”

미네르바가 흥, 콧방귀를 뀌며 도도하게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보자 텁, 검지를 입술에 얹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 사람은 지금 호르미아에서 온 귀여운 아가씨랑 지내고 있는데, 흐음, 그랬구나, 그 사람을 찾으러…”

“아가씨? 페리샤가 히네라 마을에 왔어요?”

“네, 당신이 없어졌다고, 시에라가 노발대발하면서 기사 한 분과 같이 이곳으로 왔어요. 한동안 이곳에 머물 생각이라던데.”

휘슬 남작의 일은 다 마무리된 건가, 하나씩 나사 빠진 일 처리와 자기 행동에 나는 절로 후회했지만,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는 걸 어떡하나. 그래도 똑 부러진 여자들이 주변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그래도 주인님이 돌아왔으니 안심이네요. 당분간은 여기 머물면서 미뤄둔 일 처리나 해결하세요요… 우리 아이 태교도 좀 돕고.”

“맞다, 레이첼도 그대가 없다고 어찌나 외로워하던지, 아이의 엄마를 두고 밖을 쏘다니다니 꼴불견이다.”

이런 쌍년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하루나의 말투에 그녀를 노려보자 웃…♥ 달아오른 얼굴로 혀를 날름거리기 시작했다. 안 본 사이 더 음란해진 거 같네. 본격적인 해후를 풀기 전 두려워진 나는 덤덤한 얼굴의 츠루카를 바라봤다.

“츠루카한테도 미안해, 너무 맡겨두기만 하고 돌아오질 않았네.”

“아니옵니다. 하루, 일년, 십년, 그래도 제 곁에만 돌아오시면 되니까… 그렇죠, 서방님?”

할짝, 끈적한 눈빛의 여우가 나를 바라보며 혀끝을 낼름거렸다. 여우가 혀 낼름거리면 진짜 화난 거라던데, 근거 없는 속설을 떠올린 나는 밀린 일 처리를 하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달칵, 미닫이문이 닫히고 하루나가 문앞을 막아섰다. 이해할수 없는 행동에 고개를 갸웃이는 와중 부푼 배를 쓰다듬은 미네르바가 천천히 옷가지를 벗기 시작했다. 옆에 다소곳이 서있던 츠루카 또한 걸치고 있던 무녀복을 한꺼풀씩 벗어내곤 꼬리를 살랑이며 내게 다가왔다.

사락, 사락, 문을 막은 하루나 또한 그 둘을 지켜보며 무복을 벗고 풍만하면서도 음란한 몸매를 드러냈다. 눈을 빛내고 혀를 할짝이는 세명의 여인이 천천히 내게 다가오는 광경에 꿀꺽, 입에 고인 침을 삼킨 나는 금빛 붓처럼 살랑이는 츠루카의 꼬리가 내 턱 끝을 스치는걸 느끼고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후후, 어디 가시는겁니까 서방님...?"

살랑, 살랑, 기다랗고 탐스러운 꼬리가 츠루카의 가랑이를 덮고 살랑였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꼬리가 휘릭, 촉수처럼 내 손목을 붙잡고 음욕에 물든 하루나와 미네르바가 내게 다가온 순간, 나는 셋에게 붙잡여 24시간을 쥐어짜이고 또 쥐어짜이고 나서야 겨우 다른 여인들과 이야기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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