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긋, 으읏, 흐으, 흐윽…!”
터질 듯이 부푼 고간 끝에 코가 짓눌린 스텔지아는 못난 얼굴을 움찔움찔 떨어대며 나를 올려다봤다. 짜증과 기대가 담긴 상반된 눈빛,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스텔지아의 머리를 잡아당긴 나는 축축하게 젖어 든 귀두 끝에 그녀의 입술을 얹었다.
“음웃! 으브, 으응, 후으응…”
마킹하듯 말캉거리는 스텔지아의 얼굴을 고간에 문지르자 그녀의 코에서 달콤한 비음이 흘러나왔다. 진한 남성의 냄새와 젖어 든 쿠퍼액의 진한 냄새에 스텔지아는 오뚝한 코끝을 쫑긋이며 내 냄새를 맡기 바빴다.
“흐응, 흐응, 흐으… 헤에, 헤엑…”
꾸욱, 점성 있는 쿠퍼액에 코끝을 문지르며 마킹을 끝낸 스텔지아는 축축한 혀를 늘어뜨리고 내 바지 위에 군침을 흘려대며 내 눈치를 살폈다. 살랑, 살랑, 고양이의 꼬리처럼 흐느적거리던 혀가 코에 얹힌 귀두가 껄떡이는 순간 낼름, 바지춤을 향해 다가왔다.
-툭
“아으?”
스텔지아의 혀가 바지를 핥아 올리기 전 나는 재빨리 그녀의 머리를 놓고 밀어냈다.
방금까지 말캉이는 뺨을 짓누르던 성기에서 해방된 스텔지아는 일순간 파악이 안 된다는 듯 얼빠진 소리를 내며 나를 바라봤고 그녀를 골리는 데 성공한 나는 거사를 치르기 전 남은 산적들의 처리를 위해 바닥에 던져둔 검을 챙기며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흐웃, 후으, 후으, 후우…”
흥분어린 한숨이 서서히 잦아들고 침착해졌다. 앞서 걸어가는 척하며 슬쩍 뒤돌아보니 살짝 쪼그려 앉은 스텔지아가 자기 음부 쪽을 매만지곤 바닥에 고인 무언가를 신경질적으로 걷어차며 흙으로 덮었다. 보나 마나 애액이나 흘려댄 거겠지 생각한 나는 다시 산맥 위를 응시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흐으…”
얼마나 걸었을까? 일렁이는 횃불 티끌도 발견 못 해 헐떡이는 스텔지아의 한숨만 들으며 걷기를 반복하다 화악, 눈가를 어지럽히는 커다란 불씨와 눈이 마주쳤다.
“찾았네.”
방금까지만 해도 칠흑 같은 어둠에 뒤덮여있던 어설픈 오두막이 주변에 깔린 횃불로 인해 모습을 드러냈다. 술에 취했는지 얼콰한 얼굴의 산적들이 휘청이며 횃불에 불을 붙이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고 수십 명은 돼 보이는 인파 속 도드라지는 인물을 발견한 나는 슬쩍 스텔지아에게 물었다.
“딱 봐도 저놈이 두목 같죠?”
“그렇네요.”
어설픈 늑대 가죽을 머리에 덮고 그나마 반듯하게 생긴 중년 남성, 등에 메고 있는 장검과 탄탄한 가죽 갑옷, 거기다 뛰어다니는 산적들을 지휘하며 침 튀겨가는 모습을 보면 저 남자가 두목임이 틀림없었다.
“생각보다 초라한 오두막이네요.”
수십 명이 넘는 규모의 산적이 사는 산채면 커다랄 줄 알았건만 산적들이 등지고 있는 오두막은 말이 오두막이지 사실상 아이가 듬성듬성 쌓아둔 나뭇가지보다 어설퍼 보였다.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듯한 초라한 오두막에 심술궂은 늑대가 되고 싶어졌기에 산적들에게 달려들려던 그때 스텔지아가 조용히 읊조렸다.
“그런가요, 뭔가 자연과 뒤얽힌 게 보기 좋아 보이는데…”
“크큭…”
얼빠진 소리나 하긴, 방금까지만 해도 산적들의 목을 쳐낼 생각이었는데 나사 빠진 스텔지아의 감상에 긴장이 풀려버렸다. 그 탓에 너무 티 나게 웃어버린 걸까? 오두막 주변을 뛰어다니던 산적들이 이쪽을 홱, 돌아봐 버렸고 목에 핏발을 세워가며 고함치던 두목도 이쪽을 바라보곤 손날로 우리를 가리키며 부하들에게 말했다.
“저기있다!”
두목의 신호에 너털걸음으로 걷던 산적들이 사냥감을 발견한 늑대처럼 달려들었다. 다만 일부는 아예 인사불성이어서 아예 자기들끼리 부딪혀 쿠당탕 넘어지기도 하고 잘 달려들다가 뒤엉켜 풀썩 고꾸라지기도 했다. 산적치고 너무 어설픈 모습에 절로 웃음을 터뜨린 나는 툭, 발끝에 챈 돌을 발견하고 그대로 턱, 걷어차 버렸다.
-쐐액!
-카앙!
“어디서 어줍짢-!”
-푸욱!
돌을 도끼로 쳐낸 산적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때 뽑아 든 검을 사선으로 휘두른 나는 그대로 산적의 머리통을 갈라버렸다. 설명하기도 역겨운 덩어리들이 투두둑 떨어지고 핏방울이 사방에 튀는 순간 달려들던 산적들이 겁이라도 집어먹었는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보지도 못했어!”
“막시가 저렇게 죽다니, 두목…!”
“이런 씨발 새끼들이!”
스릉, 등에 멘 장검을 뽑아 들며 욕지거리를 내뱉은 두목이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뒤엉킨 자기 부하들을 발로 걷어차고 짓밟으며 신경질을 부린 그는 서서히 다가오는 나를 향해 홰액! 장검을 휘둘렀지만 나는 조용히 마나를 일으키고 검격을 받아냈다.
-카아앙!
“이게, 무스-!”
쇠붙이가 잘리고 반토막 난 장검이 날아가며 나무에 박혀들었다. 놀라운 절삭력에 두목은 침줄기로 뒤덮인 입을 쩍 벌리며 무어라 지껄였지만, 사악, 이미 사선으로 나눠진 그는 빨간 핏방울을 유언으로 내뱉고 그대로 흘러내려 버렸다.
“두, 두목!!!”
“두목이 죽었어!”
“시발, 농담이지? 으욱, 우웨에엑!!!”
“아파아, 아프다고오…!”
흘러내린 두목에 그대로 얻어맞은 산적이 욕지거리와 함께 토악질해대고 바닥에 뒤엉킨 산적들은 부서지는 흙더미를 손으로 짚으며 허겁지겁 일어나기 바빴다. 어설픈 그 모습에 짜증이 치솟은 나는 마나를 실은 참격에 휩쓸린 일부 산적들의 숨통을 끊으며 조용히 읊조렸다.
-푸욱, 푸욱!
“도망쳐도 죽는다. 가만히 바닥에 바짝 엎드려.”
서늘한 내 목소리에 넘어진 채 기어가던 산적들의 좁은 등이 움찔움찔 떨렸다. 끝까지 눈치를 살피며 기어가는 산적을 발견한 나는 본보기로 그놈의 허리를 콰직, 짓밟고 산적들을 둘러봤고 내 경고를 이해한 제정신 박힌 놈들이 흙바닥에 얼굴을 박아대고 나서야 난장판이던 현장이 조금은 조용해졌다.
“왜 더 세진 거 같지…?”
톡, 톡, 톡, 가느다란 검지로 자기 입술을 두들기며 홀로 무어라 중얼거린 스텔지아는 납작 엎드린 산적들을 훑어보며 내게 다가왔다. 스텔지아의 말을 못 들은 나는 못 들었다는 신호로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를 바라봤지만 스텔지아는 똑같이 어깨를 으쓱일 뿐 따로 말해주진 않았다.
“일단 좀 묶어주실래요?”
“아아, 귀찮은데…”
정중하게 부탁하니까 곱게 듣질 않네. 항상 했듯이 그녀의 오뚝한 코를 꼬집기 위해 손을 뻗자 지레 겁을 먹은 스텔지아는 알았다구요! 하고 앙칼지게 소리치곤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으악, 으악!!!”
“가만히들 있어요, 해치는 거 아니니까요.”
우드득, 우드득, 오두막 지붕에 얹혔던 가지에서 뻗어온 얇은 덩굴이 산적들의 손목과 발목에 휘감겼다. 순식간에 자유를 갈취당한 산적들은 억센 줄기에 겁먹어 소리쳤지만 스텔지아의 미성에 금세 입을 닫고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일단 내버려 두고 오두막 안이나 들어가 볼까요.”
어설퍼 보이긴 해도 제법 큼직한 크기의 오두막에 건질 게 있으리라 짐작한 나는 늘어뜨린 검을 바로 들고 스텔지아와 함께 오두막에 들어섰다.
-끼이익
“산적은 없는 거 같은데.”
“있었으면 진작 튀어나왔을 게 뻔하니까요.”
벽에 걸린 랜턴의 불꽃이 아른거릴 때마다 더러운 오두막 내부가 그림자에 덮여 일렁였다. 한가운데 자리한 커다란 솥과 널브러진 이부자리, 바닥에 엎어진 오크통과 술병, 그런데 묘한 기시감이 들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공들여 찾지 않아서인지 딱히 건질 게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응? 당신 이리로 와봐요.”
“뭐 찾은 거라도 있어요?”
발을 구르며 다 때려 부숴볼까 고민하는 그때 스텔지아가 흥미 가득한 목소리로 나를 불러세웠다. 은근한 기대감을 안고 스텔지아에게 다가가니 스텔지아는 아무것도 없는 벽에 손을 얹은 채 눈을 끔벅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찾았어요!”
“그냥 벽 아니에요? 뭘 찾았다는 건지.”
“당신은 안 들려요? 안에 숨소리가 들리잖아요.”
“아.”
툭, 스텔지아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벽에 귀를 얹고 집중하자 새액, 새액, 힘없는 숨소리와 겁에 질려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넓어 보이는 거치고 좁다고 했는데 가벽을 쳐놨구나. 생각하는 그때 스텔지아가 불퉁한 목소리로 나를 힐난했다.
“뭐야, 내 말 안 믿었던 거예요?”
“안 믿는 게 아니라 확인하려고 하는 거지. 잠시 뒤로 물러나 봐요.”
불퉁한 스텔지아의 등을 쓰다듬으며 대충 넘어간 나는 그녀에게 물러나라는 경고와 함께 똑, 똑, 가벽을 두들기고 두께를 파악한 후 마나를 두른 주먹으로 뻐억! 가벽을 후려쳤다.
-파삭!
“꺄악!”
주먹을 내질러 머리만 한 구멍을 만들어내자 안에서 가냘픈 비명이 들려왔다. 해명하기보다 여는 게 먼저라 생각한 나는 팔뚝을 긁는 나뭇조각을 대충 손바닥으로 꺾어낸 후 안에 팔을 밀어 넣어 더듬거리다 손잡이를 찾고 덜컥, 강하게 움켜쥔 후 팔에 마나를 둘러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흠!”
-퍼석, 퍼석!
“헤엑, 후우우! 후우우우!”
자물쇠 따위를 찾아내기 귀찮아 아예 가벽을 뜯어낸 나는 역시 몸이 좋으면 머리가 고생 안 한다는 격언을 떠올리며 의기양양하게 스텔지아를 바라봤다.
“미친놈…”
도톰한 입술을 삐죽 내밀며 일어난 먼지를 불어낸 스텔지아는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쏘아보며 성큼, 숨겨진 방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그녀의 뒤를 따르기 위해 뜯어낸 벽을 대충 남은 가벽에 얹어둔 뒤 방 안으로 들어갔다.
“으웃, 으웃, 흐으으으…!”
“아아, 싫어, 그만, 그만해, 제바아아알…!!!”
“개새끼들, 전부 죽여버릴 거야, 정말이야, 개 같은…”
숨겨진 방 안으로 들어오자 벽에 설치된 사슬에 억압된 여러 명의 여자가 나와 스텔지아를 절망어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의아한 낯빛으로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탁액과 흘려댄 땀으로 질척해진 몸, 더럽혀진 여성의 몸을 움찔거리며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에 나는 스텔지아를 앞장세웠다.
“가만히 좀 있어요!”
“노려보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여성인 스텔지아를 앞세웠음에도 남성인 나를 바라보는 눈에는 여전히 적의가 가득했기에 시선을 돌린 나는 대충 쌓인 상자 위에 알 수 없는 종이 뭉치를 발견하고 곧바로 챙겨 들었다.
“상태가 심각하네요.”
“그러게요, 사람들 진정 좀 시켜주고 있어 봐요. 전 산적들 뒤처리나 좀 하려고 하니까.”
내 명령에 하아? 한숨을 내쉰 스텔지아가 이해 안 간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해명을 위해 손에 든 종이 뭉치를 흔든 나는 맨 앞장에 적힌 장부의 제목, 판매 장부를 그녀에게 보여주며 숨겨진 방에서 나왔다.
“알았죠? 다 진정시키고 뒷정리 좀 해놔요. 챙겨갈 거 있나 좀 살펴보고.”
“알았어요! 재촉하지 말고 얼른 다녀오기나 하시죠?”
앙칼지게 대답한 주제에 마법을 이용해 까득, 까득, 족쇄를 뜯어낸 스텔지아가 겁먹은 여성들에게 따스한 눈빛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건가, 참 알다가도 모를 스텔지아의 모습에 혀를 내두른 나는 챙겨온 장부를 한 장씩 살펴보며 오두막 밖으로 빠져나왔다.
“도망친 새끼 없지?”
산적들의 두려운 눈이 일제히 나를 향했고 그들을 위해 나는 말없이 웃어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