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285화 (285/395)

‘아직도 모자란가 보네…’

그래도 다행이다, 진이 빠져 헥헥거리는 시에라와 달리 카사노는 여전히 자지를 빳빳이 세워가며 속옷을 입고 있었다. 스텔지아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꾸우욱, 달아오른 보지를 검지 중지로 짓누르며 잠시 달랬다.

-끼이익…!

저택으로 향하는 카사노, 망설임 없는 발걸음과 행선지를 정해둔 당당한 모습, 익숙한 계단과 복도, 자신의 집무실이었던 곳 근처까지 이동하는 카사노를 보고 미소 지은 스텔지아는 꾸욱, 망토 끝을 움켜쥐고 나타날 준비를 마쳤다.

“으으응! 그마안, 그만 해요! 그만♥”

“그만하라면서 보지는 좋다고 물고 늘어지잖아, 응?”

“후으읏, 쿠흣♥ 그거야 기분 좋으니까하아앙!”

‘설마설마했는데…!’

메어리까지 다시 부르다니, 뒷골목을 전전하던 가벼운 여자답게 몇 마디 말에 벌려 침대 위를 뒹굴기는! 괜히 메어리에게 화풀이한 스텔지아는 힐끔힐끔, 주변을 둘러보며 섹스하는 카사노를 불만 어린 눈으로 보다가 하아, 한숨과 함께 체념했다.

‘이젠 뒹굴 여자도 없겠지. 없는데 제깟 남자가 어떻게 하겠어? 날 찾을 거 아니야.’

합리적인 추측을 마친 스텔지아는 일주일간 독수공방하게 만든 카사노에게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겠다며 포부를 내세우고 메어리의 숙소에서 벗어나는 검은 뒤통수를 노려봤다.

-텅!

힘없는 발걸음으로 방을 향한 카사노가 문을 닫고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지친 걸 파악한 스텔지아는 꿀꺽, 침을 삼키며 망토를 흔들었다. 지금일까? 지금? 안 그래도 자신이 항상 누워있던 침대를 아련하게 바라보다니, 카사노가 내심 자기 몸을 떠올린다고 생각한 스텔지아는 나타날 준비를 마쳤다.

“운디네, 나와도 돼.”

[흐응, 제일 마지막이라니! 불만이얏!]

“아니 그건 아니지!!!”

화악, 망토를 벗은 스텔지아가 치욕과 모멸감에 젖은 얼굴로 나타났다.

**

나는 내심 짐작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레 나타난 스텔지아를 보고 놀라 스윽, 날아다니는 운디네를 끌어안았다. 포근하면서도 말캉한 감촉에 입꼬리가 움찔거렸으나 내 품에 안긴 운디네는 찰싹, 찰싹, 내 팔뚝을 때리며 짜증 냈다.

[뭐야! 내 차례라면서!]

“그러게, 나중에 다시 부를 테니까 잠시 쉬고 있을래?”

장난스레 화냈던 운디네는 조금 가라앉은 내 목소리에 꿈뻑, 꿈뻑, 눈을 깜빡이곤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보글보글, 피어오른 물방울이 하나로 이어지고 그 틈새로 빨려 들어간 운디네는 금세 그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 무슨 볼일이에요?”

툭, 팔짱을 끼고 스텔지아를 바라보며 질문하자 새빨개진 얼굴로 나타났던 그녀는 꿀꺽, 침을 삼키곤 후하- 후하-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제법 진정됐는지 가라앉은 얼굴이 된 스텔지아는 또각또각, 도도한 구두소리와 함께 내게 다가오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요, 요즈음 조용하기에 잠시 찾아와봤어요. 제법 바빠 보이던데…”

“설마 여태 따라다닌 겁니까?”

내심 짐작한 건 시에라와 즐기는 와중 근처 바닥이 젖어 들기에 설마설마했는데. 가늘게 뜬 눈으로 스텔지아를 응시하며 묻자 움찔, 어깨를 떤 스텔지아는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다.

“그래요, 딱히 뭘 하려던건 아니고, 후으, 하도 찾아오질 않으니까…”

“황자님과 교류를 나눈다고 제법 바빴죠, 좋은 분이더군요. 황자가 아니라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았어요.”

“황자님한테 너무 무례한 발언이네요.”

흥, 콧방귀를 끼고 망토를 차곡차곡 접은 스텔지아는 나를 지나치곤 벽에 붙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끼익, 스프링 소리와 함께 내려앉은 침대. 제법 요란한 소리에 스텔지아는 화악, 얼굴을 붉히며 끼익, 끼익, 침대를 눌러보며 한 소리 했다.

“왜, 왜 이렇게 요란한 소리가 나는 건지 참! 아무튼 황자님과 이야기는 잘됐나요?”

“뭐,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말씀드려야 할까요?”

“…당신이 순순히 이야기해줄 것 같지도 않고, 황자님이 없는 곳에서 그분의 이야기를 캐묻고 싶진 않아요.”

스윽, 다리를 꼰 스텔지아는 통통하고 새하얀 허벅지를 내게 과시하며 꿀꺽, 침을 삼켰다. 사락, 사락, 연신 다리를 꼴 때마다 드레스 스치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고 말려들어 간 드레스 탓에 점점 허벅지 안, 비밀의 화원이 언뜻 엿보였다.

“그럼 딱히 용건은 없겠네요.”

“…우리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있지 않나요?”

턱, 꼬았던 다리를 푼 스텔지아는 조금 끈적해진 목소리와 함께 스윽, 다리를 벌렸다. 몇 번 어루만졌는지 얼룩진 음탕한 속옷과 함께 습기가 느껴지는 음란한 화원, 저절로 피가 몰리는 광경에 눈을 돌린 나는 일부러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딱히 없어 보이는데요?”

“뭐엇, 장난하지 마요. 그 귀여운 정령이랑도 한판 뛰려는 거 알지만, 어차피 모자라잖아요? 일주일간 밀린 게 있으니 특별히 제 몸을 쓸 수 있게 해드릴 테니 사양 말라고요.”

꾸욱, 가슴골에 검지를 건 스텔지아는 아래로 천천히 잡아당기며 풍만한 가슴을 내게 자랑했다. 스윽, 스륵, 살결과 천 스치는 소리가 내 머리를 어지럽히고 드레스에 가려진 야릇한 속옷이 드러나면서 내 음심을 자극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됐습니다. 질리기도 했고, 더 이상 당신을 안을 필요도 없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죠?”

“황자님과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그분이 제게 그러더군요. 굳이 복수해야겠냐고. 자신이 잘 타이르고 그 죗값을 치르게 할 테니 개인적인 복수는 하지 말라며 당신 생각하던데.”

“황자님이…”

“그것도 있고 당신 말대로 황자님과 이야기해보니 확실히 좋은 분이었죠, 이 세계에 와서 가장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했었고… 잠시 볼일이 있어 저택을 떠났지만 돌아오면 하나 시험해볼 게 있다고, 그것만 해결하면 자신을 도와줄 수 있겠냐 묻더군요.”

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잠시 저택을 떠난 황자는 스텔지아 일이 마무리되면 간단한 시험과 함께 여러 일을 맡기고 싶다고 이야기해왔으니까. 하지만 스텔지아를 길들이기 위해 약을 치면서도 점점 멍청한 얼굴이 되는 그녀를 볼수록 표정 관리가 힘들어 얼굴이 욱신거릴 지경이었다.

“빙빙 돌려 말하지 말아요,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하겠다는건데?”

대뜸 본론이라. 스텔지아를 확실히 낚아채기 위해 나는 진중한 표정으로 그녀의 눈을 들여다봤다. 복수, 황자, 죗값, 점점 이야기가 해결되는데도 반대로 스텔지아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뭘 어떻게 하긴요. 황자님이 스텔지아님을 잘~ 타이르겠다는데 제가 할 게 뭐 있나요. 계약을 풀어줄 생각은 없지만, 여태껏 안은 것처럼 불러대진 않을 테니까 황자님이랑 잘 지내세요.”

“……”

“괘씸죄가 있으니까 계약은 유지하겠지만, 어차피 당신 말고도 안을 여자는 많아요. 뭐- 아쉽긴 한데 별수 있나 황자님이 알아서 잘 교육하겠다는데 그쪽에 맡겨야지.”

천천히 눈을 감은 나는 툭, 툭, 팔뚝을 검지로 두들기며 오베론 황자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대가 끝까지 복수하고 싶다고 하면 내가 말릴 순 없는 노릇이지. 하지만 내가 그 아이의 은인이듯 그 아이도 내 은인이라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목숨으로 되갚을 생각은 없으니 개인적인 용무가 끝나면 황자님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았네, 그대 뜻이 확고해 보이니 내가 말릴 수도 없군.’

‘그럼 스텔지아는 제가, 음? 황자님. 누가 오는군요.’

‘음, 음. …카사노? 그대에게 미안하지만 잠시 일이 생겨 다녀와야겠군. 그럼 이야기했던 대로 그대를 고용하기 전 간단한 시험을 볼 생각이니 준비하게나. 다녀오는 대로 그대의 실력을 보고 싶군.’

‘알겠습니다. 황자님도 부디 몸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고맙다, 오랜만에 그대 같은 호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즐거웠네.’

“그럼, 나를 풀어주겠다. 그건가요?”

“그래요, 당신이 좋아하는 황자님을 모시던, 내 발닦개로 남던 알아서 하세요.”

“당신…”

“볼일 끝났으면 가보세요. 운디네도 안아줘야 하고, 황자님이 오기 전에 히네라마을에도 들려야 하니까. 아! 당신 수작질에 잡힌 카트라도 해결해야 하는데 재밌겠네.”

흥미가 떨어진 눈,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을 바라보는 무가치한 눈으로 스텔지아를 바라보자 꾸욱, 풍만한 젖가슴을 옥죄는 양팔이 더욱더 강하게 그녀의 가슴을 옥죄었다.

“내가,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요…”

“뭘 어떻게 해요. 황자님하고 약속했다니까? 좋아하는 황자님 옆에서 잘 모시고 알아서 잘 지내시라고. 나는 그쪽이 소개해준 대로 황자님이 시키는 일 하기로 했으니까.”

피식, 코웃음과 함께 몸을 돌린 나는 의미 없는 손짓으로 벽에 얹혀진 가방을 뒤적거렸다. 마녀들이 준 선물을 뒤적이고 산처럼 쌓인 물건들을 손으로 휘저으며 무언가를 찾은 나는 스텔지아에게 들릴 정도로 중얼거리며 말했다.

“이건 이제 필요도 없겠네.”

팅, 데구르르르- 힘없이 바닥을 구른 유리병이 툭, 스텔지아의 발끝에 부딪혔다. 뿌드득, 뼈소리나는 허리를 풀며 일어난 나는 발 앞에 구르는 병을 바라보는 스텔지아를 보며 히죽 웃었다.

“나가는 김에 그것도 좀 주워줘요. 아니다, 쓴 만큼 보충해야지? 가져가세요.”

텁, 유리병을 움켜쥔 스텔지아는 익숙한 유리병에 눈을 질끈 감곤 스륵, 침대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퐁, 마개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스텔지아가 조용히 되물었다.

"이, 이렇게 만들어놓고... 이제 필요 없다고?"

"그래요, 당신 필요 없다니까? 끝까지 자존심 세워가면서 내 머리 위에 올라타려는 년, 이것저것 저울질하면서 간 보는 년, 공짜로 대줘도 안 먹어. 전부 내려놓고 나한테 빌빌 기면서 애원하면 몰라도."

히죽, 내 입꼬리는 진한 호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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