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258화 (258/395)

턱, 나를 발견한 경비병이 창끝으로 나를 막아 세웠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에 나는 참지 못했다.

“백작 부인께서 오늘은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셨습니다. 돌아각!”

우득, 힘껏 내지른 주먹이 멋대로 지껄이던 턱을 으스러뜨렸다. 덜걱- 실이 끊긴 인형처럼 널브러지는 경비병의 손에서 창을 잡아챈 나는 쐐액! 창을 내뻗는 남은 경비의 복부를 걷어찼다.

“끄악…!”

꾸욱, 걷어차이면서도 창을 고쳐 쥔 경비였지만 빠악! 턱 끝을 후리는 창대에 그대로 퍼억, 벽에 부딪혀 쓰려졌다. 빈틈이 많아 쉽게 처리했지만, 저택 안에 무슨 위험이 도사릴지 몰라 창을 하나 더 챙긴 나는 휙, 운디네를 바라보며 말했다.

“운디네, 정문 너머 사람이 있는지 봐주고 오겠어?”

고개를 끄덕인 운디네는 스륵, 살짝 투명해진 모습으로 저택 정문에 스며들었다. 휙, 휙- 창가 너머 일렁이는 운디네의 윤곽을 지켜본 나는 스륵, 벽에서 빠져나와 팔을 교차하는 운디네를 보고 그대로 굳게 닫힌 정문을 열었다.

시종들로 북적이던 저택은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터벅, 터벅- 발끝을 세워 계단을 오르며 주위를 둘러보고 기감을 펼쳐 주변을 살펴봐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나는 최대한 서둘러 페리샤의 방으로 향했다.

[언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페리샤를 걱정하는 운디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나는 저 멀리 텅 빈 복도 중앙을 지켜봤다.

부서진 문짝과 바스러진 나무 조각.

벽에 붙어 다가간 나는 스윽, 눈을 감고 벽에 마나를 흘려 방안을 엿보는 느낌으로 마나를 운용했다.

츠즈즈즈즈-

내 예상대로 누군가 벽에 붙어 매복하고 있었다. 거기에 포박된 채 얌전히 무릎꿇은 페리샤의 윤곽까지 확인한 나는 매복한 누군가가 움찔, 떠는 걸 보고 재빨리 눈을 떠 창대를 움켜쥐었다.

우우웅-

창대 끝에 맺히는 푸른 마나, 벽째로 터뜨릴 각오를 하고 매복하고 있던 벽면에 퉁, 창대를 두들기자 푸왁! 푸른 빛무리와 함께 벽이 그대로 으스러졌다.

콰아아앙!

“끄악!”

부스스, 피어오르는 먼지와 소란스러워진 방안, 자세를 낮추고 문 쪽으로 접근한 나는 벽의 잔해에 깔린 기사 한 명을 발견하고 우웅, 창날에 마나를 두른 후 온 힘을 다해 창을 쏘아 던졌다.

“어쭙잖게-!”

카앙, 넘어져 있던 기사가 다급한 손놀림으로 건틀릿을 휘둘렀지만 마나에 휘감긴 창날의 궤도는 바뀌지 않았다. 푸른 빛무리를 일렁이는 창날은 의연하게 넘어진 기사의 목덜미에 처박혔다.

파악!

울컥, 치솟는 핏줄기와 덜걱, 투구 장식이 힘없이 흔들리며 덮개 너머 흉흉한 눈빛이 생기를 잃었다. 남은 창 하나를 고쳐 쥔 나는 눈에 힘을 주고 방안을 바라봤고 페리샤 주변을 맴도는 기사 둘을 발견했다.

타다닥!

그때 바닥을 박차는 전투화 소리와 함께 먼지를 가른 은빛 검날이 코끝을 스쳤다. 피잇- 잔 상처와 함께 검날을 타고 또르르 흐르는 핏방울마저 인지한 나는 기사가 검을 거두기 전 온 힘을 다해 창끝을 내질렀다.

터엉, 안타깝게도 갑옷을 찔렀다. 돌아오는 텅 빈 소리에 혀를 찬 나는 재빨리 창을 거두고 창대를 고쳐잡았다. 양손을 내뻗어 창대를 두 손으로 잡은 나는 검을 거두는 기사의 팔꿈치를 그대로 창대로 내려찍었다.

카앙!

“으윽!”

기사의 신음과 함께 검날이 땅에 박혔다. 검날의 절반 이상 박힌 걸 확인한 나는 여유롭게 창대 끝을 휘둘러 움찔거리는 기사의 투구 끝을 쳐올렸고 빨간 투구 장식이 춤추며 투구와 함께 데구루루 바닥에 떨어졌다.

“개 같은…!”

기사답지 않게 걸쭉한 욕설을 들으며 창대 끝을 휘둘렀다. 빠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돌아간 기사의 턱, 하지만 나를 노려보는 살기 어린 눈빛은 꺼지지 않았고 창대를 돌린 나는 번뜩이는 창날로 무방비한 목을 그대로 관통했다.

“그륵… 쿠흡!”

퐈하악! 역류한 피거품이 기사의 입에서 새어 나오고 찔린 목울대에서 울컥, 피가 흘러나왔다. 쐐애액! 처참한 현장을 가르는 투핸드소드에 재빨리 뒤로 물러났지만, 파삭, 창대는 힘없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쥐새끼 같은 놈, 백작 부인의 전언도 듣지 않고 알량한 솜씨를 보여?”

터벅, 터벅- 굳건한 걸음으로 나선 기사는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며 나를 내려다봤다. 스륵, 바닥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페리샤는 금빛 머리칼로 바닥을 쓸며 나를 돌아봤고 젖어있는 푸른 눈망울을 향해 미소 지은 나는 기사를 향해 대답했다.

“좆까. 좆대로 해놓고 무슨 전언이야?”

“백작 부인 앞에서도 그런 망발을 내뱉을 수 있을지 궁금하군.”

“궁금해도 알 길 없어. 저승에서 네 애비한테나 물어보지?”

터억, 죽은 기사가 쥐고 있던 검 손잡이를 뺏은 나는 바닥에 박힌 검을 빼내며 기사의 속을 긁었다. 후우, 짙은 한숨과 함께 덜그럭거리는 갑옷, 덮개 너머 나를 찢어 죽일 눈빛을 읽은 나는 후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어딜!”

퍼억, 검을 반쯤 거둔 기사가 몸통을 날려 나에게 부딪혀왔다. 단단한 갑옷이 가슴을 짓이기는 순간 후웁, 헛숨이 튀어나왔지만 이 악물고 버텨낸 나는 손잡이 끝으로 투구 덮개를 내리쳤다.

까앙! 온 힘을 다해 내려찍었기에 움푹 파이는 투구, 머리가 흔들린 기사는 뒤로 물러나며 들고 있던 투핸드소드를 그대로 내려찍었지만, 재빨리 치켜든 검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끼긱, 끼기긱!

꾸욱, 체중과 함께 투핸드 소드를 짓누르는 기사와 한 손으로 막아내고 있는 나, 그 공방은 누가 봐도 내가 불리했지만 나는 비었던 왼손에 마나를 두르고 꾸욱, 검날을 움켜쥐며 그대로 오른쪽으로 내려찍던 검을 밀어냈다.

파악!

“이런! 하찮은 용병 나부랭이가…!”

얼마나 거세게 짓누르고 있었는지, 궤도가 뒤바뀌자 기사는 천박한 욕설을 내뱉으며 그대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앞서 죽은 기사처럼 반절 이상을 바닥에 처박은 검날, 뒤바뀐 전세에 미소 지은 나는 왼손에 두른 마나를 그대로 검날에 두르며 쐐액! 텅 빈 기사의 목을 베어 넘겼다.

카앙, 구르르르르, 투욱.

맥없이 떨어진 머리통이 굴러가다 내 발치에 멈췄다. 터엉, 무겁기만 한 머리통을 걷어차고 운디네에게 주변을 살펴봐 달라 부탁한 나는 챙그랑, 검을 내려놓고 페리샤를 끌어안았다.

“우붑, 우웁…”

오물오물, 입을 봉한 재갈을 오물거리며 무어라 떠드는 페리샤의 눈에서 또륵, 눈물이 흘렀다. 스윽, 손등으로 눈물을 닦은 나는 뚜욱! 뚜욱! 재갈 끈을 잡아, 뜯고 내려놓은 검으로 밧줄을 끊어 페리샤를 풀어줬다.

“하아, 하아, 하아…”

자유로워진 페리샤는 미약한 숨을 몰아쉬다가 와락, 내게 안겨들었다. 기사들을 상대하며 못 쉰 숨을 몰아쉰 나는 들썩이는 가슴에 얌전히 얼굴을 파묻은 페리샤가 대견해 스윽,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나는? 나는 칭찬 안 해?]

스윽, 하늘을 날며 다가온 운디네가 아무도 없다며 내게 알려준 후 부푼 볼과 함께 나를 노려봤다. 오른팔을 벌려 페리샤의 옆에 공간을 만들자 금세 미소 지은 운디네가 포옥, 내 품에 안겼고 아가씨 둘을 껴안은 나는 조용히 그녀들의 체온을 즐겼다.

“카사노니히이잉…”

훌쩍, 가슴팍에 콧물을 묻히며 어깨를 들썩이던 페리샤가 고개를 들며 나를 불렀다.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빨갛게 물든 볼을 움켜쥐고 흔들었고 주륵, 콧물을 흘리던 페리샤가 씨잉, 소리와 함께 다시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씨잉…]

부비부비, 언니의 못된 말을 따라 하는 운디네까지. 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시 여유를 즐긴 나는 어느 정도 몸이 편안해진 걸 느껴 스윽, 둘을 밀어내며 말했다.

“백작 부인을 찾아가야 할 거 같은데, 여기서 기다릴래?”

스윽, 운디네를 바라보며 지켜달란 눈빛을 보냈지만, 페르시아는 도리도리, 고개를 거칠게 내저으며 꾸욱, 내 옷깃을 움켜쥐었다.

“같이 갈래요…”

“그래, 운디네가 보호해줄 테니까 조심하고.”

기사들에게 제압당해 묶인 게 제법 충격이 컸는지 페리샤는 당찬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연신 훌쩍이며 바닥을 바라봤다. 스윽, 스윽-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진정시킨 나는 곧바로 운디네에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마나 보충 해줘야겠지?”

[응, 지금 너무 힘들어서 죽을 거 같아… 조금만 보충해줘!]

기사들을 상대하며 수없이 마나를 사용했지만, 생각보다 넉넉한 마나의 잔량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에 마나를 둘렀다. 쪼옥, 손가락 끝에 키스한 운디네는 그대로 눈을 감곤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고 흐물거리는 운디네의 형태가 점점 생기를 되찾았다.

[후아!]

꿀꺽, 목울대를 꿀렁이며 두 눈을 크게 뜬 운디네는 꾸욱! 양팔을 모아 알통을 만드는 자세를 보였고 재롱에 피식 웃은 페리샤는 다시 기운을 차렸는지 파앙, 파앙- 드레스를 털며 운디네와 팔짱을 꼈다.

“카사노님,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히 따라갈게요!”

꾸욱, 굳은 결의가 엿보이는 두 아가씨의 눈빛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죽은 기사들의 건틀릿과 부츠, 각반을 벗겼다. 여차하면 다리로 막을 생각을 하며 손발 크기에 맞춰 전부 장착한 나는 철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려놓은 검을 움켜쥐었다.

“뒤에 붙어있어. 알았지? 운디네는 최대한 페리샤를 지켜주고.”

“네.”

[응!]

철그럭, 철그럭-

백작 부인이 어디 있는지 본능적으로 직감한 나는 벽을 짚으며 연회장으로 향했다. 서늘한 침묵에 침을 삼키며 전진하던 그때 코너 너머 소 떼처럼 몰려오는 발걸음에 한숨을 내쉰 나는 스윽, 손을 뻗어 운디네와 페리샤를 뒤로 물리고 꾸욱, 손잡이를 움켜쥐며 복도 너머로 뛰쳐나갔다.

“저기있다!”

“저택에 소란을 일으키는 무뢰배, 백작 부인께서 곧바로 죽여도 좋다고 하셨으니 물러서지 말도록!”

꾸욱, 오들오들 떠는 페리샤에게 눈을 감으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겁먹은 눈빛의 페리샤는 끝까지 나를 바라보며 내 신호를 거부했다. 이상한 뚝심에 피식 웃은 나는 선두에 자리 잡은 병사에게 달려들었다.

“막아! 막-!”

서걱, 푸른 마나를 두른 은빛 검날이 핏빛 실선을 남기고 그대로 되돌아왔다. 검을 거두고 자세를 잡은 나는 병사들을 지휘하던 사내가 허망한 눈빛으로 풀썩, 쓰러지는 걸 바라보며 말했다.

“안덤벼? 덤벼.”

“끄아아아악!!!”

상관? 선임? 뭔지 모르지만, 윗사람의 죽음에 병사 하나가 어설프게 움켜쥔 방패와 덜덜 떠는 손으로 쥔 검을 동시에 내밀며 달려들었다. 요란한 비명과 빈틈 많은 자세에 빠악! 방패를 걷어찬 나는 휘청이는 병사의 턱 그대로 검을 찔러 올렸다.

“끄륵, 끄륵, 으극!”

덜덜, 덜- 관통형처럼 턱이 관통된 병사는 피거품을 그륵거리며 발버둥 쳤지만 이내 축 늘어졌다. 터엉, 힘없이 떨어지는 방패를 잡아든 나는 덜덜 떠는 병사 둘을 바라보며 그대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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