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236화 (236/395)

화악- 문을 열자 마녀들의 향기에 나는 그대로 얻어맞았다. 얻어맞았다는 말 그대로 문을 열자 풍겨오는 수십명의 뒤섞인 향기가 폭력적으로 다가왔기에 나는 꿀꺽, 침을 삼키며 터벅, 안으로 발을 들였다.

“와아아…”

“진짜였네?”

“너, 첫날에 못 봤구나?”

“지, 진짜 남자야…”

“계집애, 그러게 밖에 좀 나가보고 그러라니까-“

보석처럼 빛나는 수십 쌍의 눈동자가 나를 휘감았다. 탐욕에 젖은 눈동자가 번들거릴 때마다 입고 있는 옷이 찢어발겨질 거 같은 위압감에 짓눌린 나는 허리를 곧게 펴고 연회장 중앙에 서서 무언가 지휘하고 있는 라우라에게 다가갔다.

“라우라님.”

“아, 왔었군. 미안하다, 다른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부탁할 게 있어서…”

“아닙니다. 라우라님은 제 역할을 하신 것뿐인데요.”

“와아아, 저런 말은 소설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당연히 진짜지, 우리한테도 아기고양이, 보고 싶었어요- 이런 말도 할걸?”

“넌 망상 좀 그만해, 그런 것보다 암퇘지나 암캐 년이라면서 깔아뭉개게 생겼거든?”

“……”

한마디를 하면 수십마디로 돌아오는 마녀들의 대화에 나는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연회장이 아니라 유치원에 들어온 기분에 겨우 정신을 다잡은 나는 툭툭, 어깨를 두드리는 라우라의 손길에 정신을 차렸다.

“카사노, 그대만 괜찮다면 연회를 시작할까 하는데… 지금 거절해도 괜찮다. 그대에게 많은 반려가 있는 건 알고 있으니까.”

“라우라님- 왜 그런 말을 해요, 몇십년 만에 거미줄 떼게 생겼는데!”

“맞아! 가지겠다는 것도 아니고 좀 나누어 쓰자는 건데!”

“그래, 미네르바 고년도 우리 마법이나 재료들 맘껏 갖다 썼잖- “

“조용.”

라우라의 섬뜩한 한마디와 함께 연회장이 싸늘해졌다. 아니 정말로 한기가 맴돌고 라우라의 주변이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라우라의 마녀명, 혹한을 다시 한번 체감한 나는 꿀꺽- 침을 삼키며 그녀를 바라봤고 떠들던 마녀들 또한 입을 꾹 닫았다.

“후우, 정말 되돌릴 수 없다. 그대가 시작하겠다 하면 지금 이 연회장에 있는 모든 마녀들-“

스윽, 라우라의 검은 눈동자가 2층 난간과 계단, 그리고 연회장을 빼곡히 채운 수많은 마녀를 바라봤다. 나 또한 라우라의 눈동자를 따라 마녀들을 훑어봤고 각양각색의 미녀들이 눈을 빛내며 나를 노려보는 상황에 점점 고양됐다.

무지개를 수놓은 듯한 연회장의 풍경에 음심이 솟구쳤다. 그래, 이세계에 떨어졌으면 이런 일도 한번은 있어야지! 솔직해지기로 한 나는 백작 부인에게 속으로 감사하며 차가운 눈의 라우라에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저야말로 영광인걸요.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과 하룻밤의 추억을 보낼 수 있어서요.”

꿀꺽-

침 넘기는 소리가 하모니처럼 울려 퍼지고 마녀들의 눈빛이 더 흉흉해졌다. 라우라덕에 식었던 연회장의 열기가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마녀 한명이 하아, 짙은 한숨을 내뱉으며 로브를 벗었다.

“으응-“

출렁, 갈색 천으로 만든 꾀죄죄한 로브를 벗자 폭발적인 몸매가 드러났다. 붉은 곱슬머리가 파도처럼 흘러내렸고 하루나, 아니, 거의 F컵은 돼 보이는 젖가슴이 출렁이며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뭐, 뭐야- 왜 다 날 보는 거야?”

다만 알몸이 아니라 매혹적인 붉은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 마녀는 부끄러웠는지 스윽, 가슴을 가리며 마녀들을 노려봤다. 다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내 눈빛도 눈치챘는지 할짝- 기다란 혀로 입술을 핥은 그녀는 꾸욱, 양팔로 가슴을 살짝 짓누르며 나를 노골적으로 유혹했다.

“나, 나도 벗을래.”

“덥다, 응, 더워-“

“후우, 갑갑했는데 잘됐네.”

출렁, 출렁, 출렁- 유행처럼 번진 탈의 덕에 로브에 갇혀있던 마녀들의 음탕한 몸매가 여실히 드러났다. 푹 찌는 열기 탓에 착 달라붙은 드레스도 있고 거의 끈으로만 몸을 칭칭 묶은 도발적인 드레스도 있었다. 다만 라우라만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며 이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라우라님도 얼른 벗어요-!”

훌렁- 골머리를 앓는 라우라의 어깨를 움켜쥔 한 마녀가 부욱-! 그대로 로브를 잡아당겼다. 손쉽게 뜯어진 로브와 함께 라우라의 매혹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고 하나둘 로브를 벗던 마녀들도 오~ 감탄하며 구경했다.

“지금 무슨-“

“라우라님, 정말 아름다우세요.”

은하수를 그대로 박아둔 듯한 수많은 별장식과 흘러내리는 파도처럼 어깨를 감싼 드레스, 봉긋한 젖가슴을 가려졌지만 유려한 곡선을 그린 몸매 덕에 더욱더 매력적이었고 탱글탱글한 엉덩이가 야릇한 굴곡을 만들어내서 더 어울렸다.

거기다 다른 마녀들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전형적인 이브닝드레스였지만 라우라는 엉덩이만 딱 덮는 초미니 드레스였다. 움찔, 그녀가 발을 움직일 때마다 사르륵 말려들어 간 엉덩이와 함께 새하얀 허벅지 안 검은색 속옷이 힐끔힐끔 엿보였다.

“정말인가…”

꾸욱, 붉은 입술을 깨문 라우라는 처음으로 당황과 부끄러운 표정을 대놓고 드러냈다. 초면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차갑고 냉철한 표정의 라우라가 이런 표정을 짓다니, 그 갭에 흥분한 나는 스윽,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네, 이곳에서 라우라님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물론 다른 마녀님들도 눈이 돌아가게 아름다우시지만요.”

“헤에, 라우라님이 가장 이쁘구나- 응.”

“흥, 그런 말 하고 덧붙여도 별로 안 기쁘거든요?”

“그래? 나는 기분 좋은데? 카사노님의 고추를 봐, 엄청나게 커졌잖아?”

싸아- 시끌벅적하고 서로 떠들던 연회장이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활활 타던 모닥불에 물을 부은 듯한 침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둘러봤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정말이네, 응, 진짜로…”

“와아아… 나 실물은 처음 봐, 저게 진짜 크기인 거야?”

“아직 벗지도 않으셨잖아. 벗으면 더 클걸?”

물이 아닌 기름을 들이부은 것처럼 들떴던 마녀들의 눈이 음욕에 젖어 들었다. 초승달처럼 휜 눈꼬리들이 음탕하게 치솟았고 할짝, 할짝, 입맛을 다시는 마녀들이 슬금슬금 나를 포위했다. 테이블을 배정받아 연회의 시작을 기다리던 마녀들 전부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카사노…”

꿀꺽, 냉정하던 라우라도 조금 붉어진 얼굴로 내 고간과 눈을 번갈아 바라봤다. 젖어 든 검은 눈동자와 달싹이는 붉은 입술, 라우라가 보여주는 갭에 흥분한 나는 턱, 그녀를 지나쳐 라우라 뒤 테이블에 놓여있던 잔을 들었다.

“그, 일단 건배부터 하시는 거 아닌가요?”

“아, 그렇지. 응! 까먹을뻔했다.”

“하아, 나는 못 참겠는데?”

“그러니까. 그냥 빨리 건배하고 시작해버리자.”

마녀들의 테이블에 각각 놓여있는 잔을 미리 관찰하고 한 말이었기에 조금 냉정을 되찾은 마녀들은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가 각각 자신의 잔을 들고 나를 바라봤다. 스윽, 내 손을 펴고 잔을 가져간 라우라는 찰랑, 잔을 한번 흔들고 조금 색이 다른 잔을 내게 내밀었다.

“그 잔은 우리 마녀들을 위한 잔이다. 카사노, 그대는 이걸 마시게.”

“이게 뭔가요?”

“음, 체력 보조제… 라고 해야겠지. 아무래도 마녀들의 수가…”

턱, 자존심이 도핑은 허락 안 했기에 나는 단호한 눈으로 잔을 내려놓으며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이런 거에 의존하기보다 순수하게 안아드리는 게 예의죠.”

히네라마을이나 다른 곳에서 몇번이나 먹었던 약들이 떠올랐지만 금세 잊혔다. 드래곤에게 죽을뻔한 이후 성욕이 들끓은 나는 이제 정말 달랐기 때문에 약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런, 그런가. 알았다. 후우…”

찰랑- 잔을 흔들며 얼굴을 붉힌 라우라가 스윽, 내 눈을 피했다. 너무 빤히 바라봤나 싶었던 나는 일단 건배하기 위해 다시 잔을 들고 옆에 붙어 선 라우라에게 말했다.

“그리고 편하게 말씀하세요. 라우라님은 미네르바한테 언니라고 불리시잖아요?”

“아, 응. 카사노. 이렇게 부르면 될…까?”

친근한 반말이 어색한지 라우라는 꾹, 입술을 깨물고 옅은 미소와 함께 나를 바라봤다. 이빨 끝에 살짝 묻은 붉은 립스틱에 미소 지은 나는 마찬가지로 라우라에게 말을 놓으며 말했다.

“응, 누나. 나도 편하게 불러도 되지?”

“으, 응…”

꾸욱, 고개 숙인 라우라가 수줍게 잔을 내밀었다. 이 연회장의 수장격인 라우라가 잔을 내밀자 기다리던 마녀들 또한 잔을 스윽 앞으로 내밀었고 나는 들었던 잔을 높이 치켜들며 라우라를 바라봤다.

“생명의 탄생, 그 위대한 축복을 위하여!”

“”””위하여!!!””””

채애앵-!

잔 부딪히는 소리가 청아하게 울리며 연회장을 가득 메웠다. 2층에 서 있던 마녀들 또한 들고 있던 유리병을 치켜들고 꿀꺽, 삼켰고 차악, 촤락- 조금 흘러넘치는 소리와 함께 잔을 거둔 마녀들이 일제히 잔에 든 무언가를 마셨다.

꿀꺽- 꿀꺽- 꿀꺽-

잔을 내려놓은 나는 목을 꿀렁이며 무언가를 마시는 50명의 마녀를 둘러봤다. 누군가는 웃으며, 누군가는 떨떠름한 얼굴로, 누군가는 인상을 찌푸리고 누군가는 눈을 감고 마셨다.

“푸하…”

희미한 미소를 띤 라우라가 턱- 잔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봤다. 하아, 끈적한 한숨과 함께 또렷한 검은 눈동자가 조금 핑, 풀렸고 언제나 무표정하던 라우라의 입술에 미소가 저절로 걸렸다.

“미네르바 말대로 조금 붕 뜨는군, 마치 술을 마신 기분이다…”

“후아아, 술보다 도수가 센 거 같은데?”

“이거 임신 물약 맞아? 너무 쓴데?”

“하아,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이게 맞을까?”

“누군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계집애가 엄살은!”

턱, 턱- 잔을 내려놓은 마녀들이 한마디씩만 내뱉어도 연회장이 크게 울렸다. 귀를 두들기는 왁자지껄한 소란에 눈썹을 찌푸리는 와중 스윽, 라우라의 뒤편에서 붉은 얼굴의 레이니가 자기 키만 한 지팡이를 들고 나타났다.

“여러분, 그- 카사노님과 관계를 시작하기 전 마법부터 걸어드릴게요!”

쿵, 쿵, 휘잇, 휘잇, 휘익!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린 레이니가 부웅, 지팡이를 휘두르자 수십 개로 갈라진 빛줄기가 마녀들의 배에 쏘아졌다.

“와앗!”

“우와!”

“이게 뭐야, 문신?”

짙은 분홍색으로 이루어진 하트모양 문신이 마녀들에게 새겨졌다. 한명의 예외도 없이 전부 배 근처에 생겨났는지 드레스를 들추거나 로브를 걷어 확인한 마녀들이 떠들썩해졌다.

“전부 손을 얹고 자궁을 상상해보세요.”

우웅, 레이니의 지시에 마녀들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자 반투명한 창이 문신에서 쏘아졌다.

“이게…”

“설마 자궁 안이에요?”

“네, 지금 여러분들은 임신 물약으로 배란에 성공했을 거예요. 문신의 목적은 배란된 난자가 제대로 임신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에요.”

파앗, 파앗- 수많은 창들이 꺼지고 스윽, 마녀들이 나를 바라봤다. 정말 임신하게 되구나,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눈빛을 받아내며 버티자 레이니는 마저 설명을 이어 나갔다.

“난소에서 배란된 난자는 카사노님의 정자와 만나 수정되는 순간 엄청 빠른 속도로 자궁에 안착해요. 인위적인 물약으로 이루어진 임신이기에 가능한 방법이랍니다.”

보통 인간의 임신은 난소 근처에서 수정되고 천천히 자궁에 안착하는 게 기본이었다. 물약으로 저렇게 빨라진다니. 감탄하는 와중 레이니가 마지막 설명을 했다.

“카사노님에게 임신당한걸 확인한 분들은 연회장에서 빠져나가세요. 자궁에 수정란이 빠르게 안착하기 때문에 그 이후의 성관계는 미네르바도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모른다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인원이 빨리 끝나면 새로운 인원도 들어갈 거예요! 설명 끝이에요!”

후다닥, 레이니가 커다란 젖가슴과 엉덩이를 흔들며 빠져나갔다. 꿀꺽, 입 안에 남은 물약과 침을 삼킨 마녀들은 스윽, 나를 둘러쌓지만 레이니의 덧붙인 설명을 들은 나는 말없이 잔을 움켜쥐었다. 새로운 인원이라니.

꿀꺽- 입안을 타고 흐르는 청량한 맛에 눈썹을 찌푸렸지만 스윽, 내 가슴이나 복근, 팔뚝을 쓰다듬는 손길들이 느껴져 깜짝 놀랐다. 하아, 하아, 하아- 발정 난 짐승들처럼 뜨거운 한숨을 내뱉는 마녀들이 내게 엉겨 붙었다.

나는 오늘 오십, 아니 어쩌면 마녀 백명을 임신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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