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228화 (228/395)

죽진 않았다. 다만 죽을 만큼 아팠다.

“끄아아아아…!”

침대에 누워 욱신거리는 팔과 허리를 뒤틀자 입에서 지옥에서 기어 온 임프 같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온 방이 떠나가라 지른 비명에 내가 놀랄 정도였으니 옆에 앉아있던 츠루카가 화들짝 놀라는 건 당연한 수순.

“꺄앗!”

꼬리를 바짝 세우며 튀어오른 츠루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내게 다가오곤 찹, 찹, 찹- 축축한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주물렀다.

“괜찮사옵니까? 응?”

꾸욱, 말캉이는 뺨이 볼에서 느껴졌다. 히네라 마을에 텔레포트 하고부터 츠루카는 내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이렇게 붙어 있었다.

“괜찮아…”

목이 쩍쩍 갈라졌고 입에선 피맛이 났다. 하지만 미네르바가 들려 해줄수 있는 치료도 전부 해줬고 하루나가 기맥을 잡아주겠다며 우드득 소리나는 몸을 교정해줬기에 지금의 나는 최선을 다한 상태였다.

“서방니이임…”

앙탈 부리는 여우처럼 들러붙은 츠루카는 할짝할짝- 부드러운 혀로 뺨을 핥아올리며 내게 엉겨 붙었다.

“역시 사람은 아는 성직자가 있어야 해…"

퉷- 츠루카에게 잠시 비켜 달라 양해를 구하고 통에 침을 뱉은 나는 억울함을 담고 중얼거렸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옵니다. 처음엔 정말…”

츠루카는 다행이라면서도 울컥했는지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말 끝을 흐렸다. 대체 어느 정도였길래 츠루카가 저러는지 알 수 없었던 나는 욱신거리는 어깨를 으쓱 이며 화제를 돌렸다.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지?”

공간이동 주문서를 나눠줘 히네라 마을에 데려온 기사들의 안부를 묻자 츠루카의 눈동자가 상냥하게 물들었다.

“그렇답니다. 후우, 안 그래도 마을에 새로운 인간들이 나타나는데 더 늘기까지 하다니…”

휴우- 귀여운 한숨과 함께 뺨에 손을 얹은 츠루카는 달콤한 애정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꾸욱, 힘없는 손으로 츠루카의 말랑한 뺨을 꼬집었다.

“으아아…”

“이제 슬슬 갈 시간 아니야?”

시간 이야기에 슬쩍, 츠루카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곤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츠루카 자신이 먼저 당번제로 돌보자고 해놓고 아쉬워하는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가기 싫으면 여기서 미네르바라도 도와주던가.”

“그랬다간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쪼아댈지… 으휴,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서방님.”

쪼옥- 촉촉한 입술이 볼에 닿였다 떨어졌다. 요사스러운 눈웃음을 지은 츠루카가 나가고 벌컥- 백의를 걸친 미네르바가 검은 머리칼을 찰랑이며 다가왔다.

“몸은 좀 괜찮아요오-?”

사각사각- 손에 쥔 서류에 무언가를 메모하며 내 몸 곳곳을 바라보던 미네르바는 화악- 하반신을 덮고 있는 이불을 들춰내고 마저 메모하기 시작했다.

“처음보단 훨씬 낫죠.”

짜릿- 몸을 움직이려 하자 발끝부터 허리가 감전된 것처럼 짜릿했다. 크으, 이를 깨물며 버텨내자 흐우- 한숨을 내쉰 미네르바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가만히 있어야죠오- 오늘치 치료 약 챙겨왔으니 기다려요-“

탁, 탁상 위에 서류를 얹은 미네르바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방 안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달그락거리는 찻잔과 물소리, 덜그럭 무언가를 들고 붓고 섞는다. 덜컹- 미네르바가 앉으니 침대가 들썩였기에 나는 일부러 웃음과 함께 그녀를 놀렸다.

“더 무거워진 거 아니-”

꾸욱- 벌어진 입을 찻잔이 짓눌렀다. 울컥, 넘어온 쓰디쓴 약이 입안을 더럽히고 목구멍에 달라붙었지만 나는 찔끔 눈물 한 방울만 흘리고 전부 받아먹었다.

“안 그래도 점점 부푸는 게 신경 쓰이는데 주인님까지 그러기에요오?”

붉은 눈동자가 공허했다. 정말 스트레스인 거 같아 꿀꺽, 입안에 든 약을 삼킨 나는 스윽, 떨리는 팔로 조금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그래도 아름다운걸요. 엄마라는 증거잖아요?”

말이라도 못하면… 중얼거린 미네르바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살짝 부푼 미네르바의 배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그때를 생각하는 중 쿡- 미네르바의 손가락이 내 볼을 찔렀다.

“주인님, 들었어요?”

“아뇨.”

솔직하게 대답하자 하아, 한숨을 내쉰 미네르바가 스윽, 초콜릿 스틱 같은 손가락을 내 고간에 얹었다.

“나중에 한 번 더 정액을 채취해야해서요오. 마녀들이 따지고 들어서 속 시끄러워 죽겠답니다.”

“마녀들이요?”

마녀들이란 말에 저번에 왔던 마녀 셋을 떠올린 나는 하반신에 피가 몰리는 걸 애써 진정시키며 되물었다.

“제가 만들어낸 임신 물약은 주인님의 정자를 베이스로 만든 물약이잖아요?”

“그랬죠.”

임신 물약이라 하니 뭔가 야릇했다. 배란 유도제, 임신 보조제라고 하는 게 낫지 않나- 작명을 고민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짝이 있는 마녀들 전부 물약을 마시고 관계를 가졌는데도 단 한명만 임신했다더라구요오.”

“한명뿐이요?”

마녀들의 마을에 마녀가 얼마나 있는진 모르겠지만 단 한명이라니. 그제야 미네르바가 받은 스트레스의 깊이를 파악한 나는 스윽, 그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요. 아기한테도 안 좋잖아요?”

“그렇죠오…”

꾸욱, 침대에 얹은 손을 움켜쥔 미네르바는 복부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가 좋았는지 눈을 감곤 고양이처럼 그르렁거렸다. 스윽, 스윽- 아픈 팔을 움직여 배를 쓰다듬은 나는 조금씩 흩어지는 고통에 미소 지으며 말했다.

“조금 괜찮아졌네요. 약효가 좋은데요?”

“마녀들에게 지원받은 약들이니까요. 답례도 해야 하고 주인님하고 한번 찾아가야 할 거 같은데… 시간 있으신가요오?”

“저도 찾아간다고요?”

그때 만났던 마녀 세 명을 떠올리며 눈을 빛내자 꾸욱, 미네르바가 내 코를 꼬집었다.

“언니들을 생각하는 건 알겠는데 두 명은 이미 짝이 있거든요? 조심해요?”

“그런데 시간이 날지는 모르겠네요. 지금 따로 하는 일이 있어서요.”

히네라 마을에 머무는 여인들에게 따로 설명하진 않았다. 제국의 백작과 얽혀 이것저것 수행하는 일을 떠들어봤자 좋을 것도 없고 마을에 있는 탓에 나를 돕지 못한다며 속상해할 거 같아 괜히 폐 끼치기 싫었다.

“흐응, 그럼 어쩔 수 없지만… 오늘 밤에 정액 채취는 빼먹을 수 없는데요오.”

꾸욱, 가느다란 손가락이 귀두를 눌렀다. 고양이가 꾹꾹이하는것처럼 꾹꾹 귀두를 누르며 순수한 미소를 짓는 미네르바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귀엽기는.”

“으으, 무거워어-“

꾸욱, 입술을 깨문 미네르바는 미소를 억누르며 내 가슴에 얼굴을 기대왔다. 하지만 품에 안긴 미네르바는 푸욱, 푸욱- 한숨을 내쉬며 내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너무 귀찮아요. 언니들은 자꾸 새로운 약을 개발해달라 하고. 정자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따지고 들고…”

“제 정자가 잘못된 걸 수도 있잖아요?”

잘못이란 소리에 스으- 나를 노려본 미네르바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레이첼과 저는 잘못된 정자로 임신한거에요오? 아니잖아욧!”

“알았어요.”

추욱, 곧바로 꼬리를 내린 나는 스윽,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괜찮아요. 다 잘되겠죠.”

“그랬으면 좋겠지만… 제 생각인데 주인님의 정자가 베이스인 물약이라 주인님의 정자가 아니면 임신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차라리 마녀들의 짝들에게 정자를 받아 그들의 베이스인 물약을 만들어주는 게 나을까-“

그 물약을 마셔도 내 정자가 아니면 임신이 쉽지 않다니. 음심을 찌르르 울리는 엄청난 말에 나는 텁, 미네르바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렸다.

“그렇게 했다간 미네르바 당신이 힘들잖아요. 내 여자가 힘든 꼴 나는 못 봐요.”

“…주인님 자지에 박혀서 힘든 건 괜찮고요?”

농담이 아닌지 정말 어이없단 눈으로 올려보는 미네르바. 애써 눈빛을 피한 나는 끝까지 입장을 고수하고 미네르바에게 조언했다.

“야, 약을 끝까지 지원하거나 다른 걸 바꿔봐도 돼잖아요. 그렇게 일일이 의뢰받는 건 힘들지 않아요?”

“음, 그건 그렇죠오. 고마워요- 조금 머리가 개운해졌어요.”

드래곤으로부터 기사들을 구했던 것처럼 미네르바를 막아낸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한참을 침대에서 몸을 비비며 서로의 체온을 나눈 우리는 미네르바의 용무로 끝을 맺었다.

“슬슬 가봐야겠어요. 레이첼을 올려보낼 테니 조금 기다려요오?”

탁- 문을 닫은 미네르바가 그대로 떠나갔다. 금세 조용해진 방에 몸을 뒤척인 나는 새파란 하늘을 구경하며 몸을 움직였다. 죽기 직전의 몸뚱이는 점점 탄력을 받아 낫고 있었기에 레이첼과 해후를 나누고 다시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똑똑-

“들어와요.”

그냥 들어와도 될 텐데. 다친 모습을 보고 펑펑 운 뒤 아파하는 내 모습이 신경 쓰였는지 레이첼은 매번 문을 두드리고 허락이 떨어져야 방으로 들어왔다.

스르륵-

문을 밀고 들어온 레이첼은 울컥- 젖은 눈망울로 내게 다가왔다.

“괜찮은 거 맞죠…?”

몇 개월이지? 누가 봐도 임신한 사람처럼 레이첼의 배는 제법 많이 부풀었다. 턱,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은 레이첼은 의자를 끌고 침대 가까이 붙었고 나는 말없이 그녀의 배에 귀를 얹었다.

“……”

“……”

레이첼과 나의 일과였다. 내 첫아이인 만큼 나는 레이첼과 있을 때마다 그녀의 배에 귀를 기울였고 통통 기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후후, 아빠예요…”

스윽,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수줍게 말하는 레이첼. 텁, 쓰다듬는 손 위에 손을 얹은 나는 미소 지으며 레이첼을 바라봤다.

“불편한 건 없어요?”

“네, 괜찮아요.”

“미안해요, 옆에 못 있어 줘서.”

페리샤를 돕고 히네라 마을로 돌아오려 했지만 백작 부인의 과제는 점점 길어졌다. 괜한 죄책감에 눈썹을 늘어뜨리고 레이첼에게 사과했지만 쿡, 내 코를 찌른 레이첼이 미소와 함께 말했다.

“노는 것도 아니잖아요? 제 옆에만 와주신다면 저는 그걸로도 만족하는걸요.”

놀긴 놀았던 거 같은데. 꾸욱, 목구멍에 치솟은 말을 삼킨 나는 레이첼을 약하게 끌어안고 쪽- 그녀의 입에 입술을 맞췄다.

“우움, 쪼옥- 쮸웁, 쪼옥!”

“하아, 아픈 건 없어요? 아프면 미네르바한테 꼭 이야기해요.”

“후후, 안 그래도 매일같이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같은 엄마인걸요?”

모성애 넘치는 눈빛에 쪽, 레이첼의 이마에 입을 맞춘 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그녀의 체온을 느꼈다. 레이첼 또한 눈을 감고 내 온기를 즐기며 흐응,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불렀다.

몸도 거의 다 나았고 여인들의 근황도 알았겠다- 내일부턴 재활을 해야 했다. 백작 부인의 세 번째 과제를 서둘러 끝내야 마을에도 돌아오고 여인들을 도울 수 있었다.

레이첼의 온기에 눈을 감은 나는 내일 백작 부인에게 연락하기로 하고 오늘은 따뜻한 온기를 즐기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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