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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220화 (220/395)

펄럭- 펄럭-

꾸욱- 허리에 찬 검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쥔 나는 심상치 않은 기류와 함께 펄럭이는 깃발을 바라봤다. 비가 쏟쏟아질 것 같은 우중충한 하늘과 오늘따라 더 조용해 보이는 산맥, 기사들도 마찬가지인지 갑옷으로 중무장을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

“긴장되는군요…”

투구 덮개를 내리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소니아와 짝을 지은 기사는 내버려 두고 내 옆에 붙은 헤나, 아무런 말도 않고 하늘을 바라보자 불편한 침묵을 견디지 못했는지 헤나가 조금 과장된 목소리로 무어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늘 와이번을 잡아낸다면 다행이네요. 그렇게 되면 음, 카사노님이랑 호르미아에서 서커스를 한번 구경하고 싶네요.”

부드러운 말투로 전혀 부드럽지 않은 이야기를 조잘조잘 떠드는 입술에 나는 쿡- 검지로 헤나의 입술을 누르며 말했다.

“뭐든 끝나고 해내면 되죠. 굳이 지금 마음에 담아 둬 머리를 어지럽힐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 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묘하게 주눅든 헤나의 목소리에 나는 결국 힐끗- 주변을 둘러본 후 소니아만이 나를 응시하는 걸 확인해 스윽- 투구를 벗고 있던 헤나의 목덜미를 매만졌다.

“흐으응?!”

“하하, 장난입니다. 긴장을 풀어야 뭐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정말…! 놀랐잖아요-“

또래 여인처럼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꾸짖는 헤나, 귀여운 모습에 미소를 보이며 손을 뻗은 나는 촉촉한 입술을 엄지로 매만진 후 나지막이 말했다.

“뭐든 해드릴 테니 긴장 풀지말고 집중해요. 아셨죠?”

“네!”

펄럭- 펄럭펄럭- 펄럭펄럭펄럭!!!

찢어진 깃발이 미친 듯이 나부끼기 시작했다. 귀를 어지럽히는 소음과 요새에 들이닥친 바람이 무언가 다가오고 있음을 여실히 나타냈다. 철컥- 옆에 서 있던 헤나는 옆구리에 끼고 있는 투구를 눌러쓰고 사태를 대비했다.

[끼에에에에엑!!!]

화르르르륵-!!! 시뻘건 화염이 성벽을 두드렸다. 다행히 성벽 위에 자리 잡은 병사들은 얼마 없어 모두가 화염을 피했지만 일부 화염에 정통으로 맞은 병사들은 바닥을 구르거나 오크통을 엎어 불을 끄는 둥 대책을 마련했다.

홰애애액-! 비행기가 공습하듯 와이번은 브레스를 뱉고도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고도를 높이며 하늘 높이 날았다. 그 모습에 땡땡땡- 종을 울리는 병사 옆에 서 있던 마일드가 고함을 지르며 말했다.

“기사들은 세 명씩 짝을 지어 별동조로 와이번이 요새에 내려오면 공격하도록! 병사들은 최대한 브레스를 피해 활을 쏘되 견제만 해라!!!”

“”””네!!!””””

마일드의 지휘와 함께 나와 소니아, 헤나는 검을 뽑아 들고 몸을 낮춰 와이번의 공격에 대비했다. 마일드의 뒤에 대열을 만들어 시위를 움켜쥔 병사들도 흐읍- 숨만 들이킬뿐 아무도 목소리 한톨 조차 내뱉지 않았다.

스으으으-

공기를 가르는 날개소리와 피부가 저릿한 살기가 온몸을 두들겼다. 꾸욱- 손잡이를 움켜쥐고 벌어지는 입을 굳게 닫은 후 와이번을 기다렸다.

“내려온다아!!!”

병사의 외침과 함께 쐐애애액- 하늘을 가르고 아가리를 쩍 벌린 와이번이 하강하고 있었어. 성벽을 뛰어다니는 병사를 향해 날아가며 끈적한 침을 줄줄 흘리는 와이번의 모습에 마일드가 검을 휘두르며 명령했다.

“1열 발사!!!”

피잉- 피잉- 피잉- 일제히 날아가는 화살이 호선을 그리며 와이번을 향해 쏟아졌다. 빗방울처럼 하늘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투둑- 투둑- 비늘을 깊게 두드리고 떨어졌지만 일부 화살은 연약한 속살을 파고 박혀 들어갔다.

[끼에에에에엑-!!!]

잇몸을 꿰뚫고 데롱거리는 화살에 병사들이 쾌재를 불렀고 시위에 화살을 걸며 2열이 장전한 화살을 일제히 발사했다.

“놈이 브레스를 한 번 더 뱉기전에!!!”

[크에에에에에엑-!!!]

콰앙!

“끄아악!!!”

“피해애애애!!!”

화살이 박혀 흥분한 와이번을 향해 화살을 쏘라 명령하던 마일드는 성벽에 착지하고 기다란 목을 채찍처럼 휘두르는 와이번을 피해 몸을 날렸다. 육중한 와이번에게 깔린 병사와 휘두르는 날개나 꼬리에 얻어맞는 병사들이 속출했지만 대열을 지킨 병사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2열 발사아!!!”

쐐액-! 쐐액- 푸욱!!!

[끄에에에에에에엑!!!]

찌이잉- 공기를 꿰뚫고 날아간 화살이 눈꺼풀에 박혀 들자 와이번에 가장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광분했다. 귀가 찢어질 거같았지만 겨우 버텨 낸 나는 쿠릉- 발을 헛디뎌 성벽에서 떨어지는 와이번을 향해 달려들기 위해 소니아와 헤나를 바라봤다.

“벤스와 필립스는 구속구를 들고 나를 따라오도록!!! 한조 씩 다리를 맡고 병사들은 화살로 엄호하되 피막만 노려라!!!”

철그렁- 묵직한 구속구를 안아 든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뛰쳐나가는 마일드의 뒤를 따랐다. 끼이익- 시위에 화살을 걸고 기사들의 전투를 지켜보는 병사들과 뛰어드는 기사들, 나도 빠질 수 없었기에 타다다닥-! 흙을 박차고 커다란 몸을 휘청이며 일어나는 와이번의 왼쪽 다리에 달려들었다.

푸욱! 푸욱! 푸욱!

[끄에에에엑!!! 크아아아아악!!!]

철을 긁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귀를 찢었지만 발가락에 파고든 검을 뽑아내진 않았다. 푸욱- 살점을 도려 낸 나는 검에 마나를 불어 넣고 사악! 와이번의 뒤꿈치를 베어냈지만 얕게 베여 치명상을 주진 못했다.

부웅!

“피해라!”

“끄윽!”

검을 거두고 비늘에 덮인 다리를 크게 베려는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를 불러세웠다. 곧바로 뒤돈 나는 채찍처럼 다가오는 새빨간 비늘로 덮인 꼬리를 엎드려 겨우 피했다. 파악! 흙을 쳐 내고 1열에 앞장선 병사를 긁는 꼬리를 지켜본 나는 알려 준 소니아에게 꾸벅 인사하고 푸욱- 와이번의 두툼한 다리에 검을 꽂았다.

“좋다!!! 와이번도 점점 힘이 빠지니 구속구를 채우겠다!”

“브레스를 더 쏘진 않을까요?”

빙글빙글 도는 와이번을 따라 비늘을 베어내던 마일드는 기사들을 격려 했지만 너무 섣불리 포획을 시도하는 것 같아 마일드의 명령에 나는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 끄응- 콧수염이 덮인 하관을 찡그리며 고민하던 마일드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도 그렇군, 그렇다면 아예 힘을 뺄 수단이 필요한데…”

“차라리 제가 화살로 와이번의 시선을 끌겠습니다.”

꼬리에 얻어맞아 곤죽이 된 병사가 꽉 움켜쥔 활을 발견한 나는 손가락을 펴고 활을 들며 마일드에게 이야기했다. 내 제안에 대열을 지키고 엄호하는 병사와 날뛰는 와이번을 사방에서 베어내는 기사를 살펴본 마일드가 결국 수락했다.

“그럼 카사노 자네가 성벽에 올라가 와이번의 시선을 끌어 주게.”

“그냥 속 시원하게 눈을 맞추겠습니다. 아까 눈꺼풀 맞고도 성벽에 달려들었으니 눈 하나면 미쳐 날뛸겁니다.”

“그래, 그러면 병사들을 물려야겠군. 부탁하지!”

“벤스! 필립! 카사노가 시선을 끌 동안 우린 구속구를 채운다! 병사들은 대열을 물리고 종탑으로 대피하도록!!! 와이번을 유인한다!”

“””네!!!”””

쩌렁쩌렁 몸을 울리는 대답과 함께 열을 지킨 병사들이 종탑으로 대피했다. 북쪽 성벽에서 빙글빙글 자신을 괴롭히는 기사들을 쫓던 와이번은 우르르 몰려다니는 인간들을 발견하고 쿵- 쿵- 육중한 다리로 걷기 시작했지만 내 화살이 더 빨랐다.

끼기기기기-

빠직- 한계 이상으로 당기자 금가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꾸욱- 움켜쥔 화살깃에 마나를 불어넣어 일자로 내뻗었다.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는 마나를 화살촉에 전부 밀어 넣은 나는 피잉! 시위를 놓았다.

쐐애애애액-!

파삭! 박살 난 활을 내던진 나는 허리춤에 찬 검을 다시 뽑아 들고 날아가는 화살을 바라봤다. 공기를 가르며 미친 속도로 날아간 화살은 내 바람대로 푸욱! 머리통만한 눈알에 박혀 들어갔고 곧 귀를 찢는 비명이 요새를 뒤덮었다.

[끄헤에에에에에엑!!!]

콰앙! 콰앙! 발광하는 와이번이 머리로 성벽을 들이받고 바닥을 꼬리로 쓸며 몸을 돌렸다. 공기에 민감한지 곧바로 내 쪽을 바라본 와이번은 쿠웅-! 쿠웅-! 육중한 다리로 요새를 가로지르며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여기다 병신아!!!”

후웁- 끌어모은 숨과 함께 악에 받힌 고함을 내지른 나는 휘청거리면서도 미친 듯한 속도로 달려오는 와이번을 바라봤다. 아예 성벽으로 유인하고 머리를 들이받게 해 내려갈 생각하던 나는 푸욱! 푸욱! 달리는 와이번을 따라 발목을 찔러대는 기사들을 바라봤다.

“이제 물러나셔야 할거 같습니다!!!”

“알겠네!”

“음!”

내 외침에 발목을 베고 찔러대던 기사들이 철컥이는 투구와 함께 물러났다. 쩌억-! 나를 한입에 집어삼키려는 분홍빛 아가리를 응시하던 나는 꾸욱- 바닥을 딛고 있는 두 발에 마나를 불어 넣고 그대로 뛰어올랐다.

쿠우웅!

[키에에에에엑!!!]

단단한 와이번의 이빨은 성벽을 깨물어 부쉈지만 속도를 주체못한 커다란 거구는 그대로 성벽에 들이박히며 와이번의 몸이 기괴하게 꺾였다.

쿠웅! 화살 여러 개가 박힌 기다란 주둥이가 바닥에 떨어지고 날개를 퍼덕이는 와이번이 휘청이는 다리로 바닥을 긁고 있었다. 그렇게 베어내고 상처를 남겨도 날아오를 생각하다니- 참 강한 생명력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필립! 구속구부터 채우도록! 벤스는 망치를 들고 따라와! 나머지는 대기다!”

철그럭- 커다란 구속구를 든 필립이 바닥을 긁으며 와이번에게 향했고 우웅- 파랗게 물든 검을 든 마일드가 선두에 서 필립을 엄호했다. 질질질- 바닥에 망치를 끌며 벤스가 후미를 지키자 나머지 기사들은 긴장을 풀고 멀찍이 떨어져 와이번을 바라봤다.

[끄에에에엑…!!!]

부우웅- 철퇴처럼 휘둘러진 꼬리가 마일드에게 다가왔지만 사악-! 비늘과 살점을 그대로 베어낸 마일드는 데굴데굴 구르는 꼬리끝을 바라보며 와이번을 응시했다.

철컥- 철컥- 철컥-

마일드가 와이번의 시선을 끄는 동안 조용히 접근한 필립이 그새 구속구를 채우고 팔을 크게 벌렸다. 비늘을 감싸는 차가운 철의 감촉에 하나 남은 눈을 커다랗게 뜬 와이번은 결국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머리를 곧추세웠다.

[끄에에에에에엑!!!]

“브레스다!!! 피해!!!”

후욱- 새빨갛게 물드는 와이번의 목젖과 달아오르는 비늘, 브레스의 전조에 마일드가 큰 소리로 외쳤고 후우우욱-! 공기를 태우는 맹렬한 겁화에 기사들은 일제히 몸을 내던져 돌이나 무너진 성벽에 몸을 숨겼다.

“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미처 피하지 못했는지 빨간 깃을 단 투구의 기사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치익- 녹아내린 일부 갑옷이 피부에 들러붙고 달아오른 새빨간 갑옷이 그의 몸을 지지고 있었다.

“필립!!!”

하필이면 가장 멀리 있는 필립이라니, 혀를 찬 마일드는 크게 외쳤다.

“병사들은 수통을 들고 이쪽으로!!! 나머지 기사들은 벤스를 엄호하고, 젠장!!! 구속구가 풀린다!!!”

철그럭- 하나 덜 잠긴 구속 장치와 함께 난동 부리는 와이번의 몸짓에 철그럭- 철그럭- 구속구가 흔들렸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모양새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파악! 누구보다 먼저 움직인 기사가 있었다.

“소니아님!!!”

타닷! 타닷! 타닷! 짧게 바닥을 치고 나가며 와이번을 향해 달려간 소니아는 쐐액-! 피를 흘리며 날아오는 꼬리를 베어 넘기고 바닥을 구르며 접근했다.

“씨발…!”

파악! 선뜻 나서는 소니아의 모습에 나도 결국 성벽 위로 몸을 내던졌다. 무너지고 돌이 하나씩 떨어지며 위태로운 성벽이었지만 빠른 걸음과 도약으로 건너뛰니 별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손도 안닿는 거리에서 뭘 하겠다고!”

필립이 구속구를 채울 수 있던 건 순전히 운이었다. 바닥에 머리를 두고 방심한 와이번덕에 거의 성공할 뻔했지만, 그는 결국 브레스에 직격으로 얻어맞았다. 그 탓에 와이번은 지금도 성벽 위로 커다란 머리를 흔들며 목에 걸린 구속구를 벗겨내려 했고 소니아는 무작정 와이번에게 달려든 꼴됐다.

“소니아님! 시선을 끌어 주시죠!”

“알았다!”

콰악!

[끼에에에에에에엑!!!]

달아오른 흰 비늘을 푹 찌르는 소니아, 거의 손잡이 직전까지 파고든 검과 하늘을 바라보며 울부짖은 와이번은 쿠웅- 커다란 머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소니아를 덮쳤지만 후웅-! 뒤로 몸을 넘긴 소니아는 가볍게 그걸 피했다.

쿠릉!

[케헤엑!]

울컥- 사람 주먹만 한 핏방울이 투두둑 바닥에 떨어졌다. 휘청이는 머리를 쿠웅- 성벽에 기댄 와이번은 커다란 눈을 파르르- 애처롭게 떨었고 힘이 다 빠졌는지 새액- 새액- 뱀 같은 혀를 내뱉은 채 숨을 쉬고 있었다.

“잠급니다!”

철컥- 철컥- 사전에 마일드와 기사들에게 걸쇠나 구속 장치를 채우는걸 배웠기에 나는 문제없이 구속구를 끝까지 잠갔다. 우웅- 구속구에 새겨진 문자들이 잠깐이나마 빛났고 나는 망설임 없이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쿠후웅!

퍼지는 흙먼지와 함께 망치를 끌며 다가온 벤스와 곁을 지키는 소니아, 타다닥! 겁없이 먼저 달려온 소니아는 파악- 내 가슴팍을 때리며 투구 덮개를 올리고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갑옷도 없는자가 무작정 성벽에 오르기나 하고…! 자칫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러는 소니아님이야말로 대책없이 달려들면 어쩝니까? 사람 속 뒤집는 것도 아니고.”

나도 참았던 말을 내뱉으며 소니아를 쏘아 보자 그, 그런가- 하며 꾸욱- 입술을 깨문 소니아가 내게 사과했다. 하지만 화난 나를 바라보는 소니아는 뭔가 기쁜 기색을 보이며 미약한 미소를 짓고 나를 훔쳐보고 있었다.

“뭐가 웃깁니까?”

“그, 그냥. 걱정됐나? 속이 뒤집힐 정도로?”

카앙! 카앙! 바닥에 말뚝을 꽂고 망치를 휘두르는 벤스, 그런 그에게 뒷걸음질로 다가가며 나를 응시하던 소니아는 들뜬 목소리로 내게 물어왔다. 걱정해주는 게 기쁜건가? 이 상황에서 그런 걸 좋아하다니 참 머릿속도 꽃밭이다-

쩌억-

“해요.”

“응? 뭐라고?”

파악! 심상치 않은 목소리에 뒤돈 소니아는 커다랗게 벌어진 아가리 사이 빼곡히 박힌 이빨에 그대로-

뻐억!

“큭!”

먹히기전 나는 소니아를 걷어찼다. 옆으로 고꾸라지며 엎어진 소니아와 커다랗게 벌어진 입은 그대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푸욱-! 새하얀 송곳니가 어깨를 짓누르고 묵직한 무게가 나를 뭉개려는 순간 카아아앙! 귀를 두드리는 망치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헤에에에에에엑!!!]

어깨를 파고들던 송곳니가 빠지고 와이번이 목을 길게 뻗으며 울부짖었지만 이내 쿠웅! 커다란 머리를 바닥에 내려찍고 츠즈즈즈즈- 온몸을 덮는 중압감에 거품을 내뱉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끄아아아…!!! 겨우 제때 발동했군!”

“마일드경, 카사노가!!!”

뒤집어져 새하얗게 물든 눈과 바닥에 펼쳐진 기다란 혀. 주르륵- 흐르는 뜨거운 피와 살려 냈단 안도감에 나는 결국 핑- 도는 시야와 함께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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