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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204화 (204/395)

“사람들이 볼 수도 있는데…! 그만하고 애들이나 보러 가요.”

엉덩이를 주무르는 내게 핀잔을 준 시에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를 머금고 페리샤와 운디네를 찾았다. 머리를 긁으며 둘이 백작부인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하니 시에라가 크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괜찮겠어요? 까딱해서 손이라도 대면 어떡해요.”

시에라의 걱정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을 가리키고 말했다.

“당분간 절 괴롭히는 데만 신경 쓰겠죠.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내 대답에 흐우- 옅은 한숨을 내쉰 시에라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곤 대답했다.

“하긴 당신이 계속 백작 부인을 지켜봤는데 당신이 더 잘 알겠죠. 알았어요.”

“그럼 애들도 없는데 둘이 데이트나 갈까요?”

스윽- 얇은 허리를 팔로 감으며 짓궂은 농담을 던지자 꾸욱- 스스로 내게 기대온 시에라가 조금 촉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겠어요? 저 꽤 굶주렸는데?”

할짝- 침에 젖은 분홍빛 혀가 새빨간 입술 틈으로 낼름거렸다. 그 모습에 조금 흥분한 나는 꾸욱- 시에라를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그녀의 부드러운 젖가슴의 감촉을 즐긴 후 조용히 속삭였다.

“그럼 가볼까요?”

스윽- 가느다란 검지손가락이 조금 발기한 바지춤을 쓰다듬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야릇하게 흩으며 눈을 흘기는 시에라의 모습에 나는 흐응- 콧김을 내뿜으며 꽉- 시에라의 농염한 육체를 끌어안고 그녀와 저택을 나섰다.

볼일이 있다면 도와주겠다는 집사의 호의도 거절하고 시에라의 마차로 호르미아 도심지로 나온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익숙한 그 여관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등으로 밀며 쿵- 같이 침대에 넘어졌고 그렇게 열락의 하루를 보냈다.

**

마을에 다녀오겠다는 시에라를 마중하고 얌전히 방에 돌아온 나는 오후가 되자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문을 열고 메이드를 맞이했다.

꾸벅- 이제는 익숙한 인사치레와 안내를 받은 나는 연회장도 백작 부인의 방도 아닌 또 처음 보는 문 앞에 서게 됐다. 화려한 문양이 조각된 문을 연 메이드는 허리를 숙이며 내게 들어가라 손짓했다.

터벅터벅-

“왔군요.”

쿵-! 묵직해 보이는 도장을 서류 위에 소리 나게 찍은 백작 부인이 나를 발견하고 도장은 한 쪽에 올려두며 꾸욱- 양 팔꿈치를 책상에 올리고 나를 바라봤다. 깍지낀 손등 위에 턱을 얹고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던 백작 부인은 툭- 화두를 던졌다.

“푹 쉬셨나요? 후후, 연인과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고 들었는데.”

“덕분에 즐거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부복하기 위해 무릎을 꿇으려 하니 아니아니- 나른한 목소리와 함께 제지한 백작 부인이 책상 앞에 턱짓하며 말했다.

“그냥 가까이 와보세요.”

터벅- 화려한 붉은색 카펫을 밟으며 백작 부인이 시킨 대로 그녀 앞에선 나는 면포 너머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빛에 꾸욱- 이를 깨물며 입안을 혀로 핥았다. 감평하듯 대놓고 온몸을 훑어본 백작 부인은 흥- 콧소리와 함께 덤덤히 말했다.

“뭐, 기대 이상이네요. 아! 그러고 보니 두 번째 과제가 있었네. 까먹고 있었어요.”

지금 이 상황 전부가 백작 부인의 장난인 것처럼 혼자 느긋하고 여유 있게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여러 서류를 뒤적이던 백작 부인은 툭- 책상 앞에 지도를 얹고는 내게 말했다.

“한번 보시겠어요?”

스륵- 종이 소리와 함께 지도를 들자 빨간색 동그라미와 함께 한 요새에 표시가 남아있었다. 몽환의 밀림을 등 뒤에 둔 호르미아의 남서쪽, 성국과 산맥을 끼고 마주 보는 요새에 무슨 볼일이? 라는 의문 어린 얼굴로 백작 부인을 바라보니 흐응- 콧바람으로 면포를 휘날린 백작 부인이 덤덤하게 말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론델라 근처의 요새인데 어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더군요. 전서구를 보내도 연락이 없고 따로 사람을 보내려 했는데 마침 당신이 와줬네요.”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이게 아무래도 ‘개인적’ 후원이다 보니 마법도 사용할 수 없고 그렇다고 전령만 보내기엔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답답할 노릇이더라고요. 그렇기에 당신이 전령 겸 지원군으로 요새로 가는 게 두 번째 과제랍니다.”

흐응- 콧소리와 함께 깍지를 푼 백작 부인이 톡- 톡- 책상을 두드리며 고민하다 톡- 손가락을 멈추고 말했다.

“만약 요새가 침공당했거나 공격받고 있으면 지원하고 모든 사건이 종료됐을 때 제가 연락하세요. 으음 여깄나-“

팔랑- 곱게 접은 양피지를 책상 앞에 얹은 백작 부인이 이어서 이야기했다.

“이미 끝나있거나 당신이 손쓸 수 없는 상황이어도 연락하고요. 아! 그리고 살아남은 기사들이 있다면 꼭! 챙겨주세요. 기사가 얼마나 중요한진 당신도 알고 있을 테죠?”

소모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듯한 백작 부인의 말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그녀가 건네준 종이를 품속 깊이 챙긴 나는 일이 길어질 것 같은 예감에 백작 부인에게 물었다.

“이 과제에도 기한이 있습니까?”

“기한은 따로 없어요. 이건 순전히 제가 보내는 심부름이지만 과제로 쳐주기 때문이에요. 참 친절하지 않나요?”

자신의 호의에 감사하라는 듯 면포를 펄럭이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꾸벅- 허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건네고 응접실을 나섰다.

“기대할게요. 카사노?”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백작 부인의 기대에 곱씹는 와중 또각- 소리를 내며 다가온 메이드가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백작 부인께서 마구간으로 가 원하는 말 하나를 골라 출발하시라 하셨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메이드에게 마구간의 위치를 전해 들은 나는 터벅터벅- 통로를 걸으며 방으로 향했다. 텅 빈 방안 벽에 얹힌 검을 철그럭- 챙겨 든 나는 허리춤에 고정한 후 조용히 방을 나섰다.

‘인사는… 됐다.’

운디네는 언제든지 부를 수 있고 페리샤에게 인사도 운디네를 통해 전달해도 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고페리샤가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나도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없을 거 같았다.

백작 부인의 두 번째 과제, 무사히 끝나길 홀로 기도한 나는 기다란 복도를 혼자 나선 후 메이드가 알려준 마구간으로 향해 마구간지기의 추천을 받아 건강한 준마를 타고 저택을 나서 요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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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타악- 박차를 가하며 달린 나는 사흘간 고민했던 상황 중 하나가 벌어진 걸 알고 짙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숙였다. 탄탄한 성벽과 정갈하게 지어진 요새는 그을음이나 전투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었고 요새 한가운데 걸린 깃발은 반으로 찢겨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응?”

찢긴 깃발을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중 문득 느낀 그리움에 의문을 표했지만, 이곳엔 아무도 대답해줄 사람이 없었다. 익숙한 문양에 떠오를 듯 말 듯 버벅대는 머리에 나는 일단 요새가 먼저란 생각으로 기억을 저 멀리 내던지고 턱- 박차를 가해 요새의 반대로 더 빠르게 달렸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조금 가파른 언덕을 올라 고지 아래에서 요새를 바라봤다. 지붕 같은 것도 없기에 요새 안을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병사와 기사의 수를 세고 한 쪽에 고이 눕혀진 시체까지 살펴본 나는 호르미아에서 요새 쪽으로 오는 방향에서 요새를 향한 공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파악하고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요새는 산맥 너머에서 넘어오는 무언가와 대치 중인 듯 했다. 웅장하고 거대한 산맥을 바라보는 요새와 요새 안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 산맥 너머 성국의 성 기사가 넘어오는 걸까? 아니면 마수나 오크, 고블린일수도 있었다.

뭐가 됐든 요새에 방문해야 한단 사실은 변하지 않았기에 나는 숨 고르는 말의 목덜미를 쓰다듬은 후 빠르게, 하지만 조용히 요새로 향했다.

[정지이-!!!]

거칠게 부는 바람에도 굳건히 서 있던 기사가 웅장한 목소리로 나를 제지했다. 나는 말에서 내리고 손을 든 후 적대할 의사가 없음을 보였다.

**

[정지이-!!!]

아끼는 종자의 짓이겨진 다리 붕대를 갈아주던 그녀는 귀를 울리는 기사의 외침에 몸을 움찔 떨었다가 자신에게 향한 목소리가 아닌 걸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계속 손을 움직였다.

“하지 마시라니까요… 기사가 종자의 붕대를 갈아주다니…”

섬겨야 할 자신이 오히려 보살핌을 받다니, 종자의 침울한 목소리는 그녀를 제지했지만 음식도 못 받아내 비쩍 곪고 짓이겨져 진물이 흐르는 다리를 볼 때마다 울컥하는 심정에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사람이 다쳤는데 그런 게 어딨겠나. 지크 너는 가만히 있어 다오. 부탁한다.”

투박한 그녀의 말투에 지크라 불린 종자는 한숨을 내쉬며 툭- 힘없이 짚 베개에 머리를 내려놓았다. 종자의 체념에 작은 미소를 지은 그녀는 붕대를 전부 갈아내고 더러운 손을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씻다가 문득 조용해진 바깥에 관심을 가지고 천막 밖에 얼굴을 내밀었다.

까마득한 기사단장이 어젯밤 와이번의 기습에 무너진 돌덩이에 깔려 육편이 돼버렸다. 지휘의 부재와 무너진 요새에 깔린 수많은 부상자 탓에 요새는 아비규환이었지만 남은 기사들은 딛고 일어서 요새 안팎을 지휘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죽어버린 기사의 뒤를 이어 요새의 총사령관이 된 선임 기사가 웃는 낯으로 손을 내젓더니 쿠우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핀델 백작의 비밀스러운 지령에 기사 된 도리로 온 요새이지만 그 환경은 열악하고 협소했었다.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선임의 미소에 그녀는 당황했지만 좋은 소식이겠거니- 생각하며 종자를 달래기 위해 천막 안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지원이 온 모양이다. 잘됐구나! 지크.”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

피익- 혼절하듯 눈감은 지크가 고개를 떨구며 쓰러졌다. 지나친 고통에 몇 번이나 혼절한 걸 안 그녀는 손가락을 코 아래에 대본 후 미약한 콧숨을 느끼고 벗어둔 투구를 챙겼다.

화악-

흩날리는 자신의 푸석푸석한 주황빛 머리칼을 지켜본 그녀는 한숨과 함께 힐끔- 파도 같은 푸른 눈동자를 움직여 천막 안을 훑어보고 옆구리에 투구를 낀 채 천막을 나섰다.

제발 포션, 아니면 하나뿐인 종자를 구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를- 하늘에서 굽어살필 모든 신에게 기도한 소니아는 어느새 굳게 닫혀있는 요새 정문을 향해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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