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203화 (203/395)

똑똑똑-

백작 부인의 경고로 찢겨나간 사내의 모습이 떠올라 밤새 뒤척인 나는 아침이 돼서야 겨우 잠들뻔했지만, 귀를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파악-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벌컥-

“평안한 밤 되셨습니까. 백작 부인께서 찾으십니다.”

“…알겠습니다. 씻고 바로 찾아뵙도록-“

“지금 바로 뵙고 싶다 하셨습니다.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덜컥-

허리 숙인 메이드의 인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부스스한 머리를 헤집으며 짜증을 낸 나는 가운을 벗고 준비해둔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후 양피지를 챙기고 문을 열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른 아침임에도 면포를 덮어쓴 메이드는 아무런 흐트러짐조차 없었다. 다소곳한 걸음걸이와 리듬감 있는 구둣발 소리로 앞장선 그녀는 다양한 조각과 화려하게 장식된 문 앞에 선 후 똑똑- 노크와 함께 왕에게 조아리듯 허리를 숙이며 전했다.

“손님이 도착하였습니다.”

[들어와요]

전에 갔던 연회실과 다른 문의 모습에 응접실인가? 생각하며 스으으- 카펫을 긁으며 열리는 문 안으로 들어간 나는 전혀 생각도 못 한 광경에 입술을 꽉 깨물며 시선을 피했다.

“어서 와요, 길게 말하는 것도 피곤하니 본론으로 갈까요?”

탁- 새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는 발이 바닥에 닿았다. 스윽- 길쭉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매끈한 다리를 반대로 꼰 백작 부인은 검은색 코르셋 차림으로 침대 끝에 걸터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짓눌린 젖가슴과 얇은 허리, 그리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 훤히 드러난 검은 비단 팬티까지. 시선은 돌렸지만 전부 봐버린 나는 백작 부인의 말에 어설프게 대답하며 한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

“알겠습니다. 일단 약속했던 서약서부터 건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스윽- 품에서 돌돌 말린 양피지를 꺼낸 후 까딱이는 백작 부인의 손바닥에 척- 얹어줬다. 재빠르게 채간 백작 부인은 끈을 풀고 스르륵- 허벅지 위에 떨어지는 다른 서약서들은 상관도 안 한 채 손에 집히는 데로 전부 확인한 후 흥- 콧소리와 함께 홱- 바닥에 그것들을 흩뿌렸다.

“뭐, 생각보단 빨리 끝났네요. 아! 그러고 보니 따로 말했던 그건 어떻게 됐나요?”

스윽- 한 방울 정도 남은 물방울이 바닥을 데구르르 구르는 빈 병을 들어 보이자 하하- 소리 나게 웃은 백작 부인이 꼬았던 다리를 풀고 스윽- 다리를 벌리며 내게 물었다.

“그걸 마시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진 확인했나요?”

“…나무를 봤습니다. 무슨 꽃인진 알 수 없었지만 꽃봉오리도 맺혀있었고요.”

내 대답에 짝- 손뼉을 치며 면포를 펄럭인 백작 부인이 만족 어린 목소리와 함께 스윽- 침대에서 일어나 터벅- 터벅- 내게 다가왔다.

“아직 덜여물었나보네요. 아쉬워요.”

텁- 내 손바닥 위 놓인 유리병을 집어간 백작 부인은 빛을 발하는 샹들리에 아래 유리병을 굴리며 남아있는 한 방울을 관찰했다. 이윽고 퐁- 뚜껑을 연 백작 부인은 면포 아래를 집고 살짝 들추더니 통통하면서도 매력적인 입술을 벌리고 촉촉한 분홍빛 혀를 내 빼물어 그 위에 톡- 남아있던 물방울을 떨어트렸다.

‘뭐 하는 짓이지?’

살랑- 방안임에도 머리칼을 간지럽히는 바람과 함께 알 수 없는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흩어졌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면포를 내린 백작 부인은 터벅- 터벅- 다시 엉덩이를 씰룩이며 침대로 돌아가더니 텅- 끝에 걸터앉은 채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첫 번째 과제는 통과했네요. 음, 사실 사인이 끝이 아니라 그들이 제대로 납품하는지에 대해도 따지고 싶지만 그러기엔 ‘첫 번째’ 치곤 무겁잖아요? 특별히 주는 상이라고 보면 된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백작 부인에게 부복하며 인사한 나는 부드러운 카펫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고개를 숙였다. 흐응- 콧소리와 함께 발끝을 까닥이던 백작 부인은 흥미가 떨어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재미없네요. 돌아가세요- 아! 다음 과제는 나중에 또 부를 테니 오늘은 귀여운 아가씨와 귀여운 정령, 셋이서 좋은 시간 보내길.”

축객령과 함께 부복 자세를 푼 나는 한 번 더 백작 부인에게 인사하고 조용히 방에서 물러났다. 문이 닫히기 직전 백작 부인의 표정은 면포에 가려져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왠지 그녀가 내게 미소 짓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쿵-

문이 닫히고 문 옆에 대기하던 메이드가 꾸벅- 허리 숙이며 내게 물었다.

“아침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준비해달라 하시면…”

“괜찮습니다.”

손을 내저으며 사양한 나는 아직도 자고 있을 페리샤가 생각나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안내해준 메이드는 그 모습을 지켜볼 뿐 나를 따라오거나 하진 않았다.

똑똑똑-

몇 번 왔기에 어렴풋이 기억나는 복도를 따라 들어간 나는 굳게 닫힌 페리샤의 방문을 노크한 후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안에서 내 낌새를 읽은 운디네가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벌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속옷 차림의 페리샤가 하아- 짙은 한숨과 함께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고 흐읏-! 흐응-! 귀여운 콧소리를 내며 코르셋을 조이고 있는 운디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순수한 의문에 쩝- 귀엽게 입맛 다신 페리샤가 눈을 끔벅이며 대답했다.

“백작 부인이 같이 식사라도 하고 싶다해 준비 중이랍니다.”

[끙아아앗-! 이 정도면 다 된 거 같은데에?!]

꾸우욱- 끈을 손에 감아쥔 운디네가 처음들어보는 힘찬 목소리와 함께 부들부들 양팔을 떨고 있었다. 너무 조이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코르셋이 페리샤의 몸을 옥죄고 있었지만, 그녀는 기별도 안 간다는 듯 콧방귀와 함께 운디네를 나무랐다.

“그 정도론 모자라- 조금만 더 해줘-“

[카사노오- 대신해줘- 힘들어-!]

스르륵- 끈을 손에서 풀고 늘어뜨린 운디네가 칭얼거리며 꾸욱- 내게 안겨 왔다. 코알라처럼 내 허리에 매달린 운디네를 끌고 끈을 움켜쥔 나는 흐읍- 숨을 들이켜며 꽈악-! 강하게 끈을 조였고 파악- 뼈가 부러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압박감이 느껴졌다.

“휴우- 고마워요-“

다만 페리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감사 인사와 함께 시녀처럼 팔랑거리며 옷을 입혀주는 운디네를 향해 팔을 벌리거나 자세를 맞춰주는 둥 둘이서 다정하게 지내고 있었다.

[히잉- 이제 그만할래-]

…운디네는 아닌가? 시녀처럼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도 질려 하는 모습이 귀여워 스윽스윽- 머리를 쓰다듬어준 나는 점심 전까지 둘과 다양한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럼 다녀올게요-“

[바이바이-]

페리샤의 주변을 날아다니며 인사를 건네는 운디네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작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망설임 없이 떠나는 페리샤. 둘을 떠나보내고 뭘 해야 하나, 갑자기 받은 자유에 당황할 무렵 우웅- 목에 걸린 목걸이가 떨려왔다.

‘시에라한테 먼저 연락이 온 적 있었나?’

목걸이를 꺼내 꽉 움켜쥔 나는 톡톡- 톡톡- 보석을 두드리는 손톱 소리에 먼저 대답했다.

“누구예요? 시에라?”

[아아- 들려요? 들리죠? 지금 백작 부인 저택에 도착할 거 같은데요]

보석 너머 흘려 들어오는 밝은 목소리에 나는 목걸이를 살짝 움켜쥐며 대답했다.

“마중 나갈게요, 조심해서 와요.”

[이미 다 왔는데 조심은 무슨- 당신이나 조심해요-]

까칠하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한 걱정에 나는 피식- 웃으며 쪽- 보석에 소리 나게 입 맞췄다. 뭐야아- 깔깔 웃으며 좀 이따 봐요- 하고 연결을 끊은 시에라 탓에 한 번 더 입 맞추며 장난치던 나는 졸지에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혼자 보석에 입 맞추는 사람이 됐다.

‘아무도 못 봤으니까 다행이네.’

스윽- 목걸이를 다시 끼고 셔츠 안으로 밀어 넣은 나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들고 복도를 바라봤다. 그곳엔 익숙한 체형의 메이드가 면포를 덮어쓴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타다다다닥- 걷지만 달리는 것처럼 그 사이를 넘보는 걸음으로 메이드를 제친 나는 재빨리 메인홀까지 내려갔다. 계단과 복도를 오가는 수많은 메이드와 스치며 일 층까지 내려온 나는 열려있는 문을 통해 밖으로 나섰다.

“아, 왔네.”

거칠어지는 숨을 고르며 앞을 바라보니 노년의 집사에게 서류를 건네고 대화를 나누던 시에라가 손을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재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가자 꾸벅- 가볍게 묵례한 집사가 시에라에게 말했다.

“수량도 틀림없고 품질도 최상이군요. 백작 부인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가벼운 인사를 나눈 둘은 곧바로 각자 할 일을 위해 몸을 돌렸다. 병사들에게 손짓하며 마차에 실린 월광석을 나르게 하는 집사와 밝은 미소로 왁- 내게 안겨드는 시에라, 귀여운 어리광에 웃으며 꾸욱- 그녀를 안아주는데 시에라의 몸은 조금 떨고 있었다.

“별일 없었네요…”

짧은 인사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무거웠다. 안심한 시에라가 내게 안겨 오며 어리광부릴 때 나는 스윽 스윽-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제가 누군데요, 그리고 약속한 첫 번째 과제도 끝났어요.”

“그래요? 흐응- 다행이네, 그래도 못하겠다고 도망치는 꼴불견은 아니라.”

꽈악-! 시에라의 도발에 상자를 나르느라 바쁜 병사와 수량을 세거나 잡일 하는 메이드들이 우리에게 신경도 안 쓰는걸 확인한 나는 곧바로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상행 탓에 꽉 끼는 갈색 바지를 입어 통통한 엉덩이가 더 손에 착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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