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196화 (196/395)

커어- 커어-

이젠 아예 코 골기까지,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코 고는 록시의 모습에 코웃음을 친 난 의자에서 일어나 엎어져 있는 록시의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일어나보세요, 저기요.”

꾸욱- 어깨를 움켜쥐자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에 이 사람이 대장장이는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분은 흔들었을까? 으으- 침을 삼키며 일어난 록시는 자신의 어깨에 얹어져 있는 내 손을 툭- 먼지 털듯 치우며 중얼거렸다.

“손대지마아…”

“지금 상황 파악이 안되는 것 같은데, 백작 부인하고 한 계약을 잊은 겁니까?”

“아아- 알지이… 알아-! 내가 누군 줄 알고-! 다 끝내놨쥐이이- 마무리만 하면 끝이걸랑-“

벌컥- 벌컥- 벌컥- 터엉-!

빈 잔을 테이블에 내려친 록시는 한쪽 눈을 감고 잔 안을 들여다보더니 소리를 빼액 질렀다.

“미리아 언니히-! 한잔 더어어-“

“알았어 이년아- 올라가면 될 거 아니야!!!”

움찔- 록시의 술주정에 더 큰 고함으로 갚은 미리아가 곧장 맥주잔 두 개를 들고 텅텅- 테이블에 소리 내며 얹었다. 힐끔- 나를 흘려본 그녀는 그대로 내려갔고 새 맥주를 발견한 록시가 테이블을 쓰다듬으며 손을 뻗었지만 내가 먼저 손을 뻗어 맥주를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어쭈우…?”

“그럼 그 마무리만 남은 월광석이라도 제게 주시죠. 다른 대장장이들한테 부탁해서라도 끝내놓겠습니다. 그럼 당신도 해결됐고 저도 해결되니 충분하지 않아요?”

“충분하긴-! 내 일감을 누가 손대! 안돼! 어떤 미친 새끼가 내 일감에 손을 대!”

“그럼 당신이 마무리 지을 겁니까?”

내 질문에 베에- 혀를 내민 록시가 거절을 내뱉으며 날 조롱했다.

“아니-? 못해-! 그 망할 새끼 때문에 망치만 쥐면 속에 천불이 나서 못 견디겠어!!!”

쾅-! 쾅-! 쾅-! 발작하듯 테이블을 두드리는 록시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살짝 뒤로 물러났다. 술에 취할 대로 취하고 술주정에 떼쓰기, 발작까지. 참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장간에 안 가는 게 남편분 때문에 그렇습니까?”

“어쭈- 어디서 들었어? 페기 그 새끼야? 뺀질이 새끼지?”

그게 누구야? 고개를 저으며 부정한 나는 테이블에 뺨을 문지르는 록시의 모습에 열불이 뻗쳐 텅- 일부러 그녀의 앞에 손바닥을 내려친 후 그녀에게 강하게 말했다.

“아니 그럼 그냥 죽으려고? 그냥 빨리 마무리 짓고 사인이나 해달라고.”

“무슨 사인? 그전에 너 말이 짧다아하-?”

대화가 도저히 맞물리지 않는다, 삐걱거리는 대화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아 나는 텁- 맥주잔을 쥐고 그대로 한 번에 털어 넘겼다. 타다다닥- 목젖을 두드리는 탄산과 등골을 핥는 시원함에 분노를 삭인 나는 텅-! 록시와 마찬가지로 테이블에 잔을 내려치며 그녀에게 말했다.

“백작 부인에게 부탁받고 왔으니까 귓구녕 열고 들어, 정해진 기한까지 계약을 완수하겠다는 사인을 받으러 왔으니까 그냥 사인해. 여기서 술 퍼먹든 말든 신경 안 쓸 테니까 물량만 내놔. 내가 해결할 테니까.”

“안된다니까? 내가 시작한 건 내가 끝내야지이- 어딜 네 마음대로 들고 나를려고 지랄이야?”

“진짜 말이 안 통하네, 네년 말고도 찾아갈 사람이 남았으니까 이러지. 내놓으라고!”

“그럼 거길 찾아가-! 나는 못 하니까 그렇게 전하고!”

벌컥- 벌컥- 벌컥-

어느새 내 앞에 있는 맥주잔을 가져간 록시가 나를 노려보며 똑같이 맥주를 한 번에 들이마셨다. 딸꾹- 귀여운 딸꾹질을 내뱉은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눈을 똑바로 뜬 채 나를 바라봤다.

부스스한 탓에 개털 같으면서도 묘하게 윤기 나는 붉은 곱슬머리가 등까지 덮었고 술에 젖어있던 초록색 눈은 어느새 크게 뜨여져 활기를 되찾았다. 맛있게 익은 갈색 피부와 맥주에 젖어 촉촉한 분홍빛 입술, 거기다 더웠는지 완전히 풀어둔 단추 탓에 꽉 찬 젖가슴이 전부 엿보였다.

“…남편하곤 왜 싸운 건데? 그것 때문에 일을 안 하겠다고?”

“아아아-! 그 이야기를 하면 또 맥주를 마시지 않을 수가 없는데-!”

텅- 텅- 테이블을 두드리며 분노를 표출한 록시가 아까와 똑같이 고함과 함께 맥주를 주문했다.

“그럴 거면 그냥 통째로 갖고 가 이 망할 년 아!!! 한 번만 더 부르면 발가벗겨서 사지를 묶어다 광장에 내다 던져버린다!”

“흐으- 화났네에…”

곧바로 되돌아오는 미리아의 분노에 찬 경고에 록시는 드르륵- 의자를 밀고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이윽고 어깨에 오크통 하나를 지고 연신 딸꾹 하면서 터엉- 테이블에 내려놓은 그녀는 꼭지를 열고 푸슈웃- 쏟아지는 맥주를 익숙한 손놀림으로 따랐다.

“많이 따라본 솜씬데?”

거품도 적고 넘치지도 않았다. 록시가 건넨 맥주를 받아 앞에 얹은 나는 어느새 한잔 더 마셨는지 인중에 하얀 거품수염을 남긴 그녀에게 의외라는 감정을 담은 칭찬을 건넸다.

“언니 가게니까- 어릴 때는 남는 시간에 여기서 여급으로 일했지.”

“그 성격으로?”

“그 성격이라니! 보기보다 인기 많으신 몸이야 새끼야!”

“그럴 거 같긴 하네, 몸매도 끝내주고 얼굴로 이쁘장하니 많이들 찾았겠어.”

딸꾹- 딸꾹-

“흐읏- 흐응- 흐읏-!”

술이 들어가자 나도 모르게 칭찬이 나왔다. 멋쩍어 따라놓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데 눈앞의 록시가 연신 딸꾹거리며 온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맥주잔을 내리고 바라보니 술과 별개로 새빨개진 얼굴과 귀를 들썩이며 울먹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록시가 있었다.

“……고, 고맙네, 뭐-

“음.”

긁적- 자신의 뺨을 긁으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록시의 모습에 괜히 멋쩍어져 나도 대충 대답하며 대화를 끝냈다. 어색해진 공기에 우리 둘은 손만 바삐 움직이며 맥주를 계속 들이켰고 금방 친해지게 됐다.

드르륵-

의자를 긁으며 어느새 내 옆까지 다가온 록시가 턱- 내 목에 팔을 두르며 맥주 냄새를 풀풀 풍긴 채 마구 소리쳤다.

“그러니까-! 남편 새끼가 일도 못 돕겠다고 내빼길래, 가게를 닫고 몰래 뒤쫓았더니 그새 술집 여자랑 붙어먹고 있었다니까!!!”

쾅-! 잔이 깨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게 내려친 록시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내게 살짝 기대며 칭얼거렸다.

“주, 주점에 가서 술 먹거나 남자끼리 술먹으러 가는 건 이해해주겠다. 이거야, 근데 씨발 술집 년을 평일 대낮에 둘이서 만나-?!”

“미친놈이네-“

알딸딸하고 머리가 핑핑 돌았지만 할 말은 했다. 허락을 받던가 아니면 당당하게 얘기하던가 거짓말하며 대낮에 여자를 끼고 놀다니. 록시는 내 대답에 미친 놈-! 똑같이 외치며 호응했다.

“흐읏, 흐으- 아무리 바쁘고 아내 노릇을 못 했어도, 그래도 그러면 안 되지 개새끼야아…!”

“아내 노릇을 못 해?”

턱- 빈 잔을 내려놓고 테이블에 팔짱을 얹은 뒤 그 위에 턱을 기댔다. 록시를 올려다보며 묻자 아아-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던 록시가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삐죽- 내민 입술로 대답했다.

“그, 같이 잠도 못 자고… 바, 밤에 같이 있지도 못하고 뭐 그런 거지.”

“아아, 그런 거면 뭐, 남편도 쌓였을 순 있겠네.”

뭐어-?! 커다란 고함이 고막을 두들겨 깜짝 놀란 나는 두 귀를 덮고 새빨개진 얼굴의 록시를 바라봤다.

“그럼 그 새끼가 잘했다는 거야 지금?!”

“아니지, 근데 네가 그만큼 상대를 못 해줬다 하니 쌓였을 수 있다는 거지. 남자도 오래 못 빼면 힘들어.”

“누군 안 쌓이는 줄 알아! 나도 매일 끝나고 집에 오면 쳐자는 그놈 때문에 맨날 혼자-“

꾸욱-

삐죽 내민 록시의 입술이 말려 들어 갔다. 취기와 홍조가 섞인 새빨간 얼굴과 주륵 흐르는 땀방울, 쑥스러워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발기됐지만 애써 숨긴 나는 애꿎은 빈 잔만 들이키는 시늉을 하며 침묵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어- 그래도오! 바람은 아니잖아! 바람은!!!”

“그렇지, 그건 남편이 무조건 잘못했지.”

“역시-! 말이 통한다니까-!”

세네 시간 동안 이어나간 음주는 우리 둘이 아주 친해지기 적당한 시간이었다. 록시의 말이 맞다고 맞장구 쳐줄 때 록시는 신이나 내 목을 팔로 휘감고 꾸욱- 어깨를 커다란 가슴으로 짓누르며 내게 몸을 기대왔다.

여전히 목에 건 팔도 풀지 않고 땀 냄새와 뒤섞인 야릇한 살냄새를 풍기는 렉시가 툭- 가슴을 떼고 내 어깨에 턱을 얹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새끼가 좆같다고 나도 바람피울 수도 없고-“

흐렸던 정신이 맑아졌다. 여기서 입만 잘놀리면 일석이조의 상황이 벌어질 예감이 든 나는 지나친 음주로 마른 입술을 침으로 적시며 턱- 내 목을 휘감고 있는 팔의 손을 움켜쥐고 말했다.

“남편한테 복수하고 싶어?”

“응?! 어, 응- 뭐 할수있다면야 할 수 있지. 근데 그렇다고-“

화들짝 놀라 턱을 뗀 록시가 말끝을 흐리며 어영부영 대답했다. 하아- 어깨에 기대고 있었기에 록시와 나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고 횡설수설할 때마다 풍기는 술 냄새에 나는 서슴없이 텁- 록시의 뺨을 움켜쥐고 진한 키스를 시작했다.

“우웁-?! 쮸웁, 츄우, 츄웁, 우움?!”

쪼옵- 입술을 덮고 오므리며 한번 약하게 빨아준 후 콧김을 내뱉으며 한입 더 크게 록시의 입술을 베어 물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틀었다. 사선으로 입술을 덮으며 진한 입맞춤을 이어나간 나는 톡톡- 혀끝으로 굳게 닫힌 록시의 이를 두드렸다.

“쮸웁- 후움- 쮸웁- 쮸우, 하움- 우움…!”

핥짝- 거칠게 입술을 물고 빨아도 이를 열지 않던 록시는 자신의 입술을 뒤덮고 놔줄 기미가 안 보이는 내 입술에 결국 항복했는지 살짝 이를 벌리며 내 혀를 허락했다. 혀끝에 닿는 작은 혀를 핥은 나는 그대로 축축한 혀를 휘감고 내 쪽으로 끌고 오며 툭툭- 혀로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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