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 찹- 찹-
이번에 느껴지는 손바닥은 제법 묵직했다. 알싸한 손맛에 몸을 뒤척이니 찹- 따끔한 손바닥이 내 배를 두드렸다. 순간 방심하고 있다. 훅 들어온 고통에 난 벌떡 일어나며 때리는 누군가에게 애처롭게 말했다.
“아파-“
“일어나셨네요.”
말캉- 촉촉한 목소리와 함께 내 품에 안긴 페리샤는 스윽- 등 뒤에 뻗은 손으로 내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완전 땀에 푹 젖어서 넝마가 되어서, 메이드분한테 업혀서 올 땐 뭔가 했어요.”
“면포 쓰신 분?”
다 면포를 쓰고 있긴 했지만 내가 말하는 건 키도 꽤 크고 몸매도 좋은 면포메이드였다.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페리샤는 고롱고롱- 숨 고르며 침대에서 자는 운디네를 흘겨보곤 나지막이 말했다.
“괜히 저 때문에 고생하고…”
꽈악-
“고생은 무슨, 우리 아가씨가 더 고생했지. 그런 미친년하고 차나 마시고.”
텁- 조금 질린 눈으로 내 입을 틀어막은 페리샤는 스윽- 스윽- 방안을 둘러보곤 짐짓 화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주인의 저택에서 주인한테 그런 소리를 하다니, 고생은 제가 한답니다.”
“하하, 알았어- 힘들어서 그런가? 머리도 멍청해진 거 같네.”
말캉- 포옹을 푼 페리샤는 부푼 젖가슴에 내 얼굴을 파묻게 하곤 사락- 사락-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조금만 힘내주세요, 저도 후후, 카사노님한테 폐 안 끼치게 잘 지낼 테니까요?”
“일단 오늘 한 장은 받았어, 아 그러고보니 시에라한테 말해야겠네. 이제 히네라마을에 도착했을 거야.”
“아직도 소식 안 전하셨어요?”
뭔가 식은 눈으로 노려보는 페리샤의 질문에 나는 손을 내저으며 변명했다.
“안 그래도 돌아가는 길에 말해주면 심란해서 서두르다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 마을에 도착할 때쯤 연락하려고 했지.”
그럼 빨리해요- 라는 눈으로 노려보는 페리샤탓에 나는 목에 건 목걸이를 벗고 쥐꼬리만큼 회복한 마나를 일으켜 가동했다.
우웅-우웅- 이젠 익숙한 가동음과 함께 보석에 빛이 들어오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레이첼언니- 어떻게 알고 연락했데? 받아봐요-!]
툭- 사람의 손을 거쳐 가는 소리가 들렸다. 웅- 소리 낸 보석과 함께 툭툭- 두드리는 소리가 너머에서 들려왔다.
[아, 주인님… 제 목소리 들리세요?]
간드러진 농익은 여인의 목소리, 침을 꿀꺽 삼킨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잘 들리지, 잘 지냈어? 연락도 없어서 미안하네.”
[아뇨, 어차피 시에라 이아이나 미네르바님한테 소식 듣고 있으니까요 후후, 바쁜 사람 붙잡기보단 저도 여기서 제 할 일을 해야 하니까 괜찮아요~]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 음… 배는 좀 괜찮고?”
배에 대한 안부를 묻는 순간 몸이 좀 간지러워졌다. 괜히 팔을 긁으며 묻자 후훗- 작게 웃은 레이첼이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 문제 없데요, 그래도 점점 배가 커지는 걸 보니, 좀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괜히 그렇네요]
“내 눈에 이쁘면 됐지 뭘.”
[바람둥이- 아, 무슨 할 이야기가 있으니 시에라한테 연락하신 거죠? 다시 바꿔드릴게요]
툭- 툭- 툭- 손바닥에 닿이는 소리가 늘어났다. 후- 후- 이윽고 받아냈는지 시에라의 바람 부는 소리와 함께 앙칼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해요. 츠루카가 중간에 뺏어가서- 연락 좀 하던가 아니면 아예 한번 들려요. 아무튼 무슨 용건?]
나는 뭐라 말할까 고민하다가 슬쩍 옆에 있는 페리샤의 눈치를 살폈다. 떨떠름해 하던 페리샤는 내 눈빛에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였고 전부 말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나는 있던 일 그대로 시에라에게 설명했다.
[---!!!]
[응앗-!]
목걸이로 통화하고 있는데도 방안을 찢는 커다란 고함이 울렸다. 고롱- 고롱- 귀여운 코골이와 함께 잠자던 운디네는 비명을 내지르며 하늘로 붕 떠올랐다가 쿵- 천장에 머리를 찍고 페리샤를 향해 날아왔다.
[괴물 소리가 났어-]
[뭐? 누구야? 아니, 그런 건 됐고 당신 드디어 미쳤구나. 하다 하다 백작 부인한테 시비를 걸고 있어?]
“시비가 아니라 내가 하겠다고 한 거지…”
[그걸 백작 부인은 시비라고 부른데요, 페리샤가 잘 경고해줬는데 이 천지 분간도---]
아니 그렇게 잘 알면 떠나기 전에 백작 부인 얘기나 좀 해주고 가던가- 울컥해 뭐라 할까 하는 순간 촉촉하게 젖어 울먹이는 목소리가 보석을 통해 들려왔다.
[왜애, 흐으- 일을 벌여서- 훗- 그런 거야, 후우- 지금처럼 공물을 가져와 달라 하고 같이 이야기해봤으면 안 되는 거야?]
마을에 머무는 츠루카나에루카, 하루나는 이런 상황에 큰 도움은 안됐다. 마을에 머물며 마을을 관리하는 게 그녀들의 일, 거기에 몽환의 밀림에 거주하는 미네르바가 간섭하면 백작부인과 큰 마찰을 빚을 수도 있어 자연스럽게 제외했다.
뭐, 거기서 놀고먹는 에릴다는 딱히 부를 이유도 없고, 그래서 자연스레 시에라도 상단 일로 바쁘니 괜히 귀찮게 하지 말자- 라는 생각도 있어 말하지도 않았고 도와달라 요청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울먹이면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이런 일도 이제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전히 나만의 목숨이 아닌 여러 여인의 목숨도 나와 묶여있는 느낌이었다.
“미안해요, 나는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어요. 당신도 페리샤랑 같이 찾아간다니까 별말 안 해서…”
[내 탓이라는 거?]
잘 말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나와버린 변명에 시에라가 뾰족한 목소리로 나를 꾸짖었다. 기죽은 나는 아니라고 항변한 뒤 입을 꾹 닫았다.
[…페리샤가 잘 설명해줄 거라 생각했고, 그 얼른 다녀와서 당신이랑 또 만나려고- 아야!]
“뭐에요, 무슨 일 있어요?”
[옆에서 할퀴어서, 아무튼 저도 생각이 짧았어요. 미안해요. 그럼 제가 해줄 건 휘슬 남작가에 줄 물량만 가지고 가면 되나요?]
“여유 있으면 몇 상자 더 바치죠. 뭐, 그럼 좋게 봐주지 않을까요?”
너무 속 편한 소리였나? 보석 너머 시에라 또한 말이 멈추고 옆에 앉은 페리샤도 지이- 나를 흘겨보고 있었다.
[…알았어요. 오늘 힘들었다니까 푹 쉬고, 꼭- 꼭- 저도 보러 와주시길 서방니임-!]
웅- 시에라의 인사를 끊은 급박한 츠루카의 안부와 함께 보석의 빛이 꺼졌다. 꺼낸 목걸이를 다시 목에 건 나는 침대에 털썩- 누우며 천장을 보다가 묘하게 힘이 없는 페리샤의 모습에 툭툭. 내 무릎을 두드리며 다시 상체만 일으켰다.
포옥-
말없이 내 무릎에 누운 페리샤는 꼼지락꼼지락- 검지로 검지를 쓰다듬으며 나를 흘겨봤다. 그 모습에 사락- 흘러내린 금빛 머리칼을 정리한 후 그녀에게 물었다.
“뭔가 착잡해요?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언니랑 운디네한테 듣긴 했는데, 정말 다른 여성분이 많구나 싶어서요.”
“갑자기 싫어졌어요? 응?”
“그게 아니라, 그…”
빙글- 머리를 돌린 페리샤가 나를 올려다보며 킁- 코 먹는 소리와 함께 나지막이 속삭였다.
“제일 늦게 만나기도 했고, 이제 막 알게 됐는데 이런 일을 벌여서 카사노님이나 다른 여성분들이 절 싫어할까 봐…”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지-]
“그렇게 따지면 계속 새로 데려오는 내가 잘못된 거지.”
잘못된 거도 맞지만,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선택한 게 그녀들이다. 서로 도장을 찍었으면 최대한 만족시켜줄 수밖에- 쓰레기 같은 변명을 되새긴 나는 말캉이는 페리샤의 볼을 주무르며 말했다.
“아무도 그런 생각 안 하고, 나는 오히려 말뿐이 아니란 사실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은걸.”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요. 위험할수 있는데…”
드물게 정색하며 고개 젓는 페리샤의 코를 꾸욱- 눌러준 나는 우스꽝스러운 그녀의 얼굴을 지켜보다 천천히 그녀의 입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할짝- 검지를 핥아올린 혓바닥을 붙잡고 살짝 잡아당긴 후 그대로 뒤통수에 손을 얹고 그녀를 일으켰다.
쪼옥- 쮸웁- 쮸웁- 쮸릅-
내민 혀를 그대로 받아먹고 야금야금 혀를 베어먹다가 쯉- 페리샤의 작은 입을 덮었다. 금방 얽혀오는 혀를 혀로 휘감으며 쭈웁- 작은 입술을 멋대로 맛본 나는 불퉁한 표정으로 혀를 내미는 운디네를 끌어안고 그대로 입 맞췄다.
“쮸웁, 쮸웁, 하움, 후움, 쮸웁, 츄우-“
[후움, 쮸웁, 쮸웁, 쪼옵- 쪼옵- 쮸웃…!]
세 명의 혀와 입이 게걸스레 뒤섞였다. 말캉이면서도 시원한 운디네의 혀를 처음 맛본 페리샤는 혀를 덜덜 떨며 도망쳤지만, 빈틈을 파고든 내 혀가 입안을 휘저으며 입술을 뒤덮자 결국 체념했는지 가만히 세 명 간의 키스를 맛봤다.
[“파하-“]
몇 분이나 계속됐을지 모를 진한 키스가 끝나고 숨 차오르는지 둘 다 거칠게 입술을 뜨며 하아- 하아- 숨을 들이켰다. 입가에 묻은 침을 손등으로 닦은 나는 와락- 둘을 그대로 끌어안고 침대에 눕혔다.
사락-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면 재질의 잠옷, 뭉클하게 만져지는 페리샤의 젖가슴을 즐기며 턱- 단추 사이에 손가락을 건 나는 그대로 잡아당겼다.
투두둑- 실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단추가 나뒹굴었다. 후아- 곁에 누워 지켜보던 운디네는 입을 막고 감탄했고 순식간에 맨가슴이 드러난 페리샤만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홱- 걸쳐진 잠옷을 벗었다.
“아끼는 잠옷인데…”
“누가 꼴리게 하래? 응?”
톡- 톡- 검지 끝으로 피아노 치듯 발기한 페리샤의 유두를 두드리자 응답하듯 움찔움찔 떨려왔다. 제송해요옷-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사과하는 페리샤의 모습에 자지가 점점 부풀었고 나는 꾸욱- 페리샤의 잠옷 바지까지 잡아당겨 내렸다.
“꺄악-!”
힘에 이끌려 대롱- 엉덩이가 잠시 떠오른 페리샤는 툭- 새하얀 엉덩이를 드러내며 침대에 떨어졌다. 브래지어는 안차놓고 팬티는 챙겨입다니, 괜히 야속해진 나는 찌걱- 찌걱- 속옷 위로 페리샤의 보지를 어루만지며 그녀를 희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