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184화 (184/395)

치료소에서 보낸 하룻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초췌해진 남작 부인이 치료소 앞에 불러낸 가신들과 기사들이 모인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한 가지를 공표했다.

“내, 내 딸 페리샤가 남편의 부재 동안 임시 가주를 맡기로 했으니 경들이 페리샤의 뒤를 받쳐주길 바라요.”

“”네!!!””

부복하며 충직한 가신의 모습을 보이는 기사와 남작 부인의 눈치를 살피며 슬쩍 부복하는 가신들까지. 남작 부인 옆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던 페리샤는 짧은 인사와 함께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곤 그들을 물러나게 했다.

이후 페리샤의 눈치를 살피는 남작 부인까지 물러나자 먼발치에서 나와 같이 지켜보던 시에라가 쿡- 내 옆구리를 찌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남작이 중태에 빠지고페리샤가 임시가주가 된다니- 하나도 들은 게 없는데요!”

“아-! 언니-“

와락- 옆구리에 손을 얹고 나를 꾸짖던 시에라의 몸이 훅 기울었다. 품에 안긴 페리샤의 등에 자연스레 손을 얹은 시에라는 작은 등을 두드리며 나를 노려봤다.

“나한테 설명하라 해도 당사자가 설명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

뭐라 설명해도 한 소리 들을 것만 같아 한걸음 빠지며 힐끔- 그녀의 품 안에 고롱거리는 페리샤를 바라봤다. 내 눈짓에 하아- 짙은 한숨을 내쉰 시에라가 들썩- 페리샤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그녀를 밀어내더니 초롱초롱한 연하늘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정말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그, 남작님이 중태에 빠진 이유랑 내가 없는 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해줬으면 좋겠네?”

말끝을 흐리며 되묻는 시에라의 모습에 페리샤는 순진한 눈망울을 눈꺼풀로 덮으며 심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해줄 말을 정리하는 모양새에 시에라가 안도의 한숨을 흘릴 무렵 당돌한 질문이 돌아왔다.

“남녀 사이에 있었던 일도, 전부 설명해 드려야 할까요?”

핥짝- 입술에 얹어진 검지를 핥은 페리샤는 촉촉한 입술을 검지로 살살 문지르며 시에라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당돌한 질문에 시에라 또한 자극받았는지 얼굴은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만큼은 웃고 있지 않았다.

“전부 얘기해도 좋으니까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말해줘.”

“우후후, 알았답니다. 그럼 잠시 언니와 이야기하고 올게요-“

텁- 서슴없이 시에라의 손을 잡은 페리샤가 그녀를 이끌고 어딘가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페리샤의 손에 끌려가면서도 나를 응시하는 시에라의 눈은 차갑게 굳어있었다.

괜히 사이에 끼어 잔소리 들을 생각에 어지러워진 나는 머리에 내리쬐는 햇빛을 피하고자 나무 그늘에 숨어들었다. 이야기의 분량이 짧진 않으니 오래 걸릴 게 분명했다.

토도도도-

“흐응, 흐읏!”

“후아, 후아아-“

나무에 기대 날아가는 새를 구경한다거나 지나가는 주민을 지켜보는 둥 시간을 보내던 와중 귀여운 신음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치료소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시종 둘이 각자 여러 개의 나무상자를 쌓아 옮기고 있었지만, 그 모양새가 꽤 힘들어 보였다.

치료소에 들르는 시종이면 남작가의 시종인 게 분명할 터, 마침 묻고 싶은 게 있었기에 도와주기로 한 나는 뻐근한 허리를 풀며 둘에게 다가갔다.

또각또각- 또각또각-

“우앗-!”

“꺄악-!”

말없이 상자 두 개를 뺏어 들어 왼팔에 걸치고 오른손으로 다른 시종 쪽 상자 두 개를 그 위에 올린 후 아래를 받쳐 들었다. 상자가 그리 크지 않아 가능했지만, 무게만큼은 꽤 무거웠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시종 둘은 어어- 어- 서로 눈치를 보기 바빴고 괜한 오지랖을 떨었다고 생각한 나는 서둘러 대답하며 계단을 올랐다.

“위험해 보여서 도와드리려고요. 얼른 올라갑시다.”

“네엣-“

“네!”

터벅- 터벅- 또각또각- 또각또각- 내 발소리와 시종들의 발소리가 뒤엉키며 귀를 어지럽혔지만, 계단은 짧았다. 입구에 서 아직 올라오지 않은 그녀들을 기다린 나는 헤엑- 헤엑- 귀여운 숨소리를 흘리며 먼저 올라온 갈색 단발 여인에게 어디로 옮기면 되냐고 물었다.

“아아- 그게, 제가 앞장설 테니까-“

“아뇨, 알려주시면 얼른 내려놓고 도와드리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되나요?”

“네네- 그런데 바로 오른쪽 긴 통로로 빠지셔서 왼쪽에 있는 내부정원으로 가는 문으로 나가고-“

“맞은편에 있는 문으로 들어간 후 통로 제일 끝에 내려놓으면 되나요?”

“우와-! 어떻게 아셨나요?”

어떻게 알긴, 어제 페리샤와 새벽이 될 때까지 섹스한 게 창고니까.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삼킨 나는 대충 안다고 둘러댄 후 문을 완전히 열어둔 뒤 먼저 창고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끼익- 쿵-

창고 문을 열고 대충 고정해두자 창고 안을 떠도는 어젯밤의 냄새가 아직도 느껴졌다. 바닥에 떨어져 말라붙은 정액과 주변에 튄 물 자국에 머리를 긁으며 대충 상자를 내려놓은 나는 바로 뒤돌아 짐을 대신 받아주러 갔다.

“와앗- 와- 정말 감사합니다-!”

“웃, 감사합니다-“

처음 상자를 가져간 것처럼 이제 정원에 들어온 그녀들의 상자를 빼앗아 들었다. 허리를 굽히며 감사하는 그녀들에게 괜찮다고 둘러대며 창고에 상자를 내려놓은 후 문을 닫으려 했지만 나를 뒤따라온 그녀들의 걸음이 빨랐다.

“웃-“

“앗-“

창고에서 흘러나오는 퀴퀴한 냄새에 두 여인이 얼굴을 붉히며 푹- 머리를 숙였다. 이젠 저희가 할게요- 개미만 한 목소리로 속삭인 둘은 창고 안으로 들어가 차곡차곡 가져온 상자를 정리하고 재빠르게 짐을 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정리를 끝마친 둘은 쿵-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문을 닫곤 꾸벅- 다시 한번 내게 인사했다.

“오…”

거리가 꽤 멀기도 했고 날씨도 따듯했다, 거기다 힘에 부치는 만큼의 짐이었으니 땀이 흘리는 게 당연하겠지, 그렇기에 내가 지금 땀에 젖어 쫙 달라붙은 그녀들의 가슴을 엿볼 수 있었다. 출렁이는 가슴과 새하얀 셔츠가 딱 달라붙어 순백의 속옷이 살짝 엿보였다.

“?”

“응?”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나를 올려다보는 둘, 따로 더 할 일이 있다며 치료소 밖을 향하는 와중 짧은 대화를 나눴다. 반복되는 대화와 간단한 농담에 둘의 얼굴에서 긴장은 없어지고 자연스러운 웃음만이 남았다.

“후후, 아가씨의 손님이라 하셔서 무서운 분이신 줄 알았어요-“

데이지- 라는 이름의 갈색 머리 단발이 찰싹- 내 어깨를 두드리며 농담을 던졌다. 쑥스러움을 타더니 금방 대화의 물꼬가 터지니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보이며 내 옆에 붙어 적극적으로 대답했다.

“아, 아니야. 카사노님이 얼마나 친절한데-“

허리까지 오는 금발을 흩날리는 메어리라는 이름의 여인이 내 칭찬을 하며 툭- 발을 헛디디며 내게 부딪혔다. 솜이 부딪힌 거 같은 감촉에 웃으며 그녀를 내려다보니 화악- 붉어진 얼굴로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어딘가 본듯한 익숙한 얼굴과 말투에 고개를 숙인 채 걷는 메어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수줍어하면서도 힐끔힐끔- 내 눈을 바라보는 행동에 나는 페리샤와 저택을 돌아다닐 때 만났던 소녀를 떠올렸다. 밤이라 소녀인 줄 알았는데 영락없는 아가씨였다.

“이제 보니 그때 그 아가씨였군요.”

“네헤에-“

화악- 귀까지 빨개진 메어리가 자신의 앞치마를 움켜쥐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둘만의 화제에 툭- 내 어깨를 두드린 데이지가 불퉁한 목소리로 물었다.

“둘이서만 무슨 이야기에요?”

“아, 제가 저택에 혼자 있던 날에 메어리양과 만났었습니다.”

“그때 당직 대신 선 날? 기집애-“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만났을 뿐인데-“

이젠 내가 있음에도 둘이서 잘 떠들었다. 어느 정도 친밀해졌단 생각에 나는 툭툭- 두 명의 어깨를 두드려 집중시킨 후 속에 품었던 질문을 건넸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아가씨의 시종인 카트라양과 할 이야기가 있는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페리샤도 카트라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했고 남작 부인을 뒤따라온 시종중에서도 카트라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그러면 그녀의 행방을 가장 잘 아는 건 같은 시종일 게 분명했다.

내 질문에 아- 고개를 서로 끄덕인 둘이 대화를 나누며 카트라의 행방을 되짚기 시작했다.

“카트라님이면 그분이지?”

“응, 행밀 백작가에서 오신 분.”

“아, 두 분은 잘 모르시나요?”

“네헤- 그게 저희는 남작가에 온 지 얼마 안 돼서요.”

헤헤- 귀여운 웃음으로 넘기는 데이지와 고개를 주억거린 메어리가 얇은 목소리로 내게 정성껏 대답했다.

“그, 그래도! 아가씨를 오래 모신 시종이란 것과 지금은 잠시 남작가를 떠나신 건 알아요.”

“남작가를 떠났다고, 하셨습니까?”

내 질문에 끄덕끄덕- 머리를 흔든 메어리는 집중되는 시선에 뺨을 살짝 붉게 물들이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워, 원래 저희가 만났던 밤에 카트라님이 당직을 서기로 하셨는데 저에게 바꿔 달라고 하셨거든요-“

“무슨 일인진 모르겠는데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있어서- 저도 모르게 알겠다 하고 바꿔드렸어요… 그리고는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다고 시종장님께서 그러셨어요.”

하아- 가쁜 숨을 들이마신 메어리는 마치 칭찬해달라는 강아지처럼 나를 올려다봤다. 순진한 눈망울에 장난기가 샘솟은 나는 가녀린 손을 가볍게 쥐고 쪽- 그녀의 손등에 입 맞춘 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날 왜 마지막으로 내 앞에 나타났는지, 지하수로에서 마주친 게 정말 당신인지, 왜 지금 같은 순간 페리샤의 곁을 떠났는지- 궁금한 건 많았다.

“하아아아…!”

“어머-“

덜덜- 손에 쥔 메어리의 손이 떨리길래 슬쩍 고개를 드니 귀여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메어리가 덜덜 떨고 있었고 그 옆에 선 데이지가 힐끔힐끔- 나와 메어리를 번갈아보며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숨김없이 전부 말해주신 선물인데, 마음에 안 드실까요?”

순진한 반응에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툭- 메어리의 손을 놔주니 깜짝 놀란 그녀가 양손을 파르르- 흔들며 나에게 변명했다.

“아뇨- 아뇨- 헤헤- 놀라서 저도 모르게-“

“카사노님 완전 바람둥이 같으세요.”

조금 불퉁해진 데이지의 대답, 질투하는 걸까? 풋풋하고 어린 여인들의 감정에 들뜬 나는 똑같이 데이지의 손을 움켜쥐고 천천히 내 쪽으로 당겼다. 깜짝 놀란 데이지는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기대하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지만 나는 꾹- 손등을 엄지로 누르며 그녀의 손을 놔줬다.

“이, 이만 가볼게욧!”

짓궃은 장난에 얼굴이 빨개진 데이지가 불퉁해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곤 계단을 토도도도- 뛰어내려가버렸다. 다음에 보면 사과해야겠네- 생각하는 와중 툭- 툭- 메어리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음, 뭐 더 하실말씀이 있으신지?”

“그게, 숨긴 이야기가 있어서요…”

아직도 하지 않은 이야기가? 파닥파닥 손을 흔드는 메어리의 손짓을 따라 살짝 머리를 숙이자 텁- 내 귀를 잡은 메어리가 야릇한 숨소리와 함께 소곤소곤 말했다.

“사실 아가씨랑 야한짓 하시는거 전부 봐버렸어요…”

후욱- 귀를 맴도는 뜨거운 숨결에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메어리를 바라봤다. 그때 그 반응이 그런거였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뭐라 얘기하려 했지만 내 옷깃을 놓은 메어리가 토도도- 데이지처럼 계단을 향해 뛰어가버렸다.

턱- 내려가기전 계단에 멈춰선 메어리는 처음 봤을때의 순진한 얼굴이 아닌, 요망하면서도 야릇한 미소를 짓더니 사락- 메이드복 끝자락을 당겨 안쪽 풍경을 내게 보여줬다.

“…♥”

생각외로 풍만한 엉덩이와 그 엉덩이를 꽉 덮고있는 순백의 팬티, 그 중앙은 조금 젖어있었다. 음탕한 자태에 침을 꿀꺽 삼키는 사이 타다닷- 메어리는 사라졌다.

홀린듯한 모양새에 머리를 긁으며 계단을 내려오자 나무 그늘아래에 짝다리를 짚은 채 이글이글, 눈을 불태우며 나를 노려보는 시에라와 순진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옆에 딱 붙은 페리샤를 발견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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