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128화 (128/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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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아와 산맥을 거닐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설렁설렁 거점으로 돌아가니 이미 토벌을 끝마쳤는지 바닥을 굴러다니는 오크 머리통과 핏자국이 우릴 반겼다. 쉬고 있던 기사와 단장은 정산이나 향후 의뢰가 끝났을 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느라 바빠 이쪽으로 시선 하나 주지 않았다.

“카사노.”

거점에 가까워질 무렵 살짝 떨어져 있던 소니아는 투구를 벗고 아련한 눈빛으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무심하게 손을 흔들면서도 눈빛으론 나중을 기약하자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럼...”

내 신호에 환하게 미소 지은 소니아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시시덕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곤 그대로 물러났다. 종자라도 찾는 모양새였지만 나와 소니아를 훔쳐보고 빡돌아 있는 놈을 찾아도 소니아에게 득이 될 게 없어 그녀를 말릴까 싶었지만, 그냥 내버려 뒀다.

“귀염둥이, 내내 어디를 갔던 거야?”

-꽈악

“...기사님이랑 같이 갔다 왔죠.”

“그래? 그래서 머리통 하나 안 들고 왔구나, 부단장으로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농담하듯 가벼운 말투로 꾸짖는 레미아에게 대충 둘러대려고 뒤돌아 그녀를 바라봤지만 내 뒤에 서서 나를 올려다보는 레미아의 눈빛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눈동자의 빛은 가라앉고 흉흉한 기세가 그녀에게 뿜어져 나왔다.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으세요?”

“다 잡은 물고기는 관심도 없다 이거지?”

꾸욱- 처음엔 슬며시 주무르던 손길이었지만 지금은 살이라도 떼어갈 기세로 꽉 움켜쥐기 시작했다. 아려오는 엉덩이의 고통에 눈살을 찌푸리며 레미아에게 엉겨 붙자 꽈아악- 더 거세게 꼬집는 레미아였지만 작은 체구를 끌어안고 그녀의 뺨에 볼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자 금세 놓아줬다.

“나 참, 너 오늘은 비워놔. 누나 많이 쌓였으니까 끝장 봐야겠어.”

“저 피곤해요...”

-텁

말없이 나를 노려보며 고간에 손을 얹는 레미아의 행동에 나는 얌전히 양손을 들고 항복의사를 표현했다. 내 항복이 만족스러웠는지 진한 미소를 지은 레미아는 작은 입술을 혀로 축이며 단장을 돕고 오겠다고 그대로 떠나버렸다.

나는 한걸음 물러나 머리통의 개수를 세고 거점을 정리하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봤다. 기나긴 토벌이 끝난 것도 실감이 안 됐고 또 다른 의뢰받고 떠날 수도 있단 생각에 절로 피곤해졌다.

단장과 레미아는 론델라에서 석 달은 머물 거라고 얘기했지만, 말이 그렇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게 계획이었다. 그래서 남은 기간 동안 소니아를 실컷 맛봐둬야 했다. 그런 여자는 정말 드무니까...

에릴다가 도망치고 레미아와 분풀이 느낌으로 뒹군 지 1년이 됐지만 슬슬 질리기도 했다. 상급자란 권력을 쥔 그녀는 항상 원하는 대로 나를 휘둘렀기에 나는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뭔가 종마? 아니 기쁨조 느낌으로 허리를 흔들고 보지를 빨고 하는 게 레미아와 갖는 관계의 전부였다.

“자, 고생 많았다 새끼들아! 내려가서 한바탕 즐길 거니까 이탈자 없도록!”

““““네!!!!””””

산맥에 쩌렁쩌렁 울리는 용병들의 대답소리, 만족스러워하는 기사들과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단장의 역겨운 얼굴을 뒤로하고 모두 산맥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 멀리 손을 흔드는 소니아와 죽일 기세로 노려보는 지크를 발견한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 용병들의 파도에 그대로 휩쓸렸다.

**

“자, 우리 영웅 한잔 받아!”

“영웅 아니라면서요?”

“농이지! 자 건배!”

-파악!

얼큰하게 취해 휘청거리는 레인이 내뻗은 잔에 여러 명의 맥주잔이 팍 부딪치며 따끔한 탄산비를 쏟아 냈다. 이미 취할 대로 취한 얼간이들은 사소한 거에도 미친 듯이 웃으며 뒤풀이를 즐겼다.

“전 화장실 좀요.”

“우리의 영웅! 카사노의 오줌발을 위하여!”

“위하여!”

미친놈들. 테이블 위에 올라가 미친 듯이 웃으며 술을 마셔대는 레인의 모습에 술은 위험하단 걸 다시금 깨닫고 서둘러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화장실로 가는 골목 곳곳에는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 마냥 널브러진 용병들이 헛구역질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쏴아아아

크래프톤에서 유행이 번져 대륙 곳곳에 자리 잡은 현대의 소변기에 볼일을 해결한 나는 이과들이 몰리는 크래프톤에 한 번쯤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정처 없이 걸었다. 일부러 술을 거절했기에 맨정신으로 레인과 술자리를 갖는 건 너무 피곤한 일이었다.

싸늘한 밤공기를 즐기며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갑자기 귓가에 찌르는 듯한 고음이 쿡- 들려왔다. 잘못 들었나, 아님 주점소리인가 고민하는데 한 번 더 쿡 쿡 날카로운 목소리가 내 귓가를 찔렀다. 들어 본 목소리에 홀린 듯이 이끌린 나는 주점 뒤편 익숙한 두 명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걸 발견했다.

“그만, 지크 많이 취했구나. 어서 들어가서 쉬도록 해라.”

“소니아님!!! 그 더러운 용병한테서 떨어지라니까요!”

“그만! 지크, 넌 그런 아이가 아니잖니. 남의 흉을 보며 멀리하라니. 그만하렴.”

“소니아님만 몰라요, 카사노란 놈은 바람둥이에 여자를 끼고 사는 파렴치한 놈이라니까요?”

미약한 불빛의 가로등 아래에 서서 서로를 향해 꾸짖는 소니아와 지크, 은은한 홍조를 띠고 조곤조곤 지크를 진정시키는 소니아와 불콰하게 취해 언성을 높이는 지크를 보고 상황을 파악한 나는 벽에 붙어 둘의 싸움을 엿들었다.

“그놈이 끼고 다니는 여자만 다섯이 넘는답니다. 소니아님한테도 음흉한 목적으로 달라붙는 겁니다!”

“소문은 언제나 믿을게 못 된다고 너가 말했잖니. 몸을 팔아 기사가 됐단 내 소문을 듣고 분개하던 너가 왜...”

“그건 정말 헛소문이잖습니까. 그놈은 그냥 소니아님을... 하아...!”

짜악- 자기 이마를 짝소리 나게 후려친 지크는 분을 참지 못하는지 부글부글 끓는 가슴을 쓰다듬으며 발을 굴렀다. 말하고 싶겠지, 숲에서 본걸 말하면서 따먹을 생각밖에 없는 놈이라고. 하지만 소니아가 상처받을까 봐 입을 열지 못한 지크는 분통을 터뜨리며 감정을 표출하기 바빴다.

“지크, 내 생각해주는 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다시 고맙다고 말하고 싶구나. 하지만 카사노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텁- 분통을 터뜨리는 지크의 어깨에 손을 얹은 소니아는 다정한 목소리로 그를 달래고는 말없이 끌어안아줬다. 꾸우욱- 탄력 있는 젖가슴이 지크의 가슴에 짓눌려 뭉클 거리는 모습에 나는 말라가는 입술을 혀로 축이며 지크의 반응을 살폈다.

음욕을 띄는 눈, 그러면서도 갈 곳잃는 손의 움직임을 보니 자기도 똑같은 놈이었다. 모시는 기사님이니 뭐니 하면서 소니아를 따먹을 생각만 하는 놈이 뭐라는지. 소니아의 철벽에 오늘은 포기하기로 한 건지 그녀의 품에서 벗어난 놈은 여전히 소니아를 노려보며 내 험담을 했다.

“아무튼 소문이 매우 좋지 않은 놈입니다. 결국 떠날놈이에요, 지금이라도 멀리 해야 합니다.”

“떠나, 떠날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내가 그와 해결할 문제란다. 조언은 감사히 받으마. 이만 들어가렴.”

“...실례했습니다 소니아님.”

-끼익

얌전히 뒤돈 지크는 소니아의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흉악한 얼굴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긴 이해가 가긴 하네, 몇 년을 모셨는데 자기보다 쌩판 처음 보는 남자 편을 들고 있으니 안빡치고 배기겠어? 하지만 그건 저놈의 사정이었고 나는 달랐다.

“소니아님.”

“카사노?!”

새하얀 원피스를 걸치고 주황빛 머리칼을 뒤로 땋아 묶은 소니아는 어딘가 요양이라도 온 아가씨처럼 가련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나를 보고 수줍게 미소 지은 소니아는 이내 지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깨닫고 얼굴을 굳히며 내게 다가왔다.

“혹시...”

“싸우는 거 같아서 좀 멀리 떨어져 있었어요, 제 이름도 몇 번 들리던데...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아니, 아니다. 누가 그대의 험담이라도 하고 다니는지 안 좋은 그런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더군. 걱정하길래 안심시키고 돌려보내는 길이다.”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상처 입은 표정을 짓고 자조하듯 슬픈 미소를 띠었다. 아...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던 소니아는 한걸음 한걸음 잔디를 밟으며 내게 다가오더니 말없이 나를 끌어안아줬다.

“괜찮다, 질투에 눈이 먼 자들의 헛소문일뿐이다.”

“괜히 저 때문에...”

말끝을 흐리며 소니아를 살짝 밀어내려고 하자 나를 끌어안는 소니아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뭉클한 그녀의 감촉을 즐기며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나는 술로 인해 조금 뜨거워진 숨결을 푸흐- 그녀에게 전달했다.

“후훗, 간지럽다...”

“소니아님...”

-꾸욱

술에 취해 따뜻해진 소니아의 몸을 꽉 끌어안고 그녀의 향기를 잔뜩 들이마시자 자지가 발기했다. 딱딱한 자지를 소니아의 보지에 비비며 엉겨 붙자 곤란하다는 미소를 띤 소니아는 내 등을 살살 쓰다듬으며 나를 이끌었다.

“정말 못말리겠군... 얼른 올라가도록 하지.”

주점 안은 술에 취한 광란의 용병들이 점거하고 있어 들어갈 만한 곳이 못됐다. 내 손을 잡고 주점 위에 있는 방으로 이끈 소니아는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내 옷을 한꺼풀씩 벗겨냈다.

-사락사락

“쪼옥, 쮸웁, 후움... 하압...”

잡아먹을 듯이 내 입술을 덮치는 소니아,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옷을 벗길 때까지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나를 침대에 눕힌 소니아는 달뜬 숨결을 하아- 내 귓가에 내뱉으며 푹 젖은 보지를 쯔걱- 쯔걱- 귀두 위에 비비며 내게 속삭였다.

“사랑한다 카사노...”

“소니아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랑해- 사랑해- 취기와 흥분에 잔뜩 취해 몽롱해진 소니아는 끊임없이 내게 사랑을 속삭이며 보지를 비벼왔다. 홍수처럼 터진 애액이 고간과 허벅지를 적시고 새하얀 거품이 일은 보지 둔덕을 쯔릅- 귀두에 문지르며 애태우던 소니아는 사랑해- 애타게 외치며 그대로 허리를 내렸다.

-쯔걱 쯔걱 쯔걱

“후으읏♡ 좋아, 좋아아...♡”

“너무 음탕한 거 아니에요?”

“너무 행복해, 흐응♡ 더엇, 더 쿵쿵 찔러줘어♡”

더 박아달라고 애원하는 소니아의 애교에 넘어간 나는 결국,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소니아를 눕히고 그대로 미친 듯이 자지를 박아 댔다. 울부짖듯이 소리를 내지르는 소니아의 입에 이불을 물리고 밤새 범했다.

찹찹찹찹- 물튀는 천박한 소리가 복도에 울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허리를 흔들고 침대는 이미 소니아가 흘려댄 물로 젖어 더 이상 눕기도 힘들 정도로 찝찝했다.

“후읏♡ 후으으, 호오오옷!”

쯔걱- 쯔걱- 앙증맞은 애널이 뻐끔거리며 보지에서 느껴지는 쾌락을 표현했다. 하도 부딪혀서 붉어진 허벅지와 충혈된 듯한 보지. 하도 물고 빨아서 자국이 없는 곳이 없는 소니아의 새하얀 나신을 쓰다듬은 나는 한 번도 밖에 싼적이 없어 자궁 안에 꽉 들어찬 정액이 얼마나 될지 가늠도 못했다.

-꾸욱

“후아앗♡ 으흣, 그흐으읏♡”

뽈록- 거품을 내며 소니아의 질 내에서 꿀럭꿀럭 흐르는 새하얀 정액, 끈덕지고 젤리처럼 뭉쳐 있는 형태에 혀를 내두른 나는 히이- 히이- 바람빠진 소리를 내는 소니아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뻐끈한 몸을 풀어줬다.

섹스파트너 치고 사랑한다고 애원하는 소니아의 태도가 내심 마음에 걸렸지만 좋은 게 좋은 거로 생각한 나는 이만 가 보겠다고 소니아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대로 주점에서 빠져나왔다.

**

찜찜했던 기분은 착각이 아니었나 보다.

나는 눈앞에서 나를 두고 언성을 높여가며 다투는 두 여성을 보고 삐질삐질 땀을 흘렸다.

“우리 용병을 데려가겠다는데 그쪽이 무슨 상관이냐고요.”

“카사노는 나와 먼저 볼일이 있다, 다른 용병도 충분히 많지 않나?”

론델라에 머문지 벌써 한 달째. 매일 매일 레미아와 소니아를 돌려먹는 나날을 보내던 나는 뼈가 삭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 체감하면서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래 보겠어- 라는 생각으로 그녀들 사이를 박쥐처럼 오가며 매일 매일 섹스로 점칠 된 하루를 보냈다.

“후으읏, 더어, 더 격하게! 암캐한테 벌주듯이♡”

작은 체구임에도 격하게 박아달라며 건방지게 구는 레미아를 들고 내려찍으면서 박아올리는 들박 자세로 하루를 보내고

“쪽- 쪽- 사랑해, 사랑한다 카사노♡”

마치 연인이 된 것처럼 구는 소니아를 다정하게 끌어안고 범하며 매일 밤마다 사랑을 속삭이고 얌전히 잠들기도 했다.

점점 나를 찾는 빈도가 늘어나는 레미아와 종자인 지크도 내버려 두고 내게 매달리다 싶이 찾아오는 소니아 사이를 오가면서 점점 상황이 이상해지는 걸 느꼈지만 이미 늦었었다.

“두 분 다 그만 좀 하라니까요. 그냥 제가 사라질게요. 계속 그렇게 싸우세요.”

“무슨 소리야, 카사노! 돌아와 응?”

“카사노... 미안, 미안하다! 가지 마...!”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으르렁거리는 둘 앞에서 얼굴을 굳히고 긴급탈출을 하니 그제야 싸움을 멈추고 내게 달려오는 둘. 나는 이때다 싶어서 둘을 떨어트리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한 뒤 각자 따로 밤에 만나 그녀들에게 거짓말을 속삭였다.

“어차피 곧 떠날곳이잖아요. 누나가 좀 참아요.”

“그렇지? 미안, 요즘 통 신경을 안 써 주니까...”

“격일로 누나한테 싸는 정액만 모아도 오크통 두 개는 채우겠어요.”

“하하하, 진짜 웃기다 우리 귀염둥이.”

농담 아닌데... 레미아를 달래고 레미아가 시키는 대로 섹스를 즐긴 나는 이튿날 서럽게 울며 안겨드는 소니아의 귓가에 다정하게 속삭이며 그녀를 달랬다.

“쉬이... 울지마요, 소니아님. 간만에 보는데 계속 울기만 할 거예요?”

“흐윽, 가지 말라고 했는데에... 간다고 자꾸 협박하구... 흐극, 흐으으...”

참 물이 많은 기사님이구만. 축축하게 젖은 셔츠를 느끼며 소니아의 등을 쓸어넘기며 진정시킨 나는 눈물 범벅인 소니아의 눈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내일은 소니아님도 임무가 있다고 말했잖아요? 이대로 울기만 하고 일하러 갈 거예요?”

“흐읏... 아니...”

“자, 뚝 그치고. 잘했어요. 으이구...”

“헤헤...”

흥- 코에 갖다 댄 손수건에 코를 풀며 아이처럼 웃는 소니아의 모습에 빵 터진 나는 귀여운 소니아를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본래 머물기로 한 세달중 한 달이 지났는데 점점 나를 구속하려는 소니아의 행동에 위기감을 느낀 나는 남은 기간 동안 소니아를 챙겨줘야 뒤탈이 없겠다 싶어 레미아를 불러 솔직하게 말했다.

“흐응... 맨입으로?”

자기도 보고 싶은데 맨입에 양보하라는 게 말이 되냐는 레미아에게 길드로 돌아가면 뭐든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튿날 단장과 함께 백작의 비밀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었다.

뭐, 레미아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소니아가 바로 찾아와 쪽쪽- 내게 키스하며 엉겨 붙는걸 보니 괜찮겠다 생각은 했다.

아무튼, 그렇게 소니아와 매일 매일 사랑을 나누며 보내길 한 달, 두 달, 마지막 한 달째를 남긴 지금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드디어 파악했다.

여느 때처럼 사랑을 속삭이며 소니아의 자궁에 한가득 정액을 채우고 뒹구는데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내 품에 안긴 소니아가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를 꺼냈다.

“카사노, 슬슬 부모님께 소개드리고 싶은데...”

“네?”

“으응... 저번에 얘기한 거 말이다. 내 고향에 찾아가는 거.”

“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시골이라 말할 수 있는 곳에 있는 영지지만 풍경도 좋고 관광 명소같은 곳도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말하는 소니아에게 가보고 싶네요- 라고 말하자 잔뜩 흥분한 소니아가 날짜를 잡자며 달려들었었다.

“영지에 놀러 가자는 거요?”

“음... 그렇게 볼수도 있지만 목적은 부모님께 너를 소개드리는 거지.”

소개, 아까도 나왔던 소개라는 단어가 나왔다. 주륵- 섹스의 여파로 흐르는 건지 식은땀인지 모를 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씀드리니 처음엔 거부감을 느끼셨지만 지금은 허락하셨다. 언제 한번 꼭 데리고 오라더군.”

“아, 네...”

“정말 신기하다. 처음 봤을 땐 가벼운 남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관계까지 되다니...”

매일 매일 질리지도 않고 사랑한다며 안겨드는 소니아를 볼 때마다 좀 무겁지 않나? 생각은 했지만 애초에 보는 관점이 달랐던 건가? 무거운 주제를 꺼내며 끊임없이 떠드는 소니아를 볼수록 점점 몸 안에 도는 피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느낌이었다.

“저...도 이렇게 다정하고 귀여운 기사님인 줄 몰랐어요.”

“후후, 고맙다... 지크는 아직도 그대를 멀리하라고 말하지만...”

후우- 한숨을 내쉰 소니아가 검지 끝으로 내 가슴에 그림을 그리듯 간지럽히며 말했다.

“남편이 되면 그때는 받아들이겠지, 함께 지낸지 오 년이 넘어서 그런가, 마치 동생 같은 아이라 계속 신경 쓰이는군.”

“아...”

“그래도 질투하지 말도록, 나한텐 사랑하는 사람은 카사노 그대뿐이니까...”

좆됐다.

이튿날 임무를 끝내고 돌아왔다며 인사해 오는 레미아의 손을 이끌고 방으로 간 나는 본론부터 꺼냈다.

“저희 언제 돌아가요?”

“응? 뭐 언제는 백날 천날 있고 싶어 하더만.”

“아... 그냥요. 슬슬 질려서요.”

“역시 누나가 최고지?”

그 얘기가 아닌데, 하지만 눈앞에서 부정하면 어떤 폭력이 돌아올지 몰랐기에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재차 레미아에게 물었고 작은 입술에 검지를 얹고 으음- 고민하던 레미아는 결론부터 말했다.

“삼일 내로 돌아가야지. 돌아가서는 한 일주일 쉬고 또 대형의뢰를 맡을 거 같은데?”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얘, 얘!”

쿵쿵 뛰는 심장을 애써 무시한 나는 머릿속 가득 들어찬 소니아 생각을 정리하며 거리를 돌아다녔다. 이게 맞지, 괜히 기대하고 소니아와 함께 할 바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게 맞았다.

밤하늘 같은 머리칼을 떠올리자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치솟는 분노와 그리움에 몸부림친 나는 약해진 마음을 가다듬고 편지를 쓰기 위해 머무는 여관으로 몸을 돌렸다.

**

임무를 끝내고 돌아온 소니아는 들뜬 마음에 가벼워진 발걸음을 이끌고 카사노가 머무는 여관으로 향했다. 못마땅해하는 지크를 달래주고 뛰듯이 여관으로 향하던 소니아는 오늘은 뭘할까- 하는 생각에 저절로 행복해졌다.

벌써 그를 못 본지 나흘째였기에 그가 주는 사랑을 얼른 맛보고 싶었다. 지독한 외로움에 몸서리칠 때 안아주며 속삭이던 위로를 떠올린 소니아는 뜨거워지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며 딸랑- 여관으로 들어섰다.

“그, 502호 여분키를 받으려고 하네만.”

자주 보던 여급에게 쭈뼛쭈뼛 말을 거는 소니아, 몇 번이나 찾아왔지만 가늘게 눈을 뜨며 어머어머- 놀리듯 반응하는 여급에게 어색함을 느끼는 그녀였다.

“어머, 오랜만에 오셨네요. 근데 502호 그분 방 빼셨어요.”

“뭐?”

싸아- 온몸에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 쿵쿵쿵-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미친 듯이 뛰는 심장 소리를 듣던 소니아는 여급이 내미는 곱게 접힌 편지를 바라봤다.

“이거 전해 달라고 하시던데요?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식당에서 들리는 주인의 고함 소리에 앞치마에 손을 닦은 여급이 헐레벌떡 뛰어갔다. 쿵쿵쿵- 온몸을 뒤흔드는 고동 소리를 애써 무시한 소니아는 벽 한 켠에 세워진 의자에 앉아 편지봉투를 펼쳤다.

아무런 봉인이 돼 있지 않은 봉투 안에는 정갈하게 접힌 편지가 있었다.

[소니아님, 지금, 이 편지를 읽고 계실때쯤이면 저는 론델라에 없겠군요. 아직도 소니아님을 떠올리면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미아가 된 아이처럼 슬픈 눈으로 훌쩍이던 당신이 떠오르네요.

말없이 떠나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용병단에 묶여 있는 몸으로서 제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건 상관의 명령에 있는 힘껏 검을 휘두르는 일 뿐이더군요. 어느 방향으로 휘두를지, 얼마나 강하게 휘두를지. 그렇기에 당신을 두고 떠나게 됐습니다.

용서해 달라곤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야속할 수도 있고 저를 이해해주실수도 있으니까요. 함께 지낸 삼개월은 제가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누리기 충분했습니다. 소니아님도 저를 잊고 새로운 행복을 누렸으면 하네요.

카사노가.]

-콰악!

편지를 구겼다, 그대로 내던졌다. 그걸론 모자라 콱- 부츠로 편지를 짓밟고 발을 굴렀다.

또륵-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소니아는 배신감과 슬픔에 목이 메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카사노를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저주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항상 그랬다, 나만이 그를 사랑한다고 했고 나만이 그에게 함께하자고 권했다. 항상 웃으며 대답 없이 뒤따랐을 뿐 표현하지 않는 거로 생각했지만, 그는 자신을 정말 사랑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처음부터 말이라도 걸지 말지...”

차라리 몰랐다면, 아무것도 몰랐다면 이렇게 온몸이 베인 것처럼 아프지 않았을 텐데! 홀로 눈물을 흘리며 버티고 상관들의 억압에 분노하면서도 수긍하고 자기 편인 종자와 함께 버티며 그렇게 살아갔을 텐데.

“왜... 왜...”

왜 이런걸 알려주고 떠나는 거야, 거짓말이지? 날 사랑했었지? 용병이란 직업에 묶여서 어쩔 수 없이 날 떠난 거지? 뿌연 시야로 마구 구겨진 편지를 내려다보던 소니아는 쓰레기처럼 뭉개진 편지를 줍고 그대로 허리춤에 찬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래, 보란 듯이 살아줄게.”

바라던 대로 해줄게, 당신을 잊고 새로운 행복을 찾아서 보란 듯이 살아줄게. 주군께 인정받은 지금 자신에게 남은 건 오직 성공뿐이었다. 성공해서, 바라던 대로 새로운 사랑도 찾아서 또다시 재회하게 된다면, 그때 너를 찾아가 너가 이런 여자를 포기한 거야- 라며 비웃어 줄게.

“소니아님...?”

딸랑소리와 함께 여관으로 들어서는 지크, 쭈뼛이는 걸음걸이와 오갈 곳 없는 눈동자를 보니 뭔가 알고 자신을 찾아온 모양이었다. 너만은 계속 내 곁에 있어 주는구나.

동생처럼 편안한 지크를 보고 조금 누그러진 소니아는 주머니 속 편지를 강하게 움켜쥐며 그대로 여관을 빠져나왔다. 눈치를 살피던 지크는 이글이글- 증오 어린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소니아를 보고 자신을 찾아온 여자를 떠올렸다.

[조만간 그 여자는 큰 상처를 입을 거야. 나도 당신이 알려 준 거로 꽤 이득봤으니까 알려주는 거야. 알아서 잘해 봐.]

로브를 푹 눌러쓴 여자가 알려 준 여관으로 찾아가니 눈물 자국을 닦아내며 분통을 터뜨리는 소니아가 있었다. 재수 없는 그 남자가 떠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크는 무표정한 얼굴로 거리를 나도는 소니아의 뒤를 따르면서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설 날을 꿈꿨다.

“카사노...”

증오스러운 남자, 결국, 내게 한 번 더 상처를 주고 가는구나. 오늘 로널드에게 양해를 구하고 빠져나온 소니아였지만 다시 훈련을 받기로 결심했다. 최악인 남자와 언젠가 맞이할 최악의 재회를 준비하기 위해 소니아는 결의에 찬 눈으로 연무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론델라의 긍지 높은 기사 소니아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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