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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노예들의 주인이 됐다-105화 (105/395)

촌장의 부탁으로 고블린 군락을 토벌하러 가기 전 나와 에릴다는 남은 기간 동안 제미니의 눈을 피해 미친 듯이 몸을 섞었다. 마치 처음 동정을 떼 성욕에 미친 짐승처럼 허리를 흔들던 시절처럼 에릴다의 하얀 살결을 맛봤다.

“흥읏, 히우읏, 헤에엣♡”

제미니와 에릴다의 보금자리는 한참 전에 나만의 장소로 변모한 지 오래였다. 제미니가 일을 나갈 때면 곧바로 들이닥쳐 저항도 하지 않는 에릴다를 침대에 눕혀 쿰쿰한 정액 냄새가 이불에 밸 때까지 미친 듯이 범했다.

“흐긋, 흐으응, 호옷...♡”

-꿀럭 꿀럭

정액에 절인 절임처럼 새하얀 나신에 누런 정액을 받아낸 에릴다는 둥근 엉덩이를 천장 높이 치켜들어 간헐적으로 덜덜 떨기 바빴다. 임신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보지를 가득 채운 정액이 흘러내리는 꼴을 보면 마을에 있는 레이첼과 미네르바가 떠올랐다.

“빨리 치워.”

-짜악!

“흐기이잇♡”

바들바들 떨어대며 온몸을 옥죄는 쾌감에 정신 못 차리는 에릴다의 엉덩이를 후려갈겨 주자 돼지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절정에 이르는 에릴다. 추악하고 아름다운 상반된 모습에 미소를 띤 나는 정액 범벅인 에릴다를 뒤로 하고 집에서 나왔다.

잠시 시간 죽이다가 집으로 돌아가니 아무것도 모르는 제미니가 웃으면서 나를 반겼다.

또 한번은 제미니가 잘 때 침실에 들이닥쳐 에릴다를 끌고 나왔다. 마음 같아선 자는 제미니의 곁에서 따먹고 싶었지만, 아직 그렇게 큰 리스크를 지고 범할 필요는 없었다.

“자, 잠깐...”

잠이 들 때까지 손대지 않아서 방심한 걸까? 잠들기 직전이었던 에릴다는 억센 내 손길에 질질 끌리며 끔벅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잠에 취해 뜨이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며 졸졸 따라오는 모습에 입고 있는 캐미솔을 우악스럽게 벗기며 카우치에 눕혔다.

-풀썩

“흐읏...!”

-푸릉

그러자 탄력 있는 하얀 젖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창문 틈새로 비치는 달빛을 머금은 젖꼭지를 천천히 혀로 핥아올리며 입안에서 굴리자 에릴다의 입에서 아름다운 악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응, 흐으읏, 히읏...”

흐느끼듯 하면서도 간드러진 달콤한 신음에 불이 붙은 나는 고간을 빳빳하게 세운 채 젖꼭지를 물고 기분 좋게 혀를 놀렸다.

깨끗한 유륜을 혀끝으로 핥아올리면서 말캉이는 젖꼭지를 쿡쿡 혀로 찌를 때마다 카우치에 누운 에릴다의 허리가 간헐적으로 떠올랐다.

“후우...”

“흐잇, 헤엑, 헤엣...”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가린 에릴다는 헐떡이는 혀로 마른 입술을 낼름 핥으며 가려진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음욕으로 가득 찬 음탕한 눈동자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찌걱

“하아앗...♡”

곧바로 바지를 벗고 이미 받아들일 준비가 끝난 에릴다의 보지에 천천히 귀두를 문질렀다. 단단한 귀두로 질구를 아무리 문질러도 끊임없이 흐르는 애액에 축축하게 젖어버리자 흥분을 참지 못한 나는 그대로 허리를 천천히 밀어 넣었다.

-쯔릅 쯔릅

“흐으응♡”

딱 들어맞는 쾌감에 달콤한 콧소리를 흘린 에릴다는 축 늘어진 다리를 천천히 움직여 나를 옥죄였다. 다정한 연인들이 마주 보고 사랑을 나누듯 포개진 우리는 서로의 눈빛에 빠져들어 천천히 입을 맞췄다.

-쪼옵 쪼옵

“흥긋, 하움, 쮸릅, 쮸우...♡”

게걸스럽게 내 혀를 탐하며 엉겨 붙는 에릴다,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이어진 입술 사이로 오가는 혀가 얽히며 서로의 침이 자연스레 흘러들어왔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로 이어진 채 서로의 침을 받아먹으며 짐승처럼 허리를 흔들었다.

-찔걱 찔걱 찔걱 찔걱

고요한 집안에는 음란한 물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부부의 휴식을 위한 가구는 음탕한 보지즙에 흠뻑 젖어 색이 바랬고 밤공기가 느껴지던 거실은 쿰쿰한 살냄새와 상큼한 사과향이 공존하고 있었다.

-부르르륵! 부릇!

“후움, 후으읏♡ 하움...”

-쬬옵

“가하앗, 가아♡ 주인님의 정액 음탕한 노예에게 가득가득 넣어줘여어♡”

교미하는 뱀처럼 얽히던 혀가 떨어지고 황홀한 미소의 에릴다가 눈을 파르르 떨며 큰소리로 외쳤다. 정말 행복해 보이는 미소와 함께 추잡한 음어를 마구 내뱉은 에릴다는 꾸욱- 다리로 내 허리를 끌어당기며 더 깊숙이 자지를 박아넣게 했다.

떡정이라고 하던가? 무슨 오해인지도 모를 사건을 홀로 고민하다 떠나 살림을 차린 에릴다였지만 수십번을 몸을 섞으니 들끓던 분노도 조금 가라앉았다. 사실 화를 낼 사람은 내가 아니라 지금도 코를 골며 침실에서 자고 있을 제미니이지 않은가?

-쯔릅

“헤에, 헤엣...”

그렇지만 약해진 마음을 표현해선 안 됐다. 쾌락에 중독된 미친 엘프가 내 생각을 알면 건수를 물고 엉겨 붙으며 자지를 조를 게 뻔했다. 2년 전 에릴다와 같이 다닐적의 그녀는 음주도 즐기고 사치도 즐기고 도박도 즐겼다. 풋내기였던 나를 끌고 용병처럼 살면서 무시당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준것도 에릴다였다.

-꾸우우욱

“흐읏, 나와앗, 앙대해앳...♡”

가볍게 배를 짓누르는 내 손목을 붙잡는 에릴다, 힘없는 손가락이 내 손목에 얽히며 어떻게든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부릇!

“흐으응...”

아쉬움 섞인 콧소리와 함께 오물거리던 에릴다의 보지에서 정액이 주륵 흘러나왔다. 카우치를 더럽히는 정사의 흔적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에릴다는 끼익- 삐꺽이는 카우치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흐으...”

멍한 머리를 부여잡고 아무 말 없이 뒷정리를 시작하는 에릴다, 텅 빈 카우치에 누운 나는 가슴을 흔들며 열심히 뒷정리하는 에릴다의 새하얀 엉덩이를 슬쩍 주물렀다.

“흐응♡”

손가락에 착 감기는 부드러운 살결과 기분 좋은 그립감에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드는 에릴다의 엉덩이를 즐겁게 맛봤다.

-스윽 스윽

“흐으응...”

뒷정리를 끝낸 에릴다가 찌뿌둥한 허리를 펴며 듣기 좋은 신음을 흘렸다. 카우치에 누운 채로 에릴다를 올려다보던 나는 누운 등에 걸리적거리는 캐미솔을 에릴다에게 전해주고 나른한 기분을 즐기며 허리를 쭉 뻗었다. 조금 쉬고 2차전으로 돌입할 생각을 하는 와중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벌컥

“여보...?”

낮게 깔린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저벅- 저벅- 제미니가 느린 걸음으로 거실에 나와 천천히 서 있는 에릴다에게 다 가오는 듯했다.

“어머, 깼어요?”

당황했는지 밑에서 올려다본 에릴다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있었지만 이내 부드러운 미소가 걸리면서 상냥한 음색이 스륵 흘러나왔다. 거기다 걸치고 있던 캐미솔은 도대체 언제 입었는지 어느새 새하얀 나신을 덮고 있었다.

“응... 그, 일어났는데, 없어서...”

-꿀꺽

고요한 거실에 목 넘기는 소리가 싸늘하게 퍼졌다. 요 며칠 제미니의 의심은 우리를 향했었다. 원인은 마을에 퍼지는 작은 소문, 이방인은 당연히 나고 입 싼 아줌마를 타고 퍼진 여인의 정체가 입방아에 오른 지금 제미니는 나를 의심했다.

하긴 나 같아도 자신의 아내 머리칼과 똑같은 여자와 밤새 뒹굴었다는 소문이 돌면 의심하겠지. 일단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나는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잠든 척 연기를 했다. 낮게 퍼지는 숨소리와 함께 침묵이 깔린 거실에서 에릴다의 한마디로 침묵이 걷어졌다.

“내일 저 사람 따라서 떠나잖아요. 혹시 빠트린 게 있나 싶어서 살펴보고 있었어요.”

-달그락

에릴다는 식탁에 얹어진 주머니를 들며 펼쳤다. 제미니가 잠들었을 때 챙겨둔 도구들과 간단한 식량 따위였다. 커다란 젖가슴을 팔로 짓누른 채 제미니에게 다가간 에릴다는 촉촉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금방 가려고 했는데, 걱정했어요?”

“아...”

탄식하는 작은 목소리에는 미안함과 당혹이 서려 있었다. 예상한 대답이 아니었는지 음, 아 같은 소리를 내며 시간을 죽이던 제미니는 이내 속삭이듯이 에릴다에게 사과했다.

“미안, 없길래 혹시 뭐 하고 있나 싶어서 의심했거든.”

“제가 뭘 할 게 있나요?”

능글맞은 미소로 툭- 던지는 질문, 아내를 의심한 게 미안했던 걸까? 제미니는 대답을 피하며 에릴다에게 말했다.

“아, 아니야. 이만 자자.”

“마저 정리하고 갈 테니까 먼저 누워 계세요.”

“알았어...”

-끼이익 쿵

“하아...”

제미니가 침실로 들어가자마자 에릴다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화악- 퍼져 나왔다. 슬쩍 고개 들어 에릴다를 살펴보니 흔들리는 에릴다의 눈빛에는 긴장과 죄책감, 그리고 희열이 느껴졌다. 남편에게 들키기 직전까지 간 위급한 상황에서 느낀 배덕감으로 쾌감이라도 느낀 걸까?

“그럼, 자러 갈게요...?”

-핥짝

“음...”

고민에 잠겨 있을 때쯤 갑자기 귀에서 낮게 속삭이는 소리와 함께 축축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은 에릴다가 혀를 낼름거리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끼이익, 쿵.

부부가 떠난 거실에는 다시 적막이 가라앉았다. 내일 있을 토벌을 위해 눈을 감은 나는 이내 시각이 차각되자 다른 감각들이 민감해지는 걸 느꼈다. 창문 너머의 풀 스치는 소리도 들려왔고 몸을 덮은 이불의 따뜻한 촉감마저 진하게 느껴졌다.

-킁킁

거실에 은은하게 떠다니는 상큼한 사과향까지. 과연 제미니는 아내의 행동에 납득하고 방으로 들어간 걸까, 아니면 차가운 현실에 눈을 돌리고 부부만의 세계로 돌아간 걸까?

알 수 없는 진실을 곱씹은 나는 곧 다가온 끝을 생각하며 조용히 생각을 멈췄다.

**

“카사노씨.”

뇌리를 두들기는 알 수 없는 신호에 눈이 번쩍 뜨이자 보인 건 헤- 입을 벌린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제미니였다.

“네...”

일어나자마자 보는 게 남자의 입 벌린 얼굴이라니, 불쾌함을 애써 삭히며 카우치에서 일어난 나는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제미니에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잘 주무셨나요?”

처음 만났을 때와 비하면 차갑게 가라앉은 싸늘한 눈빛, 여전히 날 의심하는 제미니의 눈빛을 받아넘긴 나는 멍청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욕실로 향했다.

“덕분에요, 그럼 저는 씻고 오겠습니다.”

“저랑 아내는 식사 준비하고 있을 테니 천천히 씻고 오세요.”

-끼이익

녹슨 경첩 소리를 내는 문을 열고 욕실로 들어섰다. 몇 번이고 사용했지만, 타인의 집에서 씻는 건 뭔가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알몸이라는 무방비한 상태로 타인의 집을 이용하는 느낌이 뭔가 어색했다.

-쏴아아아

기다리고 있을 부부를 위해 서둘러 씻은 나는 챙겨온 옷으로 갈아입고 욕실에서 나왔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나오니 분주한 모습으로 식탁에 음식을 옮기는 부부의 모습이 보였다.

“아, 다 씻으셨나요?”

가라앉은 어투지만 친절함은 그대로인 제미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선 나는 그가 쥐고 있는 그릇을 뺏어 들고 그를 자리에 앉혔다. 물 흐르듯 그릇을 뺏긴 제미니는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나머진 제가 도울 테니까 쉬고 계세요.”

“그런,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못도와드린 게 죄송해서 그런걸요.”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음식을 준비하는 에릴다에게 슬쩍 다가가니 눈을 흘기며 나의 접근을 환영했다. 툭- 발끝이 내 발을 건드리는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에릴다가 챙겨준 도시락을 옮기면서 그녀의 곁에 조금씩 붙어있었다.

“......”

앉아있으라는 내 권유를 거절 못 한 제미니는 초조한 눈으로 우리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에릴다는 그런 남편의 시선을 눈치채고 내게 접근하지 않았지만 나는 에릴다는 돕는다는 명목하에 그녀에게 조금씩 접근하고 사소한 터치까지 하며 제미니에게 훤히 보여줬다.

“윽...!”

점점 굳는 얼굴과 피어오르는 의혹, 이쯤 되면 그만해야겠지 생각한 나는 에릴다를 건드리는 걸 그만두고 착실하게 그녀를 도왔다. 식탁에 말끔하게 차려진 아침 식사와 토벌행에서 먹을만한 도시락까지. 오늘분만 챙겼지만, 첫날만이라도 맛있는걸 챙겨 먹는다면 그걸로도 힘이 날 게 분명했다.

“여보, 얼른 드세요.”

식사 준비를 마친 에릴다가 웃으며 자리에 앉아 식기를 들었다. 아내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엘리다를 바라본 제미니는 이내 어설픈 미소와 함께 식기를 들고 말했다.

“응, 이야 맛있겠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달그락 달그락

어색한 침묵 속 우리는 조용히 식사를 이어나갔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하나하나 맛보는 에릴다와 작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먹는 나, 그리고 얼굴을 굳히고 딱딱한 모습으로 식사하는 제미니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식사를 마친 우리는 적막 속에서 조용히 그릇을 옮기며 뒷정리까지 끝마쳤다.

“벌써 12시군요.”

촌장이 직접 고른 자경단 두 명과 만나기로 한 시간은 12시 반. 마을까지 간다면 충분한 시간이었기에 나는 슬슬 출발하자는 의미로 제미니를 바라봤다. 굳은 얼굴로 내 신호를 받아들인 제미니는 바닥 한 쪽에 놓인 주머니와 가방을 메고 아내에게 말했다.

“금방 다녀올게.”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나를 등진 제미니 너머로 내게 눈빛을 보내는 에릴다, 허락을 구하는 눈빛에 고개를 끄덕여주자 제미니가 벌린 팔에 쏙 안겨든 에릴다가 마찬가지로 제미니를 아주 살짝 껴안고 등을 토닥여줬다.

“혹시라도 누가 찾아오면...”

“알아요, 애두 아니구...”

“하하, 그렇지?”

남편의 경고를 재치있게 넘긴 에릴다는 휙- 남편을 놓고 잠시만요- 라고 말한 후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의아한 눈으로 멍하니 서 있던 제미니는 방에서 나온 에릴다가 건네주는 걸 받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응...?”

꾸깃꾸깃 접힌 종이를 펼친 제미니는 알 수 없는 문자가 그려진 종이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에릴다에게 물었다.

“이건 뭐야?”

“공간이동 주문서라고, 우리 집으로 올 수 있게 연결해둔 주문서에요. 정말 위급한 일이 생기면 찢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에릴다...”

감동한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는 제미니, 슬쩍 다시 팔을 벌린 그였지만 피곤함에 찌든 안색으로 손사래 치는 아내의 모습에 멋쩍어하며 팔을 거두고 물러났다.

“아참.”

토도돗- 내게 다가온 에릴다는 남편에게 준 것보다 몇 배나 되는 양을 건네줬다. 받자마자 동일한 주문서라고 알아챈 나는 너무 티 내는 거 아니냐고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지만 에릴다는 아름다운 미소로 내게 말했다.

“동료들이랑 미네르바한테 전해줄 편지에요.”

주문서가 단숨에 편지로 둔갑하는 마법에 옆에서 의심하던 제미니도 의심을 거두고 떠날 채비를 마치고 있었다. 나는 무슨 짓을 해도 의심하더니 아내에 대한 의심은 금세 거두다니, 참 서러운 신뢰였다.

열댓 장의 주문서를 품속에 넣은 나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제미니가 못 보는 틈에 에릴다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언제 만져도 손에 착 감기면서 부드러운 감촉은 끝내줬다. 얼굴을 붉힌 에릴다는 만지기 좋게 내게 엉덩이를 내밀다가도 등 돌리는 남편의 모습에 슬쩍 내게 떨어졌다.

“카사노씨?”

준비를 마쳤는지 제미니가 당당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촌장은 몇일 걸릴 수도 있다고 했지만, 경비도 없는 군락이라면 그 규모는 작을게 뻔했다, 거기다가 얼마 크지도 않은 뒷산을 보면 고블린 샤먼이나 홉고블린같은것도 없을 확률이 높았다.

“뒷산에 어디라고 했죠?”

“마을 입구에서 쭉 세네 시간은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피곤하겠네요.”

“그러게요.”

고블린 주제에 뭐 그리 높은 곳에 사는지, 치솟는 분노를 애써 가라앉힌 나는 눈인사하는 에릴다에게 슬쩍 손 흔들어주며 제미니와 집에서 나섰다.

“여보, 조심해서 다녀와요.”

끝까지 남편을 걱정하는 다정한 에릴다의 모습에 제미니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에릴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흔들었다. 끈끈한 부부의 정을 느낀 나는 품 안의 주문서를 매만지며 마을로 향했다. 최대한 느긋하게 보내야겠네. 속으로 굳센 다짐을 하며 미소 지은 나는 제미니와 나란히 대로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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