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5.포식자를 노리는 포식자, 두 딸의 어머니 하루나 (61/395)



〈 61화 〉5.포식자를 노리는 포식자, 두 딸의 어머니 하루나

“우와...”


밀림의 최심부는 정말 아름다웠다. 옛날 지구에서  영화에서 나온 풍경처럼 커다란 고목들과 알 수 없는 꽃들, 덩굴들이 얽히고 섥혀 만들어낸 식물의 폭포가 보여주는 위압감은 자연의 경외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좆됐다...”


아름다운 풍경은 풍경, 에루카가 알려준 주황색 꽃이  나무를 찾고 주변을 둘러보며 처음보는 동물들과 꽃들을 감상하다 길을 잃었다. 한번 엇나간 순간 나는 밀림의 미아가 되버렸다.


-사사삭
나무를 타고 날아다니는 작은 다람쥐를 닮은 동물들이 내 머리 위를 지나갔다. 아직까지 위험한 동물을 본적은 없지만 검도 챙겨오지 않은 지금,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안되면 운디네를 불러야지.”

그럼에도 여유로운 이유는 최심부 어딘가에서 훈련받고 있을 운디네, 안좋은 생각이 들때마다 억지로 머리를 흔들며 좋은 생각을 했다. 그래 무슨 일이 생기면 운디네를 부르면 되니까... 점점 저무는 해와 늘어나는 동물들의 기척을 애써 무시하며 걸음을 옮기는 순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미아가 있어서 와봤더니 아~주 귀한 미아가 오셨네요오~?”

웃음소리를 찾아 고개를 드니 나뭇가지에 걸터앉은체 미소짓는 여인이 있었다. 마수의 두개골을 머리에 쓰고 송곳니와 발톱을 엮은 목걸이를  여인이 천천히 내 앞으로 내려왔다.

흑단같은 머리칼을 길에 늘어뜨린 그녀는 어깨 뒤로 머리칼을 넘기며 향기로운 장미향을 풍겼다. 심장같이 짙은 붉은 눈동자로 내 전신을 흝어본 그녀는 풍만한 가슴골을 손끝으로 가리며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후후... 이야기만 듣던 그분을 실제로 보게 되네요오...?”


거의 헐벗다 싶이한 풍만한 젖가슴과 엉덩이를 씰룩이며 다가온 그녀는 슬쩍 슬쩍 몸을 돌리며 잘 보라는 듯 엉덩이를 흔들었다. 모피 가죽으로 덮힌 갈색의 탄탄한 육체와 윤기나는 피부, 마치 오일이라도 바른 듯 탱탱한 살결은 음심을 자극했다.

“아, 혹시...”


마녀보단 오히려 이쪽이 원시부족의 제사장같은 비쥬얼이었다. 야성미 느껴지는 미소로 슬쩍 내 턱 끝에 손가락을 얹은 미네르바는 도톰한 입술을 혀로 축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반가워요오... 미네르바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카사노라고 합니다.”


“후후... 디네한테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알고 있답니다아...?”


디네라- 쿡쿡 웃으며 귀여운 애칭을 읊은 미네르바는 천천히 손가락을 내리며 내 목덜미와 쇄골을 흝고 손을 펴 내게 내밀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뻗어진 미네르바의 손을 쥐자 천천히 우리 둘의 몸이 하늘에 뜨기 시작했다.

“밀림에 발을 딛는 순간 알아챘지만 미아가 될줄은 몰랐네요오.”

귀여워요- 하고 칭찬을 덧붙인 미네르바는 입술이 마르는지 자꾸 붉은 혀를 낼름이며 입술을 축였다. 요사스런 혀놀림에 솟구치는 음심을 애써 가라앉히고 보드라운 그녀의 손을 꽉 쥔체 물었다.


“주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우후훗... 고마워요오, 제가 관리하는 곳이거든요오.”


“그래서 그런지 주인분을 닮아 참 아름다웠습니다.”
“우후훗! 디네의 말이 맞네요. 변태.”

콩- 비어있는 오른손으로  코 끝을 때린 미네르바가 짓궂은 미소를 지은체 바라봤다. 내가 뭘했다고 변태라는건지. 미네르바는 그런 내 생각을 읽은것마냥 짓궂은 미소를 지은체 말했다.


“그렇게 음란한 눈빛으로 바라보면  느껴진답니다아...? 여성들은 눈빛에 민감하니까요오.”


나는 하루나의 터질듯한 가슴을 핥을 기세로 바라본게 갑자기 생각났다. 설마 담아두는건 아니겠지하는 생각을 하며 미네르바의 손을 꽉 잡고 있으니 천천히 고도가 낮아졌다.

“도착했어요오, 디네가 보면 정말 좋아하겠네요.”

하늘에서 내려다본 밀림은 정말 광활했다. 처음 나는 순간부터 높이 날았음에도 귀를 스치는 나뭇가지들도 있었고 아래를 보면 광활하게 뻗은 고목들과 덩굴들, 날아다니는 형형빛깔의 새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여기랍니다아.”


점점 낮아지는 고도와 함께 드넓은 공터와 이질적인 건축물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보라색과 검은색 벽돌로 층층히 쌓여진 집에서는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창 새로 짓고 있어서요오,  허전하죠오?”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아름답습니다.”

“우후후 고마워요오... 디네- 어디있나요오.”

[스승님! 오셨습니까!]

텅빈 공터를 바라보며 미네르바가 두손을 입에 받쳐 나른한 목소리로 운디네를 불렀다. 옛날에 본 일본 영화가 생각나는 자세를 바라보며 운디네를 기다릴쯤 미네르바의 옆이 쭉 찢어지며 균열에서 운디네가 퐁 튀어나왔다.

[말씀하신대로 정령계에 관한 학습과 관찰을 마치고 계약자와의 상호 동의간에 공간이동에 대해 여러 자문을 구했습니다.]


교수에게 보고하는 대학원생처럼 또렷한 목소리와 곧게 핀 허리를 유지한체 막힘없이 설명한 운디네는 모든 보고를 마친후 미네르바의 옆에 단정히 서다가 나를 보고 화들짝 놀라 펄쩍 뛰었다.


[카사노!!!]

주먹만큼 커진 눈으로 나를 위아래로 흝어본 운디네는 이내 얼굴을 퐁 붉히고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아 부끄럽게  오구그래!!! 빨리 돌아가아!!!]


너 보러 온거 아니야,라고 말하면 무안해진 운디네는 삐질게 분명했고 그렇다고 응 돌아갈게, 라고 하면 찾아온 목적이 흐지부지될 리가 뻔했다. 진퇴양난. 지옥의 이지선다에 내몰린 나는 쩍 쩍 갈라지는 입술을 열며 조용히 말했다.


“운디네...”
“카사노님은 내 초대를 받고 온거에요오... 운디네, 내가 항상 뭐라고 했죠오오...?”

[항상 침착하게,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이성을 유지해라...!]


바짝 얼은 운디네가 줄줄 읊으며 미네르바의 눈치를 살폈다. 항상 아이같이 해맑고 귀여운 운디네의 모습만 보다 바짝 얼어 빠릿하게 구는 운디네를 보니 뭔가 새로웠다.

“하는 짓을 보니 여기서만 하는척- 구는거였네요오...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에.”


[아닙니다...! 그게, 그게에에...!]

“디네가 먼저 주인님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걸 배우고 싶다했죠오? 벌로 침묵의 호수에 가서 별망울꽃을 따오세요오...”


[거기에 있는 사람 싫은데엣...!]

“쓰읍...!”

나른한 목소리로 꾸짖은 미네르바는 양손을 허리에 얹고 운디네를 노려봤다. 울상인 운디네는 결국 터덜터덜 하늘에 떠올라 날아갔다.

[금방 돌아올게!]


떠나기전 내게 인사를 건넨 운디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운디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네르바에게 되물었다.

“호랑이선생님이시군요.”

“그렇게 엄하지도 않답니다아. 카사노님의 도움이 되겠다고 얼마나 보채는지이...”


제대로 된 정령사의 주도하에 계약한게 아닌 커스텀계약을 맺은 우리 둘인지라 보통의 정령사가 할수 있는걸 우리는 하지 못했다. 밀림을 둘러보던 미네르바는 우리 둘의 이질적인 이어짐을 느끼고 운디네를 불렀다고 한다.

“그 아이를 보며 연구하니 오랫동안 막힌게 하나 해결됐답니다아. 보답으로 정령으로서 기본기를 알려주고 있지요오.”


호수의 정령으로 태어나 홀로 동떨어진 삶을 살던 운디네는 다른 정령들과 다르다고 미네르바는 말했다. 전부 알려주면 내가 운디네의 마나를 끌어다 마법을 쓴다던가 몸을 강화하고 어디서든 운디네를 소환하는  뭐든 가능할거라고 말해줬다.

“큰 도움 감사합니다. 바라시는게 있다면 뭐든 보답하겠습니다.”

“후후훗,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오. 그것보다 저를 찾아온 이유가 있으시죠오-?”

늘어지는 목소리로 내 의중을 떠보는 미네르바, 권태감이 느껴지는 나른한 몸짓과 목소리와 별개로 붉게 빛나는 눈동자는 나를 꿰뚫어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곧 수인족 족장과 싸울일이 있어서요.”


“카사노님이 온건파의 족장이니, 하루나씨와 싸우겠다는 거군요오.”

“아시나요?”

“몇번 서로 도움을 준적 있답니다아. 으음, 그렇네요오. 하루나씨의 성격상 한번은 싸우셨을거 같은데에?”

“안그래도 어제 쥐잡듯이 얻어맞았습니다.”

쿠쿡 웃은 미네르바는 끈적이는 손길로 내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야릇한 손가락 움직임과 함께 온몸을 주무른 미네르바는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루나씨는 몽환의 밀림에서 가장 강한 수인이랍니다아. 어쩔수 없는 일이죠오.”


“하루나님과 마을의 족장직을 걸고 결투를 할 예정입니다.”

“흐음... 이방인인 카사노님이 굳이 직책에 집착할 이유가 있으시간요오?”

지금의 상황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질문에 나는 선뜻 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겨우 생각을 정리하고 말했다.

“자기 마음대로 강행하는데, 네네- 하는것도 성미에 안맞고  여자들을 위해서도 쉽게 양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흐으응- 저도 무슨 상황인지는 안답니다아. 서로가 모르는 이야기도 많고-”

나른한 미소로 내 어깨를 움켜쥐고 잡아이끄는 미네르바, 그녀의 손길에 이끌리며 공터 중앙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오히려 카사노님이 빠져주면 세명이서 대화로 해결할수도 있답니다아- 그래도 양보하지 않을 심산이신가요오?”

너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다- 음흉한 뉘앙스를 풍기며 되묻는 미네르바에게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네, 제 여자들이 준 자리니 제 손으로 지켜야죠.”

“후후훗, 그 아이들이 좋아할만 하네요오. 우두머리의 자리를 지키는건 수컷의 덕목이죠오.”

“하루나님과 싸워도 밀리지 않을 만큼 단련하고 싶습니다.”


“흐응- 잠시만요오-”

-스윽

옷안에 파고든 뜨거운 손바닥이 내 배를 문질렀다. 혀를 내민체 집중하며 내 배를 주무르던 미네르바는 천천히 손을 빼며 살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마나를 쌓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정도라니- 놀랍네요오.”

“그런것도 아시나요?”

“마녀나 마법사나 주력으로 배우는게 하나씩 있죠오. 저는 관찰이 특기랍니다아.”

“흐응- 이정도면 마나연공법이나... 아니면 응용을...”

손을 떼넨 미네르바는 턱에 손가락을 얹은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중얼거리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졌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붉은 보석같은 눈동자와 함께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미네르바를 바라보며 언제 끝나나 기다렸다.

“후훗, 카사노님이 하루나씨를 이길만한 방법을 찾았답니다아.”

“정말입니까?”

생각에 푹 빠져 아무 반응도 보이지않은 미네르바를 지켜보길 1시간, 겨우 고개를 들고 활짝 웃는 미네르바를 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제대로된 연공법도 없이 마나를 이만큼 쌓다니 디네도 카사노님도 참 특이하네요오.”


마나연공법, 제대로 된 기사들이나 용병들이 익힌 마나를 몸에 쌓은 기술, 이세계에 떨어진지 5년인 내가 그런걸 배울수도 배울 형편도 안돼서 하늘의 별만큼 먼 이야기였다.

“저도 모르는새에 느껴져서...”


용병단에 구르며 같이 지낸 마법사가 알려줘  몸에 쥐꼬리만한 마나가 있다는걸 알았지만 기껏해야 운디네를 범할 때  것 말고는 제대로 활용한적도 없는 마나였다. 그게 나도 모르는새에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니-

“제가 아는 연공법의 원리와 마나를 움직이는 법을 알려드릴게요오. 싸우는건 카사노님이 알아서 하실거라 믿으니까요오.”


“알려주시는것만으로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우후훗, 보답은 일이 모두 끝나면 그때 받을게요오. 그럼 오늘부터  결투 전날까지 배우는거로 하죠오.”

“알겠습니다.”

단단히 마음먹고 미네르바를 바라봤다.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모르니 지금 붙잡아야했다.

“그래서 결투는 언제인가요오?”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네에?”


나른한 미네르바의 눈동자가 일순간 커졌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오.”

“하루나님이 결투를 요청할거 같아서 미리 배우려고 하는겁니다.”


“정하지 않았다면서요오. 그럼 싸움이 정해진것도 아니고 미리 배운다는건가요오?”


“그렇게 되네요?”

미네르바의 눈이 가늘어졌다. 한심하다는  흘겨보는 눈빛과 함께 미네르바의 도톰한 입술에서 한숨 한줄기가 새어나왔다.


“보답을 톡톡히 받아야겠네요오...”

한숨을 내쉰 미네르바가 빙글 돌았다. 출렁이는 엉덩이가 걸음걸이에 따라 씰룩이며 흔들리는 자태를 뽐내어 멍하니 바라보게 됐다.


“따라오세요오. 오늘은 일단 이론부터 배울거랍니다아.”

뒤도 보지않고 입을 연 미네르바의 뒤를 따라 그녀의 집에 들어섰다. 미네르바의 탄탄한 갈색 피부를 흘겨보며 집안에 들어설때까지 미네르바는 귀를 붉힌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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