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7화 〉4.꿈을 위해 조교당하는 조숙한 상인 시에라 (47/395)



〈 47화 〉4.꿈을 위해 조교당하는 조숙한 상인 시에라

“후우... 더워뒤지겠네.”

쨍쨍 해가 내리는 거리를 걸으며 나는 용병길드로 향했다. 덥다고 하면 항상 안겨주던 운디네는 옆에 없었다. 아직 배울게 남았다는 말에 밀림에 잠시 내버려두고 홀로 도시로 왔으니까.

-끼이익

-와글와글

“씨발, 고블린 거시기를 네 좆구녕에 꽂아줄까? 다시 말해봐.”

“니네 애미 집에 두고온 네 좆마냥 비실거리는 다리로 나자빠진 주제에 돈을 더달라니, 염치가 없는거 아니야?”

“이 개새끼가!”

“오늘 의뢰 갱신일이라던데?”

“얼른 가서 꿀작업 하나 빼오자, 존나 피곤하네.”

왁자지껄한 용병길드를 가로지르며 접수대로 향했다. 슬쩍 나를 흘겨보던 용병들은 이내 관심을 끄고 각자  일을 마저 시작했다. 나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문서를 작성하는 접수원을 똑똑- 테이블을 두드려 불렀다.

“어서오세요오...? 앗- 카사노씨?”

내게 좆같은 의뢰를 직접 선사해주신 접수원양은 내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가 이내 안심한 얼굴로 두손을 모으고 나를 올려다봤다.

“하도 연락도 없으셔도 무슨일 생긴줄 알았어요-”

“의뢰 자체가 그런데 어떡합니까?”

“기간이 끝나가니까 그랬죠- 그런데 혹시, 돌아오셨다는건...?”

“네.”

-투욱

뿌리까지 안전하게 캐낸 달부르미를 툭 테이블 위에 얹었다. 화들짝 놀란 접수원은 자루를 열고 하나씩 꼼꼼히 살피며 옆의 서류에 적힌 주의사항과 비교하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있고, 이것도 있고- 와 정말 달부르미꽃이네요?!”

달부르미꽃을 찾았다는건 수인족을 봤다거나 지나가다 벼락맞은 나무 너머에서 피어있는 군락지를 찾아 캐왔다는 뜻이었다. 용병들은 나를 바라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벼락은 안맞았으니까 수인족을 찾았다고 생각했겠지.

“의뢰 완료나 해주세요, 당분간은 의뢰 안받을겁니다.”

“오랫동안 방치된 의뢰였는데- 이정도면 지부장님도 아무말 안하실거에요!”

“후우...”

나는 테이블에 손을 얹은체 숨을 돌렸다. 좆같은것도 하나 해지웠고, 돈이나 구하고 얼른 돌아가야겠다- 이내 계획을 세우며 고민하고있을 때 앞에서 자르륵 돈소리가 났다.

“여기, 여태 의뢰에 쌓인 수수료랑 의뢰비용이에요! 축하드려요!”

-이야 저걸 하는새끼가 있네?

-씨발 어디서 구했냐고 슬쩍 물어볼까? 한번 끌고와봐.

-돌았냐? 은등급이잖아, 그리고 저새끼 그새끼잖아- 존나 유명한 용병단에 일했다고 소문났던 새끼.

-기억 안나는거보면 듣보용병단이잖아.

한심하게 씨부리는 용병새끼들을 뒤로하고 돈을 챙겨준 접수원에게 가볍게 목례한뒤 등을 돌렸다. 그때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나를 잡는 소리가 들렸다.

“아 맞다, 카사노님! 카사노님은 찾는 분이 있었어요.”

“저를 찾았다고요?”

딱히 나를 찾을 사람은 없는데, 누구지? 곰곰이 생각해봐도 떠오르지않는 찰나에 접수원이 웃으며 설명해줬다.

“카사노님이 협회에 가져다준 신분증의 가족이 사례하고싶다고 찾으셨데요- 따로 기별을 넣을테니 오후쯤에 상인협회로 한번 가보세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네에-”

묵직한 돈주머니를 꺼내 확장주머니에 그대로 담았다. 이제 약초 처분하고 검치호 송곳니나 벌레갑각, 마수의 부산물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해 상인거리로 몸을 돌리는데 누군가가  나를 불러세웠다.

“카사노씨인가요?”

또 누구여- 뒤를 슬쩍 돌아봤는데 곱상한 아가씨가 허리에 손을 얹은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가워요. 오랫동안 호르미아에 오시지않아 제법 기다렸답니다?”

윤기나는 갈색 머리칼의 아가씨, 단정한 앞머리와 가슴께까지 길게 늘어트린 옆머리와 질끈 묶어 올린 기다란 뒷머리, 얼마나 긴지 올려묶어도 골반까지 끝머리가 뻗었다.

총명해보이는 초록색 눈과 짙은 속눈썹, 도도해보이면서도 친근해보이는 눈매였다. 앙증맞은 콧날과 오밀조밀 조그마한 입술, 어려보이긴 했지만 이세계의 성인은 원래 그러기에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고급스러운 비단옷을 입고 터벅터벅 내 앞에 다가온 그 아가씨는 뒤에 대동한 호위전사 한명과 함께 내 앞에 서서 나를 올려다봤다.

“반가워요, 아버지의 유품을 건네줬다고 들었어요. 시에라라고 한답니다.”

“아, 반갑습니다. 카사노입니다.”

-꽈악

가볍게 손을 내밀었는데 꽤나 강하게 움켜쥐는 시에라, 그래봤자 여인의 손힘이라 가볍게 넘겼다. 그나저나 방금 들어왔는데 그새 찾아오다니, 꽤 정보력이 좋은 모양이었다.

“아버지의 유품을 수습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로필라상단의 주인으로서 감사 인사를 드리겠어요.”

-스윽

치마 끝을 잡고 인사를 건네는 시에라, 나는 가볍게 목례후 사양했다.

“유골도 수습 못했는걸요. 죄송할 따름입니다.”

“알려주신 정보덕에 유골도 수습했어요. 그리고 하나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거든요.”

뭔가 싸한데?

“혹시 저희 아버지의 유품중에... 주머니같은건 없던가요?”

역시- 싸한 기분은 그건가? 하긴 확장주머니같이 비싼 물건이라면 기를 쓰고 찾겠지. 용량이 큰걸 봐서 고급마법이 걸려있는 듯 했는데 그 딸이 직접 찾으러올줄은 몰랐다.

“글쎄요... 저도 제 한몸 건지기 바빠서, 잘 모르겠군요.”

“기억안나시나요? 한켠에 삼지창을 가로지르는 번개무늬가 새겨진 주머니에요.”

그런 무늬가 있었어? 순간 의아한 마음에 손이 들렸지만 겨우 참았다. 여기서 품에 손을 넣는다면 그건 내가 가졌소- 라고 말하는 꼴이니까.

 행동을 지켜보던 시에라는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제 착각이었나봐요. 죄송하게 됐네요.”

“아닙니다, 무슨 물건인지 모르지만 중요한건가봅니다.”

“네, 확장마법이 걸린 주머니인데 저희 집안 대대로 내려운 물건이랍니다...”

“그런가요...”

“후우... 죄송해요, 삼거리 대장간에서 검은머리에 은등급 용병패를 가진 건실한 청년이 주머니에서 꽤 많은 수의 도검을 꺼내 팔았다길래- 카사노님이신줄 알았거든요.”

씨발 결국 아는거잖아? 얼른 운디네랑 섹스하려고 서두른게 결국 꼬리가 밟혔다. 싱글싱글 웃으면서 설명하는 시에라의 태도에 나는 발뺌하기 늦었다는걸 깨달았다.

“그럼 자리를 이동해볼까요 검은머리용병씨?”

“그러도록 합시다.”

싱긋 웃으며 앞장서는 시에라의 뒤를 따랐다. 뒤에 호위새끼는 계속 힐끔힐끔 나를 바라봤다. 남자의 시선도 그렇고 결국 갖고놀았다는 사실에 화가 나 눈에 힘을 주고 노려보니 마찬가지로 노려보다가 결국 고개를 돌렸다.

“여기랍니다, 혹시 숙소는 구하셨나요? 괜찮으시다면  하나 잡아드릴까하는데.”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래요, 올라가도록 할까요?”

구석에 있는 쓰레기 여관과 달리 넓직한 식당과 깨끗한 인테리어, 딱봐도 고급 여관같은 풍경에 나는 땡잡았다 생각하고 시에라의 뒤를 따라갔다.

딱달라붙은 비단옷에 씰룩이는 엉덩이는 고스란히 라인이 보였다. 상당히 얇았는지 비쳐보이는 팬티라인을 살피며 걷다보니 어느새 방앞에 도착했다.

-끼이익

“그런데 뒤에 그분도 같이 듣는건가요?”

“아무래도 제 호위니까 같이 들을까하는데, 혹시 신경쓰이시나요?”

“다른게 아니라 저를 계속 노려보시길래, 궁금한게 있나해서요.”

“요한?”

시에라의 부름에 정자세로 서있던 요한이란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아가씨께 무례를 저지르지 않을까해서 지켜봤습니다. 하찮은 용병이 무슨짓을 저지를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 초면에 저런말을 하다니, 에루카 말고도 저런말을 하는 사람을 볼줄은 몰랐다. 참 대단한 충성심이라 생각하면서 슬쩍 시에라를 바라봤다. 내 눈빛을 알아챈 시에라 또한 요한이란 남자를 제지하기 위해 입을 여는듯했다.

“손님한테 그런 말버릇은 누구한테 배운짓이죠? 사과드리세요.”

“아아, 괜찮습니다. 이번에 의뢰하러갈때도 똑같은 말을 들은적이 있어서...”

“그말을 한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

갑작스레 되묻는 요한의 질문에 나는 삐뚜름하게 웃으며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제 암컷노예가 돼서 매일 밤낮동안 보지가 쑤셔지며 전사는커녕 보지노예라는 사실에 감사하도록 만들어줬죠. 오늘도  자지에 매달려서 조른탓에 늦게 돌아왔습니다.”

“이자식...!”

-창!

모욕이라고 생각했는지 단숨에 허리춤에서 칼을 뽑은 요한은 나를 노려봤다. 슬쩍 시에라를 살펴보니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시에라도 딱히 제재는 하지않고 부끄러워하면서 두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입구에 선체 칼을 뽑고 나를 바라보던 요한을 쳐다보며 나는 시에라를 향해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너무 갑작스러웠나요?”

“괜찮...습니다... 요한... 검을 집어넣으세요...”

“아가씨...”

“그래요, 괜히 뽑았다가 뒤지면 아가씨는 어떡해요? 안그래요?”

씨익 웃으며 요한에게 조언을 건네줬다. 내 조언을 들은 요한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소리지르며 말리는 시에라의 비명을 곁들이며 나도 검을 뽑아 곧바로 요한의 검을 쳐냈다.  강한 힘이 실린 검이 나를 사선으로 베기위해 파들거리며 내뻗어졌지만 내 힘에 밀리며 팅팅팅 비껴올라가기 시작했다.

눈을 씰룩이며 손목에 힘을 싣는 요한을 본 순간 나는 곧바로 왼쪽으로 검을 쳐냈다. 순식간에 힘이 빠져 꺾인 손목과 함께 비틀린 검은 그대로 땅에 박혔다. 나는 놓치지않고 스파르타마냥 앞발길질로 손목을 걷어차 검을 놓게 만들었다.

“끄으윽...!”

“요한!”

-스윽

손목을 붙잡고 표정을 찡그리는 요한의 목에 검을 겨눴다. 깜짝 놀란 시에라는 내 검 안에 파고들며 나를 말렸다.

“그만하세요...! 죄송해요. 사과드릴테니까 이만 검을 거두세요!”

“아가씨...!”

지가 먼저 덤벼놓고 저렇게 아련하게 시에라를 바라보다니,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검을 다시 집어넣고 시에라에게 말했다.

“물론 저도 심했지만 호위가 이래서야 아가씨를 더 위험하게 만들것같군요.”

“...끄으윽...!”

분했는지 빠득 이를 갈며 나를 노려보는 요한, 나는 멈추지않고 덜덜 떠는 시에라에게 다시 말했다.

“자기 분 하나 못참고 손님에게 덤벼들어서야, 쯧... 호위가 호위 대상을 놔두고 덤비는게 말이 됩니까?”

“죄송해요, 밖으로 내보낼테니 부디 노여움을 풀고 저와 애기를 나누시죠.”

내게 정중하게 허리숙여 사과한 시에라는 주저앉은체 자신을 올려다보는 요한에게 싸늘하게 통보했다.

“나가서 대기하세요. 나가기전에 카사노님에게 사과하시고요.”

“....죄송합니다... 무례를 저질러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이만 얘기를 해야하니 나가주시죠.”

“크윽...!”

애써 화를 억누르며 나가는 요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내 앞에 쭈뼛쭈뼛 서있는 시에라의 모습에 나는 의자에 손짓하며 먼저 자리에 앉았다.

-끼익

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은 시에라는 내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입을 뗐다.

“강하시군요...”

“별거 아닙니다, 살아남으려면 이정도는 해야지요.”

“다시 한번 사과드릴게요,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닌데...”

얼굴을  붉힌 시에라는 책상을 바라보며 슬쩍 나를 살폈다. 아무래도 아까 말한 음어들이 신경쓰여서 그런거겠지.

“저는 대상단을 이끌 몸,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적과 아군은 구분할수 있답니다.”

“아아... 그럼 저는 혹시?”

“아군으로 끌어들여야겠죠...? 그래서 말인데 제안드릴게 있어요.”

“말씀하시죠.”

-텁

테이블에 양손을 짚은뒤 불타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시에라는 순순히 제 뜻을 밝혔다.

“저는 그 주머니가 꼭 필요해요, 돈이나 원하시는거 전부 드릴테니 저에게 다시 양도해주시죠.”

흠...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진지한 눈빛의 시에라를 바라봤다. 아직 어려서 말도 못할줄 알았는데, 아버지의 유품이란 사실을 믿고 돌려달란 단어도 고르지않고 정중하게 내게 요청까지 했다.

“그냥 확장주머니 아닙니까?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돈으로 구하셔도 될텐데.”

“...말씀 드리기 힘들어요.”

“혹시 돈이 없으신가요?”

“돈이 없다뇨!! 저번주만해도 마법공학의 정수, 크래프톤에 가서 잔뜩 물건을 사왔답니다!.”

오, 지구의 기계들처럼 다양하고 유용한 도구들이 많은 공학도시 크래프톤, 듣기만 들어봤지 가본적 없는 나는  이름이 제법 신기했다.
그럼 돈도 있고, 꿇릴 것도 없는데  그 주머니에 집착하는거야? 나는 되묻듯이 시에라를 바라봤다. 내 눈빛을 읽은 시에라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리고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실 그 주머니는 평범한 확장 주머니가 아니에요.”

“그렇습니까?”

“혹시 카사노님은 주머니에 걸린 마법이 몇단계인지 아시나요?”

확장마법에는 여러단계가 있었다. 통상적으로는 5단계까지 있었고 그 이상가면 아예 새로운 공간이 있는 아공간 주머니라고 불렀다.

“이정도면 3단계 아닙니까?”

내 대답에 고개를 내저은 시에라는 갈색 머리칼을 찰랑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1단계랍니다.”

제일 기초단계라고? 그렇게 검이 많이 담아졌는데?  의아함에 시에라는 한숨을 내쉬며 순순히 말했다.

“사실  주머니는 저희 증조할아버지께서 귀한 분께 받은 귀물이랍니다. 1단계로도 그정도인데 추가로 부여받는다면 얼마나 유용하겠어요?”

확실히 그랬다, 제일 좆밥인 1단계로 그정도의 적재량이면 3단계만 해도 어지간한 마차보다 커질게 분명했다. 나는 그제야  아가씨가 기를 쓰고 되찾으려는 이유를 깨달았다. 시에라도 나에게 숨기면서 되찾긴 무리라 판단했는지 인상을 쓰면서도 순순히 밝힌거였다.

“저는 최대한 높은 단계를 부여해 유용하게 사용하고 싶어요. 부탁해요. 바라시는건 뭐든지 들어드릴수 있답니다. 여자던 돈이던 지위던 최대한 힘써볼게요.”

-끼익!

의자에서 박차고 일어난 시에라는 테이블에 양손을 얹은체 다급하게 말했다, 급발진하듯 일어난 시에라의 가슴이 보기좋게 출렁였다. 저정도면 D컵은 되려나? 생각보다 풍만해보이는 시에라의 육체에 나는 그녀를 핥듯이 바라보며 말라가는 입술을 혀로 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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