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3.강한자가 마음대로 하는건 당연한거 아닌가? 호위전사 에루카
나는 팔짱낀체 에루카가 부리는 재롱을 즐겁게 바라봤다. 등에 맨 커다란 대검을 쿵 소리나게 바닥에 내려놓은 에루카는 천천히 입고있던 가죽옷을 벗어던졌다. 땀에 흠뻑 젖은 가죽옷은 에루카의 살결에 끈덕지게 달라붙다가 결국 떨어졌다.
“후우...”
에루카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츠루카의 소식을 듣고 뒤도 돌아보지않고 허겁지겁 뛰어왔다. 그 탓에 가죽옷 안의 몸은 이미 땀에 흠뻑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고 그 덕에 나는 땀에 젖은 육감적인 몸매를 가감없이 볼수있었다.
언뜻 보면 레깅스처럼 보이는 내의가 탄탄한 허벅지를 꽉 조여주고 있었고, 엉덩이골 위에 구멍이 뚫려 그 너머로 푹신해보이는 늑대 꼬리가 툭 튀어나와있었다. 분노한 주인의 뜻을 따라 우뚝 솟은 꼬리덕에 탄탄하게 앙 다물고 있는 엉덩이 또한 훤히 보였다.
핥듯이 몸매를 감상하는걸 느꼈는지 에루카는 즉시 돌아 정면으로 나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역겨운 인간같으니, 언니에게 손대고 나까지 역겹게 쳐다보다니...!”
“서로 원해서 손댄걸 자꾸 그렇게 말하면 섭섭한데?”
“닥쳐라! 언니가 너같은 하찮은 인간의 손을 바랬을리 없다!”
나는 에루카의 말에 대답하지않고 걸치고있는 외투를 그녀의 얼굴에 집어던지며 몸을 천천히 풀었다. 슬쩍 그녀를 살펴보니 자신의 얼굴에 덮어쓴 외투를 찢어버릴 기세로 꽉 움켜쥔 에루카는 한참을 놔두다가 천천히 얼굴에서 잡아당겨 빼낸뒤 바닥에 내던졌다.
“역겨운 인간의 냄새는 향기롭나보지?”
“...!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군. 어디서 시덥잖은 농담을 주워들은 모양이지?”
얼굴이 붉어진 에루카는 화난 개처럼 얼굴을 찌푸리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앙탈부리는 꼴처럼 보여 헛웃음이 나왔지만 더 이상의 자극은 위험할수도 있어 나는 천천히 어깨를 돌리며 에루카에게 다가갔다.
“여자를 패는건 좀 찝찝한데...”
“하! 패? 네깟놈이 나를 패?”
팬다는 단어에 열이 잔뜩 올랐는지 에루카는 성큼성큼 내게 다가오며 이를 악물어왔다. 키차이탓에 나를 올려다보며 이를 악물고 있어 그 꼴이 마치 몇 번이고 놀림당해 악을 쓰고 달려드는 조카같은 모습이었다.
“괜히 끝나고 얘기꺼내지말고, 서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하자고.”
“내가 할소리다. 내게 패배한 즉시 짐을 정리하고 마을에서 떠나라!”
“자꾸 지는걸 당연하다는 전제로 얘기하지 마라니까?”
슬쩍 고개를 숙여 에루카와 시선을 맞추며 그녀를 바라봤다. 한껏 치켜올라간 눈썹과 삐뚜름한 입꼬리는 누가봐도 조롱하는 표정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좀 하지말라는 듯한 이 표정 너무 열받는다.
“하찮은 인간한테 마을 최고의 전사인 내가 질 리가 없지않나?"
“잘나신 최고의 전사님은 뭐한다고 다 끝나고 기어왔는지...”
그렇게 대단하면 목책 하나가 뚫릴뻔했는데 뭐했냐-? 라고 넌지시 말하니 에루카의 얼굴이 시뻘개졌고, 그녀의 변명이 줄줄 흘러나왔다.
“그 당시엔 내가 관여하던 다른곳이 많았다...! 내 불찰이긴 하지만, 결국 막아냈을거다. 네놈은 그냥 어차피 꺼질 불에 물 몇방울 뿌린 것 뿐이야!”
어떻게든 까내릴려고 바락바락 달려드는 모습은 정말 솔직하지 못했다. 나는 대충 흘려들으며 대답했고 에루카는 내 태도에 더 화가 났는지 짓밟고 있는 흙을 발로 마구 헤집으며 나를 노려봤다.
“이제 그만하고 싸워볼까?”
“내가 하려던 말이다!”
한마디도 안지려고하네-, 우리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천천히 거리를 벌리며 뒷걸음질쳤다. 리치는 누가봐도 내가 더 길었다. 생각보다 키차이가 나서 에루카의 팔 길이나 다리 길이는 명백히 짧았다. 그래도 방심할순 없었다.
‘수인족의 신체능력이 어느정도인지 정확히 모르니까.’
마을에 쳐들어온 마수들과 싸우는걸 대략 지켜봤지만, 그걸로는 수인족들의 신체능력을 제대로 파악할순 없었다. 호르미아에서 들은걸론 제대로 큰 수인족 전사는 혼자서도 몇 명이고 상대할정도로 지칠줄도 모르고 날렵하다고 늙은 약초꾼은 말했다.
-타앗!
고민하며 거리를 재고 있을 때 상황을 지켜보던 에루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짧은 거리를 도약해 달려든 에루카는 먼저 미들킥으로 내 골반을 노렸다. 나는 즉시 왼팔로 다리를 내려쳐 방어했다. 묵직하게 내려찍은 팔꿈치에 종아리에 타격을 입은 에루카는 눈썹을 찌푸리며 다시 거리를 벌렸다.
“후우...”
눈 깜짝할새에 접근하다니, 확실히 도약력이나 속도는 최고였다. 가볍게 간보듯이 찬 킥이었는지 쉽게 쳐냈지만 에루카쪽에도 전혀 타격이 들어가지않았다. 천천히 발끝을 끌며 나를 노려보던 에루카는 슬며시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손짓해왔다.
-까닥까닥
이젠 내가 한번 들어오라는거겠지. 저러면 내가 곧이곧대로 들어가줄거라 생각하는건가? 멍청할정도로 정직한 그녀의 사고방식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나는 천천히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저벅저벅
반사신경이나 속도를 보면 어차피 내가 달려들어도 가볍게 막아낸뒤 카운터를 먹일게 뻔했다. 그래서 대놓고 접근하는 작전으로 다가갔고, 내 의중을 파악못한 에루카는 의심하면서도 뒤로 내빼지않았다. 어느새 내 팔길이 정도만큼 좁혀진 거리. 나는 눈치를 살피다 곧바로 오른팔을 안면으로 쭉 뻗었다.
-팡!
언제 공격할지만을 지켜봤는지, 오른팔이 뻗는 순간 반응한 에루카는 가볍게 고개를 틀며 주먹을 피하고 곧바로 똑같이 미들킥으로 응수해왔다. 나는 번져오르는 미소를 숨기지않고 번개같이 뻗어오는 에루카의 오른 다리를 왼손으로 낚아챘다.
-뻐억
타이밍이 늦어 에루카의 미들킥이 내 옆구리에 꽂혔지만 이악물고 참았다. 곧바로 왼팔로 발목을 끌어안은뒤 뻗었던 오른팔을 회수해 양팔로 에루카의 다리를 꽉 끌어안았다.
“뭐,뭐지?!”
당황한 에루카는 한발로 콩 콩 뛰며 허둥대고 있었다. 이내 눈빛을 굳히며 무언갈 시도하려는 낌새가 느껴져 나는 곧바로 남은 왼발의 발목을 강하게 걷어차냈다.
“크윽?!”
당황한탓에 대비 못한 에루카는 그대로 균형을 잃어 휘청거렸고 나는 곧바로 땅바닥에 엎어지며 관절기를 걸 준비를 했다. 제대로 된 공방싸움으로는 내가 밀릴게 뻔해서 개싸움으로 몰고가기 위함이었다.
퍼덕이는 에루카의 다리를 끌어안고 옛날 레슬링에서 보던 관절기들의 기억을 되살리며 재빠르게 팔을 뻗었다. 조여오는 팔과 다리의 조임에 당황한 에루카는 마구 펄떡이며 독설을 내뱉었다.
“뭐하는짓이지?! 역겨운 인간 이런 목적이었구나. 내 몸을 마구 주무르려고...!”
뭐라는거야 시발, 한 귀로 흘려들으며 움켜쥔 다리를 놓치지 않고 꺾으며 어떻게든 관절기를 걸려고했지만 점점 강한 힘으로 뿌리치는 에루카의 몸짓에 옥죄던 팔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크흐윽...! 이딴 짓...!”
송곳니를 드러내며 내 양팔을 움켜쥐고 떼어내려는 에루카. 어떻게든 반항했지만 목에 핏줄 세워가며 떼어내는 에루카의 힘에 나는 결국 양팔을 풀고 에루카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듯 밀어냈다. 강한 힘에 홱 고개가 꺾여 바닥에 쳐박힌 에루카는 머리를 비틀며 어떻게든 일어나기 위해 자세를 잡으려 했지만 휘청이는 몸은 그걸 허락하지않았다.
나는 다시 찾아온 기회라 생각해 넘어지듯 에루카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뒤를 선점했고 당황하여 고개를 비트는 에루카의 겨드랑이에 팔을 끼운뒤 목덜미를 강하게 팔로 옥죄었다.
살기와 열기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서 움직일때마다 질척한 땀의 느낌탓에 매우 불편했지만 지금이 절호조였다. 그딴건 신경 쓰지않고 옥죈 팔에 최대한의 힘을 줘 에루카의 목을 졸랐다.
“끄흐읏...? 크흣...!”
퍼덕이는 에루카의 다리도 이미 내 다리로 꼬아 뱀처럼 교미하는 모양새로 고정됐다. 손끝으로 내 팔뚝을 움켜쥐고 어떻게든 풀어내려고 하는 에루카였지만 강하게 힘을 조이고 그녀에게 달라붙을수록 점점 힘이 빠지는게 느껴졌다.
“흐으으읏!! 치사한 잉간...! 나라!!”
간신히 소리를 지르며 내 팔뚝을 움켜쥐는데 성공한 에루카는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강한 힘으로 잡아당겼다. 조금만 힘을 빼도 벌어지는 팔의 모양새에 나는 깜짝 놀라 그녀에게 더 강하게 달라붙으며 힘을 줬다. 결국 체중으로 짓누르는 모양새로 에루카를 뒤에서 짓이기게 됐다.
지금부터는 지구전이었다. 나는 괜히 힘빠질까봐 입술 한번 까닥이지않고 양팔과 양다리에 힘을 주며 조였고 내 품안의 에루카는 마구 발버둥치며 분에 찬 숨만을 내뱉었다.
“후으으읏...! 후으아앗!!!”
마구 고개를 비틀며 조금만 팔이 느슨해져도 몸부림 쳐오는 에루카의 힘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팔뚝을 잡아당기며 틈이 생기면 숨을 크게 들이쉰 에루카는 더욱 힘을 주며 옥죄는 팔을 떼어내려고 안간이었다.
몇분을 그렇게 달라붙고 있었는지도 가늠이 안될즈음 나는 뭔가 이상한걸 느꼈다. 악에 찬 분노의 소리는 점점 잦아들어갔고 품안의 에루카가 마구 내지르는 분에 찬 소리는 점점 물기를 띄기 시작했다.
“흐으으아...! 흐으으읏...!”
마구 몸부림치며 목을 빼내려는 에루카는 지쳐서 목에 힘을 뺄때면 얼굴을 왼쪽으로 뻗어 내 목덜미와 뺨에 얼굴을 비벼왔다. 처음엔 박치기 하듯 뺨을 대가리로 내려찍었는데 갈수록 힘이 빠졌는지 그냥 얼굴을 박고 가만히 쉬면서 힘을 모으는듯했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힘을 빼고 자세를 유지하며 잠시 숨을 돌렸다. 흠뻑 젖은 땀은 어느새 식어가며 시원함을 안겨줬고 숨 돌린덕에 느끼지 못한 여러 감촉들이 서서히 느껴졌다.
내 다리에 찰싹 붙은 탄탄한 허벅지와 고간에 비비고 있는 통통한 엉덩이, 얼굴 앞에서 물씬 느껴지는 여자의 향은 아무 반응 없던 고간에 점점 피가 몰리게했다. 조금씩 부풀어오르는 고간의 느낌에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체 숨을 고르던 에루카는 이물감에 고개를 퍼뜩 들며 이를 갈았다.
“이... 쓰레기같은...!”
딱히 부정할 말은 없었지만 나도 할말은 있었다. 이렇게 티를 내며 냄새를 맡는데 못알아채는게 병신이지.
“목졸리면서, 냄새맡는 변태년이 누구보고 쓰레기래?”
-꽈악...!
잠시 느슨해진 팔에 힘을 주며 에루카의 목을 다시 졸랐다. 내 지적에 화들짝 눈을 크게 뜬 에루카는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하다 조여오는 팔에 감촉에 다급히 손을 뻗어 내 팔을 움켜쥐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운디네 따먹던 힘까지 모조리 끌어모아 에루카의 사지를 억제하면서 강하게 목을 졸랐다. 끄읍 끕 소리를 내며 내 팔뚝을 긁는 에루카의 손톱이 상처를 내는게 눈에 보였지만 나는 이악물고 참으며 계속 조였다.
-파들파들
강하게 긁으며 어떻게든 내 팔뚝을 풀어내려던 에루카는 결국 끝났다. 파들파들 떨리던 손은 이내 툭하고 떨어지며 실이 끊긴 인형처럼 에루카는 정신을 잃었다. 나는 즉시 에루카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숨을 골랐다.
“후우...! 후우...”
갈퀴모양으로 긁힌 팔뚝에선 피가 줄줄 흘렀고 옷은 흙과 땀범벅으로 개판이었다. 어줍잖게 달라붙어 제압했지만 솔직히 순전히 운이었다는건 내가 제일 잘알았다. 힘의 격차로 나를 두들겨 패려던 에루카는 달라붙어 목을 조여오니 한껏 당황해 제대로 힘을 쓰지도 못했다.
공터에 놓인 바위에 걸터앉은 나는 널부러진 에루카를 바라봤다. 바닥에 머리를 쳐박은체 엉덩이를 한껏 치켜든 에루카의 모습은 마치 몇 번이고 범해진뒤 널부러진 여자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축 처진 꼬리는 진탕 흙에 굴러 이미 흙범벅이었고 탄탄한 허벅지 또한 돌에 잔뜩 긁히며 내의가 찢어져 속살을 내비쳤다.
“끄흐읏...! 으윽...!”
한참을 숨을 고르며 진정하고 있으니 바닥에 쳐박힌 에루카가 정신을 차렸는지 신음을 내며 땅에 팔을 딛고 자세를 고치고 있었다. 엉금엉금 기듯이 땅을 짚고 일어난 에루카는 즉시 주변을 살피다 나와 눈이 마주친뒤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리며 박차고 일어섰다.
-털퍽
갑작스레 일어난 탓에 균형을 잃은 에루카는 다시 땅에 주저앉듯이 넘어졌고 나는 바위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점점 다가오는 나를 바라보던 에루카는 이내 고개를 한껏 들어 나를 올려다봤고 나는 그런 그녀를 비웃으며 내려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