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3.강한자가 마음대로 하는건 당연한거 아닌가? 호위전사 에루카 (27/395)



〈 27화 〉3.강한자가 마음대로 하는건 당연한거 아닌가? 호위전사 에루카

[뜨겁다아~]


쨍쨍이라는 의성어가 귀에 환청으로 맴돌정도로 뜨거운 햇빛이 온몸을 내려쬐니 버틸수가 없었다. 나는 하늘을 날며 주변을 탐색하는 운디네를 재촉했다.

“얼른 내려와, 더워서 그래...”

힘겹게 목소리를 쥐어짜니 혀를 빼물고 더위타던 운디네도 손사래치며 거부해왔다.


[싫어- 아까처럼 또 껴안을거지- 뜨겁다니까?]

“그럼 빨리 뭐라도 찾아줘...”

[기다리세요~ 갔다올게!]

“하아...”

운디네의 신형이 사라진걸 목격한 나는 걸음을 늦추며 나무 그늘 아래로 도망쳤다, 철컹거리는 갑옷 때문에 더워 죽을거같았지만 지금 있는 장소를 생각하면 벗는건 날 죽이시오 광고하는거나 마찬가지라 벗을수도 없었다.

“좆같은 용병 길드...”

상단협회로 찾아가 상단주를 찾아 차분히 군락에서 있던 일을 설명한후 병장기들을 양도하니 함박 웃음 짓던 상단주도  걷어붙이고 나서서 용병길드로 같이 가줘 탈주 의혹도 해결됐고 모든게 좋게 끝났나 했지만 용병 길드는 떠나려는 나를 붙잡았다.

-사실 의뢰인이 변호해줘서 좋게 끝내지만 지금 카사노님이 아니면 맡을 사람이 없는 의뢰가 있어서요... 어떻게든 맡아달라고 지부장님도 부탁하세요.


사실 좋게 해결했지만 그래도 탈주한건 맞잖아- 그러니까 악성 의뢰 하나만 맡아달라는 길게 풀어 말한 젊은 접수원이 미안한 표정으로 손을 공손히 모은체 부탁해왔다.


어쩔수없이 의뢰를 떠밀려 받았는데 장소도 가관이었다. 지금 머무는 도시의 이름은 호르미아, 뒤편이 울창한 숲과 밀림으로 뒤덮인 자연의 산물같은 도시인데 밀림과 숲에서 채집할수 있는 약초도 많고 희귀한 야생동물도 많았지만 특히나 귀한건 밀림에서 살아가는 아인종들이었다.


물론 제국이 노예제도의 폐지를 공표한지 몇백년이 지났다하여 이 대륙은 노예가 없었다. 그래도 아인종을 만나는게 귀한 이유는 그만큼 얻을수 있는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엘프나 수인족들에게 보답받은 모험가나 귀족 이야기는 셀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에 많은 용병들과 모험가는 아인종과의 만남을 고대했다.


그게 의뢰랑 무슨 상관이냐, 의뢰인이 요청한 약초는 수인족들이 재배하는 달부르미라는 꽃이었다, 하늘색 초승달같은 꽃잎이 피는 꽃으로 수인족들이 약재나 식사에도 곁들이는 기호품인데 그걸 구해오라는건 사실 수인족을 만나달라는거였다.


호르미아를 전진하며 수인족을 목격한 사람들을 찾아봤지만, 겨우 만난 늙은 약초꾼의 말로는 호르미아의 밀림에서 마지막으로 수인족을 발견한건 백년이 넘었다고 한다. 나는 그제서야 악질한테 물렸다는걸 깨달았지만 어쨌든 의뢰는 해결해야했다.

“후우...”

-꿀꺽꿀꺽


확장주머니에 담아둔 시원한 수통을 꺼내 목을 축였다, 큰 소득이었던 확장주머니는 내 생각보다 더 한 보물이었다, 보존마법까지 걸린 주머니였다니... 주머니의 주인은 아직 신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받은건 없었지만 나는 주머니만으로도 충분한 보답이라 생각했다.


“시발 어느세월에 찾냐...”

밀림에 들어온지도 반나절, 꼭두새벽 서늘한 숲공기를 맡으며, 이정도면 떡을 치겠네 하고 호기롭게 들어섰지만 너무 밀림을 얕본 모양이었다. 해가 뜨고 조금 체력이 부치니 금세 지치기 시작했다, 운디네와 계약하고 좀 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착각이었나보다.


[~~~~]


감질나게 불어오는 바람의 감촉을 느끼며 눈을 감고있는데 멀리서 가냘픈 목소리가 들렸다. 활기찬 톤에 간드러지는 저 음성... 운디네인게 분명했다.

[카사노~~~]

아니나 다를까 팔을 휘저으며 날아오는 운디네의 모습에 나는 눈을 뜨고 팔을 벌려 운디네를 맞이했다. 신나게 날아오던 운디네는 안겨드는 아기원숭이처럼 온몸으로 내게 달려들었다.


“뭣좀 찾았어?”

운디네의 온몸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미칠듯한 쾌감이 느껴졌다, 꼭 사우나에서 찜질하다 아이스방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내 품에 안겨있던 운디네는 [뜨거웟!]하고 짧게 비명지르더니 몸에서 툭 떨어졌다.

[저쪽으로 쭉~ 가니까 덩굴하고 엄청 큰 나무가 많은곳이 있던데?]


“그래?”


커다란 나무라, 밀림의 초입부는 그냥 영화에서나 보던 정글같은 광경이었는데, 그것보다   나무에 덩굴들이 있다면 최심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운디네를 불렀다.


“일단 돌아가긴 늦었고, 노숙이라도 하면서 살펴보자.”


[난 카사노가 하자는데로 하지~]


“빨리 다른곳도 가봐야하는데 여기 오래있을까봐 그러지.”

[카사노...]

다양한 곳을 구경하고 싶다던 자신의 말을 기억해주는것에 대해 감동한 눈치의 운디네, 이렇게 계속 신경 써줘야 내가 뭘 해도 운디네가 정떨어질일이 없을거다. 나는 운디네에게 손짓해 운디네가 살펴본곳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어우, 너무 습한데?”


운디네의 뒤를 따라 천천히 나아가는데, 밀림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열기와 습기가 대단했다, 흐르는 강물과 화려한 깃털의 앵무새같은 새들까지, 뭔가 아마존 체험기같았지만 살인적인 더위만큼은 참을수 없었다.

[그러게 마법 걸어준다니까?]

“됐어, 아껴야지.”


더위에 끙끙대는 날 보던 운디네는 정령마법으로 내 주변만 시원하게 만들어줄수 있다고 처음부터 얘기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밀림에서 뭐가 나올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 하나 편하자고 마나를 낭비하면 위기의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거같았다.

그리고 채우는것도 결국 내가 힘써야하잖아.


[덩굴들 엄청 길다~]

“그거에 매달려서 날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어.”


[진짜루??]

“응, 타잔이라고 덩굴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밀림을 자기집처럼 누비는 사람이 있지.”


[나도 해볼래~]


유독 기다란 덩굴을 양손으로 꽉쥔 운디네는 천천히 시계추처럼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긴 덩굴은 천천히 운디네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렸다.

“거기서 점프!”

반동으로 인해 운디네의 몸이 뒤로 확 쏠린뒤 앞으로 쭉 뻗은 순간 신호를 줬다. 내 말을 들은 운디네는 손을 놓고 와아악 하고 점프했다, 타잔의 트레이드 마크를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외치다니... 신기했다.


[꺄아악! 잡았다!]

대롱대롱 거미줄에 달라붙은 거미처럼 덩굴을  쥐고 다음 덩굴로 못나아가는 운디네의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쪼르륵 덩굴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운디네는 꺄르륵 웃으며 내 곁을 맴돌았다.


[신기하다~ 죄다 처음보는거야!]

“나도 처음이야.”


[카사노는 용병도 오래했다면서 처음 보는거야?]


-피식


“난 원래 싸우는 용병이었어. 이렇게 돌아다닌건 1년도 안됐어.”


[그으래? 그럼 다행이구~]

“뭐가 다행이야?”

방긋 웃은 운디네는  머리위에서 날다가 고개를 숙여 나와 얼굴을 마주쳤다.

[내가 처음 보는게 있어도 카사노도 처음 본걸수도잖아?]


“으이구”


검지와 중지로 운디네의 코를 살포시 꼬집고 쭉 뽑아냈다.


-뽁

[아아앙! 아파아!]


운디네와 시덥잖은 장난을 치며 계속 걸었다, 살인적인 더위에 지쳐갈때면 운디네를 끌어안아 서늘함을 느끼며 버텼다. 꾹 참고 계속 전진하니 일반적인 정글 풍경에서 서서히 운디네가 목격한 풍경으로 변하는게 눈에 익었다.

“오호...”

인간 수십명을 줄세운것처럼 커다란 나무들이 빽빽이 솟아오른 장관이라, 이런건 지구에서도 못본 풍경이었다. 마치 CG처럼 이질적인 풍경에 입이 조금 벌어졌지만 그것도 잠시, 수풀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머리칼이 곤두섰다.


-찰칵


허리춤에 찬 롱소드를 손에 쥐고 천천히 뽑았다, 하늘에 떠있는 운디네에게 손짓하니 계약자한테만 보이는 불가시형태로 변한 운디네가 천천히 날아가 수풀속의 무언가를 관찰했다.

[무슨 개같은데 모르겠어! 이빨이 엄청 커!]

이빨이 크다? 이빨이 큰 개라니, 뭔가 떠오를  말듯한 표현에 아리송해하는데 수풀에서 개가 불숙 튀어나왔다. 운디네의 말대로 커다란 엄니가 밑으로 쭉 뻗어있는게 눈에 보였다.


“검치호...인가?”


옛날 멸종된 동물사전에서 본 검치호와 아주 동일하게 생겼었다. 쭉 아래로 뻗은 엄니하며  째진 눈과 표범같이 날랜 몸체, 나는 먼저 달려들지 않고 검을 사선으로 든체 몸을 가리고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르르르...


천천히 발을 EP며 대치하니 검치호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들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과하게 긴장한듯한 검치호의 얼굴 근육이 일그러진걸 보니 조금만 기다리면 달려들 모양새였다.


-탁!


떠볼 심산으로 자리를 박치고 나아가듯 발을 강하게 뻗었다. 사실 실제로 돌진할 생각은 없었지만 몸이 크게 앞으로 쏠리니 거리를 재던 검치호는 곧바로 점프하며 내게 달려들었다.


뻗은 발로 자세를 고정하고 왼팔에 찬 방패로 상체를 가렸다. 이미 달려든 검치호는 커다란 엄니로 내려찍을 듯이 턱을 뻗었다.

-까앙!


마치 철과 철이 부딪힌것처럼 소리가 울렸고 사선으로 강하게 베어냈던 롱소드가 검치호의 엄니와 부딪혀 튕겨났다. 쩌적 금이 나는 소리와 함께 검치호의 엄니가 갈라졌지만 나는 곧바로 오른팔을 당기며 방어자세를 취한 왼팔로 강하게 검치호의 머리통을 내려찍었다.

착지하느라 자세가 불균형적인 검치호는 방패타격에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럼에도 앞다리 뒷다리를 재빨리 뻗으며 자세를 고치려는게 보여 추스른 오른팔을 그대로 직선으로 내려찍어 검치호의 머리통을 롱소드로 찍었다.

-푸욱

두개골을 가르는 감촉과 함께 찌른 단면에서 피가 몽글몽글 뿜어졌다. 나는 곧바로 롱소드를 뽑아내고 대충 피를 정리했다. 옆에서 구경하던 운디네는 이내 쪼르르 날아와 검치호의 시체를 구경했다.


[와아... 엄청 크다, 그래도 쉽게 잡았네?]

“짐승이라 그래, 그래도 갑자기 나와서 당황했네.”


[저 이빨은 챙기면 좋겠지? 챙기자!]

나는 갈라진 엄니를 손잡이로 강하게 내려찍어 마저 부러트렸다. 손에 착 감기는 엄니를 챙기고 검치호의 시체를 방치하고 옷매무새를 추스른 나는 주변을 살펴본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까는 이런 동물 못봤었어?”

[아까 하늘에서 볼때는 없었는데... 한번 더 보고올까?]


“그러자, 처음보는 동물이나 사람이 있으면 알려줘, 알았지?”

[맡겨두세요~]


 하늘로 뻗어가는 운디네, 나는 품에 넣은 엄니를 손에 쥐어 이리저리 굴리며 감촉을 즐겼다. 생각보다 단단한 엄니기에 또 챙길일이 있다면 챙길수 있는게 좋을거같았다.

아 하나 남은것도 부러트릴걸 그랬나? 괜스레 후회됐지만 이미 시체곁을 떠났으니 애써 무시했다. 그런데 몸을 꽤 격하게 움직여서 그런가, 온몸에서 땀이 뻘뻘 났다. 운디네가 돌아오면 잠시 쉬어야겠네... 후끈한 열기를 애써 무시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요 앞에는 아무것도 없어~~~]


멀리서 손을 흔들며 운디네가 날아왔다. 나는 운디네를 손짓으로 부른뒤 커다란 나무 그늘아래에 털썩 주저앉았다. 수통을 꺼내 들이킨뒤 얼마 남지않은 물을 모조리 머리와 얼굴에 뿌렸다.


[카사노~ 많이 더워?]

“덥네...”

[정말... 고집쟁이야. 자 이리와!]


볼을 부풀린 운디네는 곧장 양팔을 뻗으며 내게 다가왔다. 순순히 안기라는 뜻임을 알아 나는 상체를 살짝 숙여 운디네를 품에 안아 서늘함을 즐겼다.

[얼굴에 땀좀봐...]


-낼름, 할짝할짝

내 얼굴의 땀을 핥기 시작한 운디네의 축축하고 서늘한 혀가 얼굴 곳곳을 누볐다. 눈을 감고 혀를 즐기니 시원해서 기분도 좋았다.

“아아...”

[할짝... 좋아...?]


“계속 해줘...”


[후훗, 아라써... 헤릅,헤릅....]


애교부리는 강아지처럼 얼굴을 핥아오는 운디네의 봉사에 나는 결국 운디네의 가냘픈 허리를 끌어안고 봉긋한 가슴을  가슴팍에 비볐다. 달라붙은 운디네는 눈을 감고  뺨을 핥으면서 짓궂은 미소를 짓고 입술까지 핥아왔다.


이런 신호를 주는데 거부할 수는 없지.

-쮸웁쮸웁...쩌업

처음엔 가볍게, 다음은 끈적하게. 살짝 입술을 맛본뒤 천천히 운디네의 입술을 덮었다.

[츄웃,쮸우...흐웁...]


운디네의 조그만 입안에 혀를 천천히 밀어넣었다. 벌린 입은 혀의 침입을 환영하듯 혀를 물어오며 빨기 시작했고, 운디네의 작은 혀도 내 혀에 휘감기며  침을 꿀꺽 받아마셨다.

적극적인 키스에 발기되어 조금 하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슬쩍 운디네의 고간으로 손을 뻗으며 다음 단계로 가볼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운디네가 눈을 번뜩 뜨며 입을 뗐다.

[아앗...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

“하아... 어디서?”

[아까 보고온 제일 큰 나무 밑인거같은데... 자세하겐 안들리고 뭔가 부딪히는 소리만 계속 들려!]


“그게 여기서 들리는거야?”


[혹시 몰라서 연결된 물방울 하나 두고왔지. 가보자!]

“그래 그러자.”


흣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부풀어오른 바지춤에 잠시 자세가 엉거주춤했지만 이내 자극이 멎은 탓에 발기도 금세 풀렸다.


“그런데 왜그렇게 적극적이야?”


정찰에 저렇게 적극적이다니, 밀림에서 노는걸 좋아하길래 별 생각 없나 싶었는데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설줄은 몰랐다.

[빨리 나가야지 그...으... 카사노랑 할수있으니까...]

귀여운 이유에 나는 피식 웃고 안내하는 운디네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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