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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2.내가 먼저 만났는데... 중급 정령 운디네 (8/395)



〈 8화 〉2.내가 먼저 만났는데... 중급 정령 운디네

최대한 서둘러 뛰어가니 비릿한 피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고블린따위랑 분투중이던 좆밥 용병들과 상단주를 둘러싸고 보호하며 고블린들을 썰어넘기고 있는 다른 용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까 운디네의 이야기를 엿들은 나는 짐을 집어던지고 곧바로 뛰어들 자세를 잡고있는 고블린의 뒤통수를 베어넘겼다, 날아가는 고블린 대가리를 뒤로하고 좆밥 용병들이 고전하고 있는 고블린 무리에 뛰어들어 그대로 양팔에 힘을 실어 횡베기로 고블린 대가리를 수확했다,

-털썩 털썩

목에서 피분수를 뿜어대는 이차돈고블린들을 뒤로하고 살아있는 고블린들을 찾아나섰다, 상단주 근처에는 이미 다 목이나 상반신이 잘린체로 죽어있었어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내 뒤에는 나를 따라 검을 뽑은 채 따라온 세인이 있었지만 내가 모조리 썰어버린지라 녀석이 손댄 고블린은 한 마리도 없었다.

마차 뒤편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 곧바로 달려가니 아침에 먹은 스프가 담긴 솥단지가 엎어져있었고 코를 박고 먹는 고블린  마리와 짐칸을 뒤지고 있는 고블린들이 포착됐다.

운디네의 이야기를 듣고 몸이 달아오른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마석계약이야기의 1차 유포자 세인은 다급한 발놀림으로 고블린을 향해 뛰쳐 나갔으나 애매한 속도로 달려나가니 오히려 내가 접근하고 있다! 라고 알리는 꼴이었다.

스프먹던 고블린들이 귀를 쫑긋 거리더니 고개를 쳐들고 스프를 튀겨대며 손에 쥔 이가 다 나간 검을 휘둘러왔다. 곧바로 숏소드를 휘둘러 이 나간 검을 쳐냈지만 길이에서 차이가  조금씩 숏소드를 위에서 찍어 누르는 형태가 됐다.

지켜보다간 귀찮은 사단이 일어날거같아 박차고 뛰어나가 대치하던 고블린의 팔을 벴다, 손에  검이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졌고 곧바로 이세우며 달려오는 고블린의 안면을 강하게 내찔렀다, 두개골을 꿰뚫는 감촉이 검신에서 손잡이까지 타고 올라왔다. 그대로 상체를 발로 밀어 검에서 빼내고 스프를 먹던 나머지 한 마리를 사선으로 벴다.

나는 세인의 어깨를 툭툭 치고 고블린의 시체를 말없이 가리켰다. 뒷수습하라는 말에 세인의 고개가 무겁게 내려갔다 올라왔다. 시무룩한 녀석을 뒤로하고 마차 뒤편으로 조용히 접근하니 덩치가 제법 큰 고블린이 식자재를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고블린 주제에 내 기척을 느낀건지 곧바로 하악질을 하며 뒤돌았고 이마에 난 뿔을 보고 나는 고블린이 아니라 홉고블린이란걸 알아챘다.

물론 홉고블린이라고 뭐가 되는건 아니었다, 옆으로 휘둘러오는 롱소드를 그대로 검 옆면을 들어 막아내고 그대로 낭심을 강하게 걷어찼다, 골반이 뒤로 쭉빠지며 팔에 힘이 빠져  늘어진 틈을  횡베기로 그대로 목을 썰었다. 목뼈가 걸려 3분의 2정도밖에 못 잘랐지만 검을 빼내지 않고 피가 튀지 않도록 그대로 끌고 마차 뒤편에서 벗어났다.

검을 목에서 뽑아낸뒤  밑을 찌르고 그대로 주변을 도려냈다, 연금술 재료로 많이 쓰인다 했나? 허리를 펴고 자세를 교정하고 있으니 내가 잡은 고블린이라는 뜻으로 귀를 도려내는 뒤처리를 마무리 했는지 허겁지겁 뛰어오던 세인이 홉고블린 시체를 보고는 히익 소리내며 놀랬다.

“호...홉 고블린까지 나왔어요?”

“그냥 덩치 큰 고블린이야, 샤먼쯤 나와야 좆같은거지, 아 귀 몇 개 잘라왔냐?”

내 물음에 세인은 손에  귀 개수를 하나  세고있었다. 그 꼴을 보고있으니 멀리서 다른 용병들이 이쪽으로 뛰어왔다. 예상했던대로 상단주쪽 재물 마차는 금방 정리 된 모양이었다. 식량 마차 안을 확인한 상단주는 내게 손을 내밀며 큰소리로 웃었다.

“예상했지만 비상식 조금 털린거 빼곤 멀쩡합니다! 상황 판단이 아주 빠르십니다!”

상단주가 뻗은 손을 잡아주며 가볍게 흔들어 줬다, 상행은 아직도 일주일 넘게도 남았는데 음식이 다 털리면 큰일이었다, 짧은 계산 끝에 먼저 달려온게 정답이었다. 상단주의 눈빛에는 신뢰가 일렁이고 있었다. 이상태면 내가 잡은 고블린들의 마석소유권을 전부 주장해도 들어줄거 같았다.

상단 인원 전부가 나서서 고블린 시체 뒤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좆밥 용병들은 갈무리하며 마석이나 부산물 채집을 하고 상단 직원들을 손해액 계산하며 주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쉬고있으라는 말에 팔짱 낀체 주변을 보고 있으니 옆에 서있던  등급 용병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내 이름 기억하지? 샤록.”

“나는...”

짧은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는데 샤록이 주변 눈치를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남자의 귓속말은 좆같다.

“고블린들 숫자를 보니까 주변에 군락이 있는거같은데.”

“그래서 토벌이라도 가자고?”

“어차피 하루 늦춰진거 괜찮지 않나?”

“홉고블린 하나에 고블린 스물, 아까 내가 본 수색조는  마리긴 한데...”

“그럼 본진도 어차피 머릿수는 비슷할걸? 같이 얘기해보자고.”

샤록의 말은 일리있었다, 고블린 군락은 잡다한 장비랑 뭣도 모르고 행상인들한테 털어온 짐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쪽 세계에서 고블린들은 성욕이 없나보다. 여자 노예는 고블린 군락에 없었다. 처음 떨어졌을땐 고블린이 인간 암컷들도 노예로 잡아들이는줄 알고 얘기했다가 한동안 이상성욕자로 오해받았다. 노예로 둘바에 먹이로 먹는다했다.

아무튼 고블린 군락에 습격한 수만큼밖에 없다면 충분히 털만했다. 샤록과 둘이서 털고 오기만해도 수시간이면 해결이었다. 호위에 빠지는 대신 몫을 나눠준다하면 분명 좋아할테니 나쁜 제안은 아니었지만... 중요한건 군락 위치를 알수없다는거였다.

둘이서 적당히 얘기를 나누는데 뒤편을 슬쩍 보니 고블린 시신을 들어옮기면서 귀를 쫑긋이며 얘기를 엿듣는 세인이 시야에 잡혔다, 아무래도 아까 마석을 놓친게 아쉬운 모양인데 괜히 헛바람 들면 곤란했다. 정령을 계약할수 있는 방법을 알게됐는데 순순히 양보하긴 아쉬웠다.

어느정도 뒤처리도 마무리 되니 멀리서 상단주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상단주는 웃으며 우리가 예상했던대로 이곳에서 하루 머물고 가야될거같다고 말했다. 하루가 길어질수록 손해가 커져 화날만한데도 여유로운 상단주의 태도는 신기했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샤록이 입을 열었다.

“하나 제안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제안요?”

동그랗게 눈뜬 상단주를 향해 샤록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정도 고블린 무리면 근처에 군락이 있을게 분명합니다. 어차피 하루 머무는 김에 토벌해서 손해를 메꾸시는게 어떻습니까?”

턱을 쓸어넘기던 상단주가 대답했다.

“군락이면 제법 크지않겠습니까? 역으로 당하면 손해를 떠나 행상이 위험해집니다.”

“고블린들은 약탈조를 보낼 때 군락의 절반정도 보내는 습성이 있습니다. 홉고블린  마리에 고블린 스무마리면 저와 이친구 둘이서도 토벌 가능합니다.”

턱을 쓰다듬으며 이마가 내천자로 판체 침음을 삼키던 상단주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샤록에게 얘기했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은 얘기지만, 아무래도 이미 손해를  입장에서 군락 토벌에 큰 이득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그리고 은 등급 두명이 토벌하러 간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남은 인원으로는...”

자기가 뽑은 인원들이라 대놓고 쓴소리를 못하는 상단주지만 하려는 말은 정확히 전달됐다. 너희 둘이 토벌하는 사이 누가 쳐들어오면 저 좆밥용병들로 되겠냐 라는 소리였다. 제법 설득력이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넘겼는데 샤록은 끈질기게 상단주를 설득했다.

“전부 알몸이긴 했지만 무기의 질은 괜찮은게 몇 개 있었습니다, 군락에 가면 그만한 무기가 몇십정 더 있을수도 있습니다. 군락만 발견하면...”

“발견한다면의 얘기 아닙니까. 전 은등급 두명 보낼 생각도 없고, 군락 찾는데에도 인원을 낭비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 얘기는...”

“제! 제가 군락 위치를 압니다!!!”

슬슬 길어지는 설득에 선을 긋는 상단주였지만 그 말은 중간에 끊기고 말았다, 좆밥 용병중 막내인 세인이 거수하며 모두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좆밥 용병들은 이새끼 사고쳤네 하며 눈을 덮고 고개를 틀었고 동등급 용병들은 재밌다는 듯 비웃으며 쳐다봤다. 쏠리는 이목에 긴장했는지 세인은 벌벌떨면서도 팔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상단주는 들리도록 한숨을 내쉬며 세인에게 되물었다.

“그래... 군락 위치를 안다고?”

“네!!! 아까 설거지 하러  때, 고블린들이 나오던 동굴을 봤습니다!!!”

동굴? 아까  마리를 썰어제끼고 주변을 살필때만 해도 찾아볼수 없었는데 동굴이 있었다니, 의문어린 시선으로 세인을 보니 세인의 귓가에 운디네가 손을 덮어 흥분한 얼굴로 속닥속닥 말을 전달하고 있었다.

“주변에 정찰조도 얼마 없고 저, 저도 싸울수 있으니 안내역으로 용병님과 같이 다녀오겠습니다!”

큰소리로 외치던 세인은 곧장  가르키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토벌 얘기를 꺼낸건 샤록이였는데 동행하고 싶다는건 나라니, 내가 당했으면  열받는 상황이었다, 그 증거로 샤록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르고 있었다.

상단주의 얼굴도 그렇게 큰 흥미가 동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이대로 가면 상행은 분명 씹창  분위기였다, 결국 수습하기로 한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세인의 계획이 뭔지도 궁금했으니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먼저 상단주께서 토벌 허락을 하면 이친구와 그 동급 용병 한명을 데리고 셋이서 토벌 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먼저 얘기를 꺼낸건 샤록  친구니 토벌 후 몫의 일부를 샤록에게 떼주는게 나을거 같습니다.”

“토벌에 꽤 긍정적이군요...”

상단주의 눈에는 피곤함이 찌들어 있었다, 안그래도 손해가 났는데 인력들이 추가로 빠질려고 하니 머리 아픈게 뻔했다, 하지만 이런 자를 설득하는건 나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세인의 어깨를 살짝 움켜쥐며 말했다

“이 친구가 말한 군락으로 가보고 실제로 있다면 연락 한 후에 토벌을 진행하고, 만약 없으면 그냥 그대로 돌아오겠습니다.”

흐음, 하고 침음성을 흘리는 상단주는 고민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결정타를 날리기로 했다.

“그리고 샤록 말대로 못해도 무기 수십정, 잘하면 전에 약탈당한 상단들의 물건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를일입니다.”

내 설득에 상단주는 결국 눈을 지그시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슬쩍 샤록의 눈치를 보고 그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잔뜩 붉어진 샤록의 얼굴은 조금 가라앉았고 몫의 떼주자는 나의 말에 화도 조금은 풀린 듯 했다.

옆을 보니 자기도 말실수를 한걸 아는지 안절부절하는 세인과 그런 세인에게 잘못한게 없다며 극성 엄마 노릇을 하는 운디네가 눈에 밟혔다.

“그럼 언제 가겠습니까? 아까 설거지 한곳이면 멀지도 않은데...”

“얘기 나온김에 지금 다녀오겠습니다, 가능하지 세인?”

나의 부름에 세인은 고개를 붕붕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정말 확실합니다! 제대로 봤다고, 아니 봤습니다!”

“그래요, 그럼 나머지 한명 골라서 한번 다녀오시지요, 연략 수단은 이걸 쓰시죠.”

상단주는 품에서 작은 파란 구슬을 꺼내 내게 건넸다, 마나 수정은 소량의 마나를 구슬에 불어넣으면 구슬이 빛나는 수정이었다, 잘나가는 상단은 통신 수정을 사용하지만 이런 소규모 상단은 모스부호마냥 몇 번 불빛을 일으켜 대답하는 식으로 수정을 사용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간단하게 정비하고 세인과 좆밥 용병중 맏형놈을 이끌고 아까 갔었던 강가로 나섰다, 아직 대낮이지만 해가 지면 곤란하기 때문에 둘을 뒤에서 밀어주며 최대한 빨리 달렸다, 세인은 헉헉 거리면서도 활약했다는 생각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세인의 곁에서 미소지으며 떠다니는 운디네를 보니 운디네의 계략임을 깨달았다, 보나마나 토벌해서 공으로 마석을 챙겨 계약에  마석을 채우려는 거겠지,

세인을 관찰하고 있으니 둘의 관계가 어느정도 눈에 잡히긴 했다, 꽤 오래 붙어있었는지 애정어린 눈으로 세인을 바라보는 운디네와 운디네의 적극적인 태도에 수줍어하면서도 본인도 마음이 있는지 꼼지락 거리는게 보기 좋았다.

양심의 가책이 조금 느껴지긴 했다. 계약 방법을 몰랐으면 그냥 잘되라고 응원도 해줬을텐데, 이미 내 수중에는 마석도 어느정도 있고 계약 방법도 알아버렸다, 나는 남은 행상 기간동안 어떻게하면 운디네를 꼬드길수 있는지 계속 고민했다.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우리들은 고블린 군락으로 걸음을 바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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