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2.내가 먼저 만났는데... 중급 정령 운디네
-짹짹
텐트 너머에서 들려오는 지저귀는 새소리에 스륵 눈이 뜨였다, 좁은 텐트에는 땀내나는 남정네들 몇이 누워있어 걸리적 거렸다, 슬쩍슬쩍 건너뛰어 텐트 밖으로 나와 풀어둔 장비들을 대충 갈무리했다.
천옷 위에 가죽갑옷을 덧입으며 느슨하지않게 적당히 조였다, 좆같은 이세계에 떨어지면 인벤토리만 외쳐도 튀어나와던데 나는 몇백번을 외쳐봤지만 그런일은 없었다. 뭐 애초에 아공간 주머니가 있지만 그런 비싼 물건은 떨어진지 5년이 넘는 지금에도 한 두 번 정도밖에 못봤다.
상단 호위로 합류한지 5일쯤 됐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었다, 죄다 좆밥 용병에 동 듭급 몇 명, 은 등급 한명 뿐이라 내가 동행하고 싶다고 요청하니 상단주는 좋다고 환영했다.
그리고 용병계에서도 은 등급이 좆밥같아 보여도 흔하진 않았다. 나같은 경우엔 귀찮아서 갱신도 안했다. 나정도면 금이라 해도 되지않을까? 실없는 생각을 하고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저벅저벅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슥 뒤돌아보니 어제 소개받은 좆밥 용병중에 하나인 세인이라 하는 놈이었다, 고딩쯤 되보이는 놈이지만 여기선 엄연히 성인이었다, 허리춤에 헐겁게 매놓은 숏소드를 들썩이며 내게 다가온 세인은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간밤에 잘주무셨어요? 지금 스프 끓이고 있으니까 와서 드세요!”
고향마을에 한몫 챙겨서 돌아가고 싶다던 세인은 보기에 젊어보이는 내가 은등급이라니 비법을 알고싶다며 달라붙었다. 원래라면 남자에 좆만이? 거들떠도 안보지만 세인은 예외였다, 재밌어보이는걸 달고 다녀서 흥미가 생겼거든.
세인의 어깨너머로 출렁이는 물 형태의 여인이 세인의 목을 둘러감고 달라붙고 있었다, 세인은 여인의 포옹에 내 눈치를 보면서도 내가 못보는줄 알고 슬며시 눈짓으로 그만하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세계에 떨어지고 그나마 장점 중에 하나는 감응 능력이라고 해야되나, 안보이는게 보이는 능력이 생겼다. 유령계열도 간간히 보이고 핵심은 정령이였다.
이세계는 정령 친화력이 날때부터 있어야 정령이 보일까 말까 한다는데 나는 그냥 보인다, 계약을 맺은 정령이던 야생 정령이던 다 눈에 보인다.
근데 좆같은건 눈에만 보이는거지 친화력이 없단다, 용병단에 있던 정령사 말로는 정령한테는 길가에 있는 돌맹이가 말거는 정도라고 했다.
속으로는 길가에 있는 돌맹이가 말걸면 존나 신기한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나같아도 돌맹이랑은 계약 안할거 같아서 넘겼다.
세인은 아무래도 정령 친화력이 제법 높은지 중급 정도는 되보이는 정령이 달라붙고 있었다, 사람형태를 꽤 정교하게 유지하면 중급, 그냥 사람같은데 정령의 흔적이 보이면 상급이라 했는데 딱 중간정도 되보였다.
나도 정령 잘 키울 자신있는데, 역시 이 좆같은 이세계는 될놈될이었다. 세인은 옆에서 쉴새없이 떠들고 있었는데 얘기를 듣고있으니 허기져 입도 다물게 할겸 밥이나 먹으러가자고 끌고갔다.
“근데 형님은 왜 용병이 되셨어요? 말끔하게 생겨서 여자 하나 잡고 결혼해도 될거같은데.”
“여자가 있어야하지, 그리고 나도 되기 싫었어.”
누가 용병같은걸 원해서 하나, 하늘에서 뚝떨어진 검은머리 외국인이 뭘 할수 있겠냐, 노예딱지 찍히기 전에 어떻게든 용병이 됐다.
그때 당시 거둬준 용병단장이 있어서 살았지 안그랬으면 지금쯤 산속에서 썩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래도 엄청 잘 싸우시던데요? 저도 그렇게 되고싶어요.”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친 결과지, 어린놈이... 너도 용병생활 계속 하면 알게될거다.”
“저도 이제 다 큰 성인이에요! 참나...”
좆만이가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꼴이 귀여워 머리를 쥐어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까치집이 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털며 머리를 정돈하는 세인을 보며 웃어 넘겼으나 세인의 뒤에서 나를 노려보는 정령의 눈총에 괜히 고개를 틀었다.
하는짓이 귀여워서 그냥 놀아주는데 저 정령은 자신에게서 세인을 뺏긴 것 마냥 나를 경계했다, 사내놈은 나도 질색인데 질투하는 꼴이 같잖았다.
-달그락 달그락
“괜히 저랑 같이 밥먹어서... 죄송해요.”
“됐어, 설거지 해봤자 뭐 얼마나 걸린다고,”
“형님...”
식사를 마무리 지으니 상단주는 세인을 고성을 지르며 세인을 불렀다, 상단행 막내인지라 온 궃은일을 맡았다. 위에 있는 좆밥들도 세인이랑 큰 차이는 없지만 아무래도 세인보다는 잘보였나보다, 놈들은 접시를 차곡차곡 쌓아 세인에게 내밀었다.
강가까지 혼자 가서 다 씻으라는 말에 세인은 울상이었다, 그냥 풀숲 근처에 들고가서 정령보고 도와달라하면 되는걸 뭐하러 왜저리 울상인지... 근데 정령의 얼굴을 슬쩍 보니 정령조차 찌푸린 얼굴로 세인의 뒤통수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훽 하고 내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순간 보고 있는게 들켰나? 했지만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니 저놈이 도와주면 될텐데 하는 매우 염치없는 표정이였다.
참 감정표현이 인간처럼 완벽한 정령이구나 생각하며 상단주에게 다가갔다. 혼자 가봤자 시간도 오래걸리고 농땡이 필수도 있으니 산책가듯 가서 도와주고 오겠다 하니 빨리 해결되면 좋으니 상단주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뭐가 그리 감동인지 나를 올려다보는 세인의 눈빛이 보기 싫어 고개를 트니 뾰루퉁한 정령년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쌍으로 지랄하는게 좀 거슬리네...
높이 접시를 쌓아들고 강가쪽으로 앞장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뒤를 슬쩍 살펴보니 세인은 정령에게 연신 사과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 둘을 보니 정령과 정령사라면 필수로 이어져있어야할 마나로 이어진 선같은건 보이지않았다. 그런 경우는 단 하나, 야생 정령인 경우밖에 없었다.
의아함을 뒤로하고 몇분 쯤 걸으니 강가가 시야에 잡혔다, 접시를 내려두고 대충 물살에 찌꺼기들을 흘려보내며 세인을 보니 천조각으로 접시를 닦으며 하나 하나 꼼꼼히 씻고 있었다.
“어느세월에 다씻으려고?”
“그래도 시킨일인데 똑바로 해야죠 헤헤,”
“웃기는... 대충 씻어, 별것도 아닌 일인데.”
“별거 아닌거 일수록 더 꼼꼼하게 살펴봐요. 제가 다 씻을테니 형님은 좀 쉬고 계세요.”
너무 착한 말, 착한 짓... 이럴수가 있나? 내가 저 나이때 뭘했나 생각했는데 피시방에서 패드립하는 상대에게 똑같이 패드립하며 화를 낸 짧은 기억밖에 생각안났다.
정령은 그런 세인을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고있었다. 그러다 슬쩍 내쪽으로 고개를 틀더니 혀를 삐죽 내밀고 다시 집어 넣었다. 마치 세인은 너랑 달라 뺀질아! 하는듯한 행동이었다. 나는 최대한 눈을 안마주친척 고개를 틀면서도 저년한테 쓴맛 한번 보여주고싶다 생각했다.
-바스락
한창 설거지하는중 근처에서 수풀에 뭔가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허리춤에 찬 롱소드에 손을 얹은체 천천히 일어났다. 내 태도에 당황한 세인은 나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형님 무슨일 있어요? 갑자기 왠 칼을...”
“주변에 소리가 났어, 너도 접시 내려놓고 준비해.”
“아마 접시 같이 들어주러 온 형님들 아닐까...요?”
자기가 말하면서도 아니라 생각했는지 숏소드 손잡이를 꽉 움켜쥔 세인은 긴장됐는지 손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한걸음씩 나아갔다.
-저벅, 저벅
미동도 없는 수풀을 노려보며 대치하고 있을 무렵 세인의 뒤에 있던 정령이 행동을 개시했다, 빠른 속도로 수풀뒤로 이동하더니 곧장 세인에게 소리쳤다.
[세인! 고블린이야! 고블린이 있다구!]
깜짝 놀란 세인은 곧바로 되물었다.
“고블린?!”
저렇게 어설픈데 어떻게 상단에 정령을 숨긴걸까, 세인을 쳐다보니 녀석은 손사래치면서 다급하게 변명했다.
“그?! 며칠전에도 고블린 발자국 발견했잖아요!! 제... 제 생각엔 고블린이 주변에 있는거 같아서요!”
“그럼 더 조용히 해야지, 검 뽑아, 나부터 갈테니까 따라와.”
-스릉
롱소드를 빼들고 천천히 수풀로 향했다, 상체쪽으로 치켜들어 최대한 방어자세로 접근했다, 고블린들은 항상 튀어나오며 급습하는 버릇이 있어 성인 머리 정도까지 점프해 달려들어 상단만 한번 막으면 무방비라 그대로 베어 죽이면 끝이었다.
“키에에엑!!!”
수풀까지 단 두걸음 떨어진 위치까지 다가가니 곧바로 수풀에서 고블린 한 마리가 뛰쳐 나왔다, 고블린의 단검은 그대로 내 머리를 찍어왔으나 소용없었다,
-챙!
제법 묵직했지만 그대로 롱소드를 위로 치켜들어 단검을 쳐냈다, 팔이 뒤틀리며 자세가 틀어진 고블린이 체공하고 있을 때 나는 곧바로 상체를 비틀며 검을 내질렀다.
깔끔하게 사선으로 나아간 검은 고블린의 어깨죽지부터 골반까지 그어지며 그대로 고블린을 고블/린으로 만들었다.
“끼에에에엑!!!”
갈라진 상반신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쑥 떨어져 잡으니 조그마한 마석 덩어리였다, 원래라면 갈무리해서 챙겨야 하는건데 운이 좋게 한번에 나왔다.
고블린도 썰었겠다 세인을 챙기고 상단주에게 돌아가 고블린 무리가 있으니 대비하자 알려야 했다. 그런데 뒤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우아악!!! 끄윽...!”
뒤를 돌아보니 고블린이 드러누운 세인의 상체를 짓밟고 목젖을 향해 양손으로 단검을 찍어누르며 소리 지르고 있었다.
아까 비명 소리에 겹쳐서 나머지 한 마리를 눈치 못챈 모양이었다. 세인은 숏소드를 양손으로 잡은체 밀어내며 최대한 반항했지만 단검은 계속 숏소드의 옆면을 위태롭게 긁어내며 조금씩 목젖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뛰쳐나가 고블린의 왼팔을 걷어찼다, 뿌득 하고 부러지는 뼈소리와 함께 단검은 허공을 날며 그대로 땅에 박혔다.
나는 그대로 팔을 덜렁이며 곧바로 몸을 일으키는 고블린을 향해 다시 달려나가 안면을 걷어찼다, 가죽 부츠 끝에 철판을 덧대 고블린의 콧대를 부수기엔 충분했다.
“으이구, 얼른 옷 털고, 마무리 해라.”
넘어진 채 얼타고 있는 세인의 목덜미를 붙잡고 일으켜 준후 드러누운체 한손으로 부러진 코를 부여잡고 소리지르는 고블린의 앞에 끌고갔다.
“네!!! 네... 해...해볼게요...”
기습당한탓에 패닉온게 뻔히 눈에 보였지만 제대로 마무리해서 증거를 상단에 들고가야 우리의 말을 믿을게 뻔했다.
이내 굳게 마음먹었는지 떨림이 멎은 세인은 그대로 쭉 고블린의 목젖을 찔렀다, 발버둥 치던 고블린의 눈에 초점이 사라졌고 나는 곧바로 고블린의 귀를 자르고 세인에게 건네줬다.
“히익!”
보기만 봤지 만진적은 없는지 기겁하는 세인을 뒤로하고 씻어둔 그릇을 자루에 대충 쑤셔박고 짊어진체 세인에게 말했다.
“얼른 가자, 상단주한테 알려야지, 아니면 거기도 습격 당하고 있을수도 있으니까 정신 차리고”
“네,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어린 눈빛으로 내게 연신 고개숙인 세인의 등에 손을 얹은체 그대로 밀며 앞으로 달렸다. 세인의 옆에 선체 울상을 지은 정령은 세인의 온몸을 둘러보며 다친곳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계약자가 아니라 도우지 못한거 같은데 하는 행동을 보면 그냥 평범한 계약 정령같았다.
[세인 괜찮아? 정말 미안해...]
“운디네, 나는 괜찮아... 마나만 있었어도 너랑 계약할수 있을텐데...”
[아 맞아! 마나! 내가 방법 찾았어! 아까 저 뺀질이가 마석 챙기는거 봤다구!]
“마석...?”
[응! 마석만 잔뜩 모으면 나랑 계약 맺을수 있어! 이 산에는 고블린이 제법 많은거같아, 다 챙기면 나랑 계약도 가능해...!]
방긋 웃으며 세인에게 안겨오는 정령 운디네는 정말 기뻤는지 세인에게 마구 달라붙으며 세인에게 볼을 비벼왔다, 나는 전혀 예상못한 소식에 자연스럽게 고민이 들었다, 중급 정령을 마석만 모으면 계약할수 있다니...
운디네는 여인형태의 정령이라 그런지 알몸이었다, 그래도 진짜 여인과 다르게 유두나 보지, 성기들이 존재하진 않았다, 그래도 그런 형태는 정령사가 요청한다면 외견도 바꿀수있다고 들은 얘기가 있었다.
고민이 됐다.